<일요초대석> 어느덧 대세 배우 조병규

JTBC·SBS·OCN…3연타석 홈런 치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조병규를 두고 ‘3연타석 홈런타자’라고 한다. JTBC <SKY캐슬>에 이어 SBS <스토브리그>, OCN <경이로운 소문>까지, 그가 출연한 작품은 시청률과 작품성 면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시나리오를 보는 눈이 탁월하고, 맡은 배역을 준수하게 수행해 낸다. 최근 종영한 <경이로운 소문>에서는 타이틀 롤을 맡아 흠이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20대 남자 배우 중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 배우 조병규 ⓒHB엔터테인먼트

OCN <경이로운 소문>은 방영 전 그렇게 관심을 받은 작품은 아니었다. 악귀를 물리치는 악귀 사냥꾼과 서민 판 히어로라는 설정이 다소 생소할 뿐 아니라, 유준상을 제외하고는 주연급으로 히트한 배우가 없었다. 

<SKY캐슬> 
<스토브리그>

타이틀롤을 맡은 조병규에 대한 의문점도 있었다. JTBC <SKY캐슬>과 SBS <스토브리그>가 대성공을 거뒀지만, 조병규가 성공의 주역으로 불리기엔 무리가 있었다. <SKY캐슬>에서는 이태란, 윤세아, 오나라, 염정아, 김서형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고, <스토브리그>는 남궁민과 오정세에게 관심이 쏟아졌다. 

어쩌면 <경이로운 소문>은 조병규에게 있어 시험대가 되는 작품이었다. 주인공으로 주어진 첫 시험을 만점에 가깝게 풀어냈다고 볼 수 있을 만한 성적을 냈다.

첫 회 2.7%라는 비교적 아쉬운 성적으로 출발한 <경이로운 소문>은 꾸준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12회에서는 10.6%를 기록하며 OCN 최고 성적이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16회는 11.0%, 드라마 내 최고 시청률로 마무리했다. 


수치뿐 아니라 작품의 내용도 극찬 일색이었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악귀를 잡는 카운터라는 직업의 네 사람이 최고 악귀를 잡아내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서민판 히어로의 매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어릴 적 교통사고로 몸과 마음이 유약한 소문(조병규 분)이 우연히 융의 위겐(손숙 분)을 받아들이면서 카운터에 합류해, 추 여사(염혜란 분), 가모탁(유준상 분), 도하나(김세정 분), 최장물(안석환 분)과 함께 선량한 사람들을 죽이는 악귀를 퇴치한다는 게 이야기의 줄기다. 

그 과정에서 남녀를 가리지 않는 과격한 액션이 돋보였다. 선명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각 인물 간의 시너지도 눈에 띄었다. 신구 조화가 절묘했을 뿐 아니라 악귀와 형사 등 조연급 배우들의 임팩트도 강렬했다. 주요 순간에 등장하는 CG도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 중심에 조병규가 있다. 조병규가 맡은 소문은 선량한 마음씨를 갖고 정의로운 행동을 하는 인물이다. 우연히 강력한 힘을 얻으면서, 학교 폭력 가해자들을 처치할 뿐 아니라 자신의 부모를 죽인 악귀를 찾아 복수한다. 

단숨에 힘을 얻고 정의를 발현하는 1차원적인 구조가 아니다. 고등학생으로서 감정을 가누지 못해 실수도 저지르고, 일부 시행착오도 겪는다. 힘이 세지는 것도 단계를 밟는다. 1회부터 16회까지 꾸준한 성장이 있어, 섬세한 표현이 요구되는 인물이다. 

<경이로운…> 데뷔 후 첫 ‘타이틀롤’
자체 최고 시청률 “예감이 좋았다”

연출을 맡은 유선동 PD 역시 소문 역할을 고심해 캐스팅했다. 비중이 클 뿐만 아니라 소문의 성장을 입체적으로 그려낼 배우가 필요했다. 고등학생 설정이기 때문에 어린 나이대 배우이면서 상당한 내공과 경험이 있어야 했다. 


20대 배우 중 이런 조건을 갖춘 인물이 많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제작진은 조병규를 낙점했다. 조병규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최근 비대면 인터뷰를 통해 만난 조병규도 유 PD와의 캐스팅 미팅을 통해 충분히 좋은 작품을 만들 자신이 생겼다고 했다. 

