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장애인의 날 일상 속 차별 백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4.20 14:42:36
  • 호수 12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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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더 사각지대 내몰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일상 속에 숨어 있다.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로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일요시사>는 기념일을 맞아 장애인들이 오히려 차별받고 있는 상황을 취재했다.
 

▲ 온라인 수업

장애인들에게 불편한 것 중 하나는 의약품이다. 시각장애인은 의약품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고 오·남용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일반의약품 생산실적 상위 30개 제품과 수입실적 상위 20개 제품 및 안전상비의약품 13개 제품 중 구입 가능한 58개 제품의 점자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27.6%인 16개 제품에만 점자표시가 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힘들어진
약국 가기

점자표시가 돼있는 경우에도 표시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점자표기 기초 조사’(국립국어원)서 이미 점자표시가 있는 16개 의약품에 점자표시된 것으로 확인된 16개 의약품을 추가해 총 32개 의약품의 점자표시 세부 내용(가독성, 규격, 항목, 위치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32개 의약품 중 상대적으로 가독성이 높은 의약품은 11개에 그쳤고, 21개 의약품은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규정에선 표시 항목에 대해 제품명, 업체명, 사용설명서 주요 내용 등을 점자표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32개 의약품 중 23개 제품은 제품명만을, 4개 제품은 제품명과 업체명만 표시하고 있었고, 5개 제품은 가독성이 낮아 제품명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 표시 위치 또한 의약품마다 제각각이었다.


이에 시각장애인의 의약품 접근권을 높이려면 제약사가 사회적·공익적 책임을 발휘해 점자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취약계층을 위한 약사의 구체적이고 자세한 복약지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를 두고 이를 장려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복지부와 식약처 등 정책당국의 역할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선진국들은 한국과 달리 의약품 점자표시를 의무화하거나, 의무화하지 않더라도 관련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점자표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04년 3월 의약품 관련 지침을 개정하면서 의약품 외부 포장에 제품명 점자표시를 의무화했고, 성분의 함량이 두  가지 이상으로 판매되는 의약품은 함량에 대해서도 점자표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환자 단체의 요청이 있는 경우 시판 허가권자는 의약품 첨부 문서를 시각장애인에게 적합한 형태(음성 점자설명서 등)로 제공해야 한다.

50개 의약품 중 16개만 점자표시
수어통역·문자 서비스 등 지원 부족

하지만 식약당국과 제약업계는 점자표기 현실화·확대에 난색을 보여, 시각장애인의 의약품 접근권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의약품 패키지(포장)를 사용자 친화적으로 리뉴얼하는 제약사가 늘고 있지만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의약품을 사용하기엔 여전히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7년 4월3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건강기능식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는데, 약사법 개정안은 안전상비의약품의 용기나 포장 등에 제품명, 효능·효과, 용법·용량 등에 관한 정보를 담은 점자 및 점자·음성변환용 코드에 관한 데이터베이스 및 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해 시각장애인이 의약품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업계와 조율 차이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의약품 점자표기 제작이 업계로서 실현하기 어려운 일임을 시인했다. 구체적으로 생산라인을 구축하면 설비투자 비용이 발생하고 점자를 검수할 인력 마련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서도 장애인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하는 가운데, 장애인에 대한 보호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도대남병원의 정신질환자 7명이 사망했고, 경북도 중증장애인 시설서 장애인 확진자가 발생했다.

특히나 장애인들은 공동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위험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연희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공동거주자 중 확진자 외 나머지 거주자의 건강상태가 취약하다면 거처를 옮길 집이 필요한데, 공간을 마련하는 게 여의치 않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렵게 격리공간이 마련된다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확진자와 거주했던 이력 때문에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활동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벼랑 끝 생사
정책 속 외면

이 국장은 “활동지원사가 간헐적으로 방문해 지원하는 경우 방호복을 입고 집 청소, 위생관리, 식사준비, 필요한 물품을 전달한다. 방호복을 입고 장시간 지원하기가 쉽지 않기에 최소한의 시간인 2시간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서도 확진자가 많이 늘어난 상태다. 많은 사람이 의심감염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상태에 있다. 이로 인해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각계 부처들은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쏟아지는 정책 속에 장애인은 외면받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달 26일 중증장애인 A씨는 6번째 확진자와 같은 예배에 참석했고, 동행한 활동 지원사와 함께 자가격리됐다.  

이로 인해 A씨는 활동 지원사 대체인력 투입을 문의했지만, 관련 지침이 없어 투입이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장애인단체들이 장애인관련 지원 대책을 확인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반, 다산콜센터 등 연락을 시도했지만 다른 부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확인이 필요하다는 등의 답변만 받았다.

