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0 상반기 방송계 결산

빈익빈 부익부 드라마
트로트에 쏠린 예능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어느덧 2020년도 절반을 지나가고 있다. 전 세계를 지배한 코로나19로 생경한 한 해를 맞이한 2020년. 방송계 역시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오프라인 만남이 줄어든 가운데 많은 이들이 방송으로 여가를 달랬다. 방송 콘텐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드라마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예능은 트로트 쏠림 현상이 짙게 보였다. 
 

▲ (사진 왼쪽부터) JTBC <부부의 세계>, SBS <스토브리그>,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TV조선 <미스터트롯>

먼저 상반기 드라마계는 4월을 전후로 크게 나뉜다. 4월 이전에는 시청률 20%를 넘거나 육박하는 작품이 대거 나왔다. 파죽지세라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각 방송사는 수작을 내놨다. 그 가운데 SBS와 JTBC, tvN이 두각을 나타냈고, MBC와 KBS는 인기작품 하나 건지지 못했다. 반면 4월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모든 방송사가 저조한 성적표를 받고 허덕이고 있다.

올 상반기 최대 관심작은 단연 JTBC <부부의 세계>다. 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원작의 밀도 높은 이야기와 예기치 못한 반전이 휘몰아치는 전개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불륜으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는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신드롬 일으킨
JTBC 함박웃음

배우 김희애와 박해준, 한소희, 박선영, 김영민, 채국희, 이경영, 심은우, 이학주 등 극한의 스토리 속에서 복잡한 인물의 감정을 훌륭하게 표현한 출연 배우들 모두 대중의 관심을 듬뿍 받았다. 

1회 시청률 6.3%(닐슨코리아)로 시작한 <부부의 세계>는 28.4%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마지막 회를 장식했다. 신드롬급 사랑을 받은 <부부의 세계>는 “사랑한 게 죄는 아니잖아” 등의 명대사들이 각종 온라인서 패러디 되며 2차 콘텐츠가 대거 양산되기도 했다.


배우 박서준과 김다미, 권나라 등이 출연한 JTBC <이태원 클라쓰>는 동명 웹툰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청년 창업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복잡한 관계와 상황 속에서 성장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로 16.5%의 시청률을 기록, 성공적인 마무리를 지었다.

어딘가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 뭉쳐 최고의 음식점을 만드는 과정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각 인물 간의 로맨스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는 평가다. 

SBS 내놓은
잇단 수작들

비록 최고의 왕좌 자리는 JTBC의 <부부의 세계>에 내줬지만, 전체적인 성과로 치자면 SBS가 더욱 빛났던 기간이었다. 한석규 주연의 <낭만닥터 김사부2>와 스포츠 드라마로서는 기념비적인 인기를 누린 <스토브리그>, 김혜수와 주지훈이 열연한 <하이에나> 등이 올해 SBS가 내놓은 작품이다.

지방에 있는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진 진짜 의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여러 단면을 보여준 <낭만닥터 김사부2>는 한석규를 비롯해 안효섭, 이성경, 소주연, 윤나무 등 신구조화가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7.1%라는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얻어내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JTBC ‘한 방’ SBS ‘두각’ tvN ‘체면치레’
10% 시청률 하나 없는 KBS·MBC 울상

남궁민 주연의 <스토브리그>는 야구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비시즌, 프런트의 브레인 싸움에 집중한 이 드라마는 많은 양의 취재를 바탕으로 매우 뛰어난 디테일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인 ‘백승수’ 역의 남궁민을 비롯해 박은빈, 오정세, 조병규 등 다수의 배우가 조명됐다. 19.1%의 높은 시청률로 마무리된 작품이다.


변호사들의 하이에나식 생존기를 그린 <하이에나>는 김혜수의 막강한 걸크러시와 주지훈의 강렬한 연기에 힘입어 14.6%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김서형 주연의 <아무도 모른다>는 장르물 특성의 높은 진입장벽을 깨며 11.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탄탄한 구성과 대본을 선보인 수작으로 기억된다. 

두 히트작
tvN 턱걸이

드라마 명가로 부상했던 tvN은 올해 그 이름값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작품 대부분이 5% 이하의 시청률을 내놨으며, 화제를 모으는 데도 실패했다. 

