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링거 사망사건 전말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5.04 11:48:14
  • 호수 12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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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서 만나 모텔서 마무리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지난 2018년 연인 간의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30대 여성인 A씨가 자신의 남자친구인 B씨에게 피로회복제라며 치사 약물을 투입해 숨지게 한 것. 바로 다음날 A씨는 경찰서에 신고해 동반자살을 모의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A씨는 징역 30년과 추징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6년 5월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여성 A(32)씨는 서울의 한 노래방서 B(2018년 사망 당시 30세)씨를 처음 만났다. 각자 사귀는 연인이 있었는데도 둘은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호감을 키웠다. B씨는 이듬해 초 그동안 만나던 여자친구와 관계를 매듭지었다. 그러나 A씨는 3년 전부터 함께 살던 남자와 계속 동거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B씨에게는 “헤어졌다”고 거짓말을 했다.

잘못된 만남

해당 사실을 모른 채 B씨는 A씨와 연애를 시작했다. 만날 때마다 식비 등 데이트 비용은 A씨가 거의 모두 냈다. 당시 간호조무사 일을 그만둬 직업이 없던 A씨가 그의 동거남과 함께 대출 받은 돈이었다. 둘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B씨를 향한 A씨의 집착도 커졌다.

B씨의 휴대전화 잠금 비밀번호를 알아내 수시로 확인했고, 심지어 B씨의 은행 공인인증서도 직접 관리하며 지출 내역을 감시했다. 심지어 머리 스타일까지 자신의 마음에 들도록 바꿔야 했다.

사귄 지 1년이 훨씬 지난 2018년 10월, A씨는 B씨의 계좌서 여자 이름으로 보이는 다른 계좌로 13만원이 빠져나간 것을 발견했다. 며칠 뒤 재차 13만원이 또 다른 계좌로 빠져나가자 A씨의 의심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의심은 더 큰 집착으로 바뀌게 됐다. 


A씨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13만원 계좌이체’ ‘남친이 13만원 계좌이체’ ‘남친의 오피 출입 사실을 알게 돼’ ‘남친이 성매매’ ‘유흥탐정’ ‘남친의 바람’ 등의 단어를 4시간 넘게 검색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전에도 그는 B씨와 사귈 때 ‘피곤해하는 남친’ ‘남친 애정도 테스트’ ‘친구들이랑 놀러간다는 남친’ ‘남자친구 거짓말’ 등을 검색한 것으로 보아 집착이 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두 차례나 13만원이 빠져나가자 A씨는 B씨가 성매매를 한다고 상상했다. 또 지인들에게 “B씨가 이체한 13만원은 성매매 대금으로 확신하고 있다” “배신감이 든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토록 믿었던 남자친구가 배신한다고 생각한 A씨는 격분했다. 

A씨는 2018년 10월19일, 지인으로부터 건네받은 소염진통제 다이클로페낙 앰플과 과거 자신이 근무했던 병원서 챙겨 온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을 수액 주머니에 담았다. 오후 10시30분경 경기도 부천의 한 모텔서 B씨와 만난 A씨는 퇴근 후 교통체증을 뚫고 와 지칠 대로 지친 B씨에게 “피로해소제를 맞자”며 프로포폴을 투약해 수면 마취를 했다.

B씨는 다음날 숨져 있었고, 이를 발견해 119에 처음 신고한 이는 함께 모텔방에 있던 A씨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B씨는 프로포폴, 리도카인, 다이클로페낙을 치사량 이상으로 투약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인은 다이클로페낙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피로해소제? 치사량 이상 약물 투약
계획 살인하고 법정서 모르쇠 일관

사건 당시 B씨와 모텔에 함께 있던 A씨도 검사 결과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치료 가능한 수준의 농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남자친구 B씨가 내가 자살하겠다고 말하면서 나에게도 함께 죽자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 부탁을 받고 약물을 주사한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B씨는 사망하고 나는 살아남았다”고 주장했다. 자신 역시 링거를 맞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주삿바늘이 빠져 있었다는 것.


이어 “항상 쪼들려 사는 게 싫어서 같이 죽으려고 했다”며 “가수면 상태서 무의식중에 거부반응이 일었고 내 팔에 꽂힌 주삿바늘은 저절로 빠진 것 같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B씨에게 치사량 이상의 약물을 투약하고 자신에게는 치료농도 이하의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판단하고, 위계승낙살인죄 등을 적용해 불구속 입건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 ⓒ문병희 기자

위계승낙살인죄는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처럼 속인 뒤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살해한 경우에 적용된다. 그러나 보강 수사를 벌인 검찰은 A씨와 B씨가 동시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살인죄를 적용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달 지난달 8일 결심공판서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며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결국 임해지 인천지법 부천지원 제1형사부 부장판사는 지난달 24일 열린 선고공판서 살인 및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전 간호조무사 A씨에게 징역 30년과 추징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A씨가 남자친구인 B씨를 계획적으로 살인했다는 검찰의 주장과 이를 부인하는 피고인 측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살해할 것을 계획하고 미리 다이클로페낙을 준비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범행 하루 전인)20일 오후 4시 ‘부검으로 주사 쇼크를 알 수 있나요’라는 문구를 검색하며 피해자를 살해키로 마음먹고 이같이 살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주장하는 동반자살(을 시도)했다는 이유를 여러 정황상 찾기 어렵고, 짐작할 수 있는 내용도 없다”며 “피해자의 유족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으며 (피고인이 피해 복구를 위한)유족에게 어떤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징역 30년

앞서 검찰은 지난달 8일 결심공판서 A씨 대해 무기징역에 추징금 8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이 죽음에 동의한 사실도 없고 미래를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학원을 등록하는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면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가장 많은 데이트폭력은?


데이트폭력은 남녀 사이서 발생하는 신체적·언어적·정서적 폭력이나 위협을 말한다.

지난해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발생한 연인 간 살인(미수 포함)은 평균 103.4건에 달한다.

피해 여성들은 목 졸림을 당하거나 결국 흉기 등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데이트폭력 피해자가 됐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서울서 1년 이상 거주한 여성(20∼60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데이트폭력 유형은 다음과 같았다.

가장 많은 데이트폭력 유형으로는 ‘팔목이나 몸을 힘껏 움켜잡음’ 35%였으며, 이어 ‘심하게 때리거나 목을 조름’ 14.3%, ‘상대의 폭행으로 인해 병원 진료’ 13.9%, ‘흉기로 상해’ 11.6% 등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데이트폭력 피해로 인한 호소는 비교적 높은 수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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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