“30분 정도 작품에 대해 얘기를 하고, 2시간30분 정도는 다양한 파트의 이야기를 했어요. 재즈에 대해서, 넷플릭스에서 눈여겨본 작품, 인생의 서사 등 다양한 방면의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캐스팅되든 안 되든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감독님과 제가 이 작품을 바라보는 방향이 같다고 느꼈어요. 다른 생각은 안 하고 몰두해서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어요.”
 

▲ ⓒOCN

타이틀롤이라는 무게감을 소화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었지만, 정말 중요한 건 소문이 성장하는 단계에서의 감정들을 얼마나 섬세하게 표현하느냐가 작품의 관건이었다. 캐스팅된 후 조병규는 이 부분에 있어 고민이 컸다고 한다. 

“소문이는 트라우마도 깊고, 몸도 성치 않아요. 아픔이 많은 소년인데 주변의 도움을 받아 이겨냈다가 다시 무너지고, 또 일어나고를 반복해요. 결과적으로는 악귀에게 사로잡힌 부모님을 구해내야 하죠. 부모님을 만나서 아이처럼 대화하는 장면이 궁극적인 목표였어요.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과 생각이 통했죠. 영화 <아바타>에서 링크가 연결되는 듯한 짜릿함을 느꼈어요.”

<경이로운 소문>은 초반부터 반응이 좋았다. 유준상과 염혜란, 김세정, 안석환 등 카운터들의 조화가 눈에 띄었다. 이들 다섯명에게서 한 가족 같은 화목함이 엿보였다. 조병규는 촬영 초반부터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감돌았다고 한다. 

트라우마
이겨내다

“처음엔 사실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없었어요. 결과는 하늘이 점지해주는 것이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현시점의 시청자들이 가진 답답함이나 짐을, 우리 드라마를 통해 뚫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기대가 된 이유는 스태프와 배우들 사이에 협업이 잘 이뤄졌고, 분위기가 정말 완벽했기 때문이에요. 결과에 연연하지 말자고 했지만, 과정이 워낙 좋다 보니까 ‘잘하면 정말 좋은 드라마가 만들어질 것 같다’고 예측하게 됐어요.”

이 드라마의 협업이 훌륭하다고 여겨지는 대목은 액션이다. 카운터들이 악귀와 싸우는 장면이 매우 많이 나오는데, 매번 새롭고 강력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저러다 다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액션이 주는 쾌감이 상당한 작품이다.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는 언제나 예민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위험하니까요. 스태프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저도 좀 더 화려한 액션을 하기 위해 각종 보호장비를 샀어요. 그래서 더 화끈한 액션이 나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앞선 웹 드라마 <독고 리와인드>에서 액션 연기를 펼친 바 있는 조병규는 액션 장르를 ‘애증의 관계’라고 표현했다. 워낙 힘들지만, 막상 촬영하면 멋있는 결과물이 나오는 딜레마 때문이라고. 
 

▲ ⓒOCN

“액션을 하면 멋있게 잘 나오긴 하지만, 그만큼 힘든 것 같아요. 사실 ‘(액션이)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막상 하게 되면 이 악물고 하긴 하는데, 정말 힘들어요. 그러다가 화면을 보면 정말 멋있게 나오기 때문에 늘 복잡한 생각이 있었어요. 액션물이 또 들어온다면 고민을 많이 할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또 선택할 것 같네요.”


<경이로운 소문>을 보다 보면 ‘저거 애드리브 아냐?’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매우 많다. 대사를 하는 과정에서 어딘가 완벽하게 준비된 느낌은 아닌 장면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 장면이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뿐 아니라 때로는 너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신선함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애드리브가 매우 많았다고 한다.

경이로운 
카운터들

그만큼 배우들 간의 합이 잘 맞았은 덕분이라고. 특히 유준상과의 애드리브가 많았다고 했다. 

“유준상 선배님은 훌륭한 리더라고 생각해요. 가모탁과 소문의 관계가 아버지와 아들 같다는 반응이 꽤 있었는데, 그럴 수 있었던 건 선배님이 좋은 액션을 보여주셔서인 것 같아요. 선배님이 좋은 액션을 보이면 제가 그에 맞는 리액션을 하고, 또 선배님이 그걸 받아서 리액션해주는 경우가 많았어요. 애드리브가 굉장히 좋았던 적이 많았어요.”

조병규는 안석환에 대해 ‘안석환 키즈’라고 했다. 연극영화과 시절에 안석환의 작품을 접하면서 연기에 대한 애정을 키웠다고 한다. 염혜란은 여러 차례 작품을 함께했지만, 함께 호흡하는 신이 작았는데, 이번에 원 없이 소통하면서 행복했다고 한다. 김세정에 대해서는 ‘경이로운 동료’라고 했다. 

