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박근혜 필패론'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21 12: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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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한계? "이대로 본선 가면 반드시 진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 '박근혜 필패론'이 나돌고 있다. 지금껏 '대세론'을 점하며 부동의 지지율 1위를 고수해온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대선 본선에서 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재로선 비록 새누리당 공천헌금 파동을 겪으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지지율이 밀리기는 했지만 박 후보가 대선에서 '필패' 할 것이라는 주장은 (지난 10일 새누리당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김문수 후보가 박 후보의 지지자에게 멱살 잡힌 것을 빗대) 그야말로 멱살 잡힐 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판에는 귀를 틀어막고 상대편의 멱살까지 잡는 박 후보 진영의 독선이야말로 필패론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필패론, 현 상황에서 그것은 과연 어느 정도 믿을 만한 논리일까?

박근혜 후보가 당초 예상대로 무난히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새누리당은 지난 20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고, 박 후보를 제18대 대통령후보로 공식 선출했다. 

사실 박 후보는 그동안 무려 4년여 넘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유지해왔다. 이미 집권여당의 잠재적 대선후보였던 것이다. 그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저지를 위한 촛불시위' 정국을 거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 등 온갖 풍파를 이겨냈다.

특히 지난 19대 총선은 박 후보의 독무대였다. 당시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과반을 넘기며 원내 1당을 유지했다. 총선 3~4개월 전만하더라도 100석도 건지기 쉽지 않다는 비관론에, 선거과정에서 총리실의 민간인사찰 파문 등 현 정권에 대한 악재가 끊이질 않았다. 사실상 기적에 가까운 기사회생의 승리를 놓고 정치권은 '박근혜의 힘'이 아니라면 불가능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박근혜의 힘?
매에는 장사 없어

정재계에선 사실상 차기 대선에서 박 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 하며 이미 줄대기 경쟁이 치열하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그런데 불과 4개월여가 지난 지금 정치권에서는 난데없이 '박근혜 필패론'이 떠돌고 있다.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박근혜 필패론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선 필패론의 첫 번째 이유는 각종 네거티브에 대한 박 후보 측의 대응방식이다.

탄대로 같았던 박 후보의 대선가도는 최근 각종 측근비리와 역사인식 등을 비롯한 네거티브에 가로 막혔다. 당내 경쟁자인 김문수 후보가 지난 10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박 후보의 지지자에게 멱살이 잡히는 수모를 당한 것도 김 후보가 그동안 4·11 총선 공천헌금 파문과 정수장학회 의혹 등을 거론하고 홍보 동영상에 박 후보와 최태민 목사가 나란히 앉아있는 장면을 트는 등 집요하게 박 후보를 공격해 왔기 때문이다.

박 후보의 선거캠프에서는 공천헌금 파문에 대해서는 개인적 비리로 선을 긋고, 나머지 네거티브에 대해서는 답변할 가치도 없는 사실무근의 주장이라는 입장이지만 친박계의 한 의원은 "실제로는 박 후보가 네거티브 공격에 굉장히 민감해, 상처를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네거티브 공격에 '휘청'…경선 흥행은 '참패'
굳어진 대세론에 캠프 내 권력다툼까지?

정치전문가들도 "상대편으로부터 계속 공격을 당하는데도 확실히 아니라고 할 만한 증거가 없는 현 상황이 길어지면 아무리 지지층이 견고한 박 후보라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그런데 네거티브보다 더 큰 문제는 새누리당과 박 후보 측의 대응방식이다. 일례로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현기환 전 의원을 지난 16일 제명하긴 했지만 이미 공천헌금 의혹이 최초로 불거진 후 14일 만의 일이다. 사실상 공천헌금 파동이 잦아드는 시점이었기에 일각에서는 "집이 다 타버린 후 물을 뿌린 꼴"이라는 말도 나왔다.

또 수사가 진행될수록 친박계 인물들이 줄줄이 연루되어 박 후보의 책임론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무조건 개인적 비리로 선을 긋고 은근슬쩍 사건을 덮으려는 듯한 모양새도 좋지 않았다. 김 후보는 박 후보를 겨냥해 "민심은 법 이상의 것을 요구 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안이한 대세론
무서운 민심

필패론의 두 번째 이유는 너무 오랫동안 유지해온 대세론이다. 지난 4·11 총선을 보면 의석수에서는 새누리당이 승리했지만 총득표수에서는 오히려 야권에 뒤졌다. 승리요인도 '박근혜의 힘'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야당의 '공천 잡음'과 '한미FTA 폐지 주장' '제주 해적기지 발언' 그리고 김용민 민주당 후보의 과거 막말에 이르는 '자살골' 덕분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분석에도 불구하고 승리에 도취한 새누리당과 박 후보 측은 위기를 실감하지 못했다는 점이 필패론의 골간이다. 박 후보가 '불통'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감수하며 경선룰을 밀어붙인 자신감도 오랫동안 굳혀온 대세론에서 나왔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 측 관계자들이 각종 의혹들을 해소하기보단 대세에 지장을 줄만한 사안은 아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도 모두 대세론을 너무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다.

