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부는 세방그룹 사정권

‘기업 저승사자’ 검은돈 냄새 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세방그룹에 세풍이 몰아쳤다.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이 움직인 만큼 눈길이 간다. 공교롭게도 세무조사는 이전부터 말이 많던 계열사를 상대로 이뤄졌다. 조사 배경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 세방건설 본사 ⓒ카카오맵

세방그룹은 지난 1960년 한국해운으로부터 출발했다. 창업주는 이의순 세방그룹 명예회장. 당시 회사는 소규모 해운 대리점에 불과했다. 이 명예회장은 세방기업을 설립하고, 세방전지를 인수하면서 사세 확장에 나섰다.

물류·전지
자산 2조원

두 회사는 세방그룹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세방(세방기업의 후신)은 물류업을, 세방전지는 ‘로케트 배터리’로 이름을 날리며 전지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회사는 성장을 거듭한 끝에 오늘날 자산 2조원을 자랑하는 그룹이 됐다.

세방그룹은 2세 경영 체제다. 이 명예회장은 2013년 장남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지난 1984년 세방에 입사한 그는 30년 만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지난 5월 기준, 세방 최대주주는 계열사 이앤에스글로벌(18.52%)이다. 이 회장(17.94%)은 그 다음이다. 세방이의순재단(3.48%), 세방전지(2.07%)가 그 뒤를 잇는다. 이 외 계열사와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모두 더하면 44%를 상회한다.

그룹은 25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지배 구조는 ‘이앤에스글로벌→세방→이하 계열사’로 이어진다. 상장 계열사는 그룹 핵심사 세방전지 한 곳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비상장사다.

최근 3년간(2017∼2019) 그룹은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6661억원서 6516억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해 7232억원으로 반등했다. 영업이익은 114억원, 114억원, 161억원이었다. 순이익 역시 314억원, 435억원, 549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역시 기대할만하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21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올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0.96% 상승한 64억원이었다. 반면 순이익은 1.49% 줄어든 152억원을 기록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국세청 조사4국 세무조사 착수

상승 분위기는 계속됐다.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직전년도에 비해 29.36% 상승한 2223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4.98% 감소한 50억원이었지만 순이익은 25.8% 증가한 128억원으로 마쳤다.

순항하는 듯했던 세방그룹은 최근 ‘세풍’을 맞았다.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이 지난 6월 초 세방그룹 본사와 계열사 이앤에스글로벌을 상대로 특별 세무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만한 대목은 이번 세무조사를 조사4국서 담당했다는 점이다. 국세청 조사4국은 탈세 또는 비자금 조성 혐의가 명백한 경우에만 움직인다. ‘기업 저승사자’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까닭이다. 조사4국 요원들은 세방그룹 본사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세방산업 ⓒ카카오맵

눈길이 가는 건 조사 대상이 된 계열사 이앤에스글로벌이다. 이곳은 세방그룹을 비롯해 오너 일가와 밀접하게 닿아있다. 특히 그룹 지배구조 형성과 승계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가 있다.

이앤에스글로벌은 SI(시스템통합) 업체다. 전산관리 등을 수행하는 IT기업이다. 세방그룹과 이앤에스글로벌의 관계는 지난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앤에스글로벌은 그해 세방 지분 2.19%를 매수했다. 주식 매입 사유는 경영권 방어였다. 당시 오너 일가의 지분율 총합은 30%가 채 되지 않았다. 미약한 지배력을 계열사로 방어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앤에스글로벌은 굵직굵직하게 세방 주식을 확보했다. 기존 지분 2.19%는 3.04%(1999년), 14.06%(2000년), 19.24%(2001년)로 크게 늘었다.

2세 경영
전초기지

2005년에는 유·무상증자로 주식 총수가 늘어나면서 지분율이 18.15%로 조정됐다. 2006년에는 창업주 배우자로부터의 주식을 증여받았고, 일부를 처분했다. 2008년 들어서는 세방 주식을 재매입했다. 지분율은 20.42%로 크게 늘었다.

마침표는 2015년에 찍혔다. 우선주 존속기간 만료로 변동이 발생하면서 이앤에스글로벌은 18.52%를 보유하게 됐다. 주식 수의 변동은 오늘날까지 없다.

