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4주년 특집⑦> 지난 24년 대한민국 뒤흔든 결정적 장면 24

‘들썩들썩’ 다이내믹 코리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996년 첫발을 내딛은 <일요시사>가 올해로 창간 24주년을 맞았다. <일요시사>1996년부터 2020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희로애락과 함께 호흡했다. 창간 24주년을 기념해 대한민국을 뒤흔든 24건의 결정적 장면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 진도 해상서 침몰한 세월호

대한민국은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말처럼 격동의 시간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수많은 변곡점을 지날 때마다 국민들의 삶은 온통 뒤흔들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이제 강산은 1년에도 수차례씩 변화하고 있다.

격동의 정치
휘청인 경제

1997IMF 외환위기= 1996년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 국민소득 1만달러를 돌파했고, OECD 2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부실, 차입 위주의 방만한 기업경영으로 한국 경제는 바닥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제적으로도 달러 가뭄으로 인한 위기가 일어나면서 한국 경제에 불안을 느낀 외국 투자자들이 자본을 거둬들였다. 그 결과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쳤고 단기간에 많은 기업이 파산했다.

한국 정부는 상황 수습을 위해 IMF(국제통화기금)에 긴급자금을 요청했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IMF는 지원 조건으로 기업의 구조조정과 공기업의 민영화, 자본시장 추가 개방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실직자가 쏟아졌고,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IMF 외환위기는 한국의 경제 상황을 판별하는 기준점이 됐다. IMF세대의 트라우마는 현재진행형이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 1997121815대 대통령 선거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당선됐다. 한국 헌정 사상 최초로 민주적인 형태의 정권교체가 이뤄진 순간이다. 김대중 후보를 비롯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 등이 나선 선거서 김대중 후보는 40.3%를 얻어 38.7%를 얻은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15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취임사를 통해 정부 수립 50년 만에 처음 이뤄진 여야 간 정권교체’ ‘국민의 힘에 의해 이뤄진 참된 국민의 정부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국 헌정 역사서 선거를 통해 처음으로 야당이 집권하게 된 것을 강조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2000613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서 만났다. 김정일 위원장의 초청으로 이뤄진 첫 남북정상회담은 1945년 한반도 분단 이후 55년 만의 만남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615일까지 23일간 평양에 머물렀다. 회담 마지막 날에는 남북이 서로 힘을 합쳐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자는 내용을 1항으로 하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

IMF, 월드컵, 세월호, 기생충…
경제로 ‘휘청’ 스포츠로 ‘으쓱’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 2002년 전국에 붉은 물결이 넘실댔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최한 월드컵서 한국 국가대표팀은 사상 처음 16강 본선 진출 성공에 이어 4강에 올랐다. 한국 대표팀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전통의 축구 강국들을 파죽지세로 꺾어나갔다. 당시 서울시청, 광화문 광장 등에서 펼친 거리 응원은 한국을 상징하는 또 다른 문화로 자리잡았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2003218일 대구 중앙로역서 끔찍한 지하철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50대 남성이 저지른 방화로 무려 192명이 사망했다. 12량의 지하철 객차는 뼈대만 남은 채 다 타버렸고, 중앙로역 천장과 벽에 설치된 환풍기, 철길 바깥쪽, 지붕까지 녹아내렸다. 뇌병변장애와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던 방화범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진주교도소서 복역 중 20048월에 사망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200431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탄핵소추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농성을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소추안이 기습적으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 분노가 들끓었다. 전국서 탄핵 반대 촛불집회가 열렸고, 그 여파는 417대 총선까지 이어졌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얻어 과반을 차지했다.
 

▲ 1997년에 찾아왔던 IMF 외환 위기 ⓒMBC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 검거= 유영철은 20039월부터 20047월 검거될 때까지 서울지역 부유층 노인과 보도방·출장마사지 여성 등 모두 20명을 살해했다. 유영철의 엽기적인 범죄행각으로 반사회적 인격장애즉 사이코패스의 개념이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유영철 이후 정남규, 강호순 등 연쇄살인범이 연이어 등장해 사회를 경악케 했다.

2005년 황우석 논문 조작= 200511MBC <PD수첩><사이언스>지에 실린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여성의 난자서 환자맞춤형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추출했다는 내용의 논문이다.

황우석 열풍이라고 불릴 만큼 그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 터라 대중의 충격은 컸다.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자 서울대는 황우석 교수의 논문을 검증하기에 이르고 “2005<사이언스> 논문이 고의적으로 조작됐다는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와 동시에 황우석 교수는 교수직을 사임했다. 황우석 신화의 종말이었다.

2007년 신정아 스캔들= 당시 동국대 교수였던 신정아씨가 학력을 위조한 사실이 드러난 사건으로 이후 미술계, 대학가, 불교계 등으로 여파가 확산되며 문제가 커졌다. 여기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정계 로비 의혹도 불거졌다. 일각에선 신정아 사건을 노무현정부 몰락의 시발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 신정아 스캔들로 디지털 포렌식이 새로운 수사 기법으로 떠오르면서 주목받았다.

월드컵 웃고
살인마 공포

20072차 남북정상회담= 200710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4·25문화회관 앞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영접했다. 20001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두 번째 남북회담이다. 남북 정상은 6·15공동선언의 적극 구현,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이산가족 상봉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2007 남북정상선언문을 채택했다.

