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진단하는 '대선주자 패션코드' 엿보기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10 18: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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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가 허락하는 한 옷을 잘 입어라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대선을 향한 잠룡들의 움직임이 더욱 가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출판, 녹화, SNS 관리에서부터 인사, 공약, 정책 그리고 잘나가는 후보 흠집 내기까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하지만 아무리 바쁘더라도 반드시 점검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스타일이다. 보는 사람뿐만 아니라 입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옷. 대선주자들은 자신의 강점을 잘 살려 맞춤형 연출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패션코드를 엿보았다.  

주목받는 3인방 대선주자가 일제히 예능프로 <힐링캠프>에 출연했다. 시간차가 있었지만 각 후보자의 복장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는 빨간색,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는 주홍색,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보라색 계통의 밝은 상의를 입었다는 점이다. 스타일을 통해 부드러움과 친밀한 이미지를 심어 부동층의 표심을 공략하려는 것이 세 후보의 공통된 속내는 아니었을까.

<힐링캠프> 코디 적절했나?
 예능프로 복장 진단해보니

예능프로가 잠룡들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 거점으로 여겨지지만, 무턱대고 나가 오랫동안 얼굴만 비출 수도 없는 일이다. 후보들은 일단 TV를 통해 여지없이 드러나는 말투와 목소리 그리고 복장에 대해 세심히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일생을 바친 정치 발자취보다 이러한 찰나의 순간이 유권자에게 더욱 강한 이미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진주 이미지퍼스널 소장은 "정치에서 이미지는 그 자체로 메시지"라며 이미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후보는 <힐링캠프>에서 빨간색 티셔츠와 진회색 재킷, 그리고 회색 목도리와 같은 색 상·하의를 입었다. 강 소장은 박 후의 복장에 대해 "회색 컬러의 바지 매칭은 요즘 하는 전형적인 전투복 차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빨간색을 매치한 것은 현재 새누리당의 컬러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며 박 후보가 입은 빨간색 티셔츠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 시청자는 박 후보의 이날 복장에 대해 "주로 회색을 입어서 박 후보가 나올 때는 흑백 TV를 보는 것 같았다”라며 “시대에 뒤떨어지는 박 후보의 성향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이날 코디가 예능프로에는 어울리지 않는 미스매치라며 혹평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시민은 이날 스타일에 대해 "우아하며 안정감이 느껴지는 단정한 복장이었다"며 "확고한 정치적 신념과 리더십이 표현된 것"이라고 말해 박 후보의 옷차림이 강점을 드러내기에 적절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문 후보는 검은색 목폴라와 검은색 바지 그리고 오렌지색 점퍼를 입고 출연했다. 강 소장은 문 후보의 복장에 대해 "오렌지컬러로 다소 딱딱하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친근한 이미지로 전환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문 후보의 코디를 긍정적으로 보았다.

문 후보의 복장에 대해서도 "검정색 목폴라가 답답한 느낌을 주었다. 답답한 정치를 보는 것 같았다"라며 내켜하지 않는 시청자가 있는 반면 "오렌지색은 튈 수 있어 조화가 필요한 색인데 문 후보와 잘 어울렸다"라며 문 후보의 친화력을 암시하는 좋은 코디였다고 호평한 시민도 있었다.

대선전 가열되면서 후보 간 드러나는 극명한 패션 스타일
<힐링캠프> 회색은 낡고, 셔츠는 뻔하고, 목폴라는 답답

안 원장은 이날도 평소와 별 차이가 없었다. 남색바지와 하늘색 재킷, 안에는 보라색 체크무늬 셔츠에 노타이 차림으로 출연했다. 안 원장의 스타일은 딱히 코디랄 것도 없다. 강 소장도 “항상 하는 비즈니스 캐주얼 스타일로 친근하고 편안한 복장이다”라며 간략히 설명했다.

안 원장의 의류 패턴이 거기서 거기다 보니 이렇다 할 호불호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지루하다. 변화를 보고 싶다”라는 의견과 “소박하고 안정적인 정서를 보여준다”라는 견해 정도다. 

정연아이미지테크의 정연아 대표는 세 후보의 <힐링캠프> 출연 복장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진단했다. 안 원장과 문 후보에 대해서는 성공적인 코디였다는 평가를 하는 반면, 박 후보의 진회색 재킷과 빨간 상의, 와인색 구두에 대해 오버센스라고 부정적인 평가를 하며 전문적인 코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박 후보가 <힐링캠프> 1부에서 입은 복장은 조화롭지 못했지만 상징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가 장식한 브로치의 여러 가지 색은 야당을 상징하는 것이고, 빨간 상의는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강 소장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박 후보가 갈아입은 밝은 회색 니트와 머플러는 부드러운 느낌을 주었고 적절한 코디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박 후보의 일관된 회색 복장에 대해서는 흑과 백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젊은층을 포용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며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정 대표는 안 원장의 이번 코디는 ‘베스트코디’라고 극찬했다. 지지율 향상의 효과를 누린 것도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에 맞춰서 복장을 갖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진한 블루 바지에 연한 하늘색, 그리고 잔잔한 체크무늬는 감각 있는 정치인의 느낌을 주었고, 포켓 칩으로 격식을 차려 너무 가볍지 않은 이미지를 연출하는데 성공적인 코디였다고 평가했다.

