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차고 날뛰는’ 외국인 조폭 정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8.18 12:19:28
  • 호수 12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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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구 형님들도 “무섭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국내 영화서나 나올 법한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사실 외국인 조폭들이 국내서 활개를 치고 있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조선족을 비롯해 외국인 조직폭력배들이 국내에 들어와 사건사고를 일으켰다. 국내에 자리 잡고 있는 외국인 범죄 조직에 대해 알아봤다.
 

▲ 범죄도시 스틸컷 ⓒ리틀빅픽쳐스

지난 6월 경남 김해시 부원동서 외국인 간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러시아서 온 고려인들이 조직폭력 성격의 단체를 구성해 세를 확장하는 과정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 구 소련 5개 국가서 온 이들 고려인 중 일부는 러시아 마피아 세력과 연관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국내서 번 돈이 러시아 쪽으로 흘러 들어갔는지에 대해 계좌추적 등을 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계 최대 
조직원 2300명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수도권에 본거지를 둔 전국구 조직 형태의 A 그룹 소속 고려인 48명을 검거해 이 중 11명을 구속했다. 또 부산 및 경남을 근거로 모인 B 그룹 소속 고려인 38명을 검거해 이 중 1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6월20일 김해시 부원동의 한 주차장서 집단으로 패싸움을 벌인 혐의(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 그룹은 사건 발생 일주일 전인 6월13일 고려인들이 자주 모이는 주차장 인근 당구장에 찾아가 보호비 명목으로 당구장 수익의 20%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당구장에는 소규모 사설 도박장도 존재했다. 그러나 B 그룹에 소속된 당구장 측에서 이를 거부했다.


이후 A 그룹이 당구장을 습격할 것이라는 정보를 알게 된 B 그룹이, 부산과 경남에 있는 B 그룹 소속 고려인들의 소집을 추진하면서 양측의 폭행 사태로 이어진 것이었다. 이들 고려인은 평일에는 주로 공장과 농장 등에서 일하고, 주말과 휴일에 자주 모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관광비자나 취업비자로 국내에 들어왔고, 귀화한 인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B 그룹은 사건 발생 당일 주차장서 700m 정도 떨어진 다른 공용주차장에 모여 야구방망이와 골프채 등의 흉기를 나눈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A 그룹은 휴대전화와 고려인들이 사용하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고려인들을 소집한 뒤, 쇠파이프와 각목 등을 소지한 채 김해로 내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자칫 대형 폭력 사태로 이어질 뻔 했지만 경찰관이 빠르게 개입하면서 큰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김남철 김해 중앙지구대 경사가 다른 사건을 처리하고 지구대로 돌아가다 외국인들이 집단으로 모여 있는 것을 수상히 여겨 현장에 개입했고, 경찰이 나타나자 이들 고려인이 도망치면서 2명 정도만 다친 것이다.

<2019 경찰백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236만7607명으로, 2017년 218만498명 대비 8.6%가 증가했고, 과거 방문 취업 등 근로목적 체류서 외국인 관광객, 국제결혼 이주자, 유학생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국적·지역별로는 중국(107만566명/45.2%)이 가장 많았고, 태국(19만7764명/8.4%), 베트남(19만6633명/8.3%), 미국(15만1018명/6.4%), 우즈베키스탄(6만4433명/2.9%), 일본(6만878명/2.6%), 필리핀(6만139명/2.5%) 등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려인 48명 조직 집단 난투극 충격
러시아 마피아 세력 연관 가능성도 

근로자·결혼이주여성·유학생 등 국내 체류 외국인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교통·폭력범죄를 중심으로 외국인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2009년 8월 경기청에 국제범죄수사대를 처음 설치한 이후 지속적으로 조직을 신설하고 인력을 확충해 2017년 2월부터 전국 17개 지방경찰청으로 확대·운영하고 있다.

국제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외국인 범죄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면서 강·폭력범죄 및 불법 입·출국 등 외국인 범죄에 대한 집중 단속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18년 국내 외국인 피의자는 3만4832명으로, 2017년 대비(3만6069명) 3.4%(1237명) 감소했다. 


