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수사' 무죄판결에도 승승장구한 'MB검사들'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17 16: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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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울려 퍼지는 검찰의 '칼의 노래'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검찰이 정치권의 숨통을 연신 거세게 조이고 있다. 검찰의 칼끝은 유난히 매섭다. 5년마다 한 번씩 온다는 '검찰의 계절'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표적수사'라고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MB정권 내내 표적수사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표적수사 대상자와 칼자루를 쥐고 휘두르는 검찰, 가깝고도 먼 이 거리를 조심스레 되짚어 보았다.

'제1야당의 핵'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검찰의 표적이 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고 버티다 얼마 전 자진해서 검찰에 다녀왔다. 10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고 당당하게 걸어 나와 ‘역시 정치9단 박지원’이란 탄성을 자아냈다.

내곡동 사저 사건으로 정국이 떠들썩할 때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서면조사 대신 당당하게 출석을 했더라면 박 원내대표가 검찰의 출석요구에 이토록 으름장을 놓을 수 있겠느냐며 사방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렇게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연일 검찰의 표적수사에 대항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쌓인 것이 폭발한 것이다.

검찰의 무리한 법적용
‘표적수사’ 줄줄이 무죄

민주당은 최근 런던올림픽에서 유독 우리 대한민국 선수들에 대한 심판판정 논란이 계속되는 것을 빗대어 "대한민국 검찰도 오심 행진을 벌이고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박 원내대표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도 "표적수사 중단하라"는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검찰의 표적수사가 논란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검찰은 원칙과 사실에 의해 정해진 절차를 밟은 공정한 수사였다고 일관된 입장을 내놨지만 쏟아지는 뭇매를 피할 수 없었다.


정치권에서 MB정권하의 표적수사로 '지목'하고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사건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정권교체 후에 전 정부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검찰수사다. '대대적인 숙청의 피바람'이라 불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이 그것이다.

두 번째는 현 정부가 정권교체를 염려해 상대진영 핵심인사들의 싹을 미리 자른다며 야당에서 정치탄압으로 규정했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봉주 전 의원, 그리고 이번 박 원내대표 검찰 소환사건이다.

마지막으로 MB정권 하에서 '표현의 자유'를 누리다 소리 없이 질식한 사례로 '미네르바' 박대성 구속사건, 광우병 촛불집회로 말미암은 <PD수첩>사건, 정연주 전 한국방송공사 사장 사건, 김현미·김재윤 의원 사건 등이 있다.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받은 정봉주 전 의원을 제외하고 거물급 정치인들은 모두 뇌물과 비리 관련 죄명으로 검찰에 불려 다녔고, 그 중 대부분은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때마다 법원은 무죄 판결 이유로 검찰의 '무리한 법적용'을 언급했다.

표적수사로 지목되는 사건들은 일관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에 의하면 불거진 여론을 잠재우거나 정치적인 탄압이나 상대진영을 흔들기 위해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명 수사'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사회 질서에 혼란을 주는 범법자를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권력 구조에 혼란을 주는 인물을 제재하기 위해서 수사가 진행되니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야당 지도부 수사는 정치탄압"
검찰 "원칙에 의한 공정한 수사일 뿐"

MB검찰이 보여준 또 다른 특징적 행동 중 하나는, 국정과 정부 정책에 관련된 일에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경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해 칼을 자주 댄다는 것이다. MB정권 초에 한 부장검사가 "정책 비판 보도에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이견 끝에 사표까지 냈지만 검찰은 그대로 기소를 강행했다.당시 청와대는 "보도가 총체적으로 왜곡·조작됐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고 논평까지 냈지만 결과는 역시 무죄였다.


검찰이 수사한 미네르바 사건의 공소사실 요지는 "'정부, 달러 매수금지 긴급 공문 발송' 등 허위사실을 퍼트려 공익을 해했다"라는 것으로 재판부는 박대성씨에게 글의 내용이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고, 공익을 해할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수사근거였던 법률이 위헌결정을 받아 무죄를 선고했다.

그리고 <PD수첩>의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검찰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과 관련해 허위 내용의 보도로 정책 담당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라는 공소사실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정책 비판보도를 정책 당국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려우며, 보도 취지도 허위내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검찰은 정연주 전 한국방송공사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정 전 사장이 한국방송공사 사장에 재선임 되려고 한국방송공사가 관련된 세무 소송을 포기하고 조정을 받아들여 회사에 1800여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법원은 "법원의 조정권고를 받아들인 것에 대해 배임죄를 적용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이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민주당의 김현미 의원과 김재윤 의원 사건 등도 비슷한 경로를 밟아 수사가 이뤄졌고, 결국 무죄 판결이 났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에 대한 논평으로 기소됐던 김현미 의원은 "2년간 재판을 받으며 지옥 같은 기간을 살았다. 저처럼 혼자 외로운 시간을 겪게 해선 안 된다"며 표적수사의 고통을 토로했다.

