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BYC 오너 3세 국적 미스터리

그래서 어느 나라 사람이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BYC 오너 3세들에게서 특이점이 포착됐다. 회사는 이들의 국적을 ‘대한민국’이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법인 등기부등본에는 ‘캐나다인’으로 등재돼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BYC는 토종 속옷 기업이다. 지난 1946년 설립돼 국내서만 74년을 나고 자랐다. 회사는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으로 재조명을 받았다. 당시 대체품으로 낙점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사 측은 ‘광복 이듬해에 설립된 토종 기업’인 점을 강조하며 물이 들어온 때를 놓치지 않았다. 상당한 실적을 올린 BYC는 이를 기점으로 제2의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70년 넘은
토종 기업

BYC 창업주는 한영대 회장으로 경영권은 한 회장 셋째 아들인 한석범 BYC 사장에게 넘어갔다. 현재 회사는 2세 경영 체제다.

한석범 사장은 1남2녀를 뒀다. 이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경영권은 그 자녀들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최근 BYC 오너 3세들은 차근차근 입지를 다지며 승계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첫째 딸은 1987년생 한지원 ‘신한방’ 이사로 신한방은 BYC 계열사다. 한지원 이사는 지난 2017년 3월 신한방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둘째 딸은 1990년생 한서원 ‘승명실업’ 이사로 승명실업 역시 BYC 계열사다. 한서원 이사는 지난해 3월 이곳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한서원 이사의 경영 보폭은 언니보다 넓은 편이다. 그는 지난달 1일 계열사 ‘바이콤광고’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BYC 임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다만 비등기임원으로 BYC 이사회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막내아들은 1992년생 한승우 BYC 이사다. 그는 지난 2018년 27세의 나이로 BYC 등기임원이 됐다. BYC 임원으로는 3남매 가운데 가장 빨랐다.

한 사장 3남매 회사 임원으로
공시는 대한민국, 등기는 캐나다

한승우 이사는 지난 3월 BYC 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당시 BYC 이사회는 “젊은 감각으로 당사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추천 사유를 밝혔다. BYC 관계자 역시 “회사가 비교적 오래되다 보니 젊은 감성을 녹여내고자 한다. 또 그 일을 젊은 사람이 잘해내지 않겠느냐”라고 연임 배경을 전했다.

한승우 이사는 계열사 ‘비와이씨마트’ ‘신한봉제’ 이사도 맡고 있다. 여러 모로 한승우 이사에게 무게감이 실린다는 해석이다.

눈길이 가는 것은 다름 아닌 오너 3세들의 ‘국적’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BYC 공시와 법인 등기부등본서 확인할 수 있는 이들의 국적은 서로 달랐다.


BYC는 지난달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다트)에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를 공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너 3세들의 국적은 대한민국이다.
 

▲ BYC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제출 날짜 : 지난달 6일)

하지만 이들이 임원으로 있는 계열사 법인 등기에는 국적이 캐나다로 등재돼있다.

우선 한지원 이사가 임원으로 있는 신한방 법인 등기를 살펴보면, ‘사내이사 캐나다국인 한지원’으로 명시돼있다. 캐나다 국적의 외국인이라는 뜻이다.

생년월일 역시 주민등록번호 13자리 형식이 아니었다. 한지원 이사는 외국인이 아닌 이상 ‘870916’으로 시작하는 주민등록번호를 등재해야 한다. 하지만 ‘1987년 9월16일생’으로 적시됐다. 이는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외국인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3남매 후계자
분위기는 아들

한서원 이사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임원으로 있는 승명실업 법인 등기는 ‘사내이사 캐나다국인 한서원’으로 적시됐다. 생년월일 역시 주민등록번호 형태가 아닌 ‘1990년 10월8일생’이었다.

한승우 이사 역시 캐나다인이었다. BYC 법인 등기에 따르면 ‘사내이사 캐나다국인 한승우’로 등록됐다. 생년월일도 6자리가 아닌 ‘1992년 11월1일생’이었다.

BYC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공시)담당 직원에게 문의해보니 실수가 있었다고 한다”며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BYC가 10년 전에 공시한 자료에도 오너 3세의 국적은 모두 대한민국이었다. 단순히 담당 직원의 실수로 축소하기에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이 관계자는 ‘국적이 정확히 어디인지’에 대해 “(오너 3세들의)개인적 문제다. 알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 신한데이피스 법인등기부등본

공시된 국적과 등재된 국적이 다른 만큼 ‘복수 국적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시에 복수 국적의 경우, 올해 29세인 한승우 이사의 병역 여부도 간과하기 어렵다. 하지만 관계자는 관련 질의에 대해 “답변이 어렵다”고만 했다.

