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리에 시즌 마친 K-골퍼들

코로나로 경기력 저하?
변함없는 대활약

해외 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골프 선수들이 성공리에 시즌을 마무리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투어 운영이 축소되고 일정 변경이 불가피해지면서 경기력 저하가 우려됐지만 한국 선수들의 활약엔 변함이 없었다.
 

한국산 장타자 김아림은 미국 최고 권위의 US여자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김아림은 지난해 12월15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 사이프러스 크리크 코스에서 열린 ‘제75회 US여자 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3언더파를 기록한 김아림은 세계랭킹 1위 고진영과 에이미 올슨(미국, 이상 2언더파) 등을 1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예상치 못한
무명의 반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아림은 출전 당시 여자골프 세계랭킹 94위였다. 지난해 3월16일을 기준으로 세계랭킹 상위 75위 이내 선수에게 출전 자격을 주는 대회 규정에 따라, 당시 75위 이내에 있던 김아림은 생애 첫 US여자 오픈 출전 자격을 얻어 미국으로 건너갔다.

특히 첫 출전에서 우승까지 거머쥐어 패티 버그(1946년), 캐시 코닐리어스(1956년), 김주연(2005년), 전인지(2015년)에 이어 5번째 첫 출전 우승자가 됐다. 또한 박세리(1998년)를 시작으로 김주연(2005년), 박인비(2008년과 2013년), 지은희(2009년), 유소연(2011년), 최나연(2012년), 전인지(2015년), 박성현(2017년), 이정은(2019년)에 이어 한국인 11번째 우승(10번째 선수)을 합작했다.

1946년에 시작된 US여자 오픈은 여자 골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다. 김아림은 2020 시즌 KLPGA 투어에서 우승이 없었지만, 생애 최고의 시즌을 맞게 됐다. 


김아림의 우승은 여러모로 운도 따랐다. 당초 최종 라운드는 지난해 12월14일 오전에 끝날 예정이었지만, 천둥 번개를 동반한 악천후로 하루 연기됐다. 다음날 치러진 대회 최종 라운드는 이전 라운드와 달리 티잉그라운드를 앞으로 당겨 놓아 장타자인 김아림의 경우 거리 면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김아림, 메이저 US 오픈 정상
고진영, 4개 대회 뛰고 상금왕

실제 우승 후 가진 인터뷰에서 김아림은 “이전 라운드와 달리 티박스가 앞으로 당겨져 있어 자신 있게 홀을 공략했다”고 밝혔다.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9위로 최종 라운드를 맞은 김아림은 선두권 선수들이 일제히 부진한 가운데 5번 홀(파5), 6번 홀(파4) 연속 버디에 이어 8번 홀(파3)에서 버디를 추가하는 등 전반에만 3타를 줄여 우승 경쟁에 가세했다. 하지만 10번 홀과 11번 홀(이상 파4)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듯 보였다. 

라운드 후반 뒷심이 발휘됐다. 최종 라운드 후반 홀 포지션이 어렵게 세팅돼 대부분의 선수들이 줄줄이 보기를 쏟아내는 와중에 김아림은 16번 홀(파3)부터 17번 홀(파4), 18번 홀(파4)까지 3연속 버디를 잡아낸 것.

이 3개 홀에서의 버디가 사실상 김아림의 우승을 결정짓는 최고의 변곡점이 됐다. 파3 16번 홀에서 티샷을 홀 4m 거리에 떨어뜨린 후 침착하게 버디로 연결했고, 17번 홀 세컨 샷을 홀 바로 앞에 떨어뜨려 탭인 버디로 연결해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그리고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내리막 2.5m 버디 퍼트를 홀컵에 떨어뜨리며 김아림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치 우승을 예감한 듯한 장면에 현지 중계진들도 환호했다. 이후 챔피언조에서 플레이를 펼친 에이미 올슨(미국)과 우승에 가장 가깝게 다가섰던 시나부 히나코(일본)가 오히려 타수를 잃음으로써, 김아림은 5타차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김아림은 우승 시상식장 인터뷰에서 “3라운드에서 아쉬운 플레이를 해서 공격적 플레이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생각대로 됐다”며 “일찍 미국에 와서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아직은 얼떨떨하다. (우승) 기회가 있을 걸로 생각했지만 아직은 머리가 하얗다. 시간이 좀 지나면 실감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0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300만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첫 승일 뿐만 아니라 4개 대회 출전만으로 상금왕에 등극해버린 이례적인 사례가 됐다.

고진영은 지난해 12월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 6556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고진영은 공동 2위 김세영과 해나 그린(호주)을 5타차로 제치고 투어 통산 7승째를 수확했다.

고진영은 우승 상금 110만달러(한화 약 12억원)를 손에 넣으며 시즌 상금 166만7925달러를 누적해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다. 2020 시즌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전체 18개 대회 중 4개 대회에만 출전하고도 상금왕을 거머쥐는 진기록을 세웠다.

고진영은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이날 경기를 시작했다. 전반에 김세영과 동타를 이룬 후 후반 들어 세계랭킹 1위의 면모를 과시했다. 고진영은 12번 홀(파3)에서 2m 거리 버디 퍼트를 넣은 뒤로 13번 홀(파4), 14번 홀(파5)까지 3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의 추를 기울게 했다. 순식간에 3타 차로 벌린 고진영은 16번 홀(파3)에 이어 18번 홀(파4) 챔피언 퍼트도 버디로 장식했다.

