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연상호 감독 “서사적 개연성보다 이미지적 상징성에 치중”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올해 최대 기대작은 단연 <반도>였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연출하고 약 200억원이 투입됐으며, 강동원과 이정현, 이레, 김민재, 구교환 등이 출연하는 영화니, 기대를 안 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는 지난 15일 개봉하며 베일을 벗었다. 완성도 높은 한국형 좀비 영화 <부산행>을 탄생시킨 연상호 감독은 이번에는 장르적 성격보다 오락적 성격을 짙게 부여했다. 현재 평단과 관객 사이서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이다. 연 감독을 직접 만나 제작 의도를 들어봤다. 
 

▲ 연상호 감독 ⓒNEW

 

연상호 감독은 국내 최고 이야기꾼으로 꼽힌다. 사회 내에 만연한 구조화된 폭력을 밀도 있게 그려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 <창> 시리즈나,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함을 표현한 웹툰 <지옥> 시리즈, 혐오로 점철된 사회의 단면을 끄집어낸 드라마 <방법>, 용산참사를 전면으로 짚은 영화 <염력>, 좀비보다 무서운 인간의 악을 그린 애니메이션 <서울역>과 영화 <부산행>까지, 그가 쌓아 올린 업적은 눈부시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그리고 <반도>를 꺼내 들었다. 좀비가 발발한 후 약 4년이 지난 뒤의 대한민국이 배경이다. 할리우드 영화 <나는 전설이다>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와 같은 결을 지닌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다. 좀비 영화와 포스트 아포칼립스 사이서 연 감독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애초에 좀비물로 갈 것인지, 다른 포인트로 갈 것인지는 처음부터 기획됐던 부분이다. 변종 좀비가 아닌 이상, <부산행>을 따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배경을 아포칼립스로 했고, 액션을 강화하려 했다. <반도>는 좀비가 변화하는 <레지던트 이블> 류가 아닌 <랜드 오브 데드>에 가까운 영화다.”

<부산행>이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서 사람들과 좀비가 맞물리는 충격적인 상황을 그려냈다면, <반도>는 망가진 폐허서 달려가는 카체이싱이 가장 핵심이 되는 영화다. 무려 23분이나 할애한 카체이싱은 엄청난 속도감으로 흥미를 이끈다. 


“처음에는 확실한 액션 콘셉트가 카체이싱이었다. 어린아이가 덤프트럭을 모는 이미지를 그렸다. 명확한 스토리라인에 이런 카체이싱이 얹어진다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측면서 군인 집단이 타락한 광기를 보이는 것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체험형 액션 영화의 느낌이 강하다. 그런 면이 극장과 더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연 감독이 호평을 받은 애니메이션 작품 대부분은 마이너한 성격이 짙다. 학교 폭력, 종교집단, 군대, 용산, 무당 등 누구에게나 관심 있는 소재가 아닌, 독특한 영역에 있는 사람들을 조명했다. 그리고 촘촘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 재능이 널리 인정받아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반도>는 연상호라는 이름에 얹어져 있는 기대치와는 전혀 다른 오락물이 나온다. 

“제 전작에 대한 기대감이 크신 분들은 웹툰 <지옥>을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다들 각자마다 기대한다. 다 충족시키고 싶긴 하나, 다 충족시킬 수는 없다. 작품은 플랫폼이랑 맞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극장용 작품은 모든 사람이 보고 즐길 수 있는 나들이성 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극히 대중성을 의식한 것이 엿보인다. 보편적인 가상의 관객들을 설정하고, 이들이 볼 만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그의 발언의 요지다. 그래서 신나는 카체이싱과 함께 가슴을 울리는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일각에선 전형적인 한국 영화라고 푸념을 하기도 한다. <부산행>도 부성애라는 보편적인 감성에 기댔듯, <반도> 역시 모성애와 인류애에 기댄 측면이 있다.