다만 국적을 대한민국으로 적시한 공시를 수정하겠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오너 3세들의 국적은 캐나다일 가능성이 높다. 또 법인에 등재된 사안은 당사자의 신분을 판단하는 근거로 쓰인다. 지난 2018년 ‘진에어 불법 등기임원 사례’와 비춰볼 때 그렇다.

고향은 어디?
“답변 어려워”


당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미국 국적으로 진에어 등기이사에 올라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국적이 미국으로 판단된 근거는 진에어 법인 등기였다. 그의 생년월일 역시 주민등록번호 13자리 형태가 아니었으며 BYC 오너 3세들과 동일한 형식이었다.

추가 취재 결과 오너 3세 모친의 국적도 정확하지 않았다. 장은숙 ‘신한에디피스’ 이사의 공시 국적은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신한에디피스 법인 등기에는 캐나다인으로 등재돼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장 이사의 국적 변경 가능성이다.

장 이사는 지난 2007년 10월 신한에디피스 이사로 취임했다. 최초 법인 등기에 이름을 올릴 때다. 당시만 하더라도 그는 캐나다인이 아니었다. 13자리의 주민등록번호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10월 신한에디피스 이사를 중임하면서 다음 달인 11월2일 돌연 ‘신청 착오’라며 국적이 캐나다국인으로 변경됐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민등록번호도 오너 3세들의 경우처럼 출생일만 적시됐다.

<일요시사>는 장 이사에 대해서도 문의하려 했지만 “개인적인 문제를 알아보는 건 무리가 있다”는 관계자의 답이 돌아왔다.

이후 BYC는 오너3세와 장 이사의 공시 국적을 수정했다. 지난 3일 BYC가 공시한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 변동신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국적은 대한민국에서 캐나다로 변경됐다.

모친도 마찬가지…국적 변경 정황도
사 측 “개인적 문제는 답변 어렵다”


오너 3세들은 BYC 지분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모양새다. 임원 승진과 지분 취득이 이뤄지면서 승계를 향한 물밑작업이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지원 이사는 지난 3월부터 지난달까지 7차례에 걸쳐 452주를 취득해 2만225주(3.2%)를 보유 중이다. 한서원 이사 역시 같은 기간 8차례에 걸쳐 405주를 매입, 1만5145주(2.4%)를 갖게 됐다.

한승우 이사는 동기간 5차례에 걸쳐 1050주를 추가 매입해 2만1830주(3.5%)로 올라섰다.
 

▲ ▲ (사진 윗쪽부터)BYC 법인등기부등본에 한지원·한서원·한승우 사내이사들이 모두 캐나다국인으로, 생년월일 역시 OOOOOO-XXXXXXX이 아닌 YYYY년 MM월DD로 표기돼있다.

한석범 사장은 5만6828주(9.1%)를 유지했고 장 이사는 BYC 지분을 신규 취득했다.

장 이사는 지난 3월30일 6200주 매입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1만3754주(2.2%)를 확보했다.

이들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20%를 웃도는데 지배력은 그 이상이다. 오너 일가서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들 역시 BYC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는 ▲남호섬유(3.6%) ▲신한방(8.2%) ▲신한에디피스(17.7%) ▲제원기업(0.3%) ▲창성상품(2%) ▲신학학원(5%) ▲인화상품(3.4%) ▲백양(0.03%) 등이다.

지분 확보
승계 밑그림?

한석범 사장은 남호섬유와 신한방서 절반이 넘는 지분을 쥐고 있다. 한승우 이사는 신한에디피스서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제원기업 지분 전량은 한지원 이사에게 있다. 나머지 계열사들 역시 특수관계 회사로 분류된다. 오너 일가와 이들 계열사가 보유한 BYC 지분의 총합은 60%를 상회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열사가 좌우하는 BYC 승계구도?

BYC 최대주주는 계열사 신한에디피스인데 최근 이곳으로 BYC 지분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지난해 신한에디피스가 소유한 BYC 지분은 7만1026주(11.37%)였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추가 매입 소식이 줄을 이었다.

신한에디피스는 그달부터 지난 4일까지 무려 3만9614주를 사들였다. 주식을 매입하는 데 들어간 비용만 44억원이다.

그 결과 신한에디피스의 BYC 총 주식수는 11만640주(17.7%)로 껑충 뛰었다. 일각에선 신한에디피스의 매입 배경을 주주명부서 찾는다.

신한에디피스 최대주주는 한승우 이사(58.34%), 한상범 사장(6.33%), 장은숙 이사(13.33%), 특수관계자(12%) 순이다.

결국 신한에디피스가 BYC 지분을 확보할수록, 최대주주인 한승우 이사의 BYC에 대한 지배력이 간접적으로 강화되는 셈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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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