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재단설립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20 10: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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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재단 생트집에 청계재단 불똥 튈라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지난 2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기부재단인 '안철수재단' 설립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흡사 '대권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6개월여가 지난 지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안철수재단의 활동에 제동을 걸어 논란이 들끓고 있다. 그동안 정치인의 재단활동을 묵인했던 선관위의 '예비정치인'에 대한 최초 제재였다.

선관위는 최근 유력 대선주자의 이름을 딴 '안철수재단'의 기부행위가 공직선거법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를 두고 "선관위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는다면 결국 민주주의가 흔들리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선관위가 공정한 판단을 하기를 기대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선관위의 결정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생뚱맞은 활동불가

"안 원장이 재단운영에 관여하지 않더라도 안철수재단 이름으로 기부를 하거나 금품을 제공하면 받는 이들은 '입후보 예정자'가 주는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선관위의 안철수재단에 대한 활동불가 결정 이유였다.

이어 "안철수재단이 대선 전에 기부활동을 하려면 재단이름을 바꾸고, 재단이 기부행위를 하더라도 안 원장이 주는 것으로 추정할 수 없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모호한 기준을 내놓았다.

이러한 선관위의 판결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연이어 제기됐다. 안 원장의 대선출마가 아직 기정사실화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단의 활동을 선거운동으로 판단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안 원장은 재단운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대선출마 예정자가 기부자라고 재단의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비난도 잇따랐다.

반면 한 언론 관계자는 "우리는 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에 대한 제재가 강하다"며 당연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안 원장은 실제적인 대권 1, 2위 후보가 아니냐. 야당에서는 선관위 결정에 비판적이지만 (예고는) 적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선관위의 결정이 편파적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가 이사장으로 있었던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도 입방아에 올랐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정치적으로 강탈된 정수장학회에서 박 후보는 10년 동안 이사장으로 재직했다"며 "정수장학회는 원래의 부일장학회로 돌아가든지 사회환원을 하든지 해야 한다. 이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박 후보 측이 안철수재단을 비판하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장물' 논란 역사는 벌써 반세기를 지나고 있다. 재산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고사하고 이름에 걸맞은 장학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안철수재단에 대한 선관위의 제재로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이 수면위로 올라오자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재단도 거론되며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청계재단으로 몸살을 앓으면서도 확실히 단절하지 못하는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뒷말이다.


우선 정치인들이 재단을 설립하고 자신의 재산을 사회 환원 명목으로 기부하면 국가의 감시를 피한 채 수월하게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분석이다.

또한 공익목적으로 설립된 재단은 세제혜택을 받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세금 탈루도 가능하고 자연스레 명예도 뒤따라와 정치인들은 여론의 지탄을 받더라도 재단을 놓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근혜의 정수장학회·육영재단은 가만히 두고 왜?
권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허울 좋은 '사회 환원'
세금 안내고, 감사 피하고, 재산 지키고, 명예까지

실제로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재단의 홈페이지에는 회계내역을 확인할 수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상임이사를 맡았던 '아름다운 재단'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김대중기념사업회'는 현재 모든 회계내역과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청계재단은 이 대통령의 331억원 출연자산으로 설립된 재단이다. 청계재단의 이사진들도 모두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구성돼 있어 재단의 자금이 청렴하거나 공정하게 운영되기 어렵다는 의심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확하게 어떠한 장학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누가 장학금을 받았는지도 명확히 알 수가 없어 일각에서는 "퇴임 후를 위해 기부가 아닌 '재산 증여'나 '재산 빼돌리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한 시민이 청계재단에 회계 관련 정보공개를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정보공개 불가'라는 답변을 받아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서울시 교육청의 답변에 의하면 '법인의 경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인정되어 비공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었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이 대통령은 지난해 해외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명예를 드높였다. 대통령의 재산기부는 대한민국 최초의 일이며 세계정치사에도 최고지도자가 재임기간 중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며 이 대통령의 기부소식을 보도한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이와 비슷한 사례로 우리 언론의 지탄을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의 재산은 상도동 자택과 거제도 땅을 포함해 총 50억원 정도로 모두 '김영삼민주센터'에 기부했다.

김영삼민주센터가 하는 일은 김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 건립, 전시 및 홍보사업, 연구교육 사업이다. 김 전 대통령의 재단은 50억원 정도의 자금으로는 제대로 추진하기가 어려웠던지 한 경제단체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영삼민주센터 측은 이 경제단체에 공문을 보내 2014년까지 총사업비 180억원이 필요하며 국고보조로 54억원을 충당하고 나머지 126억원 중 100억원을 기업들의 모금으로 채울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사회환원으로 연결되지 않는 재단의 장학사업, 투명하지 않은 자금운용과 세금탈루 의혹에도 관대하던 선관위가 정상적인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있는 안철수재단에 엄격한 제재를 가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재단에 가려진 '꼼수'

최근 안철수재단은 재단 명칭을 유지하면서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안철수재단은 지난 16일 정기 이사회를 열어 안 원장의 이름을 딴 재단의 기부행위가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는 선관위 유권해석에 대해 대책을 논의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따라서 안철수재단의 본격적인 기부활동은 12월 대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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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