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여당’ 원내사령탑 쟁탈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4.27 10:30:58
  • 호수 12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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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히기냐 반란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회의원 180명의 사령탑은 누가 될 것인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2022년으로 예정돼있는 대선으로 가기 위한 첫 단추다. <일요시사>는 민주당 내부서 치열하게 전개될 원내대표 경선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 (사진 왼쪽부터)정성호·전해철·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룡여당의 첫걸음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2일 당내 선거를 관리할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를 구성했다. 원내대표 경선이 다음달 7일로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선관위에는 4선의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선관위 위원장으로, 같은 당 이원욱·서삼석 의원과 21대 총선 당선인인 문진석·허영 당선인이 위원으로 들어갔다.

역대 최강

앞서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선관위 구성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20일 국회서 개최된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 원내대표는 “이번 주 중에 원내대표 경선 준비에 착수하겠다”며 “내가 아주 원만하게 원내대표서 물러나도록 이번 마지막 국회까지 협조를 해주시리라고 믿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원내대표의 뒤를 잇는 차기 원내대표는 민주당 역대 가장 막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21대 총선서 민주당은 163석을 차지했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17석까지 합하면 180석이다. 개헌을 제외하고 입법, 인사 등 국회의 전반을 좌우할 수 있는 숫자다.

막강한 힘과 동시에, 짊어져야 할 무게도 상당하다. 미래통합당 등 야당과 국회 의장단 구성 및 상임위원장 배분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의장단 구성은 여야 샅바싸움의 시작이다. 


역대 국회서 개원이 늦어진 이유 중 하나다. 앞서 20대 국회 때는 122석의 새누리당이 123석 민주당에 의장직을 넘기는 것에 잠정 합의했다가 입장을 선회, 그해 6월이 돼서야 원구성을 마쳤다.

차기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 국정운영의 성공을 가를 후반기 주요 입법과제도 수행해야 한다. 당장 코로나19 여파를 해결해야 하는 중책도 떠안는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과연 ‘성배’는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민주당 내에서 자천타천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만 10여명에 이른다. 친문(친 문재인)·비문(비 문재인)을 가리지 않는다.

4선의 정성호 의원과 3선의 전해철 의원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 의원은 당내서 비문으로, 전 의원은 친문으로 분류된다. 두 사람이 강조한 차기 원내대표의 덕목은 바로 ‘소통력’이다. 정 의원은 자신이 초선 의원들과의 소통과 야당과의 협상을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말했으며, 전 의원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초선 당선인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선의 김태년 의원도 결심을 굳혀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은 친문 중에서도 이해찬계로 분류된다. 지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당 정책위의장을 맡는 등 민주당 내 대표적인 ‘정책통’으로 불린다. 앞서 김 의원은 가장 최근 실시된 원내대표 경선서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밀려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 외에도 6∼7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경선 도전에 뜻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불출마자도 나오는 등 레이스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자천타천 후보군만 10여명
캐스팅보터 68명, 누구를?


가장 먼저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민주당 정청래 서울 마포을 당선인이다. 이번 21대 총선으로 3선에 성공한 그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들도 이런저런 경로로 많이 물어들 본다. 그래서 말씀드린다. 저는 (원내대표 경선에)출마하지 않는다”며 “나서는 사람도 중요하고, 뒤에서 돕는 사람도 중요하다. 당분간 낮은 자세로 머슴처럼 일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찬가지로 3선의 박홍근 의원 역시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22일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정부의 첫 원내수석부대표로서 검증된 실력과 당의 ‘을지로위원장’으로서 민생정치를 선도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21대 국회서 원내대표에 도전하겠다는 뜻은 있지만, 이번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사유를 밝혔다.

박 의원은 민주당 내 대표적인 박원순계로 분류된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국회의장 선출과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의 전초전이다. 출마를 저울질 중인 후보들은 단순히 자신의 출마가 아닌, 이후 선거서 계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야 한다.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여야를 초월해 역대 정당의 지도부 구성은 한쪽 계파에 치우치지 않도록 조정돼왔다. 예를 들어 친문이 당권을 잡으면 상대적으로 친문 색채가 옅은 사람이 원내대표를 맡는 식이었다. 

친노(친 노무현)·친문의 좌장인 이해찬 대표가 당권을 잡자 민주당 의원들의 표심은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그룹의 대표주자이자 김근태계인 이인영 원내대표에게로 향했다. 이때 이 원내대표에게 밀려 떨어진 사람이 이해찬계의 김태년 의원이었다. 

당시 민주당 내부에서는 ‘자정작용’이 발동했다는 말이 나왔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서 민주당 지도부가 친문인사에 의해 독점, 자칫 친문에게만 힘이 쏠릴 경우 ‘공천’을 두고 ‘친문 대 비문’의 공천파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차기 원내대표는 민주당 초선 당선인들이 결정한다는 말이 민주당 안팎서 나온다. 당선인 총회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민주당 소속 당선인 163명의 투표로 결정된다(더불어시민당 제외). 그중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으며, 개혁성향인 초선 당선인은 68명이다. ‘캐스팅 보터’로서 충분한 숫자다. 

민주당 선관위는 지난 22일 첫 회의를 열고 원내대표 경선 일정을 발표했다. 원내대표 경선 후보 등록 접수는 27일 오전 9시부터 28일 오후 4시까지 이뤄진다. 선거운동 기간은 28일 후보자 등록 공고가 난 직후부터 선거일 전날인 다음달 6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후보자 정견발표로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될 전망이다. 다음달 7일에 있을 선거서 과반수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가 원내대표로 선출된다. 과반 투표자가 없으면 결선투표를 거쳐 최다 득표자가 당선된다.

초선은…

민주당은 다음달 6일 오전 10시 국회서 초선 당선인들을 대상으로 원내대표 후보자 합동 연설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연설회는 각 후보의 정견발표 후에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된다. 원내대표 경선에 앞서 민주당 초선 당선인들은 27일 워크숍을 연다. 이 자리서 원내대표 경선에 대한 의견 교환 등도 이뤄질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막강한 초선들, 왜?

이번 21대 총선으로 처음 국회에 입성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초선 당선인은 68명이다. 여기에 더불어시민당(이하 시민당)의 비례대표 초선까지 합하면 그 수는 85명으로 늘어난다. 민주당+시민당 180석 중 과반에 가까운 수다. 

이들은 향후 선거에 중요 변수로 활동할 전망이다.

시민당이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이전에 합당할 가능성은 낮다. 민주당과 시민당은 다음달 15일까지 합당을 위한 당내 절차를 마무리 짓기로 잠정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은 다음달 7일로 예정돼있다. 

그러나 당 대표 선거가 있는 8월 전당대회 전까지는 합당이 가능하다. 원내대표 경선이 끝나는 대로 차기 당권을 노리는 후보들이 초선 당선자들을 물밑 접촉하는 일이 늘어날 전망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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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