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밀리는 BH 딜레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7.13 10:45:35
  • 호수 12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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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지키려다 큰집 떠나게 생겼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힘의 추가 기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청와대의 태도에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부동산 정책을 당 차원에서 주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균형을 이루던 힘의 추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 쪽으로 급속히 기우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 노영민 청와대비서실장

“이런 식으로 하면 각 상임위서 당정협의를 받아주지 말라.” <이해찬 대표, 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청주 집 처분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합당한 처신과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 <이낙연 의원, 7일 당대표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의 문답 중> 

“국민 눈높이서 보면 여러 비판 받을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태년 원내대표, 5일 SBS 인터뷰 중>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보인다. 지역구 주민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김남국 의원, 7일 MBC라디오 인터뷰 중>

똘똘한 한 채
비판 쏟아져


최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뭇매를 맡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서도 쓴소리가 여과 없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청와대와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 등을 결정하고, 기자들에게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뒤 당정협의에 나선 점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노 실장은 아파트 두 채를 소유하고 있었다. 강남의 반포아파트와 고향인 청주아파트가 그것이다. 청와대는 다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참모들에게 한 채를 제외하고 모두 팔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노 실장이 반포아파트와 청주아파트 중 반포아파트를 처분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급매물로 내놨다고 전했다. 그러나 약 40여분 뒤 청와대는 노 실장이 반포가 아닌 청주아파트를 팔기로 해 전날 매물로 내놨다고 정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똘똘한 한 채’ 논란을 불러왔다. 3선을 한 지역구의 청주아파트는 매물로 내놓고, 강남의 반포아파트는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달 내 서울(반포) 소재 아파트도 처분하겠다’며 ‘서울 소재 아파트에는 가족이 실거주하고 있는 점, 청주 소재 아파트는 주중대사,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수년간 비워져 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 노영민 비서실장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반포 소재 아파트

이어 “의도와 다르게 서울의 아파트를 남겨둔 채 청주의 아파트를 처분하는 것이 서울의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여론은 여전히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가 ‘강남 불패’ 신화만 재확인시킨 꼴이 됐다는 비판이다. 반포아파트는 13평 남짓한 방 2칸짜리 낡은 아파트다. 집값 상승 이외에는 반포아파트를 지킬 이유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이낙연·김남국 의원 입에서 노 실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내부서도 노영민 비판
김현미와 동반 사퇴론에 ‘흔들’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6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다가 안정세를 찾았다. 지난 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실시한 7월2주차(6∼8일) 주중 집계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0.0%가 문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때 50.0%가 무너지며 위기를 맞았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3월3주차 조사(47.9%) 이후 15주 만이었다.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발표로 불거진 청와대 참모진 다주택 보유 논란이 하락세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 실장의 ‘똘똘한 한 채’ 논란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노 실장은 사퇴론에 휩싸여 있다. 아직은 수면 아래에 있지만, 상황 악화 여부에 따라 외부로 분출될 수 있다. 일촉즉발의 상황인 것이다. 여당 내부서도 노 실장 스스로 사의를 표해 문 대통령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노 실장의 ‘똘똘한 한 채’ 논란은 당청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앞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청와대와 정부의 행동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3일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서 그는 “청와대와 정부가 이미 결정된 내용을 갖고 보도자료 내기 몇 시간 전에 당에 당정협의 계획을 통보해오는 것은 당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불만을 드러냈다. 
 

▲ 당권 도전을 선언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병희 기자

앞서 정부는 6·17 부동산 대책 등을 비롯해 주요 정책을 이미 결정, 기자들에게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후에야 당정협의 형식을 빌려 마치 민주당과 논의해 결정한 것처럼 보이게 발표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 당시 이와 관련해 “이런 식으로 하면 각 상임위서 당정협의를 받아주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를 향한 강한 경고성 발언이다. 

싸늘한 여론
어떡하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모친상 빈소를 찾은 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의 발언을 빌려 “정부가 미리 보도자료 배포를 언론에 한 다음에 당정협의를 요청하는 것은 사실상 당정협의라고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 보도자료를 뿌려놓고 당과 논의하는 형식적인 당정은 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지난 총선을 통해 176석의 거대 여당이 됐음에도 민주당이 의사결정 과정서 배제되고 있는데 대한 불만으로 읽힌다. 또 노 실장의 ‘똘똘한 한 채’ 논란으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한 데 대해 이 대표가 직접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이 대표가 청와대를 향해 불만을 표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는 지난 3일 열렸다. 하루 전인 지난 2일에는 노 실장이 청주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했다는 청와대의 발표가 있었다. 민주당은 당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서 노 실장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시점상 노 실장 문제로 참고 있던 이 대표의 불만이 폭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우회적으로 이 대표에게 사과했다. 지난 7일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일보>를 통해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당의 입장은 생각을 통보하듯 (당정협의를) 운영하지 말고, 충분히 대화하고 협의하자는 것 아니냐”며 “대화하는 상황서 한쪽이 대화가 부족하다고 하니, 우리는 앞으로 충분히 대화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정부는 이 대표의 분노에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직접 국회를 찾아 이 대표에게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보고했다. 

