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대역전극 노리는 손학규의 '비책' 공개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22 17: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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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없는 드라마 연출해야 본선서 이긴다?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손학규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의 추격이 시간이 갈수록 가속을 붙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에서 서서히 '손풍'이 불기 시작한 것. 이대로 역전에 성공한다면 말 그대로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되는 것이다. 거품기 쫙 뺀 손 후보의 진면목이 이제야 조명을 받기 시작하며 지지율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정치권의 핵심인물들도 손풍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막판 대역전극을 노리며 움직이기 시작한 손 후보의 추격전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의 당내 지지율은 여전히 1위다. 비문(非文)진영 후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산한다 해도 문 후보의 지지율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수치가 이러한데도 문 후보의 대세론은 추진동력이 다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손학규 후보의 캠프는 '저녁이 있는 삶'이란 슬로건으로 일관되고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민평련(민주평화연대)과 DJ민주화 인사, 그리고 당내 대의원들의 합류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손 후보는 '불안한 상수'인 문 후보를 따라잡는 '힘 있는 변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손풍'에 '문풍' 꺼지나 
'대세론'은 곧 '필패론'

손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가 지난 14일 공식 출범했다. 선대위는 전·현직 의원 등 36명으로 구성됐으며 범민주세력의 적통성을 잇는 통합형, 화합형 인선이 특징이라고 캠프 측은 설명했다.

선대위 출범으로 탄력을 받은 손 후보 캠프의 분위기는 여타 민주당 경선후보 캠프보다 분주하고 활기차 보였다. 손 후보 캠프는 '손풍'의 진원지로서 손 후보의 상승세를 여실히 보여주며 문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러한 손 후보의 상승세는 계속 탄력을 받아 '문재인 대세론'이 곧 꺾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 매체는 "원래 대세론은 현실정치에선 약한 고리"라며 "대세론은 언제나 깨지기 마련이다. 당내에서 깨지지 않는 대세론은 결국 본선 패배의 원흉이 됐다. 2002년 이회창 대세론을 깨지 못했던 신한국당은 '노무현 바람'에 처참한 패배를 당했고, 2007년 정동영 후보를 내세웠던 민주당은 '호남필패론'만 재확인했다”며 고착된 문재인 대세론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당내에 불었던 대세론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실제로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이인제 대세론'도 '노무현 대안론'에 무너졌다. 이인제 당시 민주당 경선후보는 '조순형 대세론'을 꺾고 '이인제 역전론'을 일으키며 첫 경선 지역 인천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조직력을 앞세워 민주당 경선판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이 후보는 지지율 30% 내외를 기록하며 상대 진영인 이회창·정몽준 한나라당 후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경선이 진행될수록 지지율 3%의 노 전 대통령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경선 대결은 노 전 대통령과 이 후보 양강 체제로 굳어졌다. 당시에는 오래전부터 대세론을 점해왔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상대로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이런 가운데 경선 초반 한 자릿수 지지율로 보이지도 않던 노 전 대통령이 이인제 후보를 추월하기 시작하면서 이회창 대세론에 대적할 만한 인물로 급부상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이 이인제 대세론을 무너뜨리면서 민주당의 경선은 흥행가도를 달릴 수 있었고 이 '대역전극'은 그대로 본선에 영향을 미처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을 이룰 수 있었다.

바로 이 대목이 손 후보 측이 예의주시하는 부분이다. 손 후보 측이 노리는 대역전극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와 맞설 수 있는 건실한 후보로 급부상해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있다. 문 후보의 대세론을 무너뜨리면 지금 홀대받는 민주당의 경선이 자연스럽게 흥행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손 후보 측의 분석이다.

'당심'은 잡았고 이제는 '민심' 차례
손학규 "문재인 대세론은 이제 없다"

오는 24일 제주를 시작으로 막이 오르는 민주당 대선경선 본선에서 손 후보가 꺼내들 카드는 정책과 조직력으로 압축할 수 있다. 손 후보 정책의 요지는 캠프에서 슬로건으로 내건 저녁이 있는 삶에서 잘 읽을 수 있으며, 이 슬로건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젊은 층의 표심을 흔들고 있다.

