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수사' 무죄판결에도 승승장구한 'MB검사들'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17 16: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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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울려 퍼지는 검찰의 '칼의 노래'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검찰이 정치권의 숨통을 연신 거세게 조이고 있다. 검찰의 칼끝은 유난히 매섭다. 5년마다 한 번씩 온다는 '검찰의 계절'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표적수사'라고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MB정권 내내 표적수사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표적수사 대상자와 칼자루를 쥐고 휘두르는 검찰, 가깝고도 먼 이 거리를 조심스레 되짚어 보았다.

'제1야당의 핵'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검찰의 표적이 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고 버티다 얼마 전 자진해서 검찰에 다녀왔다. 10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고 당당하게 걸어 나와 ‘역시 정치9단 박지원’이란 탄성을 자아냈다.

내곡동 사저 사건으로 정국이 떠들썩할 때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서면조사 대신 당당하게 출석을 했더라면 박 원내대표가 검찰의 출석요구에 이토록 으름장을 놓을 수 있겠느냐며 사방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렇게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연일 검찰의 표적수사에 대항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쌓인 것이 폭발한 것이다.

검찰의 무리한 법적용
‘표적수사’ 줄줄이 무죄

민주당은 최근 런던올림픽에서 유독 우리 대한민국 선수들에 대한 심판판정 논란이 계속되는 것을 빗대어 "대한민국 검찰도 오심 행진을 벌이고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박 원내대표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도 "표적수사 중단하라"는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검찰의 표적수사가 논란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검찰은 원칙과 사실에 의해 정해진 절차를 밟은 공정한 수사였다고 일관된 입장을 내놨지만 쏟아지는 뭇매를 피할 수 없었다.


정치권에서 MB정권하의 표적수사로 '지목'하고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사건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정권교체 후에 전 정부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검찰수사다. '대대적인 숙청의 피바람'이라 불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이 그것이다.

두 번째는 현 정부가 정권교체를 염려해 상대진영 핵심인사들의 싹을 미리 자른다며 야당에서 정치탄압으로 규정했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봉주 전 의원, 그리고 이번 박 원내대표 검찰 소환사건이다.

마지막으로 MB정권 하에서 '표현의 자유'를 누리다 소리 없이 질식한 사례로 '미네르바' 박대성 구속사건, 광우병 촛불집회로 말미암은 <PD수첩>사건, 정연주 전 한국방송공사 사장 사건, 김현미·김재윤 의원 사건 등이 있다.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받은 정봉주 전 의원을 제외하고 거물급 정치인들은 모두 뇌물과 비리 관련 죄명으로 검찰에 불려 다녔고, 그 중 대부분은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때마다 법원은 무죄 판결 이유로 검찰의 '무리한 법적용'을 언급했다.

표적수사로 지목되는 사건들은 일관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에 의하면 불거진 여론을 잠재우거나 정치적인 탄압이나 상대진영을 흔들기 위해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명 수사'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사회 질서에 혼란을 주는 범법자를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권력 구조에 혼란을 주는 인물을 제재하기 위해서 수사가 진행되니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야당 지도부 수사는 정치탄압"
검찰 "원칙에 의한 공정한 수사일 뿐"

MB검찰이 보여준 또 다른 특징적 행동 중 하나는, 국정과 정부 정책에 관련된 일에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경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해 칼을 자주 댄다는 것이다. MB정권 초에 한 부장검사가 "정책 비판 보도에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이견 끝에 사표까지 냈지만 검찰은 그대로 기소를 강행했다.당시 청와대는 "보도가 총체적으로 왜곡·조작됐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고 논평까지 냈지만 결과는 역시 무죄였다.


검찰이 수사한 미네르바 사건의 공소사실 요지는 "'정부, 달러 매수금지 긴급 공문 발송' 등 허위사실을 퍼트려 공익을 해했다"라는 것으로 재판부는 박대성씨에게 글의 내용이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고, 공익을 해할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수사근거였던 법률이 위헌결정을 받아 무죄를 선고했다.

그리고 <PD수첩>의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검찰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과 관련해 허위 내용의 보도로 정책 담당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라는 공소사실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정책 비판보도를 정책 당국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려우며, 보도 취지도 허위내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검찰은 정연주 전 한국방송공사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정 전 사장이 한국방송공사 사장에 재선임 되려고 한국방송공사가 관련된 세무 소송을 포기하고 조정을 받아들여 회사에 1800여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법원은 "법원의 조정권고를 받아들인 것에 대해 배임죄를 적용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이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민주당의 김현미 의원과 김재윤 의원 사건 등도 비슷한 경로를 밟아 수사가 이뤄졌고, 결국 무죄 판결이 났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에 대한 논평으로 기소됐던 김현미 의원은 "2년간 재판을 받으며 지옥 같은 기간을 살았다. 저처럼 혼자 외로운 시간을 겪게 해선 안 된다"며 표적수사의 고통을 토로했다.

