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주호영 ‘퍼주기’ 노림수

다 내주고 얻는 건 동정심?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상임위원장을 더불어민주당에 다 내줬다. 민주당의 ‘일당 독식’을 부각시켜 민심을 얻겠다는 심산이다. 아울러 주 원내대표는 ‘정책 투쟁’으로 국회 내에서 싸울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실리를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헌법재판소 찾은 미래통합당 의원들 ⓒ고성준 기자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민주당이 제안한 7개 상임위원장을 거부했다. 협상에 실패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정보위원장을 제외한 17개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갖고 21대 국회를 열었다.

여당 위원장
전석을 차지

국회법에 따라 국회 정보위원장은 국회의장이 임의로 위원 배정을 할 수 없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에 대해 “국민께 송구스럽다”면서도 “국회 정지 상태를 막고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통합당 의원 전원은 국회사무처에 상임위 사임계를 내고 ‘국회 보이콧’에 들어갔다. 반면 민주당은 32년 만에 여당이 상임위원장 전석을 차지하는 역사를 새로 쓰면서 ‘책임정치’의 심판대에 올랐다.

국회 원 구성 협상은 8부 능선을 넘는 듯 했다. 거대 양당의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밤 국회 원 구성 논의를 마무리하고 최종 추인만 남겨둔 터였다. 하지만 다음날 오전 모두의 예상을 깨고 원내대표 회동 후 돌아온 결과는 ‘최종 결렬’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결렬 이후 원내대표와의 ‘가합의’ 사항을 공개했다. 합의문 초안에는 두 당이 18개 상임위원장직을 11대 7로 나누고, 21대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2022년 대선서 승리한 당이 우선 선택권을 갖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 원내대표는 통합당이 요구했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 및 후속 조치 관련 국정조사’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의 수사·재판 과정 등에 대한 법사위 청문회’까지 수용한 점도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서로 논의한 사실이 있을 뿐, 잠정 합의안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단지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법사위원장 임기를 후반기 2년이라도 교대로 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그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7개 상임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이 견제, 균형 차원에서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대선서 승리한 당이 가져가는 민주당의 방안에 “국회 자율성에 반한다”며 반대했다.

사찰 칩거 접고 컴백 “국회서 싸울 것”
의회 독재 ‘부각’ 여당 책임정치 ‘부담’

민주당은 협상 결렬의 원인을 협상권과 결정권을 달리하는 통합당의 구조 때문으로 봤다. 협상은 주 원내대표가 했지만, 실질적인 결정권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주 원내대표의 협상과 합의의 결정권을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원내 진행 사안에 대해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개입설을 제기했다. 이해찬 대표도 의원총회서 “저쪽(통합당)은 창구 일원화가 안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김 위원장의 개입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통합당 배준영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개입설은 심각한 허위사실이다. 민주당의 사실 호도가 지나쳤다”고 반박했다.

협상 결렬의 주요 요인으로 초선 의원들의 강경론도 꼽힌다. 통합당 관계자에 따르면 초선 의원의 대부분이 추가 협상 없이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에 모두 넘겨버리자는 데 동의했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갖지 못한다면 어떤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원칙론을 내세운 것이다.

결국 상임위를 다 내주게 된 주 원내대표의 고심은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의 ‘사찰 칩거’ 카드마저 수포로 돌아갔다.

그는 9일간 전국 사찰을 돌며 칩거에 들어간 뒤 지난달 24일 당으로 복귀했다.

사찰 칩거는 과거부터 거물급 정치인들이 협상 정국에서 막혔을 때 이용해왔던 방식이다. 메시지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 협상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종종 이용되곤 했다. 비록 빈손뿐인 결말이었지만, 김태년 원내대표가 주 원내대표가 머무르는 강원도 사찰에 직접 찾아간 점 역시 상징적인 대목이다.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과 면담 갖는 주호영 원내대표 ⓒ김성원 의원 페이스북

계속되는 파행으로 주 원내대표가 결국 극단적 투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추측들도 제기됐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는 일관적으로 “국회 내에서 싸울 것”을 강조했다. 피하지 않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가 가장 잘 투쟁할 장소가 국회”라며 “뺨 두들겨 맞고 바로 돌아서 웃을 수는 없지만, 국회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통합당은 지난 국회서 전국 장외투쟁, 지도부 단식 등으로 ‘국정 발목 잡기’ 프레임에 갇혀 비호감 이미지만 샀다. 결국 국민들은 통합당에 등을 돌렸고, 당은 총선에서 유례없는 참패를 당했다.

