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4주년 특집⑤> 총수 24인의 미래 방정식

차세대 먹거리 찾아 광폭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최근 재계는 수많은 난관에 봉착했다.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을 해소할 만한 뚜렷한 방안을 찾기 힘든 마당에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마저 터졌다. 굴지의 대기업들마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 가운데, 생존을 위해서라도 변화와 혁신을 통한 선제대응은 필수가 돼버렸다.
 

▲ (사진 왼쪽부터)이재용 삼성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대기업들이 처한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면서 재계는 저마다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일요시사>는 창립 24주년을 맞아 국내 대표 그룹사 수장 24명의 불황 타개책을 짚어봤다.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중국 출장을 시작으로 해외 경영행보를 재개했다. 당분간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D램·낸드)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 미·중 무역 분쟁 등의 상황서 이 부회장이 직접 성장동력 마련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정의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주총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사실상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제시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이라는 비전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변신에 속도가 붙고 있다. 그룹은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차세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개발을 위해 삼성그룹과 협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태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바이오와 미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혁신 스타트업에 관심과 투자 의지를 수차례 천명한 상황이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뜻대로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IoT)·로보틱스·스마트홈 에너지관리솔루션 등을 미래 육성사업으로 삼고, 차세대 사업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탈출구 찾고자 처절한 몸부림
최대 화두는 ‘디지털 전환’

구광모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연구개발(R&D) 사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R&D 사업을 통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다. 사업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성장동력의 발굴·육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한편, 기업 시민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고객과 투자자, 사회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신동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글로벌 시장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라도 중장기적 계획을 통한 미래 성장 방안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위기를 돌파하고 이겨내겠다는 의지와 도전 정신, 위닝 스피릿이 전 임직원에게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 고정관념을 깨는 사고의 전환, 빠른 실행력을 통해 미래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정우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세계 최고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확대와 품질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공장 확산에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이 강조한 스마트 공장은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마련해 원가를 절감하는 게 핵심이다. 조강 생산량 기준 세계 최대 단일 제철소 1, 2위를 모두 보유한 만큼, AI용광로 등 대표 혁신 사례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승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주요 경영철학으로 동반성장을 강조해왔다. 이는 한화그룹의 상생 기조로 자리매김해 그룹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주사인 한화를 비롯해 각 계열사들은 경영철학인 ‘함께, 멀리’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위기 상황을 헤쳐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 경영위기를 극복한 뒤에는 미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도약할 방침이다.

허태수

지난 1월 취임한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계열사 전반을 점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며, 사업 혁신 방향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특히 회장 직속의 신사업 발굴 조직 운영에 드라이브를 걸며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태수 회장은 그룹 내부서 ‘도전과 혁신’ 아이콘으로 평가받는다.

도전·혁신 필요성 재확인 
신성장동력 확보 총력전

정용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평소 준비된 기업은 불경기에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음을 피력해왔다. 이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분석하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자세와 일맥상통한다. 또 수익성 있는 사업 구조, 미래성장을 위한 신규 사업 발굴에 집중할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고객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재현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얼마 전 경영일선 복귀 3년을 맞이했다. 이 회장은 잇따르는 기업인수합병과 신사업 투자 등으로 몸집을 불리며 왕성한 경영활동을 펼쳐왔다. 이를 토대로 최근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주력회사의 내실 다지기와 수익성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혁신 성장’을 추구하며 경영 패러다임을 확 바꾸고 있다.

조원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이후 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정상화 의지를 다지며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566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유상증자 단행 등 자구책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성장동력 발굴이나 대규모 투자에 앞서 조직 쇄신을 우선에 둘 것으로 보인다.

박정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그동안 미래성장동력을 육성하며 그룹의 미래를 준비했다. 하지만 세계 발전시장 침체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영난에 빠진 두산중공업 정상화 과제를 떠안게 됐다. 그럼에도 박 회장은 신산업 역량 강화 의지는 현재진행형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기존 사업 영역의 디지털 전환과 함께 연료전지와 협동로봇 등으로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정몽진 KCC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구자열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연구개발 및 미래 준비 전략인 ‘연구개발 가속화’와 ‘디지털 전환’을 통한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구 회장의 지휘 아래 LS그룹은 향후 5년간 수백억원을 투자해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서든 동일한 IT환경이 적용될 수 있도록 디지털 운영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정지선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경영전략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온라인이나 면세점 등 새 성장동력에 집중하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 회장은 유통과 패션, 리빙 등 기존 사업영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규 사업 진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수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 3월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맞아 “카카오의 지난 10년이 ‘좋은 기업’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위대한 기업’으로 이끌어줄 것입니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모바일 생활 플랫폼을 넘어 또 다른 변화의 파고에 대응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신창재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디지털 트렌드에 주목해 온 인물이다. 디지털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과거의 소비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이런 경향은 더욱 가속화하며 디지털 경제로의 급속한 전환을 이끌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룹이 최근 ‘디지털 교보’를 내세우는 것 역시 디지털 혁신으로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신 회장의 구상과 연결된다.

조현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에도 신소재와 액화수소 등 유망사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100년 효성의 디딤돌을 다지고 있다. 탄소섬유, 폴리케톤, NF3 등 조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신사업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성과를 내며 미래성장동력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김홍국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단기적인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투자를 통한 실적 향상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해왔다. 하림은 2015년 식품의 기초 원료인 곡물을 실어나를 수 있는 해운운송업체 팬오션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몽진 

정몽진 KCC 회장은 미래 신사업으로 실리콘을 택했다. KCC를 글로벌 실리콘기업으로 키우는 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연결 실적에 포함된 글로벌 실리콘업체 ‘모멘티브’ 인수 역시 초정밀화학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선택이었다. 모멘티브 인수는 실적 악화로 이어졌지만, 유기실리콘사업에 승부수를 띄운 정 회장의 선택은 미래를 바라본 결정인 만큼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김상열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은 레저 분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특히 호반건설은 리조트와 골프장 등을 인수하면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국내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는 등 건설 경기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새로운 탈출구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정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3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황 등에 대해 발표했다. 셀트리온은 인체 임상이 가능한 제품 개발완료 목표 시점을 기존 6개월 내에서 4개월 내로 앞당겨 오는 7월 말까지 인체 투여 준비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서경배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변화를 즐기자’를 경영 방침으로 결정했다. 안정적인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해외시장에서의 채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글로벌 사업파트너들과 적극 협업하고 있다. 서 회장은 팬데믹이 선언된 코로나19 극복과 피해 복구를 위한 노력에도 힘을 싣겠다고 밝혔다.

정몽원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그룹 최고인사책임자(CHRO)를 직접 맡고 있다. 정 회장은 ‘사람이 핵심자본이다’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룹 인사철학인 기백과 합력을 바탕으로 일류로 가는 토양을 마련하고자 직접 인사 혁신을 지휘 중이다. 한라그룹은 프런티어 정신이 강조되는 ‘젊고 유연한 조직’으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김윤 

김윤 삼양그룹 회장은 지난 20일 “다가올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임직원이 업무 혁신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함께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인 만큼 데이터를 축적해 미래를 예측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함을 강조했다. 삼양그룹은 2001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전사적 자원 관리)를 업그레이드해 2022년 신규 ERP를 가동하기로 했다. 새로 구축하는 ERP는 국내외 사업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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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