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수사' 무죄판결에도 승승장구한 'MB검사들'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17 16: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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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울려 퍼지는 검찰의 '칼의 노래'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검찰이 정치권의 숨통을 연신 거세게 조이고 있다. 검찰의 칼끝은 유난히 매섭다. 5년마다 한 번씩 온다는 '검찰의 계절'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표적수사'라고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MB정권 내내 표적수사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표적수사 대상자와 칼자루를 쥐고 휘두르는 검찰, 가깝고도 먼 이 거리를 조심스레 되짚어 보았다.

'제1야당의 핵'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검찰의 표적이 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고 버티다 얼마 전 자진해서 검찰에 다녀왔다. 10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고 당당하게 걸어 나와 ‘역시 정치9단 박지원’이란 탄성을 자아냈다.

내곡동 사저 사건으로 정국이 떠들썩할 때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서면조사 대신 당당하게 출석을 했더라면 박 원내대표가 검찰의 출석요구에 이토록 으름장을 놓을 수 있겠느냐며 사방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렇게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연일 검찰의 표적수사에 대항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쌓인 것이 폭발한 것이다.

검찰의 무리한 법적용
‘표적수사’ 줄줄이 무죄

민주당은 최근 런던올림픽에서 유독 우리 대한민국 선수들에 대한 심판판정 논란이 계속되는 것을 빗대어 "대한민국 검찰도 오심 행진을 벌이고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박 원내대표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도 "표적수사 중단하라"는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검찰의 표적수사가 논란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검찰은 원칙과 사실에 의해 정해진 절차를 밟은 공정한 수사였다고 일관된 입장을 내놨지만 쏟아지는 뭇매를 피할 수 없었다.

정치권에서 MB정권하의 표적수사로 '지목'하고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사건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정권교체 후에 전 정부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검찰수사다. '대대적인 숙청의 피바람'이라 불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사건이 그것이다.

두 번째는 현 정부가 정권교체를 염려해 상대진영 핵심인사들의 싹을 미리 자른다며 야당에서 정치탄압으로 규정했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봉주 전 의원, 그리고 이번 박 원내대표 검찰 소환사건이다.

마지막으로 MB정권 하에서 '표현의 자유'를 누리다 소리 없이 질식한 사례로 '미네르바' 박대성 구속사건, 광우병 촛불집회로 말미암은 <PD수첩>사건, 정연주 전 한국방송공사 사장 사건, 김현미·김재윤 의원 사건 등이 있다.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받은 정봉주 전 의원을 제외하고 거물급 정치인들은 모두 뇌물과 비리 관련 죄명으로 검찰에 불려 다녔고, 그 중 대부분은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때마다 법원은 무죄 판결 이유로 검찰의 '무리한 법적용'을 언급했다.

표적수사로 지목되는 사건들은 일관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에 의하면 불거진 여론을 잠재우거나 정치적인 탄압이나 상대진영을 흔들기 위해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명 수사'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사회 질서에 혼란을 주는 범법자를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권력 구조에 혼란을 주는 인물을 제재하기 위해서 수사가 진행되니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야당 지도부 수사는 정치탄압"
검찰 "원칙에 의한 공정한 수사일 뿐"

MB검찰이 보여준 또 다른 특징적 행동 중 하나는, 국정과 정부 정책에 관련된 일에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경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해 칼을 자주 댄다는 것이다. MB정권 초에 한 부장검사가 "정책 비판 보도에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이견 끝에 사표까지 냈지만 검찰은 그대로 기소를 강행했다.당시 청와대는 "보도가 총체적으로 왜곡·조작됐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고 논평까지 냈지만 결과는 역시 무죄였다.

검찰이 수사한 미네르바 사건의 공소사실 요지는 "'정부, 달러 매수금지 긴급 공문 발송' 등 허위사실을 퍼트려 공익을 해했다"라는 것으로 재판부는 박대성씨에게 글의 내용이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고, 공익을 해할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수사근거였던 법률이 위헌결정을 받아 무죄를 선고했다.

그리고 <PD수첩>의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검찰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과 관련해 허위 내용의 보도로 정책 담당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라는 공소사실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정책 비판보도를 정책 당국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려우며, 보도 취지도 허위내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검찰은 정연주 전 한국방송공사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정 전 사장이 한국방송공사 사장에 재선임 되려고 한국방송공사가 관련된 세무 소송을 포기하고 조정을 받아들여 회사에 1800여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법원은 "법원의 조정권고를 받아들인 것에 대해 배임죄를 적용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이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민주당의 김현미 의원과 김재윤 의원 사건 등도 비슷한 경로를 밟아 수사가 이뤄졌고, 결국 무죄 판결이 났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에 대한 논평으로 기소됐던 김현미 의원은 "2년간 재판을 받으며 지옥 같은 기간을 살았다. 저처럼 혼자 외로운 시간을 겪게 해선 안 된다"며 표적수사의 고통을 토로했다.

