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력서> (43·44) 파래, 꼴뚜기젓

건강식으로 으뜸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식재료 이력서>엔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이 담겨 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파래 ⓒpixabay

파래

아내에게 파래 이름이 왜 파래인지에 대해 물었다. 

“색이 파래서 파래 아니야?” 

아내의 이와 같은 대답에 은근슬쩍 거들먹거리며 입을 열었다.

“옛날에 김들이 집단 서식하고 있는 곳에 김과 유사하게 생긴 해초가 슬며시 찾아 들어 마치 김처럼 행세하며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어. 그래서 그들의 횡포를 견디다 못한 김들이 바다의 신을 찾아가 하소연한 거야. ‘재네들 좀 처리해 달라’고. 


바다의 신이 가만히 관찰해보니 서로 비슷하게 생겼지만 엄연하게 달랐거든. 그래서 파도에게 명을 내리고, 파도가 그들을 강하게 때리자 색이 파랗게 변해 김들의 서식지에서 밀려나 바닷가로 도망간 거고, 그래서 파도에 맞아 밀려왔다고 해서 파래(來)라 한 거야.”

아내가 잠시 뜸을 들이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다.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어디 있긴. 근거가 없으면 먼저 만들어내는 사람이 임자지.”

“여하튼 결국 그게 그거 아니야?” 

파래는 한자로 靑苔(청태)로 파란 이끼를 의미한다.

태는 이끼라는 의미이다.


잎과 줄기의 구별이 분명하지 못하고 고목, 돌, 습한 곳에 자란다.

그런 이유로 바다에서 자라는 이끼를 해태(海苔)라 총칭한다. 

파래는 필자의 설대로 파도에 너무 맞아서 그런지 생명력 아니, 저항력이 강하다.

이런 연유로 흔히 파래를 바다의 청소부라 칭한다.

실례로 1997년 7월9일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 내용을 간추려 보겠다.

「파래, 오염된 물 정화하는 바다의 청소부

제주도에 근무하는 두 명의 초등학교 교사가 2년간 연구 끝에 해조류의 하나인 파래가 양식장 등에서 나오는 오염수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가진 바다의 청소부임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2년 동안 넙치 양식장에서 파래를 거쳐 배출수를 흘려보낸 결과 화학적 산소요구량이 줄어들었고 부유물질도 감소했다. 또한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인과 질소 등도 수치가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들 물질은 오히려 파래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로 공급돼 양식장의 파래가 바다에 있는 파래보다 빨리 자란 것으로 조사됐다.」

위 글을 읽고 떠오르는 사자성어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다.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으로, 어떤 불행한 일이라도 끊임없는 노력과 강인한 의지로 힘쓰면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 파래가 인간에게 유용하지 않을 수 없다.

파래는 바다 속 영양의 보고로 칼륨, 요오드, 칼슘, 식물성 섬유소 등 몸에 좋은 성분을 고루 함유하고 있어 웰빙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무기질과 칼슘이 풍부해 골다공증과 조혈작용에도 효과가 있다. 또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 있어 각종 세균을 없애고 치주염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파래의 속성을 살피는 중에 40년을 넘게 흡연해 온 필자에게는 어떤 효과를 미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고 조사하던 중 의외의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파래에 함유된 비타민A가 손상된 폐 점막을 재생하고 보호해 주기 때문에 담배의 니코틴을 해독하고 중화하는 데 좋다고 점이었다.

오염된 물 정화하는 바다의 청소부
오징어 효능에 부드러운 육질 장점

꼴뚜기젓

꼴뚜기 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말들이 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 등이다. 한편 해학적이면서도 꼴뚜기를 상당히 비하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여하튼 이 대목에서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에 대해 살펴보자.


꼴뚜기를 비하해도 너무 했다는 느낌 든다.

꼴뚜기 입장에서 살피면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다.

이는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에서 유래됐기 때문이다.

이 말은 망둥이가 자신의 주제도 파악하지 못하고 숭어를 따라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 ▲ⓒpixabay

미끈하게 생기고 힘이 좋은 숭어가 바다에서 물 위로 높이 뛰어오르는데, 바닷가 모래밭이나 개펄에 사는 볼품없는 망둥이가 숭어의 뛰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부러워하며 뛰어오르는 모습에서 생겨난 말이다. 

즉 자신의 주제는 망각하고 자신보다 잘난 사람을 무조건 따라하는 경우를 비하하는 말이다.

그런데 꼴뚜기를 숭어도 아닌 망둥이에 비유했으니 꼴뚜기로서는 굴욕도 이런 굴욕이 있을 수 없다. 

왜 이리도 꼴뚜기를 비하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결국 누군가가 꼴뚜기를 시기하여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왜냐, 꼴뚜기가 생긴 모습이 뛰어나진 않지만 그 맛은 뛰어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이야기다.

어머니께서 간혹 마른 멸치나 새우를 사오시고는 했는데, 그런 경우 우리 형제들은 어머니께서 펼쳐놓은 멸치와 새우 사이에 섞여있는 꼴뚜기를 서로 먼저 찾아 먹느라 전쟁을 벌이고는 했다.

정작 멸치와 새우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정도였다.

마치 이를 입증하듯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살펴보면 꼴뚜기를 가리켜 바다에서 나는 귀중한 고기라 하여 '고록어(高祿魚)'라 지칭하고 있다.

고록은 말 그대로 높은 녹봉을 의미한다.

어류에 그런 이름을 주었으니 그 진가는 높이 평가돼야 할 일이다. 

또 꼴뚜기 때문에 ‘못생긴 게 맛있다’는 말이 생겨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역시 일어난다.

맛있는 과일의 경우도 새들이나 곤충이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고 쪼아 먹거나 갉아먹게 되니 생김새가 망가지지 않을 수 없고 꼴뚜기 역시 그런 이유로 비하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꼴뚜기가 왜 이렇게 비하되는지 아니, 왜 정약전은 고록어라 표현했는지 그 이유를 <문화일보>에 실린 기사를 통해 살펴보려 한다. 

「꼴뚜기는 사실 ‘화살 오징엇과’에 속하는 연체동물이다. 일반 오징어처럼 꼴뚜기에도 지방질과 당질이 적은 반면 단백질은 풍부하다. 또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켜주는 타우린도 꼴뚜기에는 풍부하게 함유돼있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오징어나 꼴뚜기가 동맥경화증을 비롯한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징어와 꼴뚜기를 비교한다면 어떤 연체동물이 사람에게 더 이로울까.

일단 성분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국립 수산진흥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꼴뚜기와 오징어 등 오징어류에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taurine), EPA(아이코사펜타엔산), DHA(도코사헥사엔산)와 같은 고도 불포화 지방산과 핵산 셀레늄(selenium) 등 각종 성인병에 효과가 있는 생리기능성 성분들이 다량 함유돼있다.

또 오징어류의 지방 함량은 1.0%로 쇠고기(안심기준) 16.2%, 돼지고기(삼겹살) 38.3%에 비하여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꼴뚜기에는 오징어가 지니지 못한 강점 한 가지가 더 있는데 바로 부드러운 육질이다.

이에 따라 오징어에 비해 더 소화가 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꼴뚜기는 소화기능이 약한 어린이와 노년층을 위한 건강식으로 종종 추천되기도 한다.

이를 살피면 꼴뚜기가 비하되는 그 이유를 알만하다.

아울러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라는 말을 ‘꼴뚜기가 뛰니까 숭어도 뛴다’로 바꿔도 좋을 듯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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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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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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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