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 있는 섬 ①기점·소악도

종교와 예술이 어우러진 순례자의 섬

▲ 종교와 예술이 어우러진 기점·소악도

신안군에 접어들자 ‘1004섬’이란 표지가 눈에 띈다. 군내 1004개 섬이 있다는 의미다. 섬이 많아 불편하던 지역적 한계를 오히려 매력 요소로 부각한 지역 브랜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천사(天使)와 발음이 같아서 ‘천사의 섬’ ‘섬의 천국’이란 수식어도 붙었다. 이런 표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섬이 탄생했다. 최근 순례자의길로 화제를 모은 기점·소악도다.

▲ ‘섬티아고’로 다시 태어난 기점·소악도의 순례자의길 표지판

기점·소악도는 2017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됐다. 전남엔 무려 2200여개의 섬이 흩어져 있는데, 각 섬의 독특한 해양자원을 발굴하는 이 사업에서 기점·소악도는 스페인의 산티아고를 본뜬 ‘섬티아고’로 다시 태어났다.

주민 대다수가 기독교인이고, 이웃한 증도에 한국 기독교 최초 여성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지가 자리한 데서 착안했다.

▲ 우리나라와 프랑스, 스페인의 건축·미술가들이 머물던 숙소

섬티아고

우리나라와 프랑스, 스페인의 건축·미술가들이 기점·소악도에 머물며 열두 제자를 모티프로 작은 예배당을 지었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까지 이어지는 순례자의길은 이렇게 완성된 예배당 12곳을 따라 총 12km를 걷는다.

▲ 야고보의집으로 향하는 어린 순례자

대기점도선착장에 자리한 건강의집(베드로)을 시작으로 생각하는집(안드레아), 그리움의집(야고보), 생명평화의집(요한), 행복의집(필립)을 거쳐 소기점도로 넘어가면 감사의집(바르톨로메오)과 인연의집(토마스)이 반겨준다. 소기점도와 소악도 사이에 자리한 기쁨의집(마태오)을 지나 소악도 소원의집(작은야고보)을 보고, 진섬에서 칭찬의집(유다다대오)과 사랑의집(시몬)을 만난다.


마지막으로 딴섬에 홀로 자리한 지혜의집(가롯유다)까지 둘러보면 순례자의길을 완주한 셈이다. 어른 걸음으로 3시간 이상 걸리는 코스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순례길에 비하면 짧은 거리지만, 각 예배당의 건축미를 감상하며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스테인드글라스로 다채로운 색감을 빚어내는 바르톨로메오의집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해와 달로 형상화한 안드레아의집, 스테인드글라스로 예배당을 지어 해의 위치에 따라 다채로운 색감을 빚어내는 바르톨로메오의집, 프로방스풍 오두막에 오래된 목재를 이용해 동서양이 어우러진 작은야고보의집은 건축을 넘어 종교적 의미까지 돌아보게 한다.

▲ 프랑스 남부의 정취를 담은 필립의집

파란 지붕과 하얀 외벽이 그리스 산토리니를 떠올리게 하는 베드로의집, 붉은 벽돌과 삼나무 등을 활용해 프랑스 남부의 정취를 담은 필립의집, 러시아정교회의 황금빛 양파 모양 지붕이 인상적인 마태오의집처럼 이국의 정취가 느껴지는 예배당도 눈길을 끈다.

열두 제자 중 한 명이지만 은화 30냥에 예수를 배반한 가롯유다의집은 사람이 살지 않는 외딴섬에 지어 순례길의 무게를 더한다.

▲ 밀물이면 사라지는 노두

순례자의길을 걸을 때 유의할 점은 노두다. 섬과 섬을 잇는 노두는 밀물이면 사라지는데, 이때 무리해서 건너면 위험하다. 적어도 3~4시간 뒤 썰물에 건너야 한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소기점도와 소악도, 소악도와 진섬이 노두로 연결된다. 섬을 방문하기 전에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 예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대기점도선착장에 있는 전기자전거 대여소

하루 일정이라면 소악도선착장에서 내려 대기점도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효율적이다. 노두를 먼저 건너고 예배당이 가장 많은 대기점도를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대기점도선착장에 내려 전기자전거를 빌려도 좋다. 예배당 12곳을 차례로 둘러본 뒤 소악도에서 반납하고 여객선에 바로 오를 수 있다.

2017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 선정
프랑스·스페인 건축·미술가들 머물러


섬 내 편의 시설은 마을에서 운영하는 식당과 게스트하우스, 카페가 전부다. 물 한 병을 사려고 해도 이곳에 가야 한다. 마실 물과 간식을 준비하고, 이왕이면 섬에서 하룻밤 묵어가는 여유로운 일정을 추천한다.