2007년 삼성-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 등으로 불린다. 2007127일 서해 태안 앞바다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의 해상 크레인이 충돌해 기름이 유출됐다. 바다는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였고, 어업으로 생계를 꾸리던 지역민들은 물리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삼성중공업이 47일간 침묵한 것과 반비례해 국민들은 자원봉사로 태안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20085월 이명박정부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 협상 내용에 대한 반대 집회가 열렸다. 학생과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였다. 100일 이상 집회가 이어지면서 소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정치적 사안으로까지 확산됐다. 이 과정서 근거 없는 괴담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2009년 노무현·김대중 대통령 서거= 2009년은 두 전직 대통령이 3개월 간격으로 서거한 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523일 고향인 봉화마을 자택 뒤 봉화산 부엉이바위서 몸을 던졌다.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당시 광화문 일대와 시청 앞 광장서 열린 노제에 시민 100만명이 운집했다.
 

▲ 남측 판문점으로 함께 이동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서 슬피 우는 모습으로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같은 해 818일 세상을 떠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 중환자실에 있다가 일반병실로 옮겨졌지만 폐색전증이 발병하면서 영면에 들었다.

2010년 천안함 사건= 2010326일 밤 922분 백령도 남서쪽 약 1지점서 포항급 초계함인 PCC-772 천안함이 훈련 도중 침몰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해군 장병 40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천안함 침몰 이유를 두고 여러 의견이 분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27일 국립대전현충원서 열린 5회 서해수호의 날기념식에 참석해 “(천안함 폭침 원인에 대한) 정부 공식 입장에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대형 참사에
전 국민 충격


2014년 세월호 참사= 2014416일 인천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서 침몰했다. ‘전원 구조보도가 나갔다가 오보로 드러나면서 전 국민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전체 탑승자 476명 가운데 304명이 사망·실종했다. 특히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4명이 탑승한 상태여서 어린 학생들의 피해가 컸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업계 유착과 비리 원인으로 지적된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이 불거졌고, 국민들은 정부의 우왕좌왕한 태도를 두고 불신을 드러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도 세월호 유족을 비롯해 한국사회를 할퀸 또 하나의 상처로 남았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최근 코로나19로 국민들은 전염병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보다 앞서 2015년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일어났다. 20155월 바레인서 입국한 68세 남성을 시작으로 201512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메르스 상황 종료를 발표할 때까지 186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는 38명이었다. 이 과정서 전염병 대응 체계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016년 김영란법 시행=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이 2016928일부터 시행됐다. 공직자와 언론사·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1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법률이다.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해 김영란법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촛불집회= 촛불집회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2008년 이명박정부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등 국가적 이슈 때마다 등장했다. 촛불집회는 201611월 절정에 이르렀다. 시민들은 비선 실세최순실의 국정 농단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다.
 

▲ 서울 광화문광장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촛불 시위

서울 청계광장서 첫 주말 촛불집회가 열렸던 1029일 참가자는 무려 5만명이었다. 이어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 공식 출범한 직후 3차 촛불집회(1112)100만명이 운집했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표결 직전인 6차 촛불집회에는 정부 수립 이래 최대 규모인 232만명이 모였다. 누적인원은 1685만명에 달한다.


2017년 포항 지진= 20171115일 경북 포항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본격적인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지진이다. 첫 번째는 2016년 경주 지진이다. 하지만 피해는 포항지진이 더 컸다. 포항지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1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정부는 지난해 320일 포항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의 실증연구에 따른 촉발지진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울고 웃은 ‘희로애락’
격동의 시간 되돌리니…

2018년 평창올림픽= 20182월 강원도 평창, 강릉, 정선 일대서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서 열린 두 번째 올림픽이다.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을 비롯해 스켈레톤, 컬링 등에서 메달을 거머쥐면서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을 비롯해 북한 고위급 관계자들이 평창을 찾아 이후 남북정상회담의 발판이 됐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20184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났다. 2000,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이다. 이전 회담이 모두 평양서 열렸던 것과 달리 2018년 정상회담은 판문점 남측서 진행됐다.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서 조우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며, 북한 최고 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은 것도 최초였다.

한 달 뒤인 526일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면서 두 번째 만남이 이뤄졌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었다. 이후 같은 해 6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서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세 번째 만남은 같은 해 9월 평양서 이뤄졌다.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2018년 미투 운동= 미투(#me too) 운동은 2017년 미국서 시작된 사회운동으로, 한국에선 20181월 서지현 검사가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미투 운동은 법조계를 넘어 문화예술계, 방송계, 정치권, 종교계, 학교 등으로 번졌다.
 

▲ 봉준호 감독 ⓒA.M.P.A.S

수많은 유명인사가 미투 운동 과정서 가해자로 밝혀졌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던 인사들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23일에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전격 사퇴했다.

2018BTS 열풍= 2018년은 그야말로 방탄소년단(BTS)의 해였다. BTS는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 빌보드 200’서 두 차례 1위를 거머쥐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확인했다. 20189월초부터 50여일간 미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6개국 11개 도시서 가진 22차례 공연을 통해 북미 투어서만 22만명, 유럽 투어서 1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UN 정기총회서 우리 가수로는 처음으로 연설해 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2019년 일본 불매운동= 20197월 일본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생산에 필수적인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시행한 데 이어 8월에는 한국을 백색리스트서 제외했다. 정부는 일본의 조치에 강경 대응을 시사했고 국민들은 일본 불매운동에 돌입했다. 일본 맥주와 의류서 시작된 불매운동은 자동차, 여행상품 등으로 확산됐다. 한국의 불매운동으로 일본의 관광업계가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로 뻗은
한국 문화

2020년 영화 <기생충> 열풍= <기생충>은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을 극단적으로 대비시켜 빈부격차와 양극화로 인한 계급과 계층 간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2019525일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서 한국 영화 100년 역사상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서 수많은 상을 휩쓴 <기생충>은 지난 29(현지시각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서 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감독상·작품상 등 주요 부문을 싹쓸이하면서 명실상부한 그 해 최고의 영화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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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