“영화를 많이 접한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코드, 영화를 잘 안 본 사람은 잘 모르는 코드를 넣는 건 불평등하다고 생각한다. 대중 예술은 누가 봐도 비슷한 느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이미지 ‘덤프트럭 모는 어린아이’
“군인들 광기 현대사회 사람들과 닮아”


멸망한 한국을 그리다 보니 완전히 타락한 인간 군상이 나온다. 군인 집단이었고 어떻게든 탈출하려고 했으나, 번번이 실패해 결국은 완전히 이성이 끊긴 집단이다. 이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좀비 사이에 풀어놓고 약 3분 동안 도망치게 하는 등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벌인다. 

“631부대는 삶의 목적이 없는 존재들이다. 자극적인 쾌락만 좇는 존재다. 좀비들이 출몰하는 상황서도 항상 출동한다. 목숨을 건 스릴을 게임처럼 즐긴다. 후반부에 주인공 집단을 황 중사가 쫓는데, 뭔지도 모르고 그냥 쫓는다. 본질은 그저 향락이다.”

“아마 황 중사에게 있어서 그날이 최근 몇 년간 가장 즐거운 날이지 않았을까 싶다. 먹이를 던져주면 침 흘리면서 달려가는 사냥개로 표현하고 싶었다. 광적인 자극을 즐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고, 일부는 현대 사회의 사람들과도 닮았다고 봤다. 일종의 우화로 그리고 싶었다.”

연상호 감독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인간의 악에 대한 묘사가 탁월하다는 점이다. 이기심으로부터 출발한 분노와 욕심을 자연스럽고 그럴 듯하게 표현해낸다. <부산행>의 용석(김의성 분)이 그랬고, 웹툰 <지옥>의 화살촉 집단과 수많은 군상, <사이비>의 교회 장로 등이 대표적인 예다. <반도>에서도 광기에 사로잡힌 군인 집단의 군상들이 악의 표본으로 나온다. 
 

▲ 최근 &lt;반도&gt; 내놓은 연상호 감독 ⓒNEW

“악을 표현할 때 내 마음에 있는 것들이 주요 도구가 된다. 내 안에도 나쁜 마음이 존재하는 것 같다. 사람이 살다보면 많은 일들을 겪고, 부딪히고 하는데, 그때 많은 생각이 든다. 실제로 사람들의 악한 모습을 포착하는데 관심이 있기도 하다. 정확히 의식적이지 않을 때도 있는데, 내 안에 혹은 내 주변으로부터 보고 느낀 무의식이 적절히 표현되는 것 같다.”

일각에선 <반도>가 서사적으로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낙 다양한 작품서 뛰어난 핍진성을 보여준 그이기에 이러한 지적자체가 놀랄 만한 일이기도 하다. 반대로 해외에선 <반도>를 두고 호평이 많다. 이 차이에 대해 연 감독만의 생각이 뚜렷했다.

“국내서 평론하시는 분들은 서사적인 개연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여긴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는 이미지적 상징성을 좀 더 짙게 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후반부 구세주로 등장하는 존재가 말레이시아인인 점이나, 이야기가 여성 주도적인 측면처럼 기존 레퍼런스를 따르지 않은 표현들이 있다. 이걸 감독이 구구절절 말하는 건 좋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 알아주면 고마운 것이고, 안 알아줘도 괜찮다. 다만 이번에는 서사적인 개연성보다는 이미지적 상징성에 더 치중했다.”

연 감독은 다른 감독들과 달리 다양한 플랫폼서 활약 중이다. 이른바 ‘플랫폼 트랜스’를 실현 중이다. 애니메이션과 영화, 웹툰, 드라마에 더불어 넷플릭스 연출도 준비 중이다. 그가 집필한 드라마 <방법>은 영화로도 개봉할 준비를 하고 있고, 웹툰 <지옥>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나온다. 플랫폼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선택하고, 확장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플랫폼 트랜스

“내가 다양한 플랫폼으로 한다는 것이 알려지니까, 모든 플랫폼이 나를 만나러 와서 뭔가 제시를 한다. 내가 가진 아이템 중엔 마이너한 것도 있고, 블록버스터도 있다. 어울리는 것들끼리 진행한다. 플랫폼마다 진행되는 성격도 다르고, 보는 사람들도 다르다. 아직 다 성공한 건 아니어서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최규석과 함께 하는 웹툰이 나와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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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