그런 와중에 손예진과 현빈 주연의 <사랑의 불시착>이 21.7%로 tvN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사랑의 불시착>은 멜로물의 전형적인 구도였음에도 손예진, 현빈을 비롯한 출연 인물들이 매력적으로 묘사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아울러 넷플릭스에 공개되면서 현재 국내뿐 아니라 일본서도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신원호 사단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병원을 중심으로 한 힐링 드라마의 매력을 선보였다. ‘99즈’로 불리는 전미도, 조정석, 유연석, 김대명, 정경호를 비롯해 신현빈, 정문성, 김준한, 안은진 등 조연배우들도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시즌제를 선포한 이 드라마는 14.1%를 기록하며 마무리했다. 앞으로 시즌2·3서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 왼쪽부터)tvN 반의반, 하트시그널, 어서와, 부러우면 지는거다

연상호 감독이 대본을 집필한 <방법>도 장르물치고는 높은 성적인 6%를 기록했다. 워낙 독특한 소재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인기 작품이다.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한 작품이 적지 않았지만, 반대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작품도 많았다. 특히 <더킹:영원한 군주>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으로 올해 상반기 최대의 기대작이었으나,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다가 결국 8.1%로 종영했다. 과도한 PPL, 일부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 어려운 스토리, 복잡한 1인2역 등의 지적을 받았다. 

SBS의 <굿캐스팅> 역시 12.3%로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다 8.0%까지 떨어졌다. 마지막 회는 9.8%로 마무리하면서 절반의 성공만을 거뒀다. 

그나마 거론된 작품은 나름의 인기를 얻은 편이다.

소리 없이 사라진 드라마들
국내 예능은 하향평준화 중?

KBS2 <어서와>, MBC <그 남자의 기억법>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 <더 게임:0시를 향하여> 등은 1∼3% 시청률에 허덕였다. tvN <반의 반>도 1∼2%의 시청률 난조에 허덕이다 조기에 종영했으며, 채널A <터치>, MBN <유별나!문셰프>는 0%대의 시청률로 종영했다.


이 외에도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 tvN <가족입니다> <오 마이 베이비>, JTBC <쌍갑포차> <야식남녀>, KBS2 <영혼수선공> 등이 5% 이하의 낮은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MBC <꼰대인턴>만이 그나마 6% 시청률로 선전 중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워낙 많은 콘텐츠가 나오면서 작가진은 물론 스태프 역시 능력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여러 방면서 콘텐츠의 질적인 차이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게 현 드라마 시장의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2020년 예능계는 코로나19의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변화를 맞이했다. 오디션이나 공개 무대 예능은 무관객 녹화로 진행됐다. 해외 촬영이 필수였던 여행 예능은 국내로 방향을 틀거나 새 판을 짜는 데 집중했다. 이런 가운데 비교적 촬영이 손쉬운 관찰 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서 신선한 새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으면서 예능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지루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방송가에 부는
트로트 광풍

코로나19 여파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제작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 빈틈을 트로트가 꿰차고 들어왔다. TV조선 <미스터트롯>이 그 중심이다. 


2020년 상반기 예능에 있어 <미스터트롯>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TOP7에 오른 출연자들은 TV조선을 넘어 각 방송사의 패널로 출연하며, 평균 시청률의 2배를 얻어내는 등 시청률 파워를 입증하고 있다. 

지난 겨울 시작한 <미스터트롯>은 종합편성채널이란 한계를 뛰어넘고 최고 시청률 35.7%를 기록했다. 각종 콘텐츠 영향력평가서도 높은 점수를 받으며 ‘국민 예능’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미스터트롯> 진(眞) 임영웅을 향한 인기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임영웅뿐 아니라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등의 스타들은 압도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 ▲▲ tvN <삼시세끼> 어촌편

TV조선은 <미스터트롯>의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 사랑의 콜센타>(이하 <사랑의 콜센타>), F4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가 출연하는 <뽕숭아학당>을 스핀오프로 즉각 편성했다. <사랑의 콜센타>는 2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며, <뽕숭아학당>도 14%를 기록하는 등 국내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여전히 이들의 인기는 시들지 않고 있다. 