이앤에스글로벌은 이 회장 개인회사로 통한다. 주주 명부를 살펴보면 그렇다. 이 회장(80%)이 최대주주로 있다. 나머지는 이상희씨(10%)와 세방(10%)서 보유 중이다. 상희씨는 이 회장의 여동생이다.
 

종합해보면, 이 회장은 이앤에스글로벌을 통해 세방 주식을 간접적으로 보유하는 셈이다. 동시에 지배력 행사도 가능하다. 지배구조는 ‘이 회장→이앤에스글로벌→세방→이하 계열사’로 분석할 수 있다.

이앤에스글로벌의 전신은 세방하이테크다. 회사는 산업용 전지를 판매하면서 괜찮은 수익을 올렸다. 설립 이듬해 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설 정도였다. 다만 온전히 자력으로 이뤄낸 성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룹 계열사의 도움이 어느 정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룹 계열사 세방전지는 내부거래를 맺었다. 파악할 수 있는 내부거래 비중은 최소 10.70%서 최대 27.29%사이를 오갔다. 평균 20%의 비중이었다. 공교롭게도 해당 기간에 회사는 세방 주식을 매입했다.

탈세? 
비자금?

세방서 1998년 2.19%에 불과했던 세방 지분율은 2001년 19.24%까지 상승한 바 있다.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된 데다 그룹 계열사의 도움까지 받고 있어, 자금 여력이 동반된 것으로 보인다. 성장을 통해 취득한 세방 주식은 이앤에스글로벌을 세방그룹 최대주주로 올려놨다.

동시에 회사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회장도 행동에 나섰다. 그 역시 해당 시기에 세방 지분을 취득했다.

이 회장은 이앤에스글로벌 설립 이듬해부터 세방 지분을 매입했다. 기존 8307주(0.6%)서 8만주(1998년), 22만4000주(2000년)를 사들였다. 이 회장 지분은 110만7070주(11.07%)까지 올라섰다.

2005년에는 유·무상증자로 주식 수가 195만7587주(11.65%)로 조정됐다. 2006년에 들어서는 8만6970주를 매수, 204만4377주(12.17%)로 확대됐다. 2007년에는 15만주를 매도하면서 189만4377주(11.28%)로 줄어들었다. 이후 주식 수는 10년 넘게 유지됐다. 줄어들거나 늘어나지 않았다. 올해 3월 부친의 증여로 346만3022주(17.94%)를 확보한 게 이후 첫 변화다.
 

이 회장이 세방 주식을 매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개인회사 이앤에스글로벌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바로 배당금을 통해서다.

이앤에스글로벌은 분할 전까지 배당을 실시했다. 지분 8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배당금 대부분은 이 회장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공시자료서 확인할 수 있는 배당액의 총합은 60억원가량이다. 이 회장은 48억원 정도를 쥘 수 있었다.

지배구조 핵심 이앤에스글로벌 타깃?
내부거래…오너 일가 곳간으로 지목

회사 분할은 2010년 이뤄졌다. 이앤에스글로벌과 세방하이테크로 나뉜 것.

보유하고 있던 세방 지분은 이앤에스글로벌에 넘어갔다. 세방하이테크는 대양전기공업에 팔렸다. 당시 매각대금은 80억원이었다. 이 회장은 두둑한 현금도 챙길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은 개인회사를 십분 활용해 오늘날 자리에 올라설 수 있게 됐다.

일각서 제기하는 이 회장의 지분 매입용 자금 출처가 이앤에스글로벌로부터 비롯됐다는 시각의 배경이다. 이앤에스글로벌 내부거래는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회사는 세방그룹 계열사와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앤에스글로벌은 성장세를 보였다. 별도 기준 매출액은 690억원, 747억원, 969억원, 724억원, 682억원이었다. 계열사 등으로부터 지급 받은 용역수익은 같은 기간 603억원, 634억원, 860억원, 474억원, 629억원 순이었다.
 

▲ 차량용 전지

비중으로 따지면 전체 매출액서 87.31%, 84.97%, 88.75%, 65.48%, 92.22%로 상당히 높은 수치다.