정책 투쟁
여론전으로

통합당을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전략을 바꿨다. 민주당이 18개를 다 독식하는 그림을 만들어 ‘일당독재’ 프레임으로 역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30일 열린 통합당 의원총회서도 여당의 ‘독식’을 부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셌다.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지난 국회까지 고집해왔던 단식이나 삭발이 아닌, 꼼짝없이 당하는 ‘을’의 입장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과의 의석 수 차이가 큰 만큼, 여론전으로 밀고가겠다는 전략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본인의 페이스북에 “야당으로서 올바른 주장은 하되 결국은 끌려갈 수밖에 없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억울해도 삭발은, 화가 나도 단식은, 열받아도 농성은, 장외투쟁은, 특히 빠루는 절대 안 된다”며 “극한으로 열받게 해서 삭발, 단식, 농성, 장외투쟁을 하게 만드는 것은 민주당이 원하는 것이다. 그냥 외치고 주장하되 질질 끌려가라”고 조언했다.

민주당으로서는 향후 여야 대치 상황서 ‘야당 탓’이 불가능해졌다. 아울러 문재인정권 후반기 국정운영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짊어져야 한다. 이해찬 대표 역시 “민주당이 모든 것을 다 짊어지고 가는 상황이라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부담감을 토로한 바 있다.


통합당으로서는 발목 잡기 프레임에 갇혀있던 이미지를 탈피해, 민주당의 독재 프레임을 강조할 수 있다. 또 정부·여당의 능력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통합은 이들의 실정을 온전히 물어 대여 투쟁력을 높일 수도 있다.

홍준표 의원은 “책임정치 구현 차원서 새롭게 국회법을 바꾸고 과반수 넘긴 정당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전통을 만들어보자”며 “자신들이 집권한 시기에 책임정치를 할 수 있는 체제가 돼야 국민의 선택이 보다 이성적·합리적일 수 있고, 책임 소재도 분명해진다”고 의견을 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일당 독재를 고리로 대여 투쟁 수위를 한층 더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최근 논란이 된 ‘인천국제공항 보안요원 정규직화’ ‘윤미향 의원 관련 의혹’ ‘라임 사태’ 등 큰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 여론을 업고 여당을 압박할 경우 지지층 결집은 물론이고 외연 확장도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 대화 나누는 김태년(더불어민주당)·주호영(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아울러 민주당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상임위원회 활동에 맞설 ‘당내 상임위’를 꾸려 현안을 챙기는 방안도 제기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위기 상황이 도래한 만큼 ‘정책 투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통합당 한 의원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여당에 맞서는 방법은 열심히 정책대안을 내고 국민들에 호소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의원들로부터 5지망까지 정할 수 있는 희망 상임위를 신청받고, 전문성과 선수를 고려해 상임위원 배정 작업을 마무리한 상태다. 주 원내대표로서는 각 상임위별로 정책적으로 투쟁할 만한 ‘공격수’ 배치가 더욱 중요해졌다. 주 원내대표는 한 방송서 “(상임위 활동을)강제 배정된 채로 할 수 없으니, 의원들의 능력이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상임위 조정을 다시 하고 있다”며 “의원들이 각자 배정된 상임위 활동을 하도록 독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통합당은 국회의장의 상임위 강제 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도 신청했다. 국회의장이 통합당 의원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상임위원장을 배정해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고유 권한을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통합당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박병석 국회의장이 야당 의원 103명을 상임위에 강제 배정한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자 국회의장의 권한 남용”이라며 “헌정사상 어떤 독재정권도 하지 않았던 반헌법적 행위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수처 뇌관
추 해임카드