▲ SNS에서 인기 있는 암태도 할머니와 할아버지 벽화

지난해 개통한 천사대교는 신안군 압해읍과 암태면을 잇는다. 접근성이 좋아진 덕분에 암태도와 자은도, 반월·박지도가 새롭게 주목받는다. 암태도는 SNS에서 인기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벽화가 유명하다. 담벼락에 그린 할머니의 파마머리가 마당에 심은 애기동백나무와 묘하게 어우러진다. 앙증맞은 벽화가 인기를 끌자, 그 옆에 할아버지 얼굴도 그렸다. 여행객이 줄 서서 사진 찍는 명소다.

▲ 자은도 둔장해변에 놓인 무한의다리

자은도에는 무한의다리(Ponte Dell’ Infinito)가 있다. 둔장해변에 놓인 이 다리는 무인도인 구리도와 고도, 할미도를 차례로 연결한다.

천사의 섬 신안답게 총 길이도 1004m다.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조각가 박은선이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함으로써 지속적인 발전을 꿈꾸는 마음을 담아 이름 지었다. 다리의 건축미도 뛰어나지만, 그 배경이 되는 푸른 하늘과 갯벌, 수많은 생명체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 퍼플섬 반월·박지도에 만발한 숙근아스타

무한의다리

반월·박지도는 보랏빛 섬으로 변신했다.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는 물론 마을 지붕과 도로, 심지어 마을식당에서 사용하는 그릇까지 온통 보라색이다. 보라색 옷을 입은 여행객은 입장료 무료 혜택을 준다. 여름에는 라벤더, 가을엔 숙근아스타가 만발해 보랏빛 낭만을 더한다. 도보나 자전거 통행만 가능하고, 마을에서 운영하는 식당과 호텔이 있어 느긋하게 돌아보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기점·소악도 순례자의길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기점·소악도 순례자의길 
둘째 날: 암태도 할머니와 할아버지 벽화→자은도 무한의다리→퍼플섬 반월·박지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신안군 문화관광 http://tour.shinan.go.kr
- 전남가고싶은섬 www.jndadohae.com
- 기점·소악도 www.기점소악도.com
- 국립해양조사원 스마트 조석예보 www.khoa.go.kr/swtc/main.do
- 반월·박지도 www.반월박지도.com 

문의 전화
- 신안군청 가고싶은섬팀 061)240-8687
- 기점·소악도게스트하우스 061)246-1245 

대중교통
[버스] 서울-목포,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2~16회(05:35~다음 날 01:00) 운행, 약 3시간50분 소요. 목포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5번 일반버스 이용, 삽진산단입구 정류장 하차, 삽진산단건너 정류장에서 신안130번 농어촌버스 환승, 송공항 정류장 하차, 약 1시간30분 소요. 송공여객선터미널에서 기점·소악도행 여객선 하루 4회(06:50~15:30) 운항, 약 1시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 hticket.co.kr, 목포종합버스터미널 1544-6886, 해진해운 061) 279-4222 
[기차] 용산역-목포역, KTX 하루 18회(05:10~22:25)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서울역-목포역, KTX 하루 7회(06:20~19:3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목포역에서 120m 이동, 차없는거리 정류장에서 신안130번 농어촌버스 이용, 송공항 정류장 하차, 약 1시간10분 소요. 송공여객선터미널에서 기점·소악도행 여객선 하루 4회(06:50~15:30) 운항, 약 1시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해진해운 061)279-4222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목포톨게이트→산정교차로에서 신안 방면→신장교차로에서 천사대교·송공리선착장 방면→에서 송공항 방면→송공여객선터미널


숙박 정보
- 기점·소악도게스트하우스: 증도면 소악길, 061)246-1245, www.기점소악도.com 
- 노두길민박: 증도면 기점길, 010-3726 -9929, https://blog.naver.com/54321no 
- 박지마을호텔: 안좌면 박지도길, 061)262-3003, www.반월박지도.com

식당 정보
- 기점·소악도마을식당(낙지비빔밥·김전): 증도면 소악길, 061) 246-1245 
- 반월마을식당(정식·낙지탕탕이): 안좌면 반월도길, 061)275-7019 
- 박지마을식당(낙지연포탕·낙지볶음): 안좌면 박지도길, 061)271-3330

주변 볼거리
저녁노을미술관, 1004뮤지엄파크, 신안 김환기 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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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