손 후보 측 관계자는 "손 후보는 정책개발에 관심을 두고 계속 주력해 왔다"며 "손 후보가 유럽여행 중에 한국에 비해 유럽의 근로자들이 적게 일하면서 임금은 많이 받으며 생활하는 모습을 굉장히 인상 깊게 보았다. 근로시간을 단축해서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자는 아주 자연스러운 바람이 슬로건으로 나타난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손 후보가 내놓은 정책 중에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제와 노동시간 상한제, 청춘연금제도, 전월세 주택 등록제, 고교무상교육제도는 이러한 슬로건을 구현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손 후보는 또 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에서 서울대와 거점 지방 국립대 공동 학위제 운영, 한시법인 '지방분권촉진특별법' 시한 연장, 지역발전정책 추진 총괄기구 신설 등을 주장해 지역정책에 대한 구체성과 정책의지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손 후보 측은 "정책콘텐츠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후보보다도 경쟁력이 있으며, 경선과정에서 이러한 장점이 여실히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손 후보는 정치권의 유명인사, 그리고 당내 의원들과 손을 잡으면서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고 있다. 김근태계 모임인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에서 손 후보가 1위로 뽑힌 데 이어 지난 10일 민평련 인사들이 손 후보의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이번에 손 후보의 캠프에 합류하는 민평련 소속 인사들은 설훈, 우원식, 박완주, 김민기, 이춘석 의원을 비롯해 이기우 전 의원, 김비오 부산 영도위원장, 박우섭 인천 남구갑위원장, 최민화 민평련 운영위원 등 9명이다.

이들은 이날 입장발표문을 내고 "민평련 1등 지지후보인 손 후보가 민주통합당의 후보가 되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는 길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이번에 손 후보 캠프에 합류한 우 의원은 매체를 통해 "손 후보는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충분히 있다"며 "앞으로 토론과 대국민 접촉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고, 손 후보의 입지가 단단해지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규성 민평련 회장은 "손 후보는 저희와 재야운동을 열심히 하신 분이다. 그래서 동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표심 적중 슬로건
유력인사 대거 영입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도 손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임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를 지냈고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실무를 총괄한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친노인사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도 손 후보 캠프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정치권의 추측이 있었다. 손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지사를 영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이 전 지사는 매체를 통해 "민주당 대선경선후보 캠프에서 영입제의를 받았지만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으며 손 후보와 각별한 사이라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손 후보 측은 "손 후보가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민평련 투표 1위와 컷오프 통과를 계기로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손 후보 캠프에 합류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고 말했다.

손 후보의 캠프는 매머드급 인사 영입으로 1차 출정식을 마쳤다. 임 전 장관은 상임고문으로 홍재형 전 국회부의장, 이낙연 의원, 최영희 전 대통령 직속 여성청소년위원장 등 3명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우 의원이 선거대책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선거대책본부는 분야별로 10인의 인사들이 맡고 있으며 홍보미디어본부장에 장세환 전 의원, 정책본부장은 민주정책연구원장을 지낸 박순성 동국대 교수가 각각 맡게 됐다.


손 후보의 핵심 슬로건인 '저녁이 있는 삶'과 '맘 편한 세상'을 각각 이름으로 정한 본부도 구성하고 이춘석·전정희 의원이 각각 총괄하기로 했다. 원내 비서실장은 최원식 의원이, 원외 비서실장은 김영철 전 시민방송 이사장이 각각 담당하기로 했다. 캠프 대변인은 김민기·김유정 공동대변인 체제로 꾸려졌다.

이제부터는 '친손' VS '비손'의 대결
'문-안'의 조합보단 '손-안' 구도로

김유정 대변인은 이날 "이번 인선은 햇볕정책을 추진한 김대중 정부의 대표적 인물인 임 전 장관의 상임고문 영입과 우 의원을 필두로 한 민평련 인사들이 참여한 민생과 통합의 인선"이라고 밝혔다. 손 후보 측은 "손 후보의 캠프는 민평련과 DJ측 그리고 친노세력도 아우르는 조직으로 경선이 시작된다면 응집력은 있지만 확장력이 없는 문 후보를 충분히 압도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경선 대결을 위해 진영을 갖춘 손 후보는 경선에서 50% 이상의 지지를 받아 한판승으로 대통령 후보에 오르지 않는 한 당내 경선 2위로 문 후보와 결선투표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손 후보는 2위 이하 표를 흡수하여 문 후보를 상대로 4:1 싸움을 펼치거나 문 후보와 김두관 후보의 연대를 염두에 둔 3:2의 전략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정치평론가들은 민주당 내 분위기가 손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문 후보가 컷오프 토론회나 연설회 내내 참여정부 필패론으로 공격받는 등 친노 꼬리표가 따라다닌 것이 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매체를 통해 "손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문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며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반노진영에서 2, 3, 4, 5위 후보 간 뭉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우선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당내에선 친노 후보로는 대선을 이길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다"고 말했다.


결선투표를 시작한다면 손 후보가 가장 보수적인 중도성향의 인물로 중도층의 표를 가장 많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평도 있다.

결선투표로
막판 뒤집기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매체를 통해 "손 후보는 민주당 주자 중 가장 보수적이면서도 중도성향에 가까운 인물"이라면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의 표를 가장 많이 가져올 수 있는 후보"라고 평가했다.

그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는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안 원장과의 단일화 과정에서도 '문재인-안철수' 조합보다는 '손학규-안철수' 조합이 낫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영남과 영남, 2030과 2030 등이 겹치는 '문-안'보다는 수도권과 영남, 2030과 50대 이상, 중도의 제곱을 이루는 '손-안' 조합이 경쟁력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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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