또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에 수어통역이나 문자서비스가 가능하냐고 문의했지만, 오후 6시까지만 수어통역이 가능하고 개선의견을 국민신문고에 건의해달라는 답변이 끝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부터 전국 초·중·고교가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시작했다. 이에 장애가 있는 학생을 위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시각·청각 장애가 있는 학생에겐 자막·수어·점자 등을 제공하고 발달장애 학생에겐 가정방문 순회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학부모들은 “장애 유형별로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한 순회교육도 불충분하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꾸준히 교육하는 게 중요한데 주 1∼2차례 회당 2시간 수업으로 인해 교육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교육권 침해
더 심해졌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발달장애의 경우 단순 교과 중심 교육이 전부가 아니라 교사와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안전대책을 마련해 소규모 수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들 역시 코로나19 안전대책만큼 장애 학생들의 교육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지난달 30일 전국 유·초·중·고 3321명의 특수학급 교사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88.5%(2931명)는 온라인 개학과 관련해 특수교육 대상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사와 학생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제시한 방법 외에 좀 더 다양한 형태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발달장애 학생들의 교육권 침해가 우려되고 있다. 발달장애 학생의 부모들은 이들을 위한 온라인 수업 준비가 미비한 상태임을 강조했으며, 일부는 차라리 학교에 나가게 해달라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아이들이 교육서 소외됐다고 하소연했다.
 

최수아 최수아통합발달센터 원장은 “등하교라는 안정적인 일상 패턴이 깨지다 보니 아이들이 흥분을 하고 꼬집거나 자해를 하는 등 문제 행동을 많이 보인다”며 “에너지를 풀 곳이 없어 자폐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란 출생과 성장기에 뇌 발달에 문제가 생겨 언어, 인지, 운동, 사회성 등의 성장속도가 또래에 비해 느린 상태를 모두 지칭한다.

공동생활로 감염 위험성 높아
온라인 개학…학부모 발 동동

2019년 교육부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전체 특수교육대상자 9만2958명 중 지적장애, 정서행동장애, 자폐성장애, 학습장애, 발달지체를 가진 7만3629명이 바로 발달장애 학생이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취업시장마저 얼어붙었다. 이로 인해 장애인들도 일자리 채용서 불이익을 받는 형국이다. 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지 않은 데다 알선도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취업 준비부터 근로환경까지 장애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익위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민원정보분석시스템에 수집된 장애인 일자리 관련 민원 945건을 분석한 결과 ‘일자리 확대와 취업 알선’을 요청하는 민원이 44.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가지원 사업인 ‘장애인 일자리 사업’(26.2%), ‘장애인에 대한 직업훈련’(15.6%), ‘장애인 근로자의 근무환경 개선’(13.4%) 순이었다. 일자리 확대 및 취업 알선 관련 민원은 구직 어려움에 따라 장애인 일자리 다양화·확대를 요구하는 내용이 72.5%(307건)를 차지했다.

장애인일자리 사업과 관련해서는 사업에 참여를 희망한다는 내용(41.5%)이 가장 많았고, 참여기간이 끝난 후 정규직으로 전환을 요청하거나, 정규직 선발 시 경력으로 인정을 해달라는 요구가 21.0%로 뒤를 이었다.

장애인 직업훈련 민원은 훈련시설 기준 완화와 장애특성을 고려한 시설기준의 마련 등 장애인 직업훈련의 확대·개선 요구(37.0%), 장애인근로자의 근무환경과 관련해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임금·업무차별 등 직장 내 애로사항(39.8%)이 가장 많았다.

일자리는 
밀려 밀려

권석원 권익위 권익개선정책국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서 “장애인 일자리 확대도 중요하지만 장애인 직업훈련 종사자나 교사의 자질을 향상하고, 장애인 채용 시 차별을 배제하는 등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투표소 장애인 편의시설 보니…

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사전투표소 앞에서 장애인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들 단체는 ▲그림 투표용지 도입 ▲발달장애인 유권자를 위한 알기 쉬운 선거 정보 제공 ▲선거 전 과정서 수어 통역과 자막제공 의무화 ▲모든 사람의 접근이 가능한 투표소 선정 ▲장애인 거주 시설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 등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참정권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가 모든 조치를 이행할 것을 요청했다. 

현재 장애인이 후보를 살펴보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넘어야 하는 문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전체 투표소 중 20% 가까이는 이동 약자에게 접근이 어려웠다.

이에 2019년 투표소를 이동 약자의 투표소 접근 편의를 위해 ‘1층 또는 승강기 등 편의시설이 있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적절한 장소가 없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투표소에 온 장애인들을 실망하게 했다. 

실제 전국의 사전 투표소 3500곳 가운데 270곳이 1층도 아닌 데다 승강기까지 없어 장애인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었다.

장애인 유권자가 가장 많은 서울은 사전 투표소의 21%가 장애인이 이용하기 불편한 곳에 있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그동안 장애인도 평등하게 차별받지 않고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변화된 게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각장애인은 장애 유형을 고려한 점자 형태의 선거공보물에도 아쉬움이 많다.

점자 형태의 선거공보물은 묵자의 3배 분량이지만, 일반 선거공보물과 동일하게 매수가 제한돼 선거 정보 내용이 중간에 끊기는 등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점자투표 보조 용구에 대한 어려움도 함께 나타났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를 진행하게 되면서 점자투표 보조 용구가 의미가 없어진 셈이다.

서울시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서 장애인이 불편 없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관내 2252개 전 투표소의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를 점검한 바 있다.

서울시는 투표소가 건물 2층이나 3층에 설치돼있으나 승강기가 없으면, 1층 주 출입구 옆에 임시 투표소를 설치토록 했다.

또 출입구 경사로가 급하거나 계단 높이 차이가 클 경우 임시경사로를 설치토록 하고, 투표 당일 장애인 안내 도우미를 배치했다.

한편 장애인 단체들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지침 개정으로 투표 과정서 발달 장애인들이 가족과 활동 지원사 등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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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