“세정이랑 저랑 동갑인데요. 정말 다재다능한 친구 같아요. 능력치가 한 군데만 있는 게 아니라 모든 능력이 다 최고치예요. 천재 같아요. 부럽고 사실 질투도 많이 했어요. 세정이랑 연기에 대해 회의를 많이 했어요. 그 친구의 장점을 체화하려고 노력했어요. 덕분에 촬영하는 순간마다 학습의 장이 됐던 것 같아요.”


사람을 사냥하는 악귀들과 악귀를 사냥하는 악귀 사냥꾼의 대결구도였던 터라, 작품에서는 러브라인이 보이지 않는다. ‘어쭙잖은 사랑 이야기는 제거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드러난다. 그러다 막판에 소문과 하나의 러브라인이 슬며시 드러났다. 이 작품의 애청자들은 두 사람의 러브라인에 대해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심지어 김세정마저도 더 깊은 러브라인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조병규도 마찬가지였다. 

“악귀에게 당하는 인물들을 구해내는 작품이고, 언제나 생사가 달린 장면을 촬영하는 작품에 러브라인은 사실 불필요하게 여겨져요. 생사가 걸린 순간에 멜로의 포인트가 있는 건 맞지 않아요. 사실 노파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드라마가 너무 무겁기만 해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실소가 나올 정도로 웃긴 장면을 러브라인을 통해 만든다면,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매우 명확한 선악 구도를 지니는 <경이로운 소문>은 권선징악이라는 뻔한 결과를 갖지만, 그 과정은 매우 복잡하게 흘러간다. 학교 폭력 가해자인 신혁우(정원창 분)는 오랫동안 가족의 학대를 받아왔다. 애정면에서 심한 결핍을 느낀 인물이다. 어른들로부터 받은 학대를 친구들한테 풀고 있던 셈이다. 

“김세정과 러브라인 반대…웃기는 포인트로만” 
“난 ‘운빨’이 좋은 배우…좋은 어른 되겠다”

카운터의 파트너인 기란(김소라 분)이나 위겐의 경우에는 어느 순간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두 사람이 하는 말이 대체로 옳지만, 선택의 순간에는 자기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문 역시 복수심에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엄청난 폭력을 저지르기도 한다. 

악이라고 해서 악하지만도 않고, 선하다고 해서 선한 행동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입체적인 선과 악을 그려내고 있는 부분이 이 드라마의 매력 중 하나다. 
 

▲ ▲배우 조병규 ⓒHB엔터테인먼트

“작품을 하면서 선과 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윤리적인 선악과 무관하게, 자신의 마음에 들면 선이고 그렇지 않으면 악으로 규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우 이분법적으로요. 뚜렷한 정의를 내리지는 못하겠어요. 저 같은 경우는 누군가에 대해 쉽게 평가하지 말고, 직접 만나보고 알아가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려고 노력해요.”

인터뷰 내내 조병규는 겸손함을 드러냈다. ‘3연타석 홈런’을 강조하는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능력치를 최소화했다. 주위 동료들과 스태프들의 노력이 절대적이었다며 공을 돌렸다. 그럼에도 조병규가 좋은 작품을 골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SKY 캐슬>과 <스토브리그> <경이로운 소문> 모두 작품적인 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좋은 연기자들이 대거 모인 것도 장점이지만, 결국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도 현재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중요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메시지를 많이 봐요.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의미가 있는가 생각해요. 다음이 사람이에요. 메시지가 좋아도 어떤 사람이 던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같이 하는 사람이 누구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가를 봐요.”

깔끔한 인상이기는 하나, 배우 사이에서 외형적으로 특별할 정도는 아닌 조병규는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오디션을 100번 볼 정도로 많은 작품의 문턱에서 떨어졌다. 그때의 실패가 피와 살이 된 듯하다.

무서운 
성장세

“벌써 연기를 하려고 한 지 10년이 된 것 같아요. 16세에 연기하려는 마음을 먹고 다른 곳엔 눈을 돌리지 않았어요. 저는 사실 남들보다 나은 게 별로 없어요. 다만 한 가지 내세울 수 있는 건 연기에 투자한 시간이에요. 잘하는 건 크게 없고요. ‘운빨’도 있는 것 같아요. 늘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네요. 저는 소문이처럼 그렇게 정의롭지 못해서 작품을 하면서도 매우 부끄러웠어요. 결국 <경이로운 소문>도 좋은 어른과 나쁜 어른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 전 어린 편이지만, 좋은 어른이 돼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배우가 되겠습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