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추 라인’ 타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2.07 10:30:37
  • 호수 1300호
  • 댓글 0개

‘총장 지우기’ 협공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이용구 전 법무실장이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돼 출근하기 시작했다. 법조계에선 여권 성향의 이 차관의 합류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강행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 이용구 법무부 차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새 법무부 차관에 이용구 전 법무실장을 내정했다. 청와대는 “법률 전문성은 물론 법무부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기에 검찰개혁 등 법무부 당면 현안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인사의 배경을 밝혔다.

첫 출근
행보 주목

이 차관이 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에 대해 “결과를 예단하지 마시고 지켜봐주시기 바란다”며 “모든 것은 적법한 절차와 법 원칙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이날 기자들이 ‘징계위에 참석할 예정이냐’고 묻자 “제 임무”라고 답하면서 “모든 개혁에는 큰 고통이 따르지만, 특히 이번에는 국민들의 걱정이 많다고 알고 있다”며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모시고 이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해서 개혁 과제를 완수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소통이 막힌 곳은 뚫고 신뢰를 공고히 하는 것이 제 소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여러 중요한 현안이 있다. 그런데 가장 기본인 ‘절차적 정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국가 작용이 적법 절차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요청이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기본”이라며 “판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다시 검토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중립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추 장관이 문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법무실장을 발탁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대통령도 이를 수용했다”며 “다만 문 대통령은 추 장관에게 ‘차관에는 추 장관이 원하는 측근을 임명해도(윤석열 징계위) 징계위원장으로는 그를 임명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 출신
국민의 힘 “임명 철회 촉구”

당초 예정됐던 ‘윤석열 징계위’의 위원장은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이었다. 하지만 고 전 차관은 징계위 개최에 반발해 지난달 30일 추 장관에게 그만두겠다는 뜻을 피력했고, 1일 서울행정법원이 윤 총장의 직무배제 효력 중지 결정을 내리자 곧바로 사의를 표했다. 위원장 공석과 함께 징계위도 오는 10일로 연기됐다.

지난달 30일 사임계를 제출한 고 전 차관은 “소임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이임식 없이 지난 2일 법무부를 떠났다. 법조계에 따르면 고 전차관은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를 통해 사직 인사를 했다.

고 차관은 “이제 공직을 내려놓고자 한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 제 소임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 24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보람된 시간이었다”며 “그동안 저와 함께하거나 인연을 맺은 많은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고 전 차관은 “검찰 구성원 모두가 지혜를 모아 잘 극복해내리라 믿는다”며 “그럴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언급했다. 고 차관은 지난달 30일 “윤 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및 징계청구 등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 이용구 법무부 차관 ⓒ청와대

검사징계법 5조에 따르면 검사 징계심의위원회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이 맡게 돼있다. 다만 추 장관은 징계 청구 당사자라 위원장을 맡을 수 없다. 이럴 경우 추 장관이 징계위원 중 1인을 위원장으로 지정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법무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였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신임 차관 징계위원장 불가 지시는 “대통령이 ‘윤석열 징계위’ 위원장을 직접 임명했다”는 비판을 피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질질∼
징계위 연기

이번 인사에 대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반발하고 나섰다. 하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편을 들어 법무 차관의 후임을 신속하게 임명했다”며 “징계위를 강행해 기어코 윤석열 검찰총장을 쫓아내고야 말겠다는 문 대통령 의도가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원은 추미애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가 헌법 제12조가 정한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고 명시했고 검찰청법과 검사징계법, 형사소송법, 국회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며 “윤 총장 축출 시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이런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 윤 총장 징계를 즉각 중단하고 추 장관을 해임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 차관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인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과 관련,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변호인이었다는 것 자체가 이해충돌 방지에 저촉이 된다”며 “지금이라도 지명을 철회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특히 “아마 추미애 법무부 장관만으로 검찰을 핍박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니 응원군으로 이용구를 보낸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망가지려면 너무 망가지는데 지금이라도 중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차관은 경기 용인시 출생으로 서울 대원고등학교와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노동대학원을 수료했다.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23기로 윤석열 검찰총장, 전임 고 차관과 동기다. 또 1994년 인천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약 20년간 법원에서 재직했다.

이 차관은 2003년 최종영 대법원장 시절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라’며 서열에 따른 인사를 비판했고, 동료 판사들의 ‘연판장’을 돌리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이광범 변호사가 창업한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변호사로 활동했다. 또 판사 시절의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의 핵심 멤버였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3년, “연공서열로만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했다”는 비판 글을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렸다. 또 소장 판사들이 서명 연판장을 돌렸던 ‘4차 사법파동’을 주도했다.  

칼자루 
쥐었다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2차 사법파동의 영향으로 창립한 진보 성향 판사들의 학술 모임이다. 2차 사법파동이란 1988년 6·29 선언 직후 민주화 물결이 거센 가운데 노태우정부가 전두환 정부 시절 임명된 김용철 대법원장이 유임시키자 젊고 개혁적인 판사들이 이에 반대해 사법부 수뇌부의 개편을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한 사건이다.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였던 이 차관은 당시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에 가르친 제자들이 공익 전담 변호사가 돼 힘들게 활동하고 좌절하는 것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단체 창립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법연구회의 회원은 노무현정부 당시 140여명에 이르렀으며 박시환 대법관, 강금실 법무부 장관, 김종훈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 이 단체 회원들이 요직에 발탁됐다. 이로 인해 법원 내 사조직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논란 끝에 2010년 해체됐다.