그림 그리고 퍼즐 맞추기
한계 뚜렷한 표적수사

MB정부를 '정치권 탄압 1호’라 칭해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김재윤 의원은 "2008년 8월19일 이후 대검 중수부의 조작, 표적수사에 지난 4년은 저에게 지옥이었다"며 "억울한 누명에 가슴은 피멍으로 얼룩졌고 80세 노모, 아내와 세 딸, 누이와 동생이 저로 인해 괴로워하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형국이었다"라고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무죄로 판결이 난 표적수사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지만 검찰은 수사를 지휘한 검사들을 여지없이 승진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한명숙 전 총리는 뇌물혐의로 기소됐지만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한 전 총리는 "이번 판결은 정치검찰에 대한 유죄선고이다"라고 말했다.

무죄판결로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혐의 입증 능력 부족이 드러났음에도 한 전 총리 수사팀은 승승장구했다. 사건 초기 수사를 맡았던 김기동 검사는 대검연구관 및 검찰기획단장을 거쳐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노환균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은 현재 법무연수원장이며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전교조 정당가입 수사, 용산참사 사건, 쌍용차점거 농성사태 사건 등을 진두지휘했다.

전현준 검사는 현재 서울지검 3차장을 맡고 있다. 전 검사는 광우병 방송을 보도한 <PD수첩>의 관련자 5인을 기소한 인물이다. <PD수첩> 사건은 MB정권의 대표적인 '청부수사'라 불리고 있다.

김현미 의원과 김재윤 의원을 수사했던 박용석 전 검사는 대검찰청 차장으로 승진했다. 김현미 의원은 한보철강 로비 의혹사건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국감에 압력행사를 해달라며 2차례에 걸쳐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기소됐지만, 이는 MB의 BBK 관련 도곡동 땅 차명보유 발언에 대한 '보복수사'로 불렸다.

5년마다 찾아온다는 '검찰의 계절' 표적수사 검사 승진은 보은인사?
BBK특검 당시 탄핵위기 처한 검사들, 지금은 '표적수사' 검사로 지목

김재윤 의원도 촛불정국 발언으로 제주영리의료법 인허가 관련 알선수재혐의로 표적수사를 받았다. 이 사건 모두 검찰은 재판에서 '완패'했다.


김재윤 의원을 공동 수사했던 최재경 검사도 승진해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거쳐 대검찰청 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최 검사는 미네르바사건과 박연차게이트도 담당했었다.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의 조카이자 최구식 의원의 사촌이기도 하다.

지난 6월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은 부산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으로 기소됐다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권력실세들의 비리를 희석하기 위해 야당 정치인을 억지로 끼워 넣은 짜맞추기 수사가 비참한 종말을 고한 것"이라며 "정치탄압에 대해 검찰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전 의원 사건을 담당한 김홍일 검사는 부산고검장으로 승진했다. 김 검사는 유명한 '모래시계 검사' 중 한 명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슬롯머신 비리가 터졌던 1993년 슬롯머신계의 대부를 끝까지 추적해 정관계 유력인사 14명을 줄줄이 낙마시킨 스타검사다.

슬롯머신 수사팀에는 홍준표 당시 주임검사(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휘 아래 '정의의 칼'을 휘둘렀던 정선태 검사(현 법제처장)가 있다. 이때 김 검사는 권력이나 검찰 수뇌부의 눈치를 보지 않았던 강단 있는 검사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김홍일 검사와 미네르바사건을 담당했던 최재경 검사, 한 전 총리 사건의 김기동 검사에게 공통의 이력이 발견됐다. 이들 모두 MB 관련 BBK사건을 담당한 특별검사였다는 사실이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에서는 이 검사들을 '이명박의 품에 안긴 정치검찰'이라 규정하고 헌정사상 최초로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검사직을 잃을지도 모르는 탄핵의 위기에서 한나라당의 국회 사수로 구사일생한 주인공들이 바로 이들이다.

무죄 받고도 무더기 승진
잘만 흔들면 '한자리'


이때 검찰을 불신하는 여론이 높았다. 당시 YTN이 실시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 의하면 '검찰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56.8%)가 '신뢰한다'(38.4%)보다 더 높게 나왔다. BBK수사 이후 이명박 후보의 신뢰도 조사에서도 '이전에도 신뢰하지 않았고 지금도 신뢰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이 50.8%에 이르렀다.

무죄 기소사건에 대한 보은인사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무죄선고를 받고도 승진하여 현재 검찰 간부직에 있는 검사가 몇 명 더 있다. 미네르바사건을 공동수사한 김수남 검사는 현재 서울남부지검장, <PD수첩> 광우병사건을 진두지휘했던 정병두 검사는 인천지검장, 정연주 전 한국방송공사 사장을 수사한 최교일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해 각각 MB검찰의 수뇌부 노릇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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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