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력서> (41·42) 다시마, 미역과 미역줄기

‘불로장수의 약’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식재료 이력서>엔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이 담겨 있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다시마 ⓒpixabay

다시마 

다음 백과에 실려 있는 다시마 관련 내용이다.

「한국에서는 원래 북한의 원산 이북에서만 자라났으나, 지금은 제주도를 뺀 거의 모든 바다에서 양식하고 있다. 옛날부터 사람들이 먹어 왔으나 최근 혈압을 낮추는 라미닌이라는 아미노산이 들어 있음이 밝혀져 약용식물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다시마가 원래 북한의 원산 이북에서만 자라났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정약용의 <경세유표>에 실려 있는 글을 인용한다.

「생각건대, 북도의 곤포(昆布)는 천하에 진기한 것이었다(곤포 중에 작은 것은 방언으로 다시마(多士麻)라 한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나 이 물건은 오직 함흥(咸興) 바다에서만 생산돼서 그 맛이 뛰어나게 좋고 온 나라가 다 이것을 받아 먹는다.」

이 대목에서 묘한 생각이 인다.

위 내용이 사실이라면 한국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우리가 식용하고 있는 다시마는 자연산이 아닌 인공양식으로 생산된 것이라는 말이 성립되는데, 과연 그럴까.

이를 살피기 위해 1968년 6월17일 <매일경제>에 실려 있는 기사 내용을 인용해본다.

「다시마 시험 양식에 성공, 국립수산진흥원은 15일 우리나라 연해에는 없는 다시마를 일본 북해도로부터 기증받아 4개월간 인공으로 시험 양식한 결과 옆체장 160cm-230cm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1971년 3월31일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자연산 다시마는 거의 생산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수산청은 대대적으로 양식 사업을 개발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싣고 있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 자연산 다시마가 널리 퍼져 있는데 어떻게 된 사연일까.

이에 대한 논의는 접고 다시 <동아일보> 1928년 12월23일 기사를 인용해본다.

동 기사는 다시마와 미역을 ‘불로장수의 약’으로 규정짓고 그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시마는 정혈작용에 특화를 보이고 있고, 혈관경화를 예방하며 모발을 검게 해 준다.

또 쌀·보리·육류·생선 등이 지니고 있는 산성을 중화시켜 줄 수 있는 알칼리성 식품이라고 기록돼있다.

혈관경화를 예방하고, 모발을 검게 하는 효과
산후조리에 ‘특화식품’ … 우리 민족의 전유물

미역과 미역줄기

미역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생일이다.

생일을 맞이하면 어김없이 미역국과 흰 쌀밥으로 아침 식사를 했던 때문이다.

그런데 왜 생일이면 반드시 미역국을 먹었을까. 


바로 출산과 관계가 있다.

나를 낳아준 어머니께서 나를 낳고는 처음 접하는 음식이 미역국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나를 존재하게 해 준 어머니의 고마움을 느껴 보라고 미역국을 먹는 것이다. 
 

▲ 미역 ⓒpixabay

그런데 이 대목에서 또 다른 의문이 발생한다.

왜 어머니들이 아기를 낳게 되면 굳이 미역국을 먹었을까 하는 점이다.

이를 이상히 여기며 조사하던 중 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의 ‘산부계곽변증설’에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음을 알게 됐다. 

我東傳言。海澨人泅水。爲新産鯨所噏呑。入鯨腹。見鯨之腹中。海滯葉滿付。臟腑惡血。盡化爲水。僅得出腹。始知海帶爲産後補治之物。傳於世人


이를 번역하면 ‘우리 동방에 전하기를, 어떤 사람이 해안가에서 수영하다가 갓 새끼를 낳은 고래에게 삼켜져 고래 뱃속에 들어가 보게 됐다. 고래 뱃속에 미역이 가득 들어찼는데 내장의 모든 악혈이 물로 변해 있었다. 간신히 고래 뱃속에서 나와 미역이 산후조리에 좋다는 것을 알고 세상 사람들에게 알렸다’이다.

언뜻 애매하게 느껴진다.

한편의 전설을 접하는 듯하지만 이로 인해 미역이 산후조리에 특화된 식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고려시대에는 심지어 미역을 생산하는 부락인 藿所(곽소)가 있었다.

앞 부분에서 콩잎을 이야기할 때 콩잎을 가리켜 藿(곽)이라 한다 했다.

그런데 미역의 원 이름 역시 藿(곽).

특히 甘藿(감곽)이라 한다.

미역을 甘藿(감곽)이라 함은 그 맛이 달착지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하튼 위 글에 我東(아동, 우리 동방)이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어느 지역을 의미할까.

이를 위해 조선조 제 4대 임금인 세종 시절 예조참의 이선제의 상소문을 살피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나타난다.

夫藿者, 他國之所無, 獨於東方(독어동방), 處處皆有之。 濟州所産尤繁。 土民之居積致富, 商船之往來販鬻, 皆用此也
미역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것으로서 오직 우리나라에만 곳곳에 다 있사온데, 제주에서 나는 것이 더욱 많아서, 토민이 쌓아 놓고 부자가 되며, 장삿배가 왕래하면서 매매하는 것이 모두 이것이옵니다.

어린 시절 생일이면 어김없이 미역국을 접했는데 미역줄기를 먹은 기억은 없다.

미역줄기는 그저 미역에서 분리하여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지인들에게 물어보자 지인들은 미역줄기 역시 미역과 함께 미역국에 넣어 식용했다고 강변했다.

그런데 1975년 7월30일 <동아일보> 지면에 흥미로운 기사가 등장했다.

간편한 대용식(代用食)이라는 제하로 ‘미역줄기볶음’에 대해 ‘안 먹고 버리는 미역줄기를 소금에 절였다가……’라고 쓰인 대목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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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