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호남 속궁합 엿보니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22 17: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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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호남민심. 민주당 버리고 안철수 택할까?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호남 민심이 예사롭지 않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출마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민주통합당 텃밭인 호남이 들썩이고 있다. 호남에서 부동층으로 남아 있던 사람들이 대거 안 원장을 지지하는 표심을 드러내 정치권의 관심이 뜨겁다. 반면 8월24일 제주를 시작으로 경선 흥행에 나서야 하는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들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민주당 대선경선 판도를 뒤집을 뿐만 아니라, 향후 안 원장과의 야권후보단일화에 큰 영향을 미칠 호남민심을 추적해 보았다.

최근 <매일경제>와 한길리서치가 호남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야권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6말 호남지역에서 30.3%를 기록했던 안 원장의 지지율은 7월 말 57.6%로 2배 가까이 뛰어올라 '안풍'의 위력을 과시했다. 반면 문재인 민주당 대선경선후보의 지지율은 6월 말에 비해 소폭 오른 16.2%를 기록해 안 원장과 무려 41.4%p나 차이가 났다. 안 원장의 지지율 상승세에 비하면 문 후보의 지지율은 사실상 하락한 셈이다.

'반쪽' 경선 치를 터
호남 없이 승리 못 해
 

손학규 후보를 향한 호남민심은 더 인색하다. 손 후보의 지지율은 6월 10.1%에서 7월 5.4%까지 떨어져 반토막이 났다. 총선 직후에 '리틀 노무현'이라 불리며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김두관 후보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김 후보는 12.3%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문 후보보다 높은 지지세를 얻었지만, 7월 말 1.7%까지 가파르게 떨어져 혹독한 호남민심을 경험해야만 했다.

이처럼 호남의 대다수 유권자가 민주당 후보들을 저버리고 안 원장에게 돌아서 민주당 텃밭이 붕괴되는 양상이다. 이대로라면 민주당 후보들은 안 원장을 지지하는 호남 유권자 57.6%를 제외한 42.4%의 표심을 두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어야 할 판이다.


따라서 민주당 후보들의 가장 큰 과제는 이번 경선과정에서 어떻게든 호남 유권자들의 관심을 되돌려 민심을 되찾는 것이다. 그동안 호남의 선택이 전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쳤던 만큼 이번에도 정치권 최대의 관심사임에 틀림없다.

그동안 호남은 ‘민주당의 심장’으로 불리며 야권 대선후보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충지로 거론됐다. 민주당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해온 호남 민심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호남만으로 대선에 승리할 수는 없지만, 호남 없이는 승리할 수 없다"고 표현할 정도로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97년, 2002년, 2007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정동영 민주당 후보가 일찍부터 호남의 굳건한 지지를 받았고, 호남의 선거는 김대중과 노무현 두 명의 대통령이 당선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 받았다.

안 원장 지지율은 두 배, 문재인은 제자리      
민주당 경선흥행 실패하면 단일화에서도 불리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김 전 대통령은 1032만 6275표(40.3%)를 득표해 993만 5719표(38.7%)를 얻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39만여표로 따돌리며 단 1.6% 차로 당선이 됐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호남에서 306만 4842표를 얻어 92.23%의 지지율을 보였다. 김 전 대통령이 39만여 표의 근소한 차로 당선된 것을 보더라도 호남의 높은 투표율과 지지율이 민주당 후보의 대선에 미치는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도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회창 후보에 57만여 표차로 당선됐으며 당시에도 호남에서 9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 유력 주자들이 등 돌린 호남 민심에 쩔쩔맬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대선후보들이 여론조사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일 때마다 호남 유권자들은 결집해 민주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 주었고, 따라서 민주당 후보들에게 호남은 대권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표밭인 셈이다.

민주당 후보들은 일찌감치 호남 표심을 잡기 위해 공을 들였다. 대선출마선언 후 첫 방문지가 광주였다는 점도 호남의 중요성을 새삼 방증한다.

김 후보는 대선 출정식에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호남의 지지를 받는 건 당내 대선 후보 모두의 절박한 과제일 것"이라며 "호남 지역민에게 김두관이 제일 확실한 후보라는 점을 알리겠다"고 답해 호남의 지지를 받아 대선에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까지 당내에 안 원장을 이기는 후보가 없기 때문에 호남민심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있지만,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누군가 대세론을 형성할 경우 호남민심도 그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 경선 과정을 통해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민주당 후보들은 남은 순회경선에 총력을 기울여 호남의 민심을 되찾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남인들이 경선에 주목하면 대선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고 안 원장과의 단일화에서도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안 원장에게 쏠렸던 호남 표심도 상당 부분 되찾아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줄줄이 '애정공세'
남인사 영입 주력

문 후보의 캠프는 중앙정치와 지역정치 인사들의 공조로 호남에서의 세를 불리는 데 주력하는 반면, 손 후보의 캠프는 손 후보의 과거와 미래를 언급하며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는 지난 12일 2012 여수세계박람회 폐막식에 맞춰 전라도를 찾는 등 호남 표심 잡기에 가장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또한 민주당 후보들은 호남 민심을 되찾기 위해 호남 출신 유력인사 영입에도 나서고 있다. 문 후보는 전남 광양이 지역구인 3선의 우윤근 의원, 광주 남구가 지역구인 재선의 장병완 의원, 광주 서구 국회의원을 지낸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영입했다.

