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뒤엎은 무명 선수들의 반란

인고의 세월 날려버린 첫 감격

최고 권위의 남녀 투어 대회에서 잇따른 무명 선수들의 반란이 목격됐다. 대회 시작 전에 이들의 선전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승리를 향한 갈망은 이들을 더 높은 곳으로 인도했다.
 

멜 리드(잉글랜드)는 지난달 5일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시뷰 호텔 앤 골프클럽 베이 코스(파71)에서 열린 숍라이트 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4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우승 상금 19만5000달러(약 2억2000만원)를 받은 그는 상금랭킹 13위(35만1373달러)로 올라섰다.

주인공 되다

지난 9월21일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 때 2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으나 2오버파 74타를 적어내는 부진 끝에 역전패를 당했던 리드는 두 번째로 찾아온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1타차 불안한 선두로 맞은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리드는 고비 때마다 버디 퍼트와 파퍼트를 집어넣는 집중력을 발휘한 끝에 2타차 완승을 했다.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에서 6차례나 우승한 리드는 30세의 나이에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2017년 LPGA 투어에 뛰어들어 ‘베테랑 루키’로 관심을 끌었던 선수다. 미국과 유럽의 여자 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에 3차례나 출전한 관록에도 LPGA 투어 연착륙은 쉽지 않았다. 우승은커녕 준우승조차 없었고, 지난해까지 3시즌 동안 상금랭킹 60위 이내에 든 적도 없다.

올해도 시즌 초반에는 컷 탈락과 하위권을 전전했지만, 지난달 ANA 인스피레이션 공동 7위에 이어 캄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우승 경쟁을 벌인 끝에 공동 5위에 오르는 상승세를 타더니 생애 첫 우승까지 손에 넣었다.


6, 7번 홀 연속 보기로 제니퍼 송에게 선두를 내줬던 리드는 8, 9번 홀 연속 버디로 단독 선두를 되찾았고, 11, 12번 홀에서 또 한 번 연속 버디로 4타차까지 달아났다. 가장 어렵다는 15번 홀(파3)에서 5m 파퍼트를 집어넣은 리드는 17번 홀(파3)에서 1타를 잃어 2타차로 쫓겼지만 18번 홀(파5) 버디로 쐐기를 박았다.

1타차 공동 2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신인 제니퍼 컵초(미국)는 3타를 줄인 끝에 2위(17언더파 267타)에 만족해야 했다. 컵초와 함께 1타차 공동 2위였던 미국교포 제니퍼 송(한국 이름 송민영)은 2언더파 69타를 쳐 3위(16언더파 268타)에 올랐다.

제이슨 코크랙(미국)은 지난달 19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리크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더 CJ컵(총상금 975만달러) 대회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33번째 대회 출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관록의 루키’ 리드 첫 LPGA 우승
제이슨 코크랙 233번째 도전 끝에…

마지막 날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만 8개를 몰아쳐 8언더파 64타를 기록해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의 성적을 낸 코크랙은 18언더파 270타의 잰더 쇼플리(미국)를 2타 차로 따돌렸다. 우승 상금은 175만5000달러(약 20억원)다.

2012년 PGA 투어에 입문한 코크랙은 이 대회 전까지 232개 PGA 투어 대회에 출전해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었다. 준우승 세 번이 최고 성적이었던 그는 233번째 도전 만에 드디어 우승의 숙원을 풀었다.

PGA 투어 멤버 자격을 갖춘 2012년부터 따져서는 8년간 231번째 도전이었다. 2012년부터 PGA 투어에서 우승 없이 가장 많은 대회에 출전한 사례는 데이비드 헌(캐나다)이 231개 대회, 코크랙과 캐머런 트링갈리(미국)가 나란히 230개 대회 순이었다.


그는 PGA 투어 데뷔 이전인 2007년과 2011년에도 한 차례씩 대회에 나왔다. 2부 투어에서는 2011년에 두 번 정상에 오른 경력이 있다.

코크랙은 공동 선두를 달리던 쇼플리가 16번 홀(파5)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치우치는 바람에 1타를 잃어 단독 1위가 됐고, 마지막 18번 홀(파5) 버디로 2타 차로 달아나며 쐐기를 박았다.

한편 티럴 해턴(잉글랜드)과 러셀 헨리(미국)가 나란히 17언더파 271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2017년과 지난해 우승자인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8언더파 280타를 쳐 공동 12위, 2018년에 우승한 브룩스 켑카(미국)는 5언더파 283타로 공동 28위에 올랐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6언더파 282타를 쳐 공동 21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선수로는 김시우가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의 기록으로 공동 17위에 올라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안병훈이 3언더파 285타로 공동 42위, 임성재는 2언더파 286타로 공동 45위에 랭크됐다.