또 이앤에스글로벌은 2015년부터 손자회사들을 두면서 이들과도 내부거래를 시작했다. 그 연유로 내부거래 규모는 더 커졌다.

물론 SI 계열사 특성상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 있다. 그룹 계열사들의 전산을 통합 관리하기 때문이다. 또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타 업체에 업무를 맡기는 게 부담일 수 있다. 다만 높은 내부거래로 매출이 형성되고, 배당으로 오너 일가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우고 있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칼끝
어디로?

이앤에스글로벌은 분할 이후에도 배당을 계속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회사는 1억원(1.44%·이하 배당성향), 2억원(14.71%), 2억원(8.95%), 2억원(14.07%), 2억원(13.26%), 2억원(13.96%) 등 모두 11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이앤에스글로벌은 상당한 이익잉여금을 쌓아두고 있기도 하다. 이익잉여금이란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배당 등을 하지 않고 사내에 유보된 금액을 말한다. 액수는 매년 증가해 10년 전 4억원에 불과했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10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똑 닮은’ 세방그룹 내부거래 계열사는?

이앤에스글로벌은 지난 2018년 내부거래 비중이 직전년도 88.75%서 65.48%로 감소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 감시 범위를 중견그룹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그 연장선서 비롯된 결과라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앤에스글로벌의 내부거래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비중은 65.48%서 92.22%로 크게 뛰었다.

이앤에스글로벌을 포함해 세방그룹 내 몇몇 계열사들은 일감 몰아주기 이슈서 자유롭지 못하다.

눈길이 가는 건 이들에게서 보이는 공통점으로 모두 가족회사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앤에스글로벌의 경우, 이 회장이 80%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의 동생 상희씨가 10%, 세방으로부터 10%를 나머지 지분을 보유한다. 사실상 오너 일가 회사다.

부동산임대업체 ‘세방이스테이트’도 마찬가지다. 최대주주 세방(40.2%)에 나머지 지분은 이 명예회장(11.1%)과 장녀 이려몽씨(20.7%), 상희씨(28%)가 소유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세방이스테이트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하다.

최근 5년간(2015∼2019) 세방이스테이트 매출액은 2억원, 18억원, 27억원, 37억원, 27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세방, 세방전지 등 계열사서 발생한 매출액은 0원, 17억원, 26억원, 36억원, 26억원 등이었다.

비중으로 따져본다면 0%, 93.51%, 96.13%, 96.81%, 94.67% 등으로 매우 높았다.

배당도 2017년부터 실시됐다. 금액은 2억원(25.53%·이하 배당성향), 4억원(49.59%), 4억원(29.91%)로 모두 10억원이 배당됐다. 주주 명부를 살펴보면 회사와 오너 일가 주머니로 들어가는 셈이다.

축전지 부품 계열사 세방산업도 같은 맥락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고 주주 구성이 오너 일가다. 심지어 지분율까지 같다. 최대주주 세방전지(40.2%)에 상희씨(28%), 려몽씨(20.7%), 이 명예회장(11.1%) 순이다.

최근 5년간(2015∼2019) 세방산업 매출액은 740억원, 674억원, 505억원, 491억원, 340억원으로 꾸준히 하락세다. 같은 기간 계열사에 비롯된 매출액은 685억원, 589억원, 426억원, 386억원, 183억원 등이었다.

비중은 92.57%, 87.92%, 84.41%, 78.64%, 54.03%로 줄어들고 있다. 다만 지난해까지 절반 넘는 매출이 계열사에서 발생한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

배당도 이어졌다. 배당액은 세방이스테이트와 비교될 정도다. 같은 기간 21억원(43.43%), 16억8000만원(34.63%), 10억5000만원(40.43%), 6억3000만원(44.28%) 등이었다. 지난해에도 6억3000만원이 배당됐다. 하지만 당시 세방산업은 적자로 전환돼 순손실 4억원이 발생한 때였다.

동기간 세방이스테이트와 세방산업으로부터 오너 일가가 수령한 금액은 전체 70억9000만원 가운데 42억원가량이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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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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