통합당의 국회 보이콧은 그리 오랜 기간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진행하는 의사일정에는 당분간 참여하지 않겠지만, ‘국회 보이콧’이 길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국회서 당시 대규모 장외집회에 나섰지만, 오히려 민생 발목잡기라는 비판에 직면했던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경심사서 통합당이 ‘패싱’되면서 당의 뚜렷한 복귀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통합당은 앞서 민주당에 3차 추경 심사 기간을 일주일가량 늘려달라는 뜻을 밝혔지만, 민주당에 거부당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35조에 이르는 혈세가 들어가고, 적자국채 발행으로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추경안에 대한 심도 있는 심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주당의 횡포와 일방적인 의사진행에 대해서는 참여하기가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따라서 추경 심사가 끝난 후 7월 임시국회가 시작되는즈음 통합당은 상임위 일정에 맞춰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 원내대표는 추경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이번 추경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여론전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찾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통합당이 상임위에 복귀한 후 주 원내대표는 공수처장 임명을 두고 민주당과 정면 대치할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로서는 ‘사즉생’의 심정으로 공수처장 임명을 막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은 후보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이 중 ‘교섭단체 야당’ 몫 추천위원이 2명인만큼 통합당은 후보추천위 구성단계부터 막아설 수 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도 한 라디오서 “통합당이 반대하면 7월부터 시작해 10월까지는 공수처장 취임이 택도 없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여당에선 공수처 관련된 후속법안은 물론이고, 통합당의 몫인 공수처장 추천 비토권을 손볼 심산이다.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에 기한을 정해 추천위원 명단을 서면으로 요청할 수 있고, 해당 기한까지 교섭단체의 추천이 없을 때에는 국회의장이 별도의 교섭단체를 지정해 위원 추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규칙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주 원내대표는 ‘추미애 장관 해임 건의안 상정’으로 반격할 것으로 보인다.

상임위 다 놓치고…실리 부족 지적
축조심사, 현실적 견제 장치 필요

통합당은 지난 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남용했다며 해임 건의안 상정 방안을 논의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수사지휘 남용으로 추 장관 해임안을 검토한 것이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검토하고 제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발의되며, 재적 의원 과반 찬성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통합당의 의석은 103석으로 발의는 가능하지만 본회의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본회의서 가결되더라도 해임을 강제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단순한 정치적 압박 수단일 뿐이다.

일단 주 원내대표는 32년간 의석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던 관례를 민주당이 깼다는 점에 대여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상임위원장을 다 내줘 유관기관·직능단체 등과 당의 관계 설정, 당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 관리 등에 있어서는 실리를 챙기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울러 당내 의원들이 상임위 의정활동서 존재감을 보이기 어려워져, 정부·여당의 실정을 부각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애초에 통합당에 제안했던 예결위, 국토교통위 등은 의원들의 지역구 관리에 유리한 ‘알짜배기’ 상임위로 꼽히는 만큼 추후 당내서 불만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 ▲ 헌법재판소 민원실 찾아 국회의장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 무효 강제 권한쟁의 심판 청구서 제출하는 미래통합당 의원들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우리는 어떡해야 하나. 강경투쟁? 복귀? 보이콧? 결국 우리가 볼 때는 당당한 모습으로, 다른 사람이 볼 때는 빈손으로 국회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빈손으로 복귀하는 것보다는 상임위 7개,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받고 복귀하는 것이 그나마 그림이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전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통해 법안과 예산안 처리 등을 모두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상황서 의회독재라는 정치적 비판만으로 여당을 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내부적으로는 추가적인 입법 견제 장치를 요구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구체적으로는 국회법상 축조심사 규정을 활용하는 전략이 우선 거론된다.

깡통 차고
빈손으로?

상임위 안건 심사서 생략해온 의안을, 한 조항씩 낭독하며 차례로 의결하는 축조심사를 매 단계마다 요구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통상 여야 이견이 큰 법안을 최장 90일간 심사하는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통해 제동을 걸어 준법투쟁이 가능하다. 통합당 한 의원은 “축조심사는 필리버스터처럼 활용할 수 있어 또 다른 전략이 될 수 있다”며 “실질적인 방식들을 구체적으로 활용 가능한지와 기준 등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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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