그림 그리고 퍼즐 맞추기
한계 뚜렷한 표적수사

MB정부를 '정치권 탄압 1호’라 칭해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김재윤 의원은 "2008년 8월19일 이후 대검 중수부의 조작, 표적수사에 지난 4년은 저에게 지옥이었다"며 "억울한 누명에 가슴은 피멍으로 얼룩졌고 80세 노모, 아내와 세 딸, 누이와 동생이 저로 인해 괴로워하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형국이었다"라고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무죄로 판결이 난 표적수사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지만 검찰은 수사를 지휘한 검사들을 여지없이 승진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한명숙 전 총리는 뇌물혐의로 기소됐지만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한 전 총리는 "이번 판결은 정치검찰에 대한 유죄선고이다"라고 말했다.

무죄판결로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혐의 입증 능력 부족이 드러났음에도 한 전 총리 수사팀은 승승장구했다. 사건 초기 수사를 맡았던 김기동 검사는 대검연구관 및 검찰기획단장을 거쳐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노환균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은 현재 법무연수원장이며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전교조 정당가입 수사, 용산참사 사건, 쌍용차점거 농성사태 사건 등을 진두지휘했다.

전현준 검사는 현재 서울지검 3차장을 맡고 있다. 전 검사는 광우병 방송을 보도한 <PD수첩>의 관련자 5인을 기소한 인물이다. <PD수첩> 사건은 MB정권의 대표적인 '청부수사'라 불리고 있다.

김현미 의원과 김재윤 의원을 수사했던 박용석 전 검사는 대검찰청 차장으로 승진했다. 김현미 의원은 한보철강 로비 의혹사건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국감에 압력행사를 해달라며 2차례에 걸쳐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기소됐지만, 이는 MB의 BBK 관련 도곡동 땅 차명보유 발언에 대한 '보복수사'로 불렸다.

5년마다 찾아온다는 '검찰의 계절' 표적수사 검사 승진은 보은인사?
BBK특검 당시 탄핵위기 처한 검사들, 지금은 '표적수사' 검사로 지목

김재윤 의원도 촛불정국 발언으로 제주영리의료법 인허가 관련 알선수재혐의로 표적수사를 받았다. 이 사건 모두 검찰은 재판에서 '완패'했다.


김재윤 의원을 공동 수사했던 최재경 검사도 승진해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거쳐 대검찰청 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최 검사는 미네르바사건과 박연차게이트도 담당했었다.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의 조카이자 최구식 의원의 사촌이기도 하다.

지난 6월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은 부산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으로 기소됐다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권력실세들의 비리를 희석하기 위해 야당 정치인을 억지로 끼워 넣은 짜맞추기 수사가 비참한 종말을 고한 것"이라며 "정치탄압에 대해 검찰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전 의원 사건을 담당한 김홍일 검사는 부산고검장으로 승진했다. 김 검사는 유명한 '모래시계 검사' 중 한 명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슬롯머신 비리가 터졌던 1993년 슬롯머신계의 대부를 끝까지 추적해 정관계 유력인사 14명을 줄줄이 낙마시킨 스타검사다.

슬롯머신 수사팀에는 홍준표 당시 주임검사(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휘 아래 '정의의 칼'을 휘둘렀던 정선태 검사(현 법제처장)가 있다. 이때 김 검사는 권력이나 검찰 수뇌부의 눈치를 보지 않았던 강단 있는 검사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김홍일 검사와 미네르바사건을 담당했던 최재경 검사, 한 전 총리 사건의 김기동 검사에게 공통의 이력이 발견됐다. 이들 모두 MB 관련 BBK사건을 담당한 특별검사였다는 사실이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에서는 이 검사들을 '이명박의 품에 안긴 정치검찰'이라 규정하고 헌정사상 최초로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검사직을 잃을지도 모르는 탄핵의 위기에서 한나라당의 국회 사수로 구사일생한 주인공들이 바로 이들이다.

무죄 받고도 무더기 승진
잘만 흔들면 '한자리'


이때 검찰을 불신하는 여론이 높았다. 당시 YTN이 실시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 의하면 '검찰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56.8%)가 '신뢰한다'(38.4%)보다 더 높게 나왔다. BBK수사 이후 이명박 후보의 신뢰도 조사에서도 '이전에도 신뢰하지 않았고 지금도 신뢰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이 50.8%에 이르렀다.

무죄 기소사건에 대한 보은인사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무죄선고를 받고도 승진하여 현재 검찰 간부직에 있는 검사가 몇 명 더 있다. 미네르바사건을 공동수사한 김수남 검사는 현재 서울남부지검장, <PD수첩> 광우병사건을 진두지휘했던 정병두 검사는 인천지검장, 정연주 전 한국방송공사 사장을 수사한 최교일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해 각각 MB검찰의 수뇌부 노릇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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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