기성세대의 전유물로만 여겨진 트로트가 공전의 히트를 치자 다른 방송사에서도 트로트와 관련된 음악 예능을 내세웠다. 이 같은 현상은 이른바 ‘트로트 코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SBS는 <트롯신이 떴다>를 런칭했고, MBC <편애중계>는 트로트 미니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MBC는 <트로트의 민족>(가제)도 편성했으며, KBS2는 <트롯전국체전>을 제작했다. SBS플러스는 기성 인기 가수들의 트로트 도전기를 그린 <내게ON트롯>을, MBN은 <보이스트롯>을 제작했다.

하지만 TV조선의 출연자들이 나오지 않는 트로트 방송은 기대만큼 좋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워낙 우후죽순 생겨나는 탓에 소모적이라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장수 프로그램
스타PD의 선전

요즘 예능계에선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예능 프로그램이 흔치 않다. 새롭게 론칭한 예능은 많지만 그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스타 PD인 김태호 PD와 나영석 PD는 꾸준히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MBC <놀면 뭐하니?>는 효리와 비가 합세한 혼성그룹 아이템이 엄청난 관심을 끌면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이효리의 막강한 입담으로 새로운 형태의 예능 토크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고 있다.

나 PD의 <삼시세끼:어촌편5> 역시 편안한 힐링 예능의 매력을 톡톡히 보이며 11%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장수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선전한 2020년 상반기이기도 했다. MBC <나 혼자 산다> <복면가왕>, SBS <런닝맨> <동물농장> <미운우리새끼>, KBS2 <1박2일 시즌4> <불후의 명곡>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이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반해 올해 론칭한 프로그램 중 두각을 나타내는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특이한 현상이다. 

보수적 환경 낡은 콘텐츠
새로운 형태의 전환 필요

시청률 집계 업체인 닐슨코리아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새로 제작된 예능 프로그램 중 지상파 주간 시청률 순위 20위 안에 드는 프로그램은 <트롯신이 떴다>가 유일하다.

케이블의 경우 <삼시세끼:어촌편5>를 제외하곤, 3.3%의 <바퀴 달린 집>이 그나마 선전 중이다. 종합편성채널 분야는 TV조선의 트로트 예능을 제외하고는 두각을 나타내는 새 예능이 없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지만, 기존의 높은 벽을 뚫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예능계의 가장 핫 이슈는 KBS2 <개그콘서트>의 잠정 중단이다. 한국 코미디의 산실이기도 했던 <개그콘서트>는 지난 26일 마지막 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1999년 9월4일 첫 방송 이후 처음 있는 방송 중단은 ‘사실상 폐지’로 향한다는 게 중론이다.

리얼리즘이 강조되는 예능이 인기를 끄는 현실서, 콩트와 연기를 통해 웃음을 주는 공개 코미디의 매력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은 보수적인 제작환경의 지상파 공개 코미디를 낡은 콘텐츠로 전락시켰다.
 

▲ ▲▲ KBS2TV 장수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tvN <코미디 빅리그> 역시 겨우 1∼2%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코너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공개코미디 형태를 갖추는가 싶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무관객 녹화가 진행되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아울러 새로운 스타 발굴도 딱히 보이지 않아 <코미디 빅리그>의 미래도 밝은 편은 아니다.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높은 효율을 보인 관찰예능도 힘이 빠지기는 매한가지다. 워낙 많은 관찰예능이 쏟아져 나와 지겹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실제로 SBS <미운우리새끼>와 KBS2 <살림하는 남자들2> <슈퍼맨이 돌아왔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MBC <나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등을 제외하면 5%를 넘기는 프로그램이 없다. 

지겨워진  예능

특히 일반인을 활용한 관찰예능은 끊임없이 과거사 논란에 휘말리면서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겁다. MBC <부러우면 지는 거다> 채널A <하트시그널3>가 대표적인 예다.

관찰예능은 사람들의 리얼한 면을 지켜본다는 측면서 오랫 동안 방송가의 먹거리였다. 하지만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너무 많이 나왔고, 리얼리즘을 표방한 짜여진 연출도 드러나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방송 관계자는 “관찰예능을 너무 우려먹었다. 소재만 조금 바뀐 형태의 관찰예능이 너무 많아 시청자들이 지루함을 느낀다. 이제는 방송계가 새로운 형태의 방송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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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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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