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추 라인’ 타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2.07 10:30:37
  • 호수 13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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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지우기’ 협공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이용구 전 법무실장이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돼 출근하기 시작했다. 법조계에선 여권 성향의 이 차관의 합류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강행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 이용구 법무부 차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새 법무부 차관에 이용구 전 법무실장을 내정했다. 청와대는 “법률 전문성은 물론 법무부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기에 검찰개혁 등 법무부 당면 현안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인사의 배경을 밝혔다.

첫 출근
행보 주목

이 차관이 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에 대해 “결과를 예단하지 마시고 지켜봐주시기 바란다”며 “모든 것은 적법한 절차와 법 원칙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이날 기자들이 ‘징계위에 참석할 예정이냐’고 묻자 “제 임무”라고 답하면서 “모든 개혁에는 큰 고통이 따르지만, 특히 이번에는 국민들의 걱정이 많다고 알고 있다”며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모시고 이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해서 개혁 과제를 완수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소통이 막힌 곳은 뚫고 신뢰를 공고히 하는 것이 제 소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여러 중요한 현안이 있다. 그런데 가장 기본인 ‘절차적 정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국가 작용이 적법 절차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요청이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기본”이라며 “판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다시 검토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중립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추 장관이 문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법무실장을 발탁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대통령도 이를 수용했다”며 “다만 문 대통령은 추 장관에게 ‘차관에는 추 장관이 원하는 측근을 임명해도(윤석열 징계위) 징계위원장으로는 그를 임명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 출신
국민의 힘 “임명 철회 촉구”

당초 예정됐던 ‘윤석열 징계위’의 위원장은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이었다. 하지만 고 전 차관은 징계위 개최에 반발해 지난달 30일 추 장관에게 그만두겠다는 뜻을 피력했고, 1일 서울행정법원이 윤 총장의 직무배제 효력 중지 결정을 내리자 곧바로 사의를 표했다. 위원장 공석과 함께 징계위도 오는 10일로 연기됐다.

지난달 30일 사임계를 제출한 고 전 차관은 “소임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이임식 없이 지난 2일 법무부를 떠났다. 법조계에 따르면 고 전차관은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를 통해 사직 인사를 했다.

고 차관은 “이제 공직을 내려놓고자 한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 제 소임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 24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보람된 시간이었다”며 “그동안 저와 함께하거나 인연을 맺은 많은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고 전 차관은 “검찰 구성원 모두가 지혜를 모아 잘 극복해내리라 믿는다”며 “그럴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언급했다. 고 차관은 지난달 30일 “윤 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및 징계청구 등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 이용구 법무부 차관 ⓒ청와대

검사징계법 5조에 따르면 검사 징계심의위원회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이 맡게 돼있다. 다만 추 장관은 징계 청구 당사자라 위원장을 맡을 수 없다. 이럴 경우 추 장관이 징계위원 중 1인을 위원장으로 지정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법무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였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신임 차관 징계위원장 불가 지시는 “대통령이 ‘윤석열 징계위’ 위원장을 직접 임명했다”는 비판을 피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질질∼
징계위 연기

이번 인사에 대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반발하고 나섰다. 하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편을 들어 법무 차관의 후임을 신속하게 임명했다”며 “징계위를 강행해 기어코 윤석열 검찰총장을 쫓아내고야 말겠다는 문 대통령 의도가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원은 추미애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가 헌법 제12조가 정한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고 명시했고 검찰청법과 검사징계법, 형사소송법, 국회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며 “윤 총장 축출 시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이런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 윤 총장 징계를 즉각 중단하고 추 장관을 해임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 차관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인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과 관련,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변호인이었다는 것 자체가 이해충돌 방지에 저촉이 된다”며 “지금이라도 지명을 철회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특히 “아마 추미애 법무부 장관만으로 검찰을 핍박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니 응원군으로 이용구를 보낸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망가지려면 너무 망가지는데 지금이라도 중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차관은 경기 용인시 출생으로 서울 대원고등학교와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노동대학원을 수료했다.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23기로 윤석열 검찰총장, 전임 고 차관과 동기다. 또 1994년 인천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약 20년간 법원에서 재직했다.

이 차관은 2003년 최종영 대법원장 시절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라’며 서열에 따른 인사를 비판했고, 동료 판사들의 ‘연판장’을 돌리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이광범 변호사가 창업한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변호사로 활동했다. 또 판사 시절의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의 핵심 멤버였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3년, “연공서열로만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했다”는 비판 글을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렸다. 또 소장 판사들이 서명 연판장을 돌렸던 ‘4차 사법파동’을 주도했다.  

칼자루 
쥐었다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2차 사법파동의 영향으로 창립한 진보 성향 판사들의 학술 모임이다. 2차 사법파동이란 1988년 6·29 선언 직후 민주화 물결이 거센 가운데 노태우정부가 전두환 정부 시절 임명된 김용철 대법원장이 유임시키자 젊고 개혁적인 판사들이 이에 반대해 사법부 수뇌부의 개편을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한 사건이다.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였던 이 차관은 당시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에 가르친 제자들이 공익 전담 변호사가 돼 힘들게 활동하고 좌절하는 것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단체 창립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법연구회의 회원은 노무현정부 당시 140여명에 이르렀으며 박시환 대법관, 강금실 법무부 장관, 김종훈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 이 단체 회원들이 요직에 발탁됐다. 이로 인해 법원 내 사조직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논란 끝에 2010년 해체됐다.

