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영무역 3세 ‘요람’ 승계론

갓난아기 때부터 ‘차곡차곡’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삼영무역 3세의 주식변동에 눈길이 간다. 갓난아기 때부터 비축한 주식은 오늘날 승계 구도를 형성하는 기틀이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식량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후계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선명하지는 않다. 왜일까.
 

▲ 삼영무역 본사 ⓒ네이버 지도

지난 1959년 설립된 삼영무역은 기초석유화학 유도체인 화공약품을 유통한다. 이외에 자동차부품과 전자소재 등을 다루는 한편, 국내 안경렌즈 시장 1위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삼영무역은 2세 경영 체제다. 지난 2016년 9월 창업주 이중탁 회장 별세 이후 이승용 대표이사 체제가 안착한 상태다.

21세

삼영무역은 지난 1월23일 오너 3세들의 지분 변동 소식을 알렸다. 이들은 모두 이승용 대표의 자녀들로, 증여를 통해 주식을 확보하게 됐다. 3세 가운데 눈길이 가는 인물이 있다. 바로 2000년생 이호준씨다. 그가 삼영무역 후계자로 여겨지는 이유에서다.

그는 일찌감치 회사 주식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일반적으로 오너 2세의 장남이면서 회사 지분을 늘려나가는 이를 후계자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호준씨의 지분 확보 시점은 꽤 일렀다. 그가 최초로 삼영무역 주식을 손에 넣은 시기는 2002년이다. 당시 그는 갓난아이였다. 그해 호준씨의 친인척은 그에게 회사 주식을 증여했다. 두 살배기였던 호준씨가 최초로 확보했던 주식 수는 12만5000주(0.81%)였다.


이후 호준씨는 매년 2260주, 1470주, 7100주, 1만840주, 3410주, 3030주, 3530주 등을 끌어 모았다. 2009년까지 모은 주식 수는 모두 16만5730주(1.07%)였다. 확보 수단은 모두 장내매수였다. 당시 호준씨가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였다.

호준씨는 계속해서 삼영무역 주식을 쌓아 올렸다. 그는 이듬해인 2010년부터 2019년까지 9343주, 3590주, 8529주, 2160주, 1700주, 5400주, 8만400주, 7000주, 1만5100주, 2만9639주 등을 꾸준히 손에 넣었다.

창업주 작고 이후 2세 체제 연착륙
오너 3세 장남 일찍부터 주식 확보

지난 2019년 기준 호준씨의 보유 주식 수는 모두 32만4491주(1.84%)까지 늘어났다. 호준씨가 소유하게 된 주식 가운데 주식배당과 증여 등으로 모은 10만여주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장내매수에서 비롯됐다.

호준씨의 주식 매입은 지난해에도 계속됐다. 그는 그해 1월부터 장내매수와 주식배당, 증여 등을 통해 20만6824주를 추가로 확보했다. 확보 수량은 그 어떤 해보다 많았다. 지난달 29일 기준 호준씨의 삼영무역 지분율은 53만1315주(2.88%)로 확인된다.

현재 호준씨가 삼영무역에서 특별한 직을 수행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영무역 임직원 명단에서 호준씨의 이름을 찾아볼 수는 없다.

삼영무역의 여러 계열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각 회사들의 법인 등기부등본에도 호준씨는 등장하지 않는다. 2000년생으로 비교적 나이가 어린 만큼 회사에서 역할을 해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전 세대의 승계 과정을 살펴보면 호준씨가 후계 경쟁력을 선점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장남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창업주 고 이중탁 회장의 뒤를 이은 인물은 장남 이승용 대표다. 이 대표에게는 두 누나가 있지만 경영권은 그에게 돌아갔다.

삼영무역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승용 대표는 지난 2003년부터 삼영무역 이사로 이름을 올린 뒤, 그해 12월부터 현재까지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같은 기간 그의 누나들은 삼영무역 법인 등기에 등재된 바 없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삼영무역의 최초 사업보고서는 1998년부터다. 당시 이승용 대표는 숙부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아 부친을 제치고 삼영무역 최대주주로 안착했다. 당시 이승용 대표의 삼영무역 지분율은 10.29%인 반면, 두 누나의 경우는 4%대에 그쳤다.

조금 앞선 누나 지분, 향후 결과는?
꾸준히 오르는 배당…승계 자금으로?

하지만 호준씨를 당장 후계자로 예단할 수는 없다. 이전 세대와 상황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호준씨에게는 누나가 한 명 있다. 이들은 보유 지분율에서 이전 세대와 차이를 보인다.

호준씨는 삼영무역 주식 53만1315주(2.88%)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그의 누나는 53만3916주(2.89%)로 조금 더 우위에 있다. 누나 역시 호준씨와 비슷한 방법으로 일찌감치 주식을 확보했다.

호준씨가 주식을 확보하는 속도는 누나보다 빠르다. 다만 지난해 12월23일 있었던 수증에서 호준씨는 누나보다 2만주를 덜 증여받았다. 물론 증여자가 동일 인물은 아니나, 호준씨가 장남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장 향후 승계 구도를 예측하기에는 현재로서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삼영무역

오너 3세들의 보유 지분은 향후 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에 활용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5년간 삼영무역이 실시한 배당액은 평균 48억원이다. 배당성향(순이익에서 주주 몫으로 돌아가는 배당금의 비율) 평균은 18.2%다.

누가 먼저?

같은 기간 호준씨 등의 삼영무역 지분율은 1% 후반대였다. 특히 삼영무역은 지난해에 6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는데,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호준씨 등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은 1억원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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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