손 후보 측은 담양·장성·영광·함평이 지역구인 이낙연 의원, 광주 광산갑이 지역구인 김동철 의원,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복지·교육문화비서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비례대표의원을 지낸 광주 출신 김유정 전 의원을, 김 후보 선대본부에는 전남 목포 출신인 천정배 전 법무장관, 같은 목포 출신인 전윤철 전 기획예산처 장관, 해남·완도·진도가 지역구인 재선의 김영록 의원, 화순에서 13·14대 국회의원을 지낸 홍기훈 전 의원과 신정훈 전 나주시장을 끌어들였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실장은 매체를 통해 "호남 쪽 민심이 안 원장에게 가 있고 호남의 강력한 지지를 얻는 후보가 민주당 내에 없기 때문에 (경선에서) 호남은 지역 연고로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조직이 중요하게 작동할 것이고 그렇다면 누가 전북 전주출신이자 불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상임고문과 우호관계를 형성하고 후보들 간의 합종연횡을 통해 조직을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조직력을 논외로 한다면 상징성이 큰 김 전 대통령과의 친분이나 그분의 정책을 계승한다는 것을 부각해 호남 민심을 얻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호남의 표심 회복 여부는 전북에서부터 드러날 예정이다. 이어 9월6일 8번째 순회경선 지역인 광주·전남의 결과가 발표된다. 이 지역의 경선 결과는 전체 유권자의 50% 이상이 거주하는 수도권 지역 호남 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민주당의 심장' 호남 놓치면 대권도 놓친다
 안 원장 지지모임 "앞으로 지지율 더 오를 것"

민주당 경선 흥행을 통해 안 원장과의 야권연대에 고지를 선점하려는 민주당 후보들의 활발한 움직임에도 이미 호남에 불어 닥친 안풍을 잠재우기에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안 원장이 민주당 경선이 끝날 무렵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해 민주당 경선이 흥행하더라도 안 원장의 대선출마선언으로 다시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변함없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던 호남 민심의 대이동은 올해 대선가도의 커다란 이변으로, 설령 안 원장과의 야권단일화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민주당 후보의 위력을 장담할 수 없다"며 민주당의 호남 표심 되찾기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한 관계자는 호남민심이 갑작스럽게 안 원장에게 쏠리고 있는 현상을 두고 "인물 위주의 선거를 하는 호남인들의 특징 때문이다"라며 "호남 출신의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라면 표를 던지는 것이 호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당시 호남은 지난 50년간 정치, 경제의 중심에 자리매김하지 못한 채 개발의 수혜를 받지 못했다. 경부축 중심의 산업화로 인해 광주를 비롯한 호남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수도권 및 영남권 산업도시로 이동해야만 했다.


여기에는 산업체를 끌어들일 만한 기반산업의 부재가 그 원인이 되었다. 그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힘 있는 인물이 없었다고 느낀 호남사람들이 발전에 참여하여 상생하는 길은 정권교체라 여겼다"고 말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에 맞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인물에게 호남 표심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안 원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논란이 된 가운데 안 원장의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발간과 <힐링캠프> 출연으로 호남의 표심이 대거 안 원장에게 쏠렸다는 분석이다.

호남민심을 대변하듯 이미 지난 10일 전북 부안군 채석강의 한 리조트에서는 안 원장을 지지하는 모임인 '함께 사는 세상 포럼, 철수처럼(이하 철수처럼)'의 호남지역 회장단 단합대회가 1박2일 일정으로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광주, 전남, 전북, 제주까지 4개 광역지역 회장단이 참석했다. '철수처럼'은 광주와 전북에서 지난 2월 중순 공식 출범했고, 지난 7월19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전국발기인대회를 가진 바 있다.

온라인 등록수는 수백 명에 불과하지만 오프라인 등록수는 30만명(철수산악회 등 외곽조직 포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풍'위력 무시 못 해
호남, 정권교체 원해

'철수처럼' 측 한 지지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안 원장의 호남 지지율 급등에 대해 "갑자기 없던 지지자들이 나타난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이미 국민은 기존 정치와 정치인에 많이 실망을 한 상태"라고 호남의 민심을 설명했다.

그리고 "안 원장이 본격적인 대선출마를 선언한다면 국민들의 지지의사가 적극 표현되고 그 열기는 확산되어 큰 무리 없이 최고의 지지율로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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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