또 2016년 말 대통령 탄핵심판 소추위원 대리인에 합류했다. 당시 변호사였던 이 차관은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맡아 박 전 대통령이 국민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파면 사유로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다만 김이수, 이진성 두 재판관이 ‘대통령이 성실의무를 져버렸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는 법무부 ‘탈검찰화’ 기조에 따라 2017년 8월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명됐는데, 당시에도 50년간 검사가 독점해 온 법무실장에 외부 인사가 영입된 것은 처음이었다. 법무실장 시절이던 지난해 12월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내정되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을 맡을 만큼 추 장관의 측근으로 꼽힌다.

당시 청문회 준비단에는 이종근 검찰개혁 추진지원단 부단장, 심재철 서울 남부지검 1차장 검사가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추 장관 취임 이후 각각 검사장으로 승진하며 대검 형사부장(이종근), 법무부 검찰국장(심재철)을 맡아 ‘추미애 핵심 라인’ 검사들로 활약했다.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의 아내가 추 장관의 지시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면 감찰 조사를 시도하고 수사 의뢰를 주도했던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다.

법률 전문성 인정받아 단행
추미애 장관 측근으로 평가


한편 ‘고위공직자에 1주택자를 우선적으로 앉힌다’는 청와대 인선 기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차관이 집 한 채를 매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차관은 강남 아파트를 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놨다. 다주택자를 적대시하는 문정부에서 고위 공직자가 됐음에도 2년 반 이상 팔지 않고 버텨온 아파트 2채 중 1채였다. 호가(呼價)대로 팔릴 경우 8억5000만원 시세차익을 본다. 매입 4년 만이다.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이 차관 아내 명의의 서울 도곡동 A아파트(34평형)가 이날 중개업소에 매물로 나왔다. 이 차관 측이 요구한 가격은 16억9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시세보다 특별히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가격”이라고 평가했다.
 

이 아파트는 투자용으로 보인다. 이 차관 부부는 서초동에 B아파트(50평형)를 가지고 있는 상태였던 2016년 2월, 8억4000만원을 주고 A아파트를 샀다. 집값 상승기 초입이었다. 이 집에사는 세입자는 월세를 120만원씩 이 내정자 부부에게 낸다. 월세 계약 기간이 2022년 상반기까지여서 당장 입주가 가능한 다른 아파트보다 5000만원 정도 싸다.

이 차관이 부른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면 4년여 만에 8억5000만원, 매입가의 100%가 넘는 이익을 본다. 도곡동 아파트를 팔더라도 이 차관 부부에겐 서초동 아파트 한 채가 남는다. 2014년 12억5000만원에 매입한 서초동 아파트도 현 시세는 25억원으로, 매입가격 대비 이익률이100%다.

이 차관 부부에게는 또 다른 부동산이 있다. 본인과 아내, 두 딸 각각의 명의로 경기도 용인의 땅(임야) 총 300평가량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 예금 16억원이 있고, 본인 명의의 그랜저 1대, 부부 명의의 독일제 아우디 A6 한 대가 있다고 신고했다.

아파트 2채
용인 땅도

앞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8월에도 차관급 인사를 발표하면서 “1주택은 청와대뿐만 아니라 정부부처 인사의 뉴노멀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도 차관급 인사를 발표하면서 다주택자가 임명되자 “처분 의사를 확인하고 인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차관이 다주택자라는 점에 대해 “매각 의사를 확인했다”며 인사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이용구 차관 법조계 우려 왜?

이용구 차관 취임 소식을 법조계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본다.

청와대는 이를 “징계위의 중립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이 차관이 월성 1호기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백운규 전 장관의 변호인이었던 점을 들면서 “원전 의혹을 부정하는 변호 활동을 해온 법조인을 윤 총장 해임 과정에 참여하도록 한 것 자체가 문제인데 위원장을 안 맡긴다고 중립성이 지켜지느냐.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청와대로선 고 차관 사의 표명 하루 만에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자 비(非)검찰 출신인 이 내정자를 발탁한 만큼,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이 차관은 월성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백운규 전 장관의 변호인이었다. ‘원전 의혹’을 부정하는 변호 활동을 해온 법조인이 법무차관으로 가게 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전형적인 이해 충돌이자 사실상 ‘정권 수사 저지’ 목적의 인사”라며 “대통령이 이를 모르고 이 변호사를 임명했겠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차관은 지난해 9월 감사원이 월성 원전 감사에 착수한 이후 선임계를 정식 제출했고, 최근 검찰 조사 단계까지 백 전 장관의 변호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은 지난달 초 대전지검이 백 전 장관 자택을 압수 수색할 때 현장에 있었고, 백 전 장관 휴대전화 등에 대한 검찰의 디지털 포렌식(복구)에도 참관했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이 차관은) 월성 사건 전반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인물”이라고 했다. 이 차관은 이날 대한변협에 휴업계를 냈다.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희도 청주지검 형사1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월성 원전 사건 변호인을 차관으로 투입해 징계위원으로 투입하는 건 정말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현 집권 세력이 태도를 바꿔 검찰총장을 공격하게 된, 계기가 된 조국 전 장관 수사와 관련해 (이 차관이)어떤 입장을 보이셨는지에 대해 검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이 파다하다”고 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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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