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진단하는 '대선주자 패션코드' 엿보기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10 18: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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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가 허락하는 한 옷을 잘 입어라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대선을 향한 잠룡들의 움직임이 더욱 가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출판, 녹화, SNS 관리에서부터 인사, 공약, 정책 그리고 잘나가는 후보 흠집 내기까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하지만 아무리 바쁘더라도 반드시 점검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스타일이다. 보는 사람뿐만 아니라 입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옷. 대선주자들은 자신의 강점을 잘 살려 맞춤형 연출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패션코드를 엿보았다.  

주목받는 3인방 대선주자가 일제히 예능프로 <힐링캠프>에 출연했다. 시간차가 있었지만 각 후보자의 복장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는 빨간색,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는 주홍색,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보라색 계통의 밝은 상의를 입었다는 점이다. 스타일을 통해 부드러움과 친밀한 이미지를 심어 부동층의 표심을 공략하려는 것이 세 후보의 공통된 속내는 아니었을까.

<힐링캠프> 코디 적절했나?
 예능프로 복장 진단해보니

예능프로가 잠룡들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 거점으로 여겨지지만, 무턱대고 나가 오랫동안 얼굴만 비출 수도 없는 일이다. 후보들은 일단 TV를 통해 여지없이 드러나는 말투와 목소리 그리고 복장에 대해 세심히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일생을 바친 정치 발자취보다 이러한 찰나의 순간이 유권자에게 더욱 강한 이미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진주 이미지퍼스널 소장은 "정치에서 이미지는 그 자체로 메시지"라며 이미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힐링캠프>에서 빨간색 티셔츠와 진회색 재킷, 그리고 회색 목도리와 같은 색 상·하의를 입었다. 강 소장은 박 후의 복장에 대해 "회색 컬러의 바지 매칭은 요즘 하는 전형적인 전투복 차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빨간색을 매치한 것은 현재 새누리당의 컬러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며 박 후보가 입은 빨간색 티셔츠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 시청자는 박 후보의 이날 복장에 대해 "주로 회색을 입어서 박 후보가 나올 때는 흑백 TV를 보는 것 같았다”라며 “시대에 뒤떨어지는 박 후보의 성향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이날 코디가 예능프로에는 어울리지 않는 미스매치라며 혹평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시민은 이날 스타일에 대해 "우아하며 안정감이 느껴지는 단정한 복장이었다"며 "확고한 정치적 신념과 리더십이 표현된 것"이라고 말해 박 후보의 옷차림이 강점을 드러내기에 적절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문 후보는 검은색 목폴라와 검은색 바지 그리고 오렌지색 점퍼를 입고 출연했다. 강 소장은 문 후보의 복장에 대해 "오렌지컬러로 다소 딱딱하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친근한 이미지로 전환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문 후보의 코디를 긍정적으로 보았다.

문 후보의 복장에 대해서도 "검정색 목폴라가 답답한 느낌을 주었다. 답답한 정치를 보는 것 같았다"라며 내켜하지 않는 시청자가 있는 반면 "오렌지색은 튈 수 있어 조화가 필요한 색인데 문 후보와 잘 어울렸다"라며 문 후보의 친화력을 암시하는 좋은 코디였다고 호평한 시민도 있었다.

대선전 가열되면서 후보 간 드러나는 극명한 패션 스타일
<힐링캠프> 회색은 낡고, 셔츠는 뻔하고, 목폴라는 답답

안 원장은 이날도 평소와 별 차이가 없었다. 남색바지와 하늘색 재킷, 안에는 보라색 체크무늬 셔츠에 노타이 차림으로 출연했다. 안 원장의 스타일은 딱히 코디랄 것도 없다. 강 소장도 “항상 하는 비즈니스 캐주얼 스타일로 친근하고 편안한 복장이다”라며 간략히 설명했다.

안 원장의 의류 패턴이 거기서 거기다 보니 이렇다 할 호불호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지루하다. 변화를 보고 싶다”라는 의견과 “소박하고 안정적인 정서를 보여준다”라는 견해 정도다. 

정연아이미지테크의 정연아 대표는 세 후보의 <힐링캠프> 출연 복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진단했다. 안 원장과 문 후보에 대해서는 성공적인 코디였다는 평가를 하는 반면, 박 후보의 진회색 재킷과 빨간 상의, 와인색 구두에 대해 오버센스라고 부정적인 평가를 하며 전문적인 코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박 후보가 <힐링캠프> 1부에서 입은 복장은 조화롭지 못했지만 상징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가 장식한 브로치의 여러 가지 색은 야당을 상징하는 것이고, 빨간 상의는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강 소장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박 후보가 갈아입은 밝은 회색 니트와 머플러는 부드러운 느낌을 주었고 적절한 코디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박 후보의 일관된 회색 복장에 대해서는 흑과 백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젊은층을 포용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며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정 대표는 안 원장의 이번 코디는 ‘베스트코디’라고 극찬했다. 지지율 향상의 효과를 누린 것도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에 맞춰서 복장을 갖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진한 블루 바지에 연한 하늘색, 그리고 잔잔한 체크무늬는 감각 있는 정치인의 느낌을 주었고, 포켓 칩으로 격식을 차려 너무 가볍지 않은 이미지를 연출하는데 성공적인 코디였다고 평가했다.