죄종별로는 단순폭행·주취폭력 등 폭력범죄(25.7%, 8940명)와 음주·무면허 운전 등 교통범죄(21%, 7313명)가 전체 외국인 범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국제 범죄조직은 국내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야쿠쟈’ 중국의 ‘흑사회’ 대만과 홍콩의 ‘삼합회’ 및 러시아의 ‘마피아’ 등 주변국들의 국제 범죄조직들이 국내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최근 국내에 동남아시아 출신 입국자들이 많아지면서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 출신 국제 범죄조직까지 국내에 터를 잡아가고 있다.
 

▲ 대림동 기사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0년 12월 발표한 ‘국내거주 외국인의 조직범죄 실태와 대책 연구’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 집단이 조직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신문>은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에 대한 탐사 취재를 실시해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14개국 65개 범죄조직이 국내 각지서 활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2009년 10월 현재 중국, 필리핀, 베트남, 태국, 방글라데시, 러시아 등 여섯 국가를 비롯한 14개 국가의 폭력 조직과 연계된 4600명 정도가 국내서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점유율을 따져보면 중국계 폭력 조직이 22개 파로, 전체 외국계 폭력 조직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조직원의 수도 2300명 안팎으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계 폭력조직은 한족 계열과 조선족 계열로 나뉜다. 저장성(浙江省) 흑사파, 장시성(江西省) 흑사파, 푸젠성(福建省) 삼진회, 푸젠성 사두(蛇頭), 산둥성(山東省) 등이다. 푸젠성(福建省) 사두(蛇頭)는 푸젠성을 거점으로 중국 남동해안서 활동하는 조직으로, 밀입국과 관련해 가장 큰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사두’라는 이름은 밀입국 항로가 길고 꼬불꼬불한 데서 연유됐다. 

국내 조직과
연계해 윈윈

웨이하이(威海) 광명파, 허베이성(河北省) 베이징(北京) 경덕파 등은 전자에 속하고, 연변흑사파, 뱀파이어파, 교화파, 지린(吉林)파, 호박파, 쇼지파, 상하이(上海)파, 옌지 (延吉) 광주 황사장파, 옌지 강동화파, 헤이룽장(黑龍江)파, 무단장(牡丹江)파, 하얼빈(哈爾濱)파, 오상파, 선양(瀋陽) 보석파, 선양 옌지(延吉)파, 푸순(撫順)파 등은 후자에 해당된다. 

중국계 폭력조직 다음으로는 11개파 1000명 정도가 진출한 러시아계 폭력조직이 일정 수준의 세력 기반을 구축하고 있으며 야쿠트파, 패트락파, 마가파, 알렉세이파, 야차파, 곰돌이푸파, 레베딘파, 안치크파, 레닌콜로즈파, 그랩파, 소비에트파 등의 존재가 파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로 5개파 800명 정도가 진출해 있는 베트남계 폭력조직이 일정 수준의 세력 기반을 구축하고 있으며 하노이파, 호치민파, 응애안파, 스트리트갱, 하이세우파 등의 존재가 파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계 폭력조직의 3분의 1가량이 국내로 들어와 결성됐고, 3분의 2는 자국 폭력 조직에 가담해 활동하다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뒤 검거를 피해 국내로 들어와 새로 조직을 결성한 것으로 보도됐다. 조선족, 베트남, 필리핀, 태국, 방글라데시 등의 조직들이 세를 확장하고 있는 추세로 가리봉, 대림, 구로 등 서울 지역과 안산, 수원, 인천 등 자국민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 ⓒ경남지방경찰청

외국계 폭력조직의 활동 거점은 전국에 분포해있지만 주로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 집중돼있음을 보여준다. <서울신문> 보도를 통해 세력 기반이 가장 넓은 것으로 알려진 중국계 폭력조직은 서울의 가리봉, 대림, 구로, 영등포, 금천, 강남, 서초, 광진(건대입구), 가양동 일대와 경기도 안산, 인천, 김포, 수원, 화성, 광주, 고양(일산), 용인, 군포, 광명, 광주, 부천, 시흥 일대서 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로 세력 기반이 넓은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는 항구도시 인천과 부산서 주로 활동하면서 서울에도 활동 기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세 번째로 세력 기반이 넓은 것으로 알려진 베트남은 경기도 안산, 인천, 김포, 화성, 포천, 시흥, 성남, 안양, 군포, 고양(일산), 의왕, 평택, 오산, 광주 일대서 주로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같은 연유로 외국인에 의한 범죄는 외국계 범죄 조직들이 주로 활동하는 수도권 지역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계 범죄 조직이 국내 폭력조직과 서로 연계하려는 정황도 꽤 드러났다. 경찰 등 수사기관에 많이 노출된 국내 폭력조직은 신원이 노출되지 않은 외국계 범죄 조직을 이용해 이권에 개입하려고 했다. 외국계 범죄 조직들은 국내 사정에 어두운 탓에, 외국인 밀집 지역서 동족들을 상대로 금품 갈취 등을 했다.