정부는 이번 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한다. 이에 앞서 현재 민주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대표에게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구한 것이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 부총리는 이 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 앞에서 “한국판 뉴딜과 관련해 관계 부처 간 협의는 마무리된 상황”이라며 “보완을 위해 이 대표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다만 참석자들 모두 그 자리서 부동산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홍 부총리는 “잘 안 믿겠지만, 정말로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 역시 “오늘 부동산 정책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부동산 정책을 당 차원에서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서 “당 주도의 부동산 대책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아파트 투기 근절, 서민들이 손쉽게 내 집을 마련하는 사회적 기반이 정착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해찬 대노
청 흔들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서 “각종 공제 축소 등 종부세(종합부동산세)의 실효세율을 높이기 위한 추가 조치를 국회 논의 과정서 확실하게 검토하겠다”며 당이 부동산 정책 추진에 주도권을 쥐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정책위원회서 부동산 정책을 주도할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관료적 마인드로는 창의적 발상이 나올 수 없으니, 당 차원서 해법을 찾아 부동산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주문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 앞에서 “국토교통부나 정부서 나올 안들은 이제 다 나온 것 아니냐. 이제 당에서 끌고 가야 한다”며 “원내대표와 정책위가 중심이 돼 부동산 대책을 보완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경질론까지 수면 위로 올랐다. 

이낙연 의원은 지난 9일 한 라디오서 김 장관 경질론과 관련해 “인사는 대통령의 일이고 함부로 말하는 것이 직전 총리로서 적절하지 않지만, 정부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 대화 나누는 노영민 청와대비서실장(사진 오른쪽)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민주당 홍익표 의원 역시 김 장관 교체론에 대해 “여당 의원으로서 참 난감하긴 한데, 정책 변화나 국면 전환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그런 부분도 고려해야 할 타이밍이 아니냐”라고 우회적으로 교체론을 언급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의 균형은 점차 민주당 쪽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이하 전대)가 오는 8월로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둘 중 당권을 잡는 사람이 유력 대권주자로 올라설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지난 5월10일을 기점으로 집권 4년 차에 돌입했다. 청와대 권력누수가 생길 수 있는 시점이다. 

부동산발 청 개편론
이낙연 “성공 못해”

당권주자들은 부동산 정책을 언급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지난 9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땜질식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의원과 당권 경쟁 중인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은 같은 날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자리서 부동산 정책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여의도 민주당 당사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동산 불평등 해소를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청와대와 정부가 주도한 6·17 부동산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과 노 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의 주택 보유와 관련한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서 내놓은 공약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의원은 기자회견장서 “문재인정부는 2018년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부동산 투기 차단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종합부동산세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 대비 보유세 비율은 0.87%로 OECD 평균 1.06%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딜레마에 빠졌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권력누수를 최소한으로 막아야 하는 중책을 안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민주당 일각에서는 ‘부동산발 청와대 개편론’이 제기됐다. 노 실장이 논란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 청와대

그러나 부동산발 청와대 개편론은 청와대 입장서 위험 부담이 크다. 만약 노 실장이 사퇴한다면, 비서실장 자리와 반포아파트 중 반포아파트를 선택했다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6·17 부동산 대책이 희화화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서울 흑석동 상가 매입 사건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주도한 6·17 부동산 대책이 불신은 물론이고 희화화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흑석 김의겸’ ‘방배 조국’ ’과천 김수현’ ‘반포 갭영민’ 등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을 희화화하는 별칭이 공유되고 있다. 갭영민은 노 실장이 결국 ‘강남 갭투자’를 위해 반포아파트를 보유한 것 아니냐는 데서 유래됐다. 

시간은
민주당 편

노 실장은 지난 2일 청와대 참모 중 다주택 보유자에게 두 번째 매각 권고를 내렸다. 한 달 내로 매각하라는 권고다. 만약 권고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인사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 보유자 중 퇴직을 선택하는 참모가 나온다면 야권의 조롱을 받을 공산이 크다. 한 달 내 매각하지 않고 버티는 참모가 나와도 마찬가지다. 이래저래 청와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영민이 쏘아올린 ‘다주택 강제처분법’은?

청와대 참모·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한 ‘다주택 강제처분법’을 발의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심 대표는 지난 7일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나 집권여당의 정책추진 의사보다 ‘똘똘한 한 채’를 챙기겠다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처신을 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고위 인사들이 거주 이외의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강제처분토록 하는 법안을 여야에 제안했다.

청와대 참모와 국회의원, 장차관은 물론 1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이 대상이다.

심 대표는 이 같은 제안을 발표하며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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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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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