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약품 3세 경영의 현주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국제약품은 3세 경영 궤도서 유영하고 있다. 오너 3세 남태훈 사장은 업계 최연소로 대표이사에 올랐다. 기대와 함께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적에 청신호가 들어오면서 잦아드는 모양새다. 다만 남 사장이 리베이트 관련 혐의로 유죄를 확정 받은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 ‘남태훈호’는 순항할 수 있을까.
 

▲ 남태현 국제약품 대표이사 ⓒ국제약품

국제약품은 1959년 설립된 중견 제약사다. 창업주는 고 남상옥 회장으로 지난 5·16군사정변 당시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정권이 들어선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 재정경제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국제약품도 성장가도를 달리며 1975년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군사정변
성장가도

경영권은 장남이 이어받았다. 오너 2세 남영우 국제약품 회장은 1973년 입사한 뒤, 부친의 별세로 국제약품 회장이 됐다.

최근 국제약품은 3세 경영 궤도에 올랐다. 유력한 승계 후보는 남 회장의 장남 남태훈 국제약품 사장이다. 남 사장은 업계 최연소로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업계 이목을 사로잡은 바 있다.

남 사장은 1980년생으로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 보스턴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8년 국제약품 계열사 효림산업에 입사했다. 이듬해인 2009년 국제약품으로 거취를 옮겼다. 이후 마케팅부 과장, 기획관리 차장 등을 거쳤다.


지난 2011년에는 영업관리실 이사로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국제약품 주식도 최초로 확보했다.

그해 4월 남 사장은 568주를 매입했지만 약 4개월 뒤 전량에 가까운 560주를 매각했다. 8주를 쥔 채 한동안 주식을 사들이지 않았다.

변화는 2013년에 발생했다. 남 사장이 판매부분 부사장으로 올랐을 때다. 그해 7월 남 사장은 2만3400주를 매입하면서 모두 2만3408주(0.15%)를 보유하게 됐다.

이듬해인 2014년엔 국제약품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되면서 지분도 추가로 확보했다. 그해 2월 1만3520주, 1만1200주씩 두 차례 주식을 매입했다. 그 다음달에는 702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그 결과 남 사장의 보유 지분은 4만8830주(0.31%)로 상승했다.

제약업계 최연소 일찌감치 사장으로
승진·주식 취득 동시에…입지 다져

남 사장은 2015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만 34세였다. 위상이 높아진 만큼 지분 매입도 동반됐다.

그해 3월 2441주, 6월 2만6019주를 사들이면서 모두 7만7290주를 쥐게 됐다. 2016년에는 6531주, 1만주를 확보하면서 9만3821주까지 끌어모았다.


남 사장은 지난 2017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입사 10년이 채 안 된 시점서 국제약품 ‘꼭대기’에 올라선 셈이다. 이후 그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국제약품 주식을 대거 매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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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남 사장은 4차례에 걸쳐 7만5186주를, 3월에는 15차례에 걸쳐 13만5080주를 사들였다. 이전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규모였다. 같은 해 8월 236주를 매입하면서 30만4323주까지 수직상승했다. 지분 취득에만 사용된 자금은 6억5000만원을 넘었다.

지분 매입은 계속됐다. 2018년 3월 1만2172주, 7월 4690주, 10월 4만6684주를 끌어모은 데 이어 지난해 3월 7357주, 8월 1만1793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남 사장은 국제약품 주식 38만7019주를 최종 확보했다. 올해 지분 매입 소식은 지난달까지 없었다.

현재 국제약품은 3인 공동대표 체제다. 남 회장과 남 사장, 그리고 안재만 대표이사가 함께한다.

업계 일각에선 남 사장의 승진을 두고 우려를 제기했다. 너무 무거운 왕관이라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남 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국제약품 실적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냉탕, 온탕 
그 다음은?

