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해지니…’ 가을철 우울증 주의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8.31 10:47:55
  • 호수 12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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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만 봐도 눈물이 또르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피곤하거나 우울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일시적인 우울증이 아닌 체온 변화에 따른 피로감은 ‘가을철 우울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 ⓒpixabay

우울증은 현대인에게 흔한 정신 질환이다. 단순히 우울한 기분과는 달리 생각, 사고 과정,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 기능이 저하된다. 

우중충∼

일반적인 증상으로 ▲의욕 및 흥미 저하 ▲수면장애 ▲식욕 저하를 비롯한 체중 변화 ▲주의집중력 저하 ▲부정적 사고 ▲무기력감 ▲자살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이나 시도 등이 있다. 쌀쌀해지는 가을에 우울증을 조심해야 한다. 장마 기간이 길어지고 우중충한 날들이 계속되면 기분이 가라앉기 때문이다.

매해 가을마다 이런 우울증이 지속된다면 ‘계절성 정동장애(계절성 우울증)’를 의심해봐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가을(9∼11월) 우울증으로 국내 병원을 찾은 환자는 90만2100명이다. 봄(88만933명), 겨울(83만3941명)보다 많았다. 

계절성 우울증은 일반적으로,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 가족 중에 우울증 환자가 있는 사람, 알코올 중독자 등이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또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가 많은 사람,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 전체 환자의 60∼9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이 증상에 대해 의학계에서는 일조량 감소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햇볕을 덜 받으면 체내서 생성되는 비타민D가 줄어드는데, 비타민D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합성에 관여하기 때문에 비타민D 수치가 낮아지면 세로토닌 분비가 저하된다. 세로토닌은 기분, 식욕, 수면 조절에 중요한 작용을 하므로 세로토닌 감소가 계절성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계절성 우울증이 생기면 일반적인 우울증과 비슷하게 우울감과 무기력증 등을 호소한다. 대게 가을부터 시작해 겨우내 증상을 보이다가 따뜻해지는 봄철이 되면 호전된다. 

일반적인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 귀찮음, 무기력함, 부정적인 생각, 짜증, 예민 등의 증상을 보이지만 계절성 우울증은 증상이 조금 다르다. 수면과다와 무기력,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긴장, 초조 등 증상을 나타낸다. 

또 여성들에게 생리, 임신, 출산, 폐경기 전후에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변화가 계절적인 환경의 변화와 관련해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젊은 층의 경우 학업이나, 취업, 친구, 가족 관계 등에 의해 우울증이 발생하는데 이는 생활의 의욕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의욕 저하, 수면장애, 무기력감…
체온 변화 따른 피로감 의심해야

이런 불안정한 정서 상태서 자신이 처한 특수한 상황이 곁들여지면 단순한 기분장애라기보다는 우울증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 미국 인구의 5%가 우울증에 해당한다고 한다. 국내도 환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계절성 우울증을 치료하려면 햇볕을 충분히 쬐는 것이 좋다. 매일 30분 정도 햇볕을 쬐면 비타민D가 만들어진다. 뇌 속 세로토닌이 많이 분비돼 계절성 우울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 ⓒpixabay

세로토닌은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다. 기분을 조절해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 주로 위장관을 통해 만들어진다.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 전구물질인 트립토판이 형성된다. 가만히 햇볕을 쬐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며 산책하면 세로토닌을 만드는 데 더 도움이 된다.

쌀쌀하고 차가운 날씨에 포장도로를 내달리는 사람들의 몸 안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의 작용으로 특히 가을 겨울 햇빛 부족으로 생기는 계절적 우울증을 물리칠 수 있다. 또 기분을 좌우하는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 물질이 활발히 분비되는데, 우울증 환자는 이 물질이 낮다. 

이 같은 주장은 기온이 떨어진 날, 달리기를 자제하도록 권고해 온 기존의 건강관리 안내와는 조금 상충되는 부분이지만, 몇 가지 안전수칙을 지킨다면 추운 날에도 달리기를 거르지 말아야 할 이유를 밝혀준 것이다. 

우울증의 치료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아는 것부터 시작한다. 부정적인 생각은 쓸데없는 감정소모와 신체의 건강마저 해하게 된다. 자신이 힘든 점, 어려운 점을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가까운 가족부터 친구, 동료 등과 함께 힘든 점을 공유하고 해결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우울증의 당사자가 아닌 주변인이라면 당사자에 대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당사자에 대한 지지적인 태도로 현재 상황과 불편함에 대해 공감해주는 것은 그 사람에게 큰 힘이 돼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이 약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바깥 활동이 적은 전업주부나 노인들은 특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당부하면서 “비가 오더라도 야외로 나가서 산책하고 실내에서는 최대한 조명을 밝게 유지하는 게 우울증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로나 블루 주의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지속해서 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접어들었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하지만 공식적인 진단명은 아니며, 불안한 감정이 든다고 해서 바로 질환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한국 트라우마스트레스 학회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평소보다 국민의 우울과 불안은 증가했지만 80%는 정상 수준에 머물렀다.

나머지 10∼20%는 임상적인 관심이 필요한 정도의 불안을 느꼈다. 단, 우울증, 불안증세가 있었거나 이로 인한 너무 큰 고통으로 잠을 못 자는 사람은 전문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정신질환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편견과의 싸움’으로 정신과 상담이나 진료를 쉬쉬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지역서 ‘코로나 블루(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를 극복하기 위해 진료실을 찾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정신과 문턱이 낮아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은 전국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2월초부터 8월초까지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실시한 코로나 관련 우울증 상담건수는 총 37만4222건으로, 작년 한 해 기록(35만3388건)을 6개월 만에 넘어섰다.


코로나 사태가 반년 넘게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우울감을 느끼거나 우울증 증세를 겪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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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