임태희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는 현 상황에 대해 "경고등이 들어왔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비행기를 이륙시키는 것"이라며 새누리당 경선일정의 연기를 주장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박 후보의 경선 캠프 내부에서 본선용 인적배치를 두고 권력다툼이 펼쳐지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라 나오면서 박근혜 필패론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세 번째 이유는 국민들의 이목을 모을 이벤트의 부재다.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일정은 런던올림픽 기간과 정확하게 겹쳤다. 당내에서도 올림픽 기간 중에 경선을 치르는 것에 반대가 많았지만 경선은 강행됐고, 예상대로 흥행은 저조했다. 그나마 경선이 끝나고 나면 새누리당에서는 더 이상 국민들의 이목을 모을 이벤트가 없다.
반면 야권인 민주통합당에서는 오는 9월16일 최종후보를 선출하게 되는데 만약 1위 후보가 과반수를 넘지 못할 경우엔 9월23일 1, 2위 후보 간 결선투표까지 치르게 된다. 2위 손학규 후보가 약진하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대형 이벤트로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서운 야권 바람 
국민관심 독차지

게다가 최종적으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 과정까지 남아있다. 정치전문가들은 최소한 오는 11월까지는 야권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독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이벤트는 지지율과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세라 불리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을 수 있었던 것도 한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와도 같았던 국민경선 과정 때문이었다.

네 번째 이유는 새로운 악재의 등장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방어는 아무리 잘해도 방어일 뿐이다. 방어만으로는 지지층의 확장을 이룰 수 없다. 앞으로의 대선정국에서 또 다른 돌발악재가 발생한다면 박 후보는 대선정국 내내 주도권을 잡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특히 박 후보는 현 정부와 거리를 두고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해왔다고 말하지만 여당은 여당인 만큼 정부의 실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게다가 방대한 조직을 자랑하는 박 후보는 내부에서 또 누가 문제를 일으킬지 몰라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도 끊임없이 박 후보를 괴롭히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민주통합당이 고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이 다시 급부상한 것과 관련, 당 차원에서 '고 장준하 선생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하면서 박 후보가 또다시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다.

대선가도, 최대의 위협은 '돌발 악재'
"대응 늦었다" 공천헌금 공포도 '여전'
   

장준하 선생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숙적이었다. 60~70년대에 37번의 체포와 9번의 투옥을 겪으며 줄기차게 유신정권을 반대해왔다. 그러던 중 장준하 선생은 1975년 등반을 갔다가 사망했으며, 경찰은 실족사로 발표했다. 당시 장준하 선생의 실족사에는 많은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모두 묵살됐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는 "친일파 박정희에 의해 독립군 장준하가 타살됐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불가한 일"이라며 날을 세웠다. 앞으로 장준하 선생의 타살 의혹이 어떤 식으로 발전될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잔펀치가 누적되면 박근혜 필패론은 점점 더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이유는 안철수란 탈출구의 존재다. 지난 2007년 제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BBK의혹 등으로 큰 곤혹을 치렀음에도 정동영 민주당 후보와의 최종대결에서 승리했다.
당시 20~40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좋다'는 의견보다는 '그나마 낫다' 또는 '아예 표를 주고 싶은 후보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마땅한 대안이 없었던 것이다. 대안의 부재는 곧바로 정치 무관심으로 이어졌다. 이 후보는 정 후보를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531만7708표 차이로 따돌리며 당선됐지만 투표율은 63%로 역대 최악이었다.

필패론 현실 되나?
쇄신만이 살 길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안철수라는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한국 정치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이 새로운 탈출구를 찾게 되면서 안 원장이 급부상하게 된 것"이라며 "대안이 없을 땐 정치에 무관심했던 사람들도 일단 대안 생기고 나면 무섭게 결집하며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또 다른 정치전문가는 "'대세론'과 '필패론'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아직까지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박 후보의 필패를 예상하기엔 이르지만 대세론에만 도취되어 필패론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항간에 떠도는 박근혜 필패론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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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