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4주년 특집⑧> 지난 1년 본지 달군 최고 이슈메이커 24인

한 주 한 주…지면을 달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최근에는 SNS의 발달로 1년에도 수차례씩 강산이 바뀐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은 여느 때보다 떠들썩했다. 정치·경제·사회 할 것 없이 각 분야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했다. <일요시사>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지난 1년간 본지 지면을 뜨겁게 달궜던 24인의 이슈메이커를 선정했다. 
 

▲ (사진 왼쪽부터)‘N번방 사건’ 운영자 조주빈, 고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 중인 전두환씨,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으로 밝혀진 이춘재, ‘거짓말’로 첨철됐던 가수 박유천

<일요시사>가 창간 23년을 맞은 지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코로나, N번방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이 발생했고 유명 인사들의 부고 소식도 여러 번 전해졌다.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사건들, 그 중심에 서있는 24인의 면면을 통해 <일요시사>가 걸어왔던 길을 되짚어봤다.

지난 1년 
돌아보니…

▲‘갓갓’ 문형욱 = 또 다시 악마의 탈을 쓴 인간이 대중에게 공개됐다. 온라인서 온갖 잔인한 범죄행위를 저지르던 그는 현실에선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의 동창들은 이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N번방’ 조주빈 = 평소 행실은 올곧은 청년 그 자체였다. 봉사활동에 매진하고, 사회적 약자에 주목하던 모습은 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듯 보였다. 그러나 그의 모든 행위는 위선에 불과했다. 평범한 소시민의 탈을 썼을 뿐 그의 추악한 본성은 결코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이춘재 =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33년 만에 처음으로 특정됐다. 총 10차례 발생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DNA 증거물 가운데 최소 3건이 이 용의자와 일치했다. 또한 용의자가 화성연쇄살인사건 발생 장소 인근서 나고 자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놀랍게도 그는 처제를 강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이춘재. 1급 모범수였다.  


▲신들린 예측 박시영 = 선거철이면 으레 주목받는 분야가 있다. 선거 판세를 분석해 결과를 예측하는 일이다.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가 이번 4·15 총선서 놀라운 예측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4살 생일 맞아 화제인물 24인 선정
정계·재계·연예·스포츠 살펴보니…

▲‘전구라’ 전두환 =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전두환씨가 광주 법정에 섰다. 1년여 만에 법정에 다시 선 전씨는 1980년 광주 상공서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전씨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2018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낙마한 조국 = 조국 법무부장관이 전격 사퇴했다. 헌정 사상 여섯 번째로 임기가 짧은 법무부 수장이 됐다. 법무부장관 취임 이후부터 사퇴까지 36일간 조 전 장관은 검찰 개혁에 매진했다. 조 전 장관은 스스로를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라고 표현했다.  

▲‘법적 족쇄’ 풀린 이완구 =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정치인으로서 막을 내리게 됐다. 그는 2015년 ‘성완종 게이트’로 불법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17년 대법원서 무죄를 최종 선고받았다.
 

▲ (왼쪽부터)대우그룹 김우중 회장, 이만희 신천지 회장, 조국 전 법무부장관

▲파란만장 풍운아 정두언 = 정두언 전 의원이 세상을 등졌다. 향년 62세. 그는 그동안 진정한 ‘보수의 품격’을 보여주며 대중의 사랑을 받은 정치인이었다. 그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이명박정권의 일등 개국공신서 가수, 음식점 사장, 시사평론가까지 다양한 변신을 거쳤던 풍운아였다.

▲‘30년 외길’ 신승훈 = ‘국민가수’이자 ‘발라드 황제’로 불리는 가수 신승훈. 1990년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한 그의 가수 경력이 벌써 30년이 됐다. 1집부터 7집까지 발매한 모든 음반이 밀리언셀러에 올랐고, 총 1700만장이 팔렸다. 각종 시상식서 수상한 상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가수로서 대체 불가능한 업적을 쌓았다.


말 많고 
탈 많다

▲‘토크 대부’ 자니윤 = 토크쇼 선구자 자니윤이 세상을 떠났다. 국민을 울고 웃게 한 그는 한국 코미디계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본지를 통해 무명 배우서 토크쇼 MC, 한국관광공사 사장 내정설의 주인공까지, 다사다난했던 그의 인생사를 살펴봤다.

▲상식 넘어선 박유천 = 어느 하나 진정성 있는 행동이 없다. 끊임없이 거짓말을 이어가고 있다. 대중의 비판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동방신기와 JYJ를 거친 박유천은 ‘거짓말 행보’만 답습하고 있다. 일말의 반성도 없이, 상식을 넘어선 거짓말을 일삼는 박유천의 행동에 모든 팬이 그에게 등졌다.