허술한 관리
마약 밀반입

그들이 유흥산업이 발달한 국내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국내 사정에 밝은 내국인 범죄 조직을 필요로 했다. 때문에 외국계 범죄 조직과 국내 폭력조직 사이에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외국 범죄 조직 중 조선족 출신 중국인 범죄 조직이 국내 조직과 가장 활발하게 연계해 활동하고 있으며, 일본 야쿠자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부산 지역 폭력 조직과 연계하고, 러시아 오르가니자치아는 인천, 부산지역 폭력 조직과 연계한다고 한다.

1990년대 말 조선족 중국인들이 서울 가리봉동에 많이 유입돼 외국인 밀집 지역을 형성하면서 중국 내 출신 지역별로 끼리끼리 어울리던 이들이 자연스레 범죄 조직으로 결성된 경우가 많다.

외국인 밀집 지역, 특히 서울 가리봉동·대림동은 조선족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고, 이들은 중국 내 출신 지역별로 끼리끼리 뭉치는 경향이 상당히 크다. 또 출신 지역별로 각종 협회 등을 결성해 자기들끼리 지원 및 연대활동을 하던 와중에 자연적으로 범죄 조직이 발생하게 됐다.

이들은 각 외국인 밀집 지역서 근로자 신분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국인을 상대로 초기 폭력성을 띤 집단을 형성해, 자국인 상대로 집단폭력 및 금품갈취 양상을 보이다가 나중에는 타국 출신 외국인 상대 금품갈취 등의 양상으로 발전하는 패턴을 보였다.


서울 영등포·구로·금천·용산구, 경기도 안산·시흥, 인천 남동구 등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서 대부분이 외국인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주·야간 외국인이 밀집해 거주하면서 음식점 및 유흥업도 같이 발전해왔다. 음주로 인한 사소한 폭력범죄부터 집단 폭력범죄까지 다양하게 발생한다. 이들의 범행 대상으로는 주로 불법체류자들이 많은데, 이들은 범죄 피해를 당하더라도 도리어 강제추방 당할 우려가 있어 신고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외국인 범죄 조직 유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여권위조, 환치기, 마약밀반입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외국인의 국내 노동시장 진입을 위한 입국이 증가했고, 최근 한류바람을 타고 동남아시아인들의 입국이 증가하면서 국내입국 미 자격자들을 위한 여권위조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현지 여권위조 전문조직과 국내 여권위조 전문조직이 서로 공조해 여권을 위조한다.

또 유럽이나 미국 등에 입국하려면 중국인에 대한 여권심사보다는 한국인에 대한 여권심사가 더 수월한데, 이런 사정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에 밀입국하려는 중국인들에게는 일단 한국을 경유해 유럽이나 미주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위조된 한국인 신분의 여권을 받아 여권심사를 받는 방법이 이용되고 있다.

동포 밀집 지역 터 잡고 활개
흉기 쓰고 잔인한 범죄 경악

위조에 사용하는 한국인 국적의 여권은 대부분 국내 노숙자나 해외 여행 중인 한국인들로부터 절취한 것으로, 외국인 범죄 조직은 해외서 이 같은 여권을 국내로 반입해 국내 조직과 연계해 여권 위변조 범행을 하는 방식을 취한다.

환치기는 오래전부터 범죄 조직의 활동 영역이었다. 환치기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조직이 있는가 하면 폭력조직 등 조직 내에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환치기만을 담당하는 조직도 있다. 이밖에도 가족 및 친지들로 구성된 가족형 환치기 조직과 전문 조직형 환치기 조직도 있다.

