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92>정책 진단&제언

죽어가는 부동산 살릴 비장의 카드는?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더 침체돼 있을 분위기다. 끝이 안 보인다. 돌파구는 없을까. 죽어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릴 정부의 비책은 있을까.

여름 비수기인데다 폭염까지…최악 상황 직면
추가대책 다각도 거론 “대선 선심성 사업 그만”

죽어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 추가대책이 다각도로 거론되고 있으나 주택시장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오히려 하락하는 장세다. 시기상 연중 가장 거래가 안 되는 비수기인데다 폭염까지 지속, 시장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으로 표현되고 있다.

정부의 추가대책이 추진되는 방향은 침체된 주택수요를 살린다는 차원으로 이해된다. 예컨대 DTI 부분 완화를 추진, 자산은퇴자와 탄탄한 직장 샐러리맨에게 대출을 허용해줌으로써 주택을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시책을 비롯해 보금자리론을 확대 지원하는 대안, 취득세·양도소득세 감면, 면제해주는 대안 등 수요를 창출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시장기능을 되살리는데 역점을 두어 나갈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시중 여유자금을 끌어들여 임대사업 등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방안 등도 아울러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규제완화도 시급하지만 자금지원, 세제 혜택 등을 직접 주어서 수요를 유발시키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는 8월경에 시장을 살릴 몇 가지 대안을 내놓을 전망인데 먼저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일부를 완화하겠다는 카드를 내놓았다.

갈피 못 잡고 하락세
이달 중 대안 나올듯


하지만 DTI 규제는 신규분양의 중도금·잔금대출 등 아파트 집단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아파트 구입자들은 대출규제 때문에 매수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당분간 가격 상승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 양쪽에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 DTI 규제 완화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보다 양도세 완화와 취득세 인하다. 하나의 해결 방안으로, 1가구 2주택자가 개별 주택가격 9억원 이하로 3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 한해 양도세를 비과세하고, 3주택자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는 주택임대사업자로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무주택 서민을 위해서는 그린벨트를 이용해 분양이 포함된 보금자리주택보다 장기임대아파트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 저축은행 비리사건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고객을 우롱하는 허점투성이인 대출금리 문제로 국민은 그저 불쾌하기만 하다. 은행들이 불합리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으로 부당 이득을 챙겼다면 당연히 가계대출자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가을 성수기 전 수요창출 방안 찾아야”

올해 실세금리가 하락했는데도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이었다. 감사원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오히려 가산금리를 올리는 수법으로 2008년 이후 3년간 20조원이 넘는 이익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승인 여부와 금리에 영향을 주는 신용평점을 평가할 때 학력에 따라 대출금리를 차별화하기도 했다. 금융감독 당국이 본연의 임무인 관리와 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일부 은행 영업점에서는 수익성 향상을 위해 지점장 재량에 따라 전결금리를 독자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과 은행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묻는 한편, 뒷북 대응이지만 은행의 구체적인 가산기준을 새롭게 규정하고 고객이 다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을 서두르는 등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무주택 서민의 임대보증금은 전 재산과 마찬가지인데 서울 지역의 대부분이 실질적인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50%를 웃돌고 있다. 거래가 끊긴 가운데 집값이 하락하면서 집주인이 은행 대출원리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 처분되면서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0년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된 이후 보증금 보호범위는 서울의 경우 7500만원까지이고 최우선변제금액이 2500만원에 불과하다. 지난 2년간 서울은 전세금이 18% 급등한 상황을 반영해 보호금액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대선 때마다 선심성 국책사업으로 지역 갈등과 후폭풍을 경험했다. 새만금과 세종시,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다. 정치논리에 밀려 면밀한 타당성 조사 없이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건설된 지방공항들의 현실은 어떤가.

저축은행 비리 ‘악’
CD 금리 담합 ‘헉’

제주와 김해 등을 제외한 국내항공 상황이 적자운영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다. 영남권의 포항과 울산, 사천공항 등은 KTX 개통으로 직격탄을 맞은 사례로 알려져 있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다시 불거져 진흙탕 싸움을 예고하는 이유는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를 앞세운 지역이기주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표를 의식한 무책임한 대선공약 경쟁보다 갈등과 혈세 낭비를 줄이기 위해 상식에 따라 대선 이후 폭넓은 토론을 걸쳐 결정해도 늦지 않다.

정부가 DTI 완화, 원활한 주택거래를 촉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과 전문가들은 DTI 완화뿐 아니라 취득세 완화 등의 대책도 뒤따라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DTI는 매년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과 기타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을 대출 고객의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현재 서울 50%, 인천 및 경기 는 60%가 적용되고 있다.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DTI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힌 만큼 이른 시간 내에 구체적인 완화 대상 및 조건 등을 정해 시장의 막연한 기대감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토론회에서 원활한 주택거래를 위해 DTI 제도를 일부 보완하기로 한 만큼 후속조치가 조속히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DTI 규제 완화 수혜를 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상은 정하지 않았고 소득은 적지만 자산이 많아 상환능력이 있는 고액 자산가 등에게 규제를 완화해 주자는 총론을 밝혔다.

DTI 완화·보금자리론 확대 지원
취득세·양도소득세 감면 등 거론

DTI 규제 완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혜를 볼 수 있는 대상을 조속히 정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체적으로 시장 분위기나 심리상태로 미뤄 DTI 규제 완화만으로 적극적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사람은 적다”며 “규제가 완화된다 해도 단기간에 주택 거래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DTI 규제가 완화되면 집이 팔리고 대출원리금 상환도 가능해 가계 부채의 질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DTI 규제가 폐지되면 주택거래가 늘어나고 거래가 활성화하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제2, 제3금융권 대출 수요를 제1금융권으로 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취득세 감면 등 세제혜택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취득세 감면은 위축된 주택수요를 끌어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유인책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취득세는 9억원 이하의 경우 1%, 9억원 초과는 4%지만, 취득세를 감면해 주택 실거래를 유도하면 세율은 낮아도 세수가 보장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취득세 감면은 지방자치단체의 세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지자체 입장에서도 취득세가 감면되면 주택 거래 증가로 세수증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취득세 재차 감면 시행 요구에 대한 대안으로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고 있으나 시행된다면 주택수요 창출에 기여할 것이 확실하다. 지방세수 감소를 감안해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거래 활성화 시 세수를 비교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말만 꺼내고
후속조치 없어”

정부의 DTI 부분 완화 방법론은 투트랙이다. 자산이 많은 은퇴 대상자와 향후 소득 향상이 기대되는 젊은층에 한해 총부채상환비율 규정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현재 지역에 따라 원리금 상환금액이 연소득의 50∼60%로 제한돼 있는 DTI 규제를 안정적 직장이 있는 20∼30대 샐러리맨이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 시 제한 폭을 더 완화해주는 게 주요 골자다. 안정적인 미래 소득을 일부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미래 소득을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인정해줄지에 따라 수혜 대상이 달라져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집값이 추락하고 있는 장세 속에서 빚을 더 내서 집을 살 수요층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하지만 일단 주택수요 창출의 길을 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은퇴 자산가들의 경우 상속 등을 감안해 집값 상승의 진원인 강남 등지에서 일부 유망 물건을 저점에 매입하거나 분양받으려는 수요가 생겨 거래의 숨통을 트는 작은 불씨가 될 수 있다.
수백 대 1의 경쟁 속에 청약이 완료된 강남 유망 아파트 분양의 계약률이 절반에 그친 주원인이 DTI 규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시장 견인 효과가 생겨날 것이 분명하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위는 은행감독 규정 및 시행 세칙을 가을 성수기에 앞서 개정 완료, 시행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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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