2017년 창설된 국내 유일의 PGA 투어 대회인 더 CJ컵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제주도에서 열렸고,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미국으로 개최 장소를 옮겼다. 2021년 10월로 예정된 다음 대회는 경기도 여주의 해슬리 나인브릿지에서 열릴 예정이다.

앨리 맥도널드(미국)는 지난달 26일 미국 조지아주 그린즈버러의 그레이트 워터스 골프코스(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드라이브온 챔피언십-레이놀즈 레이크 오코니(총상금 130만달러) 대회에서 데뷔 5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맥도널드는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정상에 올랐다. 

맥도널드, 데뷔 5년 만에 승전보
이소미, 휴엔케어 생애 첫 우승

2016년 LPGA 투어에 입문해 지난 4년 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올해도 톱10 한번 없이 상금랭킹 36위에 머물렀던 맥도널드는 이번이 첫 우승이다. 우승 상금은 19만5000달러(약 2억2000만원).

맥도널드는 수준급 장타력에 그린 적중률 10위(72.5%)에 오를 만큼 샷은 좋지만, 투어 120위(30.78개)에 그친 퍼트 때문에 애를 태웠다. 그린 적중 때 평균 퍼트 역시 72위(1.83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맥도널드의 그린 플레이는 전과 달랐다. 1라운드 30개에서 2라운드 28개, 그리고 3라운드에서는 25개의 퍼트로 그린에서 펄펄 날았다. 뜨거운 퍼트 덕에 난생처음 3라운드 선두에 오른 맥도널드는 최종 라운드에서도 견고한 퍼트로 대니엘 강의 맹추격을 따돌렸다.

맥도널드는 10∼12번 홀에서 3연속 버디로 4타차 선두를 달리는 등 낙승이 예상됐지만, 통산 5승에 올해 2차례나 우승한 세계랭킹 5위 대니엘 강(한국 이름 강효림)은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다. 대니엘 강이 4m 버디 퍼트를 넣은 13번 홀(파4)에서 맥도널드는 2m 파퍼트를 놓치면서 추격의 빌미를 내줬다. 대니엘 강은 14번 홀(파3)에서 5m 버디 퍼트에 성공해 1타차로 좁혀왔다.

대니엘 강이 15번 홀(파4) 그린을 놓친 뒤 1.5m 파퍼트를 넣지 못해 한숨을 돌린 맥도널드는 16번 홀(파4) 2m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3타차로 달아나 우승 굳히기에 들어갔다. 맥도널드는 17번 홀(파3)에서 1타를 잃었지만 18번 홀(파5)을 편하게 파로 막아내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편 300야드를 날리는 괴력의 장타 신인 비앙카 파그단가난(필리핀)은 2타를 줄여 3위(14언더파 274타)를 차지했다. 최운정은 이븐파 72타를 쳐 공동 20위(6언더파 282타)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이소미가 반란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이소미는 지난달 25일 전남 영암의 사우스링스 영암 컨트리클럽 카일 필립스 코스(파72·6420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휴엔케어 여자오픈(총상금 8억원)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억4400만원.

이소미는 단독 선두였던 최혜진에게 1타 뒤진 단독 2위로 3라운드를 출발했지만, 최혜진이 타수를 줄이지 못한 사이 공격적으로 버디를 잡아내며 정상의 자리를 꿰찼다. 이소미는 3번 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고 8번 홀(파5)과 9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의 발판을 놓았다.

12번 홀(파4) 버디를 13번 홀(파4) 보기로 맞바꿨지만, 14번 홀(파3) 버디로 다시 만회했다. 18번 홀(파4)에서는 버디 퍼트를 놓친 뒤 반드시 파 퍼트에 성공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김보아가 1타 차로 추격하고 있어 보기를 적어내면 연장전으로 끌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소미는 강풍 속에서도 침착하게 파 퍼트를 넣으며 생애 첫 우승의 순간을 만끽했다. 이 대회는 4라운드 72홀 대회지만, 지난 23일 대회가 강풍으로 취소된 바람에 3라운드 54홀 대회로 축소됐다. 지난 9월 같은 코스에서 열린 팬텀 클래식에서 1·2라운드 선두를 달리다가 막판 부진으로 우승을 놓쳤으나, 한 달 뒤 짜릿한 역전 우승으로 설욕 씻기에 성공했다. 

기다림 끝에…


2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마쳤던 최혜진은 이날 이븐파 72타에 그쳐 최종합계 6언더파 210타로 이다연, 유해란과 함께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최혜진은 1·2라운드 선두를 달려 시즌 첫 승, 통산 8호 우승을 ‘와이어 투 와이어’로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지만, 마지막 날 선두 유지에 실패했다. 최혜진은 지난해 5승을 올리며 상금왕과 대상, 평균 타수 1위, 다승왕을 휩쓸었지만, 올해는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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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