문 후보에 대해서는 그가 가진 감성적 성격이 스타일에도 그대로 묻어났다고 평가했다. 문 후보가 입은 재킷의 색은 비비드오렌지 컬러에서 세련미가 느껴졌으며 부드러운 이미지와 친화력, 친밀감으로 유권자를 어필하는데 성공적인 코디였다고 평했다.

코디로 엿보는 정치성향
스타일도 또 다른 전략

박 후보의 패션은 원래 치마정장 차림 일색이었다. 공식석상에서는 거의 치마만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힐링캠프>에서 바지정장을 입은 모습은 박 후보가 코디에 대한 지적을 받아들였다는 방증 중 하나이다.

박 후보가 추구해야 할 이미지 전략은 퍼스트레이디 이미지에서 탈피해 당찬 커리어우먼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박 후보는 치마정장보다는 바지정장을 입도록 권유받았다. 그리고 무채색이거나 브라운 계열의 정장이 많아 원색계열로 변화를 줄 것과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단정한 스타일보다는 편안한 복장을 하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았다. <힐링캠프>출연에 블라우스가 아닌 셔츠를 입은 것도 이러한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딱딱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박 후보에게 이러한 보완책은 박 후보가 가지고 있는 ‘외유내강’ 카리스마를 강조하는데 일조했다는 평도 있다.

안 원장의 스타일은 ‘예술가적인 개성’으로 표현된다. 밝은 와이셔츠에 세미정장 차림은 젊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 패션 전문가의 의견이다. 또한 미디어를 통해 등산용 배낭을 메고 다니는 모습이 알려져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안 원장의 패션스타일이 증명됐다. 이런 스타일은 젊은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는 점에서 다른 정치인들과는 다른 확실한 이점이 있다. 안 원장의 장점이 기성정치 세력과의 차별성에서 오는 만큼 안 원장의 스타일 역시 이러한 정치성향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일부 기사에서 언급됐듯이 너무 편안한 복장 때문에 카리스마가 약간 묻힌다는 단점도 있다. 이러한 단점에도 안 원장이 대권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노선에 맞는 이미지 전략에서 아직 자유로운 편이라 할 수 있다.

장점 잘 살린 대선주자 맞춤 코디는?
패션도 경쟁력, 스타일로 표심 잡아라

문 후보는 전형적인 '선비'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단정하고 편안하며 신뢰가 가는 복장을 즐겨 입는다는 것이다. 반면 너무 안전하게 갖춰 입은 탓에 카리스마가 부족해 보이고 유약한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한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문 후보는 코디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이미지 변화를 시도했다. 특전사 시절 사진으로 관심이 쏠리면서 강한 지도상 이미지를 심을 수 있었고 야구복 차림으로 배트를 휘두르고 유도복을 입고 선수들과 뒹구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성인 박근혜 후보를 겨냥해 남성성을 과시함으로써 이러한 평가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평가이다.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네거티브 공략으로 정치권도 유권자도 참으로 피곤하다. 이 숨 가쁜 대결 속에도 정치판은 이미지 전쟁을 통해 표심을 흔들어야 한다. 바야흐로 정치와 패션이 만나는 시즌이다. 한 전문가는 "이미지는 시각에 의해 구체화된다. 정치와 이미지, 시각의 접점은 패션이다"라며 "진보든 보수든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길 원하는 정치인이라면 패션 센스는 필수 덕목"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부동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정치인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언론사에 따르면 미국 패션전문지 <우먼스웨어데일리(WWD)>는 최근 공화당 경선후보자의 패션에 점수를 매겼다고 한다. 대부분의 인사가 하위점수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총체적으로 패션감각의 부재를 드러냈고, 단순히 넥타이 색깔로만 자신의 이미지를 어필하려는 초보적인 수준의 전략을 쓰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정치와 패션이 만나는 시대
이미지 전쟁으로 표심 공략

우리나라의 대선후보들을 평가하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권에 도전하는 정치인과 이들을 평가하게 될 유권자 모두 참고할 만한 사실이다.

한 의류 전문가는 "잘 갖춰 입은 복장은 품위와 개성이 돋보이고 예의가 있어 보인다. 또 맵시 있게 차려 입은 옷이 좋은 인상을 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전문성과 권위, 책임을 드러내는 제복을 입은 사람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도 옷이 주는 힘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물며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될 사람에게 패션이 얼마나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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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