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협회 VS 소각·매립 업계’ 이상한 갈등 내막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6.29 10:55:06
  • 호수 12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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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 결국 밥그릇 싸움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생활폐기물을 두고 두 단체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가 홈페이지에 기존 생활폐기물 처리 방식에 대해 문제삼으며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폐기물 소각·매립 업계는 이 때문에 자신들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소각·매립 업계가 뿔났다. 한국시멘트협회(이하 협회)가 폐기물 소각·매립 처리에 관해 환경오염 유발을 촉진시키고 있다고 주장하자 소각·매립 업계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소각·매립업계)를 폄훼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뿔난 이유?

폐기물 소각·매립 업계 단체로 구성된 재활용방치폐기물 고통분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협회에 명예 실추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또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이를 바로잡아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성명서에는 “방치폐기물로 고통을 겪다가 결국 ‘재활용폐기물 고통분담 비상대책위원회’를 설립했다. 최근 폐기물을 시멘트에 섞어 제조하는 시멘트 업계가 ‘소각·매립으로의 폐기물 처리는 아까운 자원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2차 환경오염을 발생시킨다’고 비방을 일삼고 있다. (우리는)폐기물 국가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뒷받침하고 국민의 환경보호권을 지켜주고자 존재했다. 시멘트 업계의 부도덕하고 불공정한 행위를 즉각 시정할 것을 요구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협회 홈페이지 자원순환센터엔 ‘소각장의 경우에는 소각 후 소각재가 발생하게 되고, 발새오딘 소각재는 다시 매립을 하게 돼 또 한 번의 오염이 생긴다’고 명시돼있다.


이들은 해외 시멘트산업 순환자원 재활용 현황에도 ‘소각, 매립에 의한 환경오염 및 님비(Not In My Backyard)로 국가적 환경문제 발생’이라고 표기하며, 시멘트 산업이 자원순환형 사회를 구축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멘트산업의 순환자원 재활용으로 ‘폐기물 소각·매립으로 인한 국가적 자원낭비 및 환경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라고 안내하며 사회적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매립과 소각이 2차 오염 유발 및 처리비용 과다 등 환경문제가 발생해 국가자원순환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위원회는 협회에 해당 내용에 대한 수정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협회는 5군데만 수정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유지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대부분 고쳐주지 않았다. 시멘트를 만들 때에도 2차 오염유발이 아예 안 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각시설과 소성로의 대기배출 허용 기준을 파악해보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염의 주범” 갑자기 흑색 비방전
알고 보니 물량싸움 앞두고 신경전?

2015년부터 협회는 정부, 지자체와 협력하에 환경오염 해결 및 자원고갈, 에너지 위기극복을 위한 자원순환사회 실현에 적극 나섰다. ‘시멘트 산업분야 자원순환사회 구축 및 환경·안전관리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원순환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섰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부터 홈페이지에 자원순환세터에 관한 글을 올린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정부서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많이 했다. 협회도 아마 그 활동의 일환으로 홍보도 많이 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이전부터 시멘트 A사는 생활쓰레기를 시멘트 생산 연료로 활용했다. 지난해 강원도 삼척시와 함께 ‘가연성 생활폐기물 연료화 전처리시설’을 건립한 A사는 선별된 폐비닐 등 가연성 생활폐기물을 시멘트 생산 연료인 유연탄 대체제로 사용하고 있다.

이 시설은 하루 70t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다. 현재 연간 약 2만t의 생활폐기물이 이 시설을 통해 연료로 활용 중이다. 시멘트 산업계에선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모범 상생 사례로 꼽고 있다. 삼척시도 “위생적인 생활폐기물 처리로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 ⓒ시멘트협회 홈피

B사 동해공장에는 석회석 등 원료를 시멘트로 만들기 위한 킬른(원료를 가열해 소성하는 원통형 가마)이 7개 있는데 온도를 최대 2000도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연료로 유연탄 대신 잘게 분쇄한 폐타이어와 폐페트병 등 폐합성수지를 사용하고 있다.

시간당 폐합성수지 약 50t이 킬른 온도를 올리는 예열실에 투입되는데, 예열실 설비는 폐합성수지 속 석유 성분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매립하거나 소각해야 할 폐타이어나 합성수지 등 각종 가연성 쓰레기를 폐기하지 않고 시멘트 생산을 위한 ‘순환자원’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시멘트 업계가 순환자원 활용을 늘리는 것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유연탄보다 가격 대비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최근 가격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유연탄 사용을 줄이는 한편, 열량이 유연탄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폐합성수지 사용을 늘리는 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향후 시멘트 회사들은 생활 폐기물 처리는 사업을 확대하면서 소각·매립업계와의 물량 확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답은?

위원회 관계자는 “시멘트협회서 우리 방식을 폄하해 물량을 확보하는 면에는 별로 영향이 없다. 지금까지 열심히 하고 있는 소각·매립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다. 물질적인 피해보다 명예가 실추되기 때문에 정정을 요청한 것”이라며 “20년 이상 열심히 한 것에 대해 부정당하는 기분이며, 방법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에게 문의를 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쓰레기산 1년간 방치?

경남 고성군 상리면의 한 폐기물 처리업체가 쓰레기를 1년 동안 방치하면서 주민들이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4일 고성군에 따르면 쓰레기 재활용 업체인 A업체가 지난해 초부터 상리면 폐기물 재활용 공장에 쓰레기를 방치하기 시작하면서 악취와 침출수로 인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방치된 쓰레기는 공장 내부에 가득 찬 것도 모자라 업체 앞마당까지 넘치면서 폐그물과 폐합성수지 등 쓰레기가 10여m 높이로 100m 가까이 산처럼 쌓여있는 상황이다.

군은 허용보관량 600t으로 허가받은 이 업체가 그동안 불법으로 쌓아놓은 쓰레기가 5000t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근 고성군 신촌마을과 사천시 소곡마을 주민들이 쓰레기서 나오는 악취로 고통을 호소할 뿐 아니라, 침출수가 인접한 사천강으로 흘러들면서 추가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에 군은 A업체를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6차에 걸쳐 고발하고 영업 정지도 명령했지만, 업체는 그동안 한번도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업정지 기간에도 쓰레기를 추가 반입한 것이 적발돼 지난해 12월에는 허가까지 취소당했다. 군은 쓰레기를 직접 처리한 뒤 구상권을 청구하기로 하고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상태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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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