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코로나 야전사령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하루하루 헌신적 사투 ‘세계가 엄지척’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코로나19 확산세로 국민의 시선은 연일 질병관리본부로 향한다. 하지만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모습이다. 지난 1월20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정 본부장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브리핑에 나서고 있다. 24시간 가동되는 긴급상황센터서 대응책 마련을 위해 구성원들과 총력을 쏟는다. 그런 상황서 그의 대응은 침착하다. 확진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서도 다수의 국민이 질본의 이성적인 대응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중국서 발병한 코로나19의 한국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고 있다. 방역당국인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매일 초비상 상태를 유지하며 확산을 막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질본을 대표해 매일 언론 앞에 브리핑을 하는 이가 있다. 바로 정부의 야전사령관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다. 정 본부장에 대한 질타보다는 걱정과 격려의 목소리가 훨씬 크다. 이례적인 일이다.  

불철주야 
고군분투

지난 24일 정 본부장은 “체력적인 어려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업무의 부담이 크지만 잘 견디고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해당 내용이 기사와 포털로 전해지면서 국민들의 격려 메시지도 쏟아졌다.

다수 국민이 “온 국민이 질본과 본부장을 지지한다”와 같은 응원의 목소리를 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정 본부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지난달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국민들에게 상황 보고를 시작했다. 그 후 점점 변해가는 정 본부장의 수척한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매일 최일선서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흔적이 그의 얼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피로가 쌓였으며 흰 머리가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첫 환자 발생 후 한국이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외신 언론 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대구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중대한 국면을 맞았다. 이런 상황서도 정 본부장의 성실하고 차분한 대응이 호평을 받고 있다.

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반면, 질본과 정 본부장에 대해서는 대응이 부실하다며 질타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오히려 ‘고맙다’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 퍼지고 있다. 사망자가 발생하고, 의심환자가 늘어나는데도 ‘책임론’이나 ‘무능론’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정 본부장에 대한 응원은 그의 전문성과 신뢰감을 주는 태도로부터 나온다. 대구 신천지교회가 감염원으로 등장해 코로나19 의심환자들이 크게 늘어나기 전, 일주일 가까이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시점서도 정 본부장은 “절정이 지났다고 판단할 수 없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매일 오전 9시에 직접 브리핑을 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로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게다가 기자들의 질문이나 궁금증에 대해 성실히 끝까지 답변하는 태도로 신망을 얻었다.

질타보다는 걱정·격려의 목소리 “이례적”
전문성과 신뢰 있는 태도…세계적 호평 일색

정 본부장은 더 고삐를 단단히 쥐고 있다. 응원과 위로는 감사하지만, 방역망이 완전히 통제되지 않는 지금 해야 할 것은 딱 하나라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방역 성공’. 정 본부장은 현재 자신을 둘러싼 미담 기사들에 대해서도 적절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개인에게 쏠리는 관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지난 3일 한 매체에 따르면 정 본부장은 최근 전 직원에게 잇단 국민의 성원과 별개로 분발을 촉구했다. 매체는 정 본부장이 당시 “방역당국의 고생을 알아주는 것은 감사하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상황 대응에 부족함이 많고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자신을 둘러싼 미담에 대해서는 “개인에게 관심이 쏠리거나 미담으로 포장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정 본부장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질본은 정 본부장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고 있다.

인력 대부분이 한 달 가까이 긴급상황센터와 보건복지인력개발원서 숙식을 해결하며 비상근무를 이어오고 있지만, 흔들리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정 본부장 역시 쪽잠을 자청하고 있다. 직원보다 늦게 퇴근하는 날이 많고, 일 처리도 완벽하리만치 꼼꼼하다는 질본 관계자의 전언도 이미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책임지는 그의 신념은 2017년 질본 본부장 취임사에도 잘 녹아있다. “국민의 신뢰와 보건 의료 분야 리더십은 우리의 리더십서 나온다.” 그의 리더십에 또 한 번 온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정 본부장은 감염병 예방 분야 전문가로 질본서만 20년 넘게 근무했다. 정 본부장은 광주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1989년 서울대 의과대학 의학 학사를 취득했다. 의사생활을 하면서 보장된 길을 걸을 수 있었지만, 공중 보건과 예방 의학에 관심을 두며 진로를 급선회했다. 이후 서울대 보건학 석사와 예방의학 박사를 받으면서 공중 보건 연구를 시작했다. 

극복 총력전
진심 통했나

그는 1998년 5월 보건복지부 국립보건원 보건연구관으로 질본에 첫발을 디뎠다. 첫 보직은 2002년 국립보건원 전염병정보관리과장이다. 이후 약 5년간 정책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주로 국가 질병 정책 마련에 기여했다.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에는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으로 업무했지만, 대응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기도 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정 본부장이 누구보다 예방과 대응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사태 이후 책임 추궁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했다. 풍파에 흔들리지 않고 질병예방센터장, 긴급상황센터장을 역임하던 그는 2017년 7월 질본을 진두지휘할 본부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20년 넘게 질본서 근무하면서 내부 신망도 두텁다. 이혜은 질본 주무관은 “코로나19 발병 이후로 내부서 본부장에 대한 신임이 두터워졌다”며 “질본서만 20년 넘게 있었기 때문에 기관의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 본부장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정기회의와 영상회의를 진행한다.
 