▲‘공식’ 없는 매력 양준일 = 가수 양준일이 데뷔 30년 만에 전성기를 맞았다. 1991년 데뷔한 가수가 2019년 말에 소환돼 2020년형 아티스트로 칭송받고 있다. 양준일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인기로 ‘신드롬’을 일으키는 중이다. 

▲대세 가수 송가인 = 송가인은 지난해 TV조선 서바이벌 트로트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서 1위를 차지하며 ‘국민가수’로 발돋움했다. 이후 <아내의 맛> <나 혼자 산다> <뽕 따러 가세> 등 각종 예능에 출연해 숱한 화제를 모으며 대세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꽃길만 걷던 송가인은 고액 행사비 논란과 소속사와의 불화설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바둑판 떠난’ 이세돌 = 한국 바둑의 간판 ‘쎈돌’ 이세돌 9단이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프로생활을 시작한 지 24년4개월의 현역 기사 생활을 마감했다.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 AI ‘알파고’를 이긴 인류 유일의 프로기사로 남고 있다.

▲아시아인 최초 ‘PGA 신인상’ 임성재 = 대한민국 슈퍼루키 임성재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국적 선수로 사상 최초다. 미국의 골프전문 언론 <골프채널>은 임성재의 신인상 수상 배경으로 ‘꾸준함’(consistency)을 꼽았다. 

바람 잘 날
없는 대한민국

▲‘아카데미의 남자’ 봉준호 =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서 작품상까지 품으며 4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봉준호 감독은 마틴 스코세이지, 토드 필립스, 샘 멘더스, 쿠엔틴 타란티노를 제치고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한국 영화 최초의 수상이자, 아시아계 감독으로는 대만 출신의 리안 감독 이후 두 번째다.

▲‘코로나 야전사령관’ 정은경 = 코로나19 확산세로 국민의 시선은 연일 질병관리본부로 향한다. 하지만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모습이다.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정 본부장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브리핑에 나서고 있다. 24시간 가동되는 긴급상황센터서 대응책 마련을 위해 총력을 쏟는다. 다수의 국민이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 ▲(왼쪽부터)봉준호 감독, 가수 송가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무릎 꿇은’ 이만희 =  신천지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났다. 코로나19의 확산에 신천지 교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후부터다. 총회장으로 불리는 이만희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신천지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만희는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국민 앞에 섰다.

▲‘김건희 의혹’ BMW 딜러 재벌 권오수 = 윤석열 검찰총장 부인과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들이 결탁해 주가를 조작했고 경찰이 내사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보도됐다. 권 회장은 업계 안팎서 입지적 인물로 꼽히는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권 회장은 불쑥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됐다.


▲‘풍운아’ 김우중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별세했다. 재계 2위 그룹 총수서 IMF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부도로 대한민국이 휘청이게도 했다. 해외도피 생활과 구속, 수십조의 추징금.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코로나19’ ‘N번방’으로 우울한 1년
‘기생충’ ‘트롯’으로 웃음 번지기도

▲하늘에 품은 야심, 정몽규 = 정몽규 현대산업개발(HDC) 회장의 집념이 빛을 봤다. 정 회장이 통 큰 배팅으로 아시아나항공을 거머쥐었다.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풍부한 자금력을 확보한 현대산업개발과 M&A 귀재 미래에셋대우가 의기투합한 HDC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진실 물고 있는 배익기 = 국보급 보물인 해례본 상주본을 둘러싸고 정부와 배익기씨가 10년 넘게 씨름하고 있다. 대법원은 국가에게 상주본의 소유권이 있다고 최종 판결했다. 상주본 행방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소장자 배씨는 반환의 대가로 1000억원 보상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글날을 앞두고 상주본의 향방은 여전히 오리무중 상태다. 

▲결국 잡힌 김대업 = 김대업씨가 도피 3년 만에 필리핀서 붙잡혔다. 사기전과로 수배 중이던 그는 3년간 해외서 도피생활을 하다가 필리핀서 체포됐다. 김씨는 2002년 대선의 판도를 바꾼 ‘병풍(兵風)사건’의 주역이다.

▲97년의 역사를 돌아보다, 고 이희호 여사 =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97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이 여사의 인생은 ‘정치인 김대중의 부인’이나 ‘퍼스트레이디’라는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는다. 일제강점기·한국전쟁·민주화운동 등을 거쳐 평화적 정권교체까지. 이 여사는 격변의 한국 현대사를 오롯이 온몸으로 이겨낸 여성운동가였다.


사건·사고
대형 이슈들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1년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 <일요시사>는 그런 사건·사고와 항상 함께 달려왔다. 창간 24주년을 맞이한 <일요시사>는 더욱 큰 이슈를 위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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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