그림 그리고 퍼즐 맞추기
한계 뚜렷한 표적수사

MB정부를 '정치권 탄압 1호’라 칭해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김재윤 의원은 "2008년 8월19일 이후 대검 중수부의 조작, 표적수사에 지난 4년은 저에게 지옥이었다"며 "억울한 누명에 가슴은 피멍으로 얼룩졌고 80세 노모, 아내와 세 딸, 누이와 동생이 저로 인해 괴로워하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형국이었다"라고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무죄로 판결이 난 표적수사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지만 검찰은 수사를 지휘한 검사들을 여지없이 승진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한명숙 전 총리는 뇌물혐의로 기소됐지만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한 전 총리는 "이번 판결은 정치검찰에 대한 유죄선고이다"라고 말했다.

무죄판결로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혐의 입증 능력 부족이 드러났음에도 한 전 총리 수사팀은 승승장구했다. 사건 초기 수사를 맡았던 김기동 검사는 대검연구관 및 검찰기획단장을 거쳐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노환균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은 현재 법무연수원장이며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전교조 정당가입 수사, 용산참사 사건, 쌍용차점거 농성사태 사건 등을 진두지휘했다.

전현준 검사는 현재 서울지검 3차장을 맡고 있다. 전 검사는 광우병 방송을 보도한 <PD수첩>의 관련자 5인을 기소한 인물이다. <PD수첩> 사건은 MB정권의 대표적인 '청부수사'라 불리고 있다.

김현미 의원과 김재윤 의원을 수사했던 박용석 전 검사는 대검찰청 차장으로 승진했다. 김현미 의원은 한보철강 로비 의혹사건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국감에 압력행사를 해달라며 2차례에 걸쳐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기소됐지만, 이는 MB의 BBK 관련 도곡동 땅 차명보유 발언에 대한 '보복수사'로 불렸다.

5년마다 찾아온다는 '검찰의 계절' 표적수사 검사 승진은 보은인사?
BBK특검 당시 탄핵위기 처한 검사들, 지금은 '표적수사' 검사로 지목

김재윤 의원도 촛불정국 발언으로 제주영리의료법 인허가 관련 알선수재혐의로 표적수사를 받았다. 이 사건 모두 검찰은 재판에서 '완패'했다.

김재윤 의원을 공동 수사했던 최재경 검사도 승진해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거쳐 대검찰청 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최 검사는 미네르바사건과 박연차게이트도 담당했었다.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의 조카이자 최구식 의원의 사촌이기도 하다.

지난 6월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은 부산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으로 기소됐다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권력실세들의 비리를 희석하기 위해 야당 정치인을 억지로 끼워 넣은 짜맞추기 수사가 비참한 종말을 고한 것"이라며 "정치탄압에 대해 검찰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전 의원 사건을 담당한 김홍일 검사는 부산고검장으로 승진했다. 김 검사는 유명한 '모래시계 검사' 중 한 명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슬롯머신 비리가 터졌던 1993년 슬롯머신계의 대부를 끝까지 추적해 정관계 유력인사 14명을 줄줄이 낙마시킨 스타검사다.

슬롯머신 수사팀에는 홍준표 당시 주임검사(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휘 아래 '정의의 칼'을 휘둘렀던 정선태 검사(현 법제처장)가 있다. 이때 김 검사는 권력이나 검찰 수뇌부의 눈치를 보지 않았던 강단 있는 검사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김홍일 검사와 미네르바사건을 담당했던 최재경 검사, 한 전 총리 사건의 김기동 검사에게 공통의 이력이 발견됐다. 이들 모두 MB 관련 BBK사건을 담당한 특별검사였다는 사실이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에서는 이 검사들을 '이명박의 품에 안긴 정치검찰'이라 규정하고 헌정사상 최초로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검사직을 잃을지도 모르는 탄핵의 위기에서 한나라당의 국회 사수로 구사일생한 주인공들이 바로 이들이다.

무죄 받고도 무더기 승진
잘만 흔들면 '한자리'

이때 검찰을 불신하는 여론이 높았다. 당시 YTN이 실시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 의하면 '검찰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56.8%)가 '신뢰한다'(38.4%)보다 더 높게 나왔다. BBK수사 이후 이명박 후보의 신뢰도 조사에서도 '이전에도 신뢰하지 않았고 지금도 신뢰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이 50.8%에 이르렀다.

무죄 기소사건에 대한 보은인사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무죄선고를 받고도 승진하여 현재 검찰 간부직에 있는 검사가 몇 명 더 있다. 미네르바사건을 공동수사한 김수남 검사는 현재 서울남부지검장, <PD수첩> 광우병사건을 진두지휘했던 정병두 검사는 인천지검장, 정연주 전 한국방송공사 사장을 수사한 최교일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해 각각 MB검찰의 수뇌부 노릇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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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