최근 3년간 국제약품 실적을 살펴보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233억원, 1076억원, 1111억원으로 불규칙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5억원, 32억원, 5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순이익은 10억원, 21억원으로 늘어나다가 지난해 -47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직전년도에 비해 ‘기타비용’과 ‘법인세 비용’이 껑충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성적표는 기대할만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국제약품 매출액은 직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3.02% 증가한 33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140% 가까이 증가한 61억원, 순이익은 2.5배 가깝게 뛴 49억원이었다.

국제약품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요인은 ‘메디마스크’였다. 메디마스크는 국제약품이 제작한 마스크로, 코로나19 여파가 확대되기 전 과감하게 마스크 사업에 뛰어든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남 사장이 해당 사업에 속도를 내도록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약품은 국내 제약사 최초로 자체 마스크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마스크 외에도 손세정제 등 기존 의약품 수요 증가도 1분기 실적에 기여했다.

다만 남 사장은 자신의 커리어에 오명을 남기고 말았다. 리베이트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 지분
14% 조금 넘어

지난 2018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국제약품 전·현직 임원들을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2013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전국 384개 병·의원 의사 100여명에게 42억8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였다.

당시 경찰은 국제약품 영업기획부서가 대표이사 승인을 받아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관리해 리베이트 제공 등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국제약품은 지난 1분기 보고서에 재판 결과를 적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 사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임원들은 징역 6월∼1년에 전원 집행유예 2년이었다. 국제약품 법인도 벌금 3000만원이 부과됐다. 국제약품은 1심 판결에 승복, 항소를 포기하면서 형량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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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약품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회사 차원서 내놨다. ISO37001(부패방지경영시스템) 도입과 함께 내부 경영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또 임원 교육훈련 강화도 포함됐다.

남 사장은 경영 일선에 나섰지만 완전한 승계까지는 요원할 전망이다. 국제약품 주주 구성과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그렇다.


남 사장이 보유한 국제약품 지분은 2.1%에 불과하다. 부친인 남 회장의 지분은 8.52%다. 남 사장의 누나인 남혜진(NAM JENNIFER YOUNG) 국제약품 전 상무에게는 0.1% 지분이 있을 뿐이다. 이들의 지분 합은 10%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리베이트 혐의 유죄 확정 항소 취하
오너 리스크, 실적 개선으로 타개?

이 외에 친인척(1.09%), 임원(0.88%) 등의 지분을 모두 더해도 14%를 조금 넘는다. 하지만 오너 일가 지배력은 그보다 한 수 위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약품 최대주주는 계열사 ‘우경’인데 23.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곳의 최대주주는 남 회장(85.43%)이다. ‘남 회장→우경→국제약품’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결국 남 사장의 우경 최대주주 확보에 따라 승계가 좌우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동시에 계열사 전반에 대한 영향력도 한층 강화된다. 우경은 ‘효림산업’ 최대주주(60.72%)다. 또 국제약품은 ‘국제피앤비’ 최대주주(24.83%)이면서 종속회사로 ‘케이제이케어’를 두고 있다. 남 사장은 계열사 효림산업과 국제피앤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남 사장은 지난 2018년부터 효림산업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효림산업은 수처리 설비와 기자재를 생산하는 환경설비 전문기업이다. 남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까지 효림산업은 680억원 매출과 111억원 영업손실, 27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남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난 2018년 회사 매출액은 468억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 6억, 순이익 98억원의 흑자 회사로 전환됐다. 지난해 매출 역시 236억원에 머물렀지만 영업이익은 16억원, 순이익은 10억원으로 증가했다.

국제피앤비는 화장품과 건강기능 식품을 판매하는 업체다. 남 사장과 안광민 대표이사가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지난 2018년 회사는 매출 9억원과 순손실 7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 1억원과 순손실 32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1분기 매출과 순손실은 모두 2000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계열사에 
달린 승계

남 사장은 실적 향상을 통해 승계 연착륙을 꾀하고, 오너 리스크를 타개할 전망이다. 남 사장은 지난 1월 열린 국제약품 시무식서 성장을 위한 전사적 역량 결집을 주문했다. 그는 “성장 없는 이익은 존재할 수 없고, 이익 없는 성장은 더더욱 의미가 없다”며 “목표가 달성되도록 최대한 지원과 관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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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