고진영은 경기 후 진행된 현지 언론과의 우승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충분히 쉬었고 미국으로 넘어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며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지 몰랐는데 우승을 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공동 준우승에 오른 김세영은 LPGA 투어 올해의 선수를 차지했다. 그는 대회 전까지 1위였던 박인비를 6점 차로 따돌리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세영은 시즌 평균최저타수에서 가장 좋은 기록을 냈지만, 규정 라운드 수를 채우지 못해 다니엘 강(미국)에게 베어트로피를 내줬다.

구관이 명관
랭킹 1위

LPGA 투어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VOA) 클래식(총상금 175만달러)’에서 박인비는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박인비는 지난해 12월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더콜로니의 올드 아메리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최종 라운드에서 1언더파 70타를 기록해 앤젤라 스탠퍼드(미국)에 2타 뒤진 2위(5언더파 279타)에 올랐다.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박인비는 1번 홀(파4) 보기로 불안했지만, 4번(파4), 6번 홀(파5) 징검다리 버디로 다시 공동 선두에 복귀했다. 9번 홀까지 버디 2개를 잡은 고진영(25), 8번 홀까지 2타를 줄인 스탠퍼드와 본격적인 우승 경쟁에 나선 박인비의 12번 홀(파4) 보기는 뼈아팠다.

두 번째 샷이 바람에 밀려 그린을 벗어났고 세 번째 샷은 핀을 한참 지나쳤다. 13번(파5), 14번 홀(파4) 연속 버디로 2타차 선두로 치고 나간 스탠퍼드는 16번 홀(파3), 17번 홀(파5) 연속 버디로 승부에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일본서 울린
반가운 승전보


3타차로 달아난 스탠퍼드는 18번 홀(파4) 보기를 하고도 가족과 손바닥을 마주치며 환호했다. 버디 7개를 잡아내고 보기 3개를 곁들이며 4타를 줄인 스탠퍼드의 최종 스코어는 7언더파 277타. 지난해 11월 43번째 생일을 맞은 스탠퍼드는 2018년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2년 동안 이어진 우승 갈증을 역전승으로 씻어내고 통산 7승째를 올렸다.

박인비와 함께 공동 선두로 4라운드에 나선 유소연은 1언더파 70타를 쳐 박인비와 함께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유소연은 17번 홀까지 파 행진을 벌이다 18번 홀(파4)에서 7m 버디를 잡아냈다. 여기에 공동 선두로 출발한 재미교포 노예림은 1타를 줄여 공동 2위에 대회를 마쳤다.

재미교포 김찬은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올해 최종전인 골프일본시리즈 JT컵(총상금 1억엔)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찬은 지난해 12월6일 일본 도쿄 요미우리컨트리클럽(파70, 7023야드)에서 열린 JT컵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를 쳤다. 최종합계 8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김찬은 2위 그룹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라운드에서 선두로 나서기도 했던 김찬은 3라운드에서 오버파를 치며 선두 자리를 내줬다. 선두에 2타 차 3위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김찬은 2번 홀(파3)에서 버디로 순항했다. 3번 홀(파4)에서 보기가 기록됐으나 5번 홀(파4)과 6번 홀(파5)에서 연속 버디로 만회했다. 

9번 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한 김찬은 선두로 전반 홀을 마쳤다. 10번 홀(파4)에서 보기가 나오며 주춤하기는 했지만, 13번 홀(파4)에서 버디로 만회했고, 16번 홀(파4) 보기 역시 17번 홀(파5)에서 버디로 만회하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파워풀한 장타가 주무기인 김찬은 지난 2015년 JGTO에 데뷔했다. 2017년에는 시즌 3승을 거두며 상금왕의 영예도 안았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뒤 한동안 우승과 연이 닿지 않았던 김찬은 지난해 10월 치러진 JGTO 메이저대회이자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일본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통산 4승째를 기록했다.


김찬, JGTO 통산 5승 수확
박인비, 아쉬웠던 준우승 

올해 JGTO는 코로나19 여파로 6개 대회밖에 치러지지 않았다. 김찬은 이번 대회에 앞서 2개 대회에 출전했는데, 복귀전인 비자마스터스에서 4위를 차지했고, 던롭피닉스에서는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이어 세 번째 출전 대회인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올 시즌을 더욱 기대케 하고 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최종전에서 시즌 3승과 함께 통산 60승 달성에 도전한 신지애가 대기록 달성을 잠시 미뤘다. 신지애는 지난해 12월29일 일본 미야자키현 미야자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JLPGA 투어 2020 최종전인 ‘리코컵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1억2000만엔)’ 마지막 4라운드에서 4오버파 76타를 쳤다. 최종합계 2오버파 290타를 기록한 신지애는 공동 17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지난 2006년 프로에 데뷔한 신지애는 KLPGA 투어 20승, LPGA 투어 11승, JLPGA 투어 2승과 유럽과 아시아 투어에서 각 2승씩을 올리며 통산 59승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JLPGA 투어에서 2승을 더하며 60승을 목전에 뒀다. 통산 60승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실력으로
변수 없애다

대회 1라운드에서 공동 22위로 출발한 신지애는 2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공동 8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3라운드에서 공동 13위로 순위가 밀리며 우승권에서 멀어졌고, 일본의 ‘신예’ 하라 에리카가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쳐 정상에 올랐다. 하라 에리카는 지난해 10월에 열린 일본여자오픈에 이어 시즌 2승째를 기록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