질본 관계자는 “본부장께서 관련 회의와 후속 대책 등을 마련하기 위해선 24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긴급상황센터서 확진 환자 현황 파악과 지자체, 유관기관과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수면시간은 새벽 2시 이후부터 오전 6시 사이로 알려졌으며 식사는 배달된 도시락이다.

올해 기준으로 질본 인력은 866명이다. 현재 컨트롤타워인 질본은 24시간 비상 체제로 운영되면서 현황 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질본은 도심과는 외진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해 대부분의 직원과 연구진이 본부 내부나 인근 숙소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질병관리본부를 외청으로 분리해 독립적 권한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주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조직축소와 업무혼선 등을 우려하는 상급기관 보건복지부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다.

예방 전문가
리더십 주목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질병관리청’ 논의에 탄력이 붙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 공약으로 이를 제시했다. 제1야당 미래통합당도 질병관리본부 격상 필요성에 공감하며 총선 공약으로 내놨다.

특히 정세균 국무총리는 4일 대구시청 기자간담회서 “세계 일류 수준의 방역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의 독립 기구화는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힘을 실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의 승격 문제는 총선 이후 새로 구성될 21대 국회서 여야가 관련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합의만 하면 쉽사리 성사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역시나 관건은 복지부의 반대다.

2004년 1월 출범한 질병관리본부의 전신은 국립보건원이다. 2003년 상반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질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함에 따라 전염병 관리를 위한 ‘질병 콘트롤타워’ 구축 필요성이 커지면서 국립보건원이 확대·개편됐다.

메르스 사태 이후에는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장을 실장급서 차관급으로 격상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복지부의 반대가 강했다.

정진엽 당시 복지부장관은 “청으로 독립했을 때의 장점도 물론 있다”면서도 “복지부에는 유관기관이 굉장히 많아 긴밀한 협조를 구해야 한다. 처음부터 청으로 독립해서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협조와 지원이 가능한 동시에 간섭을 배제한 기구로 만드는 데 대한 고민이 많았다. 고민 끝에 차관급으로 격상시켜 인사권과 예산권을 갖고 있는 독립된 기관으로 만들기로 했다. 협조와 지원을 하되 간섭하는 것은 철저히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질병관리 한 우물… 메르스 때 좌절도
차기 청창?…‘외청 분리’ 주장 제기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직후 정부조직 개편 당시 여당서 질병관리본부 승격에 대한 움직임이 다시 일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2017년 6월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현 행정안전위원회) 소관이었다. 국회 복지위는 “질병관리본부가 복지부 소속기관이라는 특성상 여전히 자율성이 부족하고 정책수립 과정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질병관리청 개정안을 적극 반영해달라”는 의견서를 냈다.

하지만 안행위 법안 심의 과정서 질병관리청으로의 승격은 무산됐다. 마찬가지로 복지부의 반대가 거셌다. 정춘숙 의원은 “복지부가 질병관리청 승격에 동의하지 않는다. 반대로 인해 법안처리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복지부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2일 브리핑서 “청으로의 분리·독립이라는 원칙으로 인해 자칫 보건당국과 방역당국의 유기적 협조 측면서 오히려 저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김 차관은 “위기 시 방역대책본부가 최대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체계와 기능을 보강해야 한다는 점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면서도 “의료자원 동원과 의료단체와의 협조가 원활히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최종 방침이 결정돼야 한다”고 했다.

결국 핵심 ‘키’는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질병관리조직을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 의중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 관계자는 “청와대도 현재 상황에서 동의하는 일정 부분이 있다. 복지부가 이번에도 반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일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5일 0시 기준으로 총 누적 확진자수는 5766명이며 이 중 88명이 격리해제 됐다고 밝혔다. 지난 4일 0시 기준보다 438명 증가한 수치며 2일 685명 이후 3일 600명, 4일 516명 등 감소하는 추세다.

언제 끝나나?
줄어드는 중

대구가 320명 늘어 4326명이, 경북은 87명 증가한 861명이 각각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기가 9명 증가한 110명으로 대구·경북 다음으로 많았으며 서울은 4명 증가, 103명이다. 충남이 4명 늘어나 86명, 경남이 9명 늘어나 74명이 확진자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 대구의 확진자 비중이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경북은 14.9% 등 대구·경북 확진자 발생 비율이 90% 가까이 된다. 35명이 사망해 치명률은 0.6%이며 여성 확진자가 3617명으로 62.7%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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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