또 2016년 말 대통령 탄핵심판 소추위원 대리인에 합류했다. 당시 변호사였던 이 차관은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맡아 박 전 대통령이 국민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파면 사유로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다만 김이수, 이진성 두 재판관이 ‘대통령이 성실의무를 져버렸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는 법무부 ‘탈검찰화’ 기조에 따라 2017년 8월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명됐는데, 당시에도 50년간 검사가 독점해 온 법무실장에 외부 인사가 영입된 것은 처음이었다. 법무실장 시절이던 지난해 12월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내정되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을 맡을 만큼 추 장관의 측근으로 꼽힌다.

당시 청문회 준비단에는 이종근 검찰개혁 추진지원단 부단장, 심재철 서울 남부지검 1차장 검사가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추 장관 취임 이후 각각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검 형사부장(이종근), 법무부 검찰국장(심재철)을 맡아 ‘추미애 핵심 라인’ 검사들로 활약했다.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의 아내가 추 장관의 지시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면 감찰 조사를 시도하고 수사 의뢰를 주도했던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다.

법률 전문성 인정받아 단행
추미애 장관 측근으로 평가


한편 ‘고위공직자에 1주택자를 우선적으로 앉힌다’는 청와대 인선 기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차관이 집 한 채를 매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차관은 강남 아파트를 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놨다. 다주택자를 적대시하는 문정부에서 고위 공직자가 됐음에도 2년 반 이상 팔지 않고 버텨온 아파트 2채 중 1채였다. 호가(呼價)대로 팔릴 경우 8억5000만원 시세차익을 본다. 매입 4년 만이다.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이 차관 아내 명의의 서울 도곡동 A아파트(34평형)가 이날 중개업소에 매물로 나왔다. 이 차관 측이 요구한 가격은 16억9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시세보다 특별히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가격”이라고 평가했다.
 

이 아파트는 투자용으로 보인다. 이 차관 부부는 서초동에 B아파트(50평형)를 가지고 있는 상태였던 2016년 2월, 8억4000만원을 주고 A아파트를 샀다. 집값 상승기 초입이었다. 이 집에사는 세입자는 월세를 120만원씩 이 내정자 부부에게 낸다. 월세 계약 기간이 2022년 상반기까지여서 당장 입주가 가능한 다른 아파트보다 5000만원 정도 싸다.

이 차관이 부른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면 4년여 만에 8억5000만원, 매입가의 100%가 넘는 이익을 본다. 도곡동 아파트를 팔더라도 이 차관 부부에겐 서초동 아파트 한 채가 남는다. 2014년 12억5000만원에 매입한 서초동 아파트도 현 시세는 25억원으로, 매입가격 대비 이익률이100%다.

이 차관 부부에게는 또 다른 부동산이 있다. 본인과 아내, 두 딸 각각의 명의로 경기도 용인의 땅(임야) 총 300평가량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 예금 16억원이 있고, 본인 명의의 그랜저 1대, 부부 명의의 독일제 아우디 A6 한 대가 있다고 신고했다.

아파트 2채
용인 땅도

앞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8월에도 차관급 인사를 발표하면서 “1주택은 청와대뿐만 아니라 정부부처 인사의 뉴노멀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도 차관급 인사를 발표하면서 다주택자가 임명되자 “처분 의사를 확인하고 인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차관이 다주택자라는 점에 대해 “매각 의사를 확인했다”며 인사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이용구 차관 법조계 우려 왜?

이용구 차관 취임 소식을 법조계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본다.

청와대는 이를 “징계위의 중립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이 차관이 월성 1호기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백운규 전 장관의 변호인이었던 점을 들면서 “원전 의혹을 부정하는 변호 활동을 해온 법조인을 윤 총장 해임 과정에 참여하도록 한 것 자체가 문제인데 위원장을 안 맡긴다고 중립성이 지켜지느냐.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청와대로선 고 차관 사의 표명 하루 만에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자 비(非)검찰 출신인 이 내정자를 발탁한 만큼,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이 차관은 월성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백운규 전 장관의 변호인이었다. ‘원전 의혹’을 부정하는 변호 활동을 해온 법조인이 법무차관으로 가게 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전형적인 이해 충돌이자 사실상 ‘정권 수사 저지’ 목적의 인사”라며 “대통령이 이를 모르고 이 변호사를 임명했겠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차관은 지난해 9월 감사원이 월성 원전 감사에 착수한 이후 선임계를 정식 제출했고, 최근 검찰 조사 단계까지 백 전 장관의 변호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은 지난달 초 대전지검이 백 전 장관 자택을 압수 수색할 때 현장에 있었고, 백 전 장관 휴대전화 등에 대한 검찰의 디지털 포렌식(복구)에도 참관했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이 차관은) 월성 사건 전반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인물”이라고 했다. 이 차관은 이날 대한변협에 휴업계를 냈다.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월성 원전 사건 변호인을 차관으로 투입해 징계위원으로 투입하는 건 정말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현 집권 세력이 태도를 바꿔 검찰총장을 공격하게 된, 계기가 된 조국 전 장관 수사와 관련해 (이 차관이)어떤 입장을 보이셨는지에 대해 검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이 파다하다”고 했다. <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