문 후보에 대해서는 그가 가진 감성적 성격이 스타일에도 그대로 묻어났다고 평가했다. 문 후보가 입은 재킷의 색은 비비드오렌지 컬러에서 세련미가 느껴졌으며 부드러운 이미지와 친화력, 친밀감으로 유권자를 어필하는데 성공적인 코디였다고 평했다.

코디로 엿보는 정치성향
스타일도 또 다른 전략

박 후보의 패션은 원래 치마정장 차림 일색이었다. 공식석상에서는 거의 치마만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힐링캠프>에서 바지정장을 입은 모습은 박 후보가 코디에 대한 지적을 받아들였다는 방증 중 하나이다.

박 후보가 추구해야 할 이미지 전략은 퍼스트레이디 이미지에서 탈피해 당찬 커리어우먼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박 후보는 치마정장보다는 바지정장을 입도록 권유받았다. 그리고 무채색이거나 브라운 계열의 정장이 많아 원색계열로 변화를 줄 것과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단정한 스타일보다는 편안한 복장을 하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았다. <힐링캠프>출연에 블라우스가 아닌 셔츠를 입은 것도 이러한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딱딱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박 후보에게 이러한 보완책은 박 후보가 가지고 있는 ‘외유내강’ 카리스마를 강조하는데 일조했다는 평도 있다.

안 원장의 스타일은 ‘예술가적인 개성’으로 표현된다. 밝은 와이셔츠에 세미정장 차림은 젊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 패션 전문가의 의견이다. 또한 미디어를 통해 등산용 배낭을 메고 다니는 모습이 알려져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안 원장의 패션스타일이 증명됐다. 이런 스타일은 젊은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다른 정치인들과는 다른 확실한 이점이 있다. 안 원장의 장점이 기성정치 세력과의 차별성에서 오는 만큼 안 원장의 스타일 역시 이러한 정치성향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일부 기사에서 언급됐듯이 너무 편안한 복장 때문에 카리스마가 약간 묻힌다는 단점도 있다. 이러한 단점에도 안 원장이 대권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노선에 맞는 이미지 전략에서 아직 자유로운 편이라 할 수 있다.

장점 잘 살린 대선주자 맞춤 코디는?
패션도 경쟁력, 스타일로 표심 잡아라

문 후보는 전형적인 '선비'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단정하고 편안하며 신뢰가 가는 복장을 즐겨 입는다는 것이다. 반면 너무 안전하게 갖춰 입은 탓에 카리스마가 부족해 보이고 유약한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한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문 후보는 코디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이미지 변화를 시도했다. 특전사 시절 사진으로 관심이 쏠리면서 강한 지도상 이미지를 심을 수 있었고 야구복 차림으로 배트를 휘두르고 유도복을 입고 선수들과 뒹구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성인 박근혜 후보를 겨냥해 남성성을 과시함으로써 이러한 평가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평가이다.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네거티브 공략으로 정치권도 유권자도 참으로 피곤하다. 이 숨 가쁜 대결 속에도 정치판은 이미지 전쟁을 통해 표심을 흔들어야 한다. 바야흐로 정치와 패션이 만나는 시즌이다. 한 전문가는 "이미지는 시각에 의해 구체화된다. 정치와 이미지, 시각의 접점은 패션이다"라며 "진보든 보수든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길 원하는 정치인이라면 패션 센스는 필수 덕목"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부동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정치인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언론사에 따르면 미국 패션전문지 <우먼스웨어데일리(WWD)>는 최근 공화당 경선후보자의 패션에 점수를 매겼다고 한다. 대부분의 인사가 하위점수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총체적으로 패션감각의 부재를 드러냈고, 단순히 넥타이 색깔로만 자신의 이미지를 어필하려는 초보적인 수준의 전략을 쓰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정치와 패션이 만나는 시대
이미지 전쟁으로 표심 공략

우리나라의 대선후보들을 평가하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권에 도전하는 정치인과 이들을 평가하게 될 유권자 모두 참고할 만한 사실이다.

한 의류 전문가는 "잘 갖춰 입은 복장은 품위와 개성이 돋보이고 예의가 있어 보인다. 또 맵시 있게 차려 입은 옷이 좋은 인상을 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전문성과 권위, 책임을 드러내는 제복을 입은 사람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도 옷이 주는 힘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물며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될 사람에게 패션이 얼마나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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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