환치기 조직은 주로 폭력조직, 보이스피싱 조직, 송금 전문 환치기 조직이 다수인데, 대부분 차명계좌를 직접 구하기도 하고 차명계좌 조직으로부터 구입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한국은 마약 청정국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국내를 경유하는 화물은 공항 검색통과 시 비교적 수월하게 받는다. 이런 점 때문에 마약 관련 조직들은 한국을 경유지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 범죄 조직에 의한 국내 경유 후 일본 등 제3국으로의 중계 밀수는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밀수 경로도 다양한데, 특히 한국을 경유해 제3국으로 밀매되는 마약은 다량 밀수가 대부분이고 여기에는 국제 범죄 조직이 관련돼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가 갈수록 외국인 국제 범죄에 의해 국내로 마약을 반입하려다 적발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마약 소비를 늘리려는 시도뿐 아닌, 마약 청정국 이미지를 이용한 제3국으로 보내려고 시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 영화 범죄도시 스틸컷 ⓒ리틀빅픽쳐스

최근에는 북한서 마약을 제조해 중국을 경유한 다음 국내로 밀반입하려는 시도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조선족 등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대림동 등 서울 서남권 외국인 밀집 지역 위주로, 중국서 들어온 북한산 마약이 많이 유통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 많이 알려진 보이스피싱 범죄는 조선족이 포함된 중국 범죄 조직에 의해 치밀한 계획 하에 이뤄진다. 현지서 전화한 다음 계좌이체를 하도록 유도하고, 계좌이체된 현금은 국내서 인출해 바로 중국으로 송금하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중국 범죄 조직과 국내 범죄 조직이 연계된 중국 발 보이스피싱에 대해 최근 국내 검찰과 중국 공안국이 수사 공조에 나서기로 했다. 보이스피싱은 2006년 국민연금관리공단 및 국세청 직원을 사칭해 세금이나 과납된 보험료를 돌려준다며, 현금지급기로 대상자를 유인해 계좌송금을 하게 한 후 인출한 사례를 필두로 무수히 발생하고 있다.

과거 보이스피싱 수법은 세금 등에 대한 환급을 빙자한 사기 형태가 많았고 수법 또한 단순했으나, 무작위로 상대방에게 전화로 공세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상대방 인적사항 등 정보를 수집한 다음 맞춤형 공세를 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치밀한 범죄
보이스피싱도

특히 자녀 납치 빙자형 보이스피싱은 그 수법이 굉장히 치밀한데 부모에게 자녀를 납치했다고 속인다. 보이스피싱단은 부모와 자녀의 전화번호를 파악한 후 두 사람 간의 연락체계를 일시적으로 단절시키기 위해 자녀에게 집중적으로 전화를 건다. 이후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어 자녀의 전화를 꺼두게 만든 다음, 부모에게 전화해 자녀를 납치했다고 협박하는 식이다. 자녀의 휴대전화가 꺼져 있고 대신 범죄조직이 들려주는 자녀를 가장한 가짜 음성 목소리에 속아 넘어가게 된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제르계 vs 카자흐계
외국인 집단 대낮 칼부림

광주서 외국인 간 대낮 칼부림 사고가 4월 일어났다. 광주 광산구 월곡동의 한 도로서 A씨 등 5명이 탄 차량 2대가 갑자기 B씨가 운전하던 차량을 앞뒤로 가로막았다. B씨가 당황스러워하며 차량서 내리자, 이들은 B씨에게 다가가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일행 중 한 명은 급기야 흉기를 꺼내 B씨의 오른쪽 허벅지를 찔렀다. B씨는 바닥에 쓰러졌고 A씨 등은 차량을 타고 달아났다. 우연히 순찰을 돌던 경찰이 B씨를 발견했고 119구급대에 연락해 병원으로 보냈다. 앞서 이날 0시5분경 월곡동의 한 술집 인근서 B씨의 지인 등 6명이 A씨의 지인 1명을 둔기로 집단폭행했다.

A씨와 B씨는 모두 국적이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이다. 카자흐스탄은 다수 민족인 카자흐계와 소수민족인 아제르바이잔계 등 여러 민족이 함께 사는 다민족 국가다. A씨와 지인들은 아제르바이잔계이고 B씨와 지인들은 카자흐계다.

양측은 지난해 10월부터 여자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A씨 지인들이 B씨 지인들이 사귀던 여성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창피를 주며 놀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A씨 지인이 사귀던 여성을 B씨 지인이 따로 만나면서 양측은 주먹다짐까지 벌였다. 이달에만 이들 사이서 폭행사건 4건이 발생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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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