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92>정책 진단&제언

죽어가는 부동산 살릴 비장의 카드는?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더 침체돼 있을 분위기다. 끝이 안 보인다. 돌파구는 없을까. 죽어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릴 정부의 비책은 있을까.

여름 비수기인데다 폭염까지…최악 상황 직면
추가대책 다각도 거론 “대선 선심성 사업 그만”

죽어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 추가대책이 다각도로 거론되고 있으나 주택시장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오히려 하락하는 장세다. 시기상 연중 가장 거래가 안 되는 비수기인데다 폭염까지 지속, 시장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으로 표현되고 있다.

정부의 추가대책이 추진되는 방향은 침체된 주택수요를 살린다는 차원으로 이해된다. 예컨대 DTI 부분 완화를 추진, 자산은퇴자와 탄탄한 직장 샐러리맨에게 대출을 허용해줌으로써 주택을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시책을 비롯해 보금자리론을 확대 지원하는 대안, 취득세·양도소득세 감면, 면제해주는 대안 등 수요를 창출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시장기능을 되살리는데 역점을 두어 나갈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시중 여유자금을 끌어들여 임대사업 등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방안 등도 아울러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규제완화도 시급하지만 자금지원, 세제 혜택 등을 직접 주어서 수요를 유발시키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는 8월경에 시장을 살릴 몇 가지 대안을 내놓을 전망인데 먼저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일부를 완화하겠다는 카드를 내놓았다.

갈피 못 잡고 하락세
이달 중 대안 나올듯


하지만 DTI 규제는 신규분양의 중도금·잔금대출 등 아파트 집단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아파트 구입자들은 대출규제 때문에 매수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당분간 가격 상승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 양쪽에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 DTI 규제 완화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보다 양도세 완화와 취득세 인하다. 하나의 해결 방안으로, 1가구 2주택자가 개별 주택가격 9억원 이하로 3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 한해 양도세를 비과세하고, 3주택자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는 주택임대사업자로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무주택 서민을 위해서는 그린벨트를 이용해 분양이 포함된 보금자리주택보다 장기임대아파트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 저축은행 비리사건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고객을 우롱하는 허점투성이인 대출금리 문제로 국민은 그저 불쾌하기만 하다. 은행들이 불합리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으로 부당 이득을 챙겼다면 당연히 가계대출자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가을 성수기 전 수요창출 방안 찾아야”

올해 실세금리가 하락했는데도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이었다. 감사원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오히려 가산금리를 올리는 수법으로 2008년 이후 3년간 20조원이 넘는 이익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승인 여부와 금리에 영향을 주는 신용평점을 평가할 때 학력에 따라 대출금리를 차별화하기도 했다. 금융감독 당국이 본연의 임무인 관리와 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일부 은행 영업점에서는 수익성 향상을 위해 지점장 재량에 따라 전결금리를 독자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과 은행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묻는 한편, 뒷북 대응이지만 은행의 구체적인 가산기준을 새롭게 규정하고 고객이 다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을 서두르는 등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무주택 서민의 임대보증금은 전 재산과 마찬가지인데 서울 지역의 대부분이 실질적인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50%를 웃돌고 있다. 거래가 끊긴 가운데 집값이 하락하면서 집주인이 은행 대출원리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 처분되면서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0년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된 이후 보증금 보호범위는 서울의 경우 7500만원까지이고 최우선변제금액이 2500만원에 불과하다. 지난 2년간 서울은 전세금이 18% 급등한 상황을 반영해 보호금액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대선 때마다 선심성 국책사업으로 지역 갈등과 후폭풍을 경험했다. 새만금과 세종시,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다. 정치논리에 밀려 면밀한 타당성 조사 없이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건설된 지방공항들의 현실은 어떤가.

저축은행 비리 ‘악’
CD 금리 담합 ‘헉’

제주와 김해 등을 제외한 국내항공 상황이 적자운영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다. 영남권의 포항과 울산, 사천공항 등은 KTX 개통으로 직격탄을 맞은 사례로 알려져 있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다시 불거져 진흙탕 싸움을 예고하는 이유는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를 앞세운 지역이기주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표를 의식한 무책임한 대선공약 경쟁보다 갈등과 혈세 낭비를 줄이기 위해 상식에 따라 대선 이후 폭넓은 토론을 걸쳐 결정해도 늦지 않다.

정부가 DTI 완화, 원활한 주택거래를 촉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과 전문가들은 DTI 완화뿐 아니라 취득세 완화 등의 대책도 뒤따라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DTI는 매년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과 기타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을 대출 고객의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현재 서울 50%, 인천 및 경기 는 60%가 적용되고 있다.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DTI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힌 만큼 이른 시간 내에 구체적인 완화 대상 및 조건 등을 정해 시장의 막연한 기대감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토론회에서 원활한 주택거래를 위해 DTI 제도를 일부 보완하기로 한 만큼 후속조치가 조속히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DTI 규제 완화 수혜를 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상은 정하지 않았고 소득은 적지만 자산이 많아 상환능력이 있는 고액 자산가 등에게 규제를 완화해 주자는 총론을 밝혔다.

DTI 완화·보금자리론 확대 지원
취득세·양도소득세 감면 등 거론

DTI 규제 완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혜를 볼 수 있는 대상을 조속히 정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체적으로 시장 분위기나 심리상태로 미뤄 DTI 규제 완화만으로 적극적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사람은 적다”며 “규제가 완화된다 해도 단기간에 주택 거래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DTI 규제가 완화되면 집이 팔리고 대출원리금 상환도 가능해 가계 부채의 질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DTI 규제가 폐지되면 주택거래가 늘어나고 거래가 활성화하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제2, 제3금융권 대출 수요를 제1금융권으로 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취득세 감면 등 세제혜택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취득세 감면은 위축된 주택수요를 끌어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유인책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취득세는 9억원 이하의 경우 1%, 9억원 초과는 4%지만, 취득세를 감면해 주택 실거래를 유도하면 세율은 낮아도 세수가 보장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취득세 감면은 지방자치단체의 세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지자체 입장에서도 취득세가 감면되면 주택 거래 증가로 세수증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취득세 재차 감면 시행 요구에 대한 대안으로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고 있으나 시행된다면 주택수요 창출에 기여할 것이 확실하다. 지방세수 감소를 감안해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거래 활성화 시 세수를 비교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말만 꺼내고
후속조치 없어”

정부의 DTI 부분 완화 방법론은 투트랙이다. 자산이 많은 은퇴 대상자와 향후 소득 향상이 기대되는 젊은층에 한해 총부채상환비율 규정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현재 지역에 따라 원리금 상환금액이 연소득의 50∼60%로 제한돼 있는 DTI 규제를 안정적 직장이 있는 20∼30대 샐러리맨이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 시 제한 폭을 더 완화해주는 게 주요 골자다. 안정적인 미래 소득을 일부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미래 소득을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인정해줄지에 따라 수혜 대상이 달라져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집값이 추락하고 있는 장세 속에서 빚을 더 내서 집을 살 수요층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하지만 일단 주택수요 창출의 길을 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은퇴 자산가들의 경우 상속 등을 감안해 집값 상승의 진원인 강남 등지에서 일부 유망 물건을 저점에 매입하거나 분양받으려는 수요가 생겨 거래의 숨통을 트는 작은 불씨가 될 수 있다.
수백 대 1의 경쟁 속에 청약이 완료된 강남 유망 아파트 분양의 계약률이 절반에 그친 주원인이 DTI 규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시장 견인 효과가 생겨날 것이 분명하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위는 은행감독 규정 및 시행 세칙을 가을 성수기에 앞서 개정 완료, 시행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