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성훈의 예능 지론

“<나 혼자 산다> 의리 지키고 싶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성훈은 연기보다 MBC <나 혼자 산다>의 패널로 더 익숙하다. 스튜디오서 박나래, 기안84, 이시언 등과 함께 각종 게스트들과 다양한 삶을 공유하는 그의 모습은 친근하다. 수영 선수 출신 다운 완벽한 몸매와 부리부리한 눈빛 이면에 있는 선한 마음이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온전히 전해진다. 그런 성훈은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로 관객들과 만난다. “연기에 칼을 갈고 있다”는 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배우 성훈 ⓒ문병희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극장가는 초토화됐다. 전국 20만 관객으로 떨어져도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던 한국 영화 시장은 하루 총 관객 3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극장이 가장 안전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극장가는 한산하다. 그런 타이밍에 신작 <사랑하고 있습니까>가 스크린에 걸린다. 

창고 영화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에 개봉할 정도로 형편없는 영화인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 실제 영화는 2017년 제작돼 약 1년여간 묵혀둔 ‘창고 영화’다. 그렇게 된 배경은 정치적인 문제가 꼈다. 

이 영화는 애초 한국 관객을 노린 것이 아닌, 중국시장을 겨냥한 작품. 사드 배치로 인해 한국과 중국 간 교류가 단절되면서 이 영화의 향방도 묘연해졌고, 결국 극장가 최악의 시기에 개봉하게 됐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콘텐츠를 바라보는 문화 차이가 커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한국 관객들의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부분이나, 사장과 직원 사이에 벌어지는 갑질 논란, 불법 촬영 및 갑작스러운 가택 침입 장면 등 시대착오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다. 


이부분에 대해 성훈 역시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는 듯 보였다. 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냐는 가벼운 질문에 성훈은 꽤 솔직한 답변을 남겼다. 

성훈은 “여기 같이 앉아계신 기자들이나 다른 관객들이나 저나,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말이 있을 것 같다. 혹은 ‘초면인데 이런 질문을 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며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수도 있고, 뭐가 됐든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 준비가 돼 있다”고 남겼다.

이어 “촬영할 때는 작품으로서 혹은 코미디로서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겠다 싶었는데, 지금 보니까 살짝 위험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요즘에는 시대가 빠르게 변해서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주연 배우가 먼저 비판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극도로 솔직한 성훈의 기질이 드러난 대목이다. 중국시장을 겨냥하고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일부 이해가 되지만, 어찌됐든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을 향유할 정도 수준의 관객 눈높이에는 터무니없는 작품으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성훈의 연기력 역시 평가하기 힘들다. 전반적으로 과장돼 보인다. 도서관서도 큰 목소리를 내는 것에 익숙한 중국인 취향에 걸맞다. 성훈 뿐 아니라 여자 주인공인 김소은을 비롯해 다른 조연들의 연기도 오버가 섞여 있다.

성훈만의 잘못으로 해석하긴 어렵다. <사랑하고 있습니까>가 다른 일반적인 영화와 목표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타 영화와 같은 평가는 의미가 없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영화 속 센 표현 걱정”
“예능프로는 힐링…놓칠 수 없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성훈 역시 느끼는 바가 큰 듯했다. SBS <신기생뎐>으로 데뷔한 이후 10년차 연기자다. 그는 이번 작품을 계기로 연기자로서 반성하고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성훈은 “더 이상의 변명은 의미가 없는 연차가 됐다. 이번에도 제 연기서 좋지 못한 습관들이 보였다. 연기할 때 ‘왜 저런 게 보일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고, 목숨 걸고 한 작품만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나혼자 산다>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에게 있어 예능은 양날의 검이다. 예능프로그램서 보인 익숙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작품의 캐릭터에도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진지한 얼굴로 오열을 하고, 사나운 인상을 지어도 괜히 웃음이 나곤 한다. 고 김주혁과 이광수, 라미란 정도가 예능의 이미지를 극복한 연기자로 평가된다. 극복하지 못한 배우들이 무수히 많다. 예능의 이미지를 벗기란 쉽지 않다. 이는 성훈에게도 해당한다. 

“예능 하는 배우들이 자주 하는 말이 ‘캐릭터가 캐릭터로 안 보여진는 것’”이라고 운을 뗀 성훈은 “속상하다고 하는데, 그건 배우가 하기 나름인 것 같다. 정말 연기적으로 훌륭하면 대중도 인정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못 보여드린 부분이 있어서 ‘연기에 칼을 갈고 있다’. 더이상 물러설 수도 핑계댈 수도 없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강철필름

장수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는 국내 관찰 예능 중 여전히 높은 화제성을 기록 중인 프로그램이다. 매력적인 게스트가 나오면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성훈을 비롯해 박나래와 이시언, 기안84, 헨리의 퍼포먼스는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공개 연인을 선언한 한혜진과 전현무가 갑작스럽게 결별하면서 소방수로 투입된 성훈은 벌써 3년 동안 <나혼자 산다>의 스튜디오를 지키고 있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 의리를 지키고 싶다”고 표현했다. 

성훈은 “나래나 시언이형, 기안을 보는 것 자체가 정말 즐거워서 그만두려야 그만둘 수 없다. 2017년 7월에 투입됐는데, 정이 깊게 들어버렸다. 스케줄이 아무리 힘들어도 월요일에 그들을 만나면 환기가 된다. 정말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내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작품이 됐다.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의리를 지키고 싶다”고 웃었다. 

지난해 12월29일 <2019 MBC 연예대상>서 박나래가 대상을 받은 후 성훈이 폭 안아주는 장면이 크게 화제가 됐다. 오빠로서 동료로서, 또 지근거리서 박나래를 봐온 사람으로서 축하를 의미하는 포옹이었다. 훤칠한 체구의 성훈이 작은 박나래를 안아주는 모습이 많은 여성들에게 설렘을 일으켰던 탓일까, 이 장면은 박나래와의 열애설로 이어졌다. 

그는 “가족 간의 포옹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사실 열애설이 나고 정말 당황했다. 고생한 것을 알았기에 한 번 안아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열애설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 다음부터는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축하해줄 생각”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결혼이요?”

1983년생으로 마흔을 눈 앞에 둔 그는 미혼이다. 가족 친지들 사이서 결혼에 대한 압박이 꽤 진행됐을 나이다. 성훈은 “지금은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혼자 사는 것이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결혼 생각이 절대 없다. 부모님께 기대하지 마시라고 강하게 어필한다. 후에 결혼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속내를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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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