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92>정책 진단&제언

죽어가는 부동산 살릴 비장의 카드는?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더 침체돼 있을 분위기다. 끝이 안 보인다. 돌파구는 없을까. 죽어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릴 정부의 비책은 있을까.

여름 비수기인데다 폭염까지…최악 상황 직면
추가대책 다각도 거론 “대선 선심성 사업 그만”

죽어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 추가대책이 다각도로 거론되고 있으나 주택시장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오히려 하락하는 장세다. 시기상 연중 가장 거래가 안 되는 비수기인데다 폭염까지 지속, 시장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으로 표현되고 있다.

정부의 추가대책이 추진되는 방향은 침체된 주택수요를 살린다는 차원으로 이해된다. 예컨대 DTI 부분 완화를 추진, 자산은퇴자와 탄탄한 직장 샐러리맨에게 대출을 허용해줌으로써 주택을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시책을 비롯해 보금자리론을 확대 지원하는 대안, 취득세·양도소득세 감면, 면제해주는 대안 등 수요를 창출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시장기능을 되살리는데 역점을 두어 나갈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시중 여유자금을 끌어들여 임대사업 등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방안 등도 아울러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규제완화도 시급하지만 자금지원, 세제 혜택 등을 직접 주어서 수요를 유발시키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는 8월경에 시장을 살릴 몇 가지 대안을 내놓을 전망인데 먼저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일부를 완화하겠다는 카드를 내놓았다.

갈피 못 잡고 하락세
이달 중 대안 나올듯


하지만 DTI 규제는 신규분양의 중도금·잔금대출 등 아파트 집단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아파트 구입자들은 대출규제 때문에 매수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당분간 가격 상승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 양쪽에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 DTI 규제 완화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보다 양도세 완화와 취득세 인하다. 하나의 해결 방안으로, 1가구 2주택자가 개별 주택가격 9억원 이하로 3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 한해 양도세를 비과세하고, 3주택자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는 주택임대사업자로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무주택 서민을 위해서는 그린벨트를 이용해 분양이 포함된 보금자리주택보다 장기임대아파트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 저축은행 비리사건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고객을 우롱하는 허점투성이인 대출금리 문제로 국민은 그저 불쾌하기만 하다. 은행들이 불합리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으로 부당 이득을 챙겼다면 당연히 가계대출자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가을 성수기 전 수요창출 방안 찾아야”

올해 실세금리가 하락했는데도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이었다. 감사원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오히려 가산금리를 올리는 수법으로 2008년 이후 3년간 20조원이 넘는 이익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승인 여부와 금리에 영향을 주는 신용평점을 평가할 때 학력에 따라 대출금리를 차별화하기도 했다. 금융감독 당국이 본연의 임무인 관리와 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일부 은행 영업점에서는 수익성 향상을 위해 지점장 재량에 따라 전결금리를 독자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과 은행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묻는 한편, 뒷북 대응이지만 은행의 구체적인 가산기준을 새롭게 규정하고 고객이 다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을 서두르는 등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무주택 서민의 임대보증금은 전 재산과 마찬가지인데 서울 지역의 대부분이 실질적인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50%를 웃돌고 있다. 거래가 끊긴 가운데 집값이 하락하면서 집주인이 은행 대출원리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 처분되면서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0년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된 이후 보증금 보호범위는 서울의 경우 7500만원까지이고 최우선변제금액이 2500만원에 불과하다. 지난 2년간 서울은 전세금이 18% 급등한 상황을 반영해 보호금액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대선 때마다 선심성 국책사업으로 지역 갈등과 후폭풍을 경험했다. 새만금과 세종시,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다. 정치논리에 밀려 면밀한 타당성 조사 없이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건설된 지방공항들의 현실은 어떤가.

저축은행 비리 ‘악’
CD 금리 담합 ‘헉’

제주와 김해 등을 제외한 국내항공 상황이 적자운영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다. 영남권의 포항과 울산, 사천공항 등은 KTX 개통으로 직격탄을 맞은 사례로 알려져 있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다시 불거져 진흙탕 싸움을 예고하는 이유는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를 앞세운 지역이기주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표를 의식한 무책임한 대선공약 경쟁보다 갈등과 혈세 낭비를 줄이기 위해 상식에 따라 대선 이후 폭넓은 토론을 걸쳐 결정해도 늦지 않다.

정부가 DTI 완화, 원활한 주택거래를 촉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과 전문가들은 DTI 완화뿐 아니라 취득세 완화 등의 대책도 뒤따라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DTI는 매년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과 기타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을 대출 고객의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현재 서울 50%, 인천 및 경기 는 60%가 적용되고 있다.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DTI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힌 만큼 이른 시간 내에 구체적인 완화 대상 및 조건 등을 정해 시장의 막연한 기대감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토론회에서 원활한 주택거래를 위해 DTI 제도를 일부 보완하기로 한 만큼 후속조치가 조속히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DTI 규제 완화 수혜를 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상은 정하지 않았고 소득은 적지만 자산이 많아 상환능력이 있는 고액 자산가 등에게 규제를 완화해 주자는 총론을 밝혔다.

DTI 완화·보금자리론 확대 지원
취득세·양도소득세 감면 등 거론

DTI 규제 완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혜를 볼 수 있는 대상을 조속히 정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체적으로 시장 분위기나 심리상태로 미뤄 DTI 규제 완화만으로 적극적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사람은 적다”며 “규제가 완화된다 해도 단기간에 주택 거래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DTI 규제가 완화되면 집이 팔리고 대출원리금 상환도 가능해 가계 부채의 질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DTI 규제가 폐지되면 주택거래가 늘어나고 거래가 활성화하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제2, 제3금융권 대출 수요를 제1금융권으로 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취득세 감면 등 세제혜택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취득세 감면은 위축된 주택수요를 끌어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유인책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취득세는 9억원 이하의 경우 1%, 9억원 초과는 4%지만, 취득세를 감면해 주택 실거래를 유도하면 세율은 낮아도 세수가 보장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취득세 감면은 지방자치단체의 세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지자체 입장에서도 취득세가 감면되면 주택 거래 증가로 세수증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취득세 재차 감면 시행 요구에 대한 대안으로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고 있으나 시행된다면 주택수요 창출에 기여할 것이 확실하다. 지방세수 감소를 감안해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거래 활성화 시 세수를 비교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말만 꺼내고
후속조치 없어”

정부의 DTI 부분 완화 방법론은 투트랙이다. 자산이 많은 은퇴 대상자와 향후 소득 향상이 기대되는 젊은층에 한해 총부채상환비율 규정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현재 지역에 따라 원리금 상환금액이 연소득의 50∼60%로 제한돼 있는 DTI 규제를 안정적 직장이 있는 20∼30대 샐러리맨이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 시 제한 폭을 더 완화해주는 게 주요 골자다. 안정적인 미래 소득을 일부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미래 소득을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인정해줄지에 따라 수혜 대상이 달라져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집값이 추락하고 있는 장세 속에서 빚을 더 내서 집을 살 수요층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하지만 일단 주택수요 창출의 길을 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은퇴 자산가들의 경우 상속 등을 감안해 집값 상승의 진원인 강남 등지에서 일부 유망 물건을 저점에 매입하거나 분양받으려는 수요가 생겨 거래의 숨통을 트는 작은 불씨가 될 수 있다.
수백 대 1의 경쟁 속에 청약이 완료된 강남 유망 아파트 분양의 계약률이 절반에 그친 주원인이 DTI 규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 시장 견인 효과가 생겨날 것이 분명하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위는 은행감독 규정 및 시행 세칙을 가을 성수기에 앞서 개정 완료, 시행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