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봉꾼’ 폴란스키 감독 향한 이중잣대

강간범에게 수여한 ‘명예’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2년 전,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MeToo·나도 고발한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는데 국내도 예외는 아니었다. 각 분야서 위력에 의한 성추문 폭로가 이어졌고 문화계는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방송·공연·영화를 막론하고 전 영역서 명예로웠던 창작자들의 추악한 범죄가 드러났다. 대다수가 퇴출됐지만, 성추문의 뿌리는 여전히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는 아동 성범죄자에게 감독상을 수여했다.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로만 폴란스키 감독

영화 <악마의 씨> <피아니스트> 등을 연출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세계적인 ‘악마의 재능’으로 꼽힌다. 독특한 세계관은 물론 과감하고 혁신적인 연출과 스토리텔링, 탁월한 심리묘사 등 그의 영화적 재능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서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말하듯 폴란스키 감독은 1970년대 초반 미국 내 최고의 셀럽이었다. 극 중 시대를 풍미했다가 서서히 인기가 떨어지고 있었던 릭 달튼은 폴란스키가 주최한 수영장 파티에 초대돼, 그의 새 영화에 캐스팅되길 바라기도 한다. 

악마의 재능

그런 그의 재능 이면에는 추악한 범죄사실이 있다. 미성년자에게 가혹한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1977년 배우 잭 니콜슨의 집에서 13세 미성년자에게 약물 강간 혐의로 체포됐다가 가석방 상태서 선고 직전 프랑스로 도주했다. 스스로 범죄를 자백했으나, 법원이 형량을 줄여주지 않자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이었다.

이후 약 40년 동안 도피 중인데 자신이 인정한 죗값조차 치르려는 시도조차 없어 더욱 박한 평가가 나온다. 도피 생활 시작과 동시에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고, 그 뒤로 현재 파리에 거주하고 있다. 

도망자 신세인 그는 2002년 아카데미 시상식서 <피아니스트>로 감독상을 받을 때도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 도착 즉시 체포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후에도 성폭행 혐의로 12명의 여성에게 고발당했으며 폭로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지난해 프랑스 여배우 출신 발렌틴 모니에르는 18세였던 1975년 폴란스키로부터 “지독한 폭력과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폴란스키와 연관된 성추문 소식이 지속되자,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는 2018년 그를 영구 제명시켰다. 이후 미국 내에서 폴란스키와 관련된 논란은 딱히 없다. 

옹호 불가의 영화감독에 대해 분명히 선을 긋는 미국 영화계와는 반대로 프랑스 영화계는 그를 옹호하는 모양새다.

한국 영화인 <기생충>에 작품상을 포함한 4관왕을 수여하면서 백인·남성 중심의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는 변화의 물꼬를 튼 반면, 세자르 영화제는 파렴치한 성범죄 이력이 있는 그에게 감독상을 포함한 세 개의 상을 수여했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1976년 처음으로 개최된 세자르 영화제는 ‘프랑스 오스카’로 불릴 정도로 권위가 높은 영화제다. 그런데 올해는 영화제 이전부터 혼란스러웠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장교와 스파이>가 1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 

성범죄 혐의에 대한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감독의 영화가 45년간 권위를 쌓아 올린 시상식의 최다 노미네이트된 것.

여성단체들의 강한 반발과 함께 시상식 보이콧 움직임이 있었고, 시상식 위원회 임원진 12명 전원이 사퇴하는 사태도 일어났다. 심지어 프랑크 리스터 문화부장관까지 나서 폴란스키 감독이 수상하면 ‘나쁜 메시지’를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지만, 영화제 측은 “후보자 선정에 있어서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된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프랑스 오스카’ 스스로 추락시킨 권위
“세자르는 거울, 권위에 대한 담론 필요”


결국, 영화제서 감독상이 폴란스키로 발표되자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여주인공이자 10대 때 성추행 피해 경험이 있는 배우 아델 에넬은 “수치스럽다”고 외치며 퇴장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셀린 시아마 감독이 그 뒤를 따랐고, 여러 여배우 역시 항의의 뜻으로 우르르 식장을 빠져나갔다.

아델 에넬은 프랑스 미투 운동(MeToo)을 재점화한 인물로, 여성 운동권에서는 상징성을 띠고 있다. 지난해 11월 자신의 데뷔작 감독인 크리스토프 뤼지아로부터 12살이던 당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정식 고소했다. 아델 에넬의 퇴장에 이어 시상식장 밖에서 폴란스키 감독의 12개 부문 후보 지명에 항의하던 시위대 또한 들끓었다.

여성 운동가들은 세자르 영화제의 선택을 두고 “성범죄 피해 여성들의 침묵을 강요하는 수상”이라고 힐난했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이 사건은 프랑스 내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merciadelehaenel(고마워 아델 에넬)’이라는 해시태그가 유행처럼 번진 것처럼, 수많은 대중이 그를 지지하고 있는 반면, 일부 영화계 인사들은 아델을 향해 비아냥거리고 있다. 

프랑스 캐스팅 디렉터 올리비에 카르본은 자신의 SNS에 “아마 아델 에넬은 곧 배우로서 끝장날 것 같다. 아델 에넬의 연기력은 폴란스키의 연출력에 비할 것도 없다”는 글을 남겼고, 프랑스 여성 감독 클레어 드니는 최근 <르몽드>와 인터뷰서 “아델 에넬이 세자르상 시상식 중 갑자기 퇴장한 것은 충분히 그럴 권리가 있다 생각하지만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소리친 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폴란스키를 감쌌다. 

국내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처럼 “작품을 작품으로만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 가운데, 세자르 영화제가 스스로 권위를 폴란스키의 위치로 추락시킨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받는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권위 있는 세자르 영화제가 로만 폴란스키에게 상을 부여한다고 해서 영화제가 가진 권위가 감독에게 전해진다고 여기는 건 옛날 생각 같다. 폴란스키에게 상을 준다고 해서 영화제의 권위가 폴란스키에게 이전된다고 느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로만 폴란스키에게 상을 부여하면서 영화제 스스로 권위가 추락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는 게 합당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영화 유튜버 라이너는 “우스갯소리로 ‘죄는 미워하되 영화는 미워하지 말자’는 말이 있는데, 프랑스 영화인들이 이 말을 몸소 보여준 것 같다”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폴란스키 감독 같은 사람은 퇴출돼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되려 상을 주고 있다. 폴란스키에게 상을 주는 것이 영예롭다고 생각하는 것일 텐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세자르의 폴란스키 시상은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침을 뱉는 것이라는 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예술과 윤리

최근 ‘윤리적 소비’라는 말이 번지고 있다. 동물, 환경에 해를 끼치는 상품을 사지 않고, 공정무역에 의한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 운동을 말한다. 미투 운동 이후 전 세계적으로 창작자의 윤리의식이 고취되는 과정서 세자르 영화제를 발판삼아 우리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 교수는 “국내서 대종상이 과거에는 명예가 상당했다. 80년대만 하더라도 국내를 대표하는 시상식이었지만 작금의 대종상은 ‘폐기 처분’ 직전에 몰렸다.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반복해왔기 때문”이라며 “세자르 영화제 사건은 시상식 권위에 대한 담론을 나누기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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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