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가마니 살인 사건 전말

전 여친 죽이고 가족까지 속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전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가마니에 유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사체를 유기하는 과정서 유가족에게 거짓 문자메시지까지 보내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 달이 넘도록 이 사실을 몰랐던 유가족.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후 가족에게 거짓 문자를 보내는 등 엽기행각을 벌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10월, 20대의 한 남성이 중고거래로 만난 여성을 살해한 것. 여성의 핸드폰을 갖고 현장을 이탈한 그는 여성의 가족 및 직장 동료에게 ‘당분간 연락이 안 될 것 같다’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얼마 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홧김에…

A(27)씨는 지난 1월12일 오전 10시경 서울 강서구 빌라서 혼자 살던 전 여자친구 B(29)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후 시신을 5일간 B씨 집에 방치하면서 B씨 휴대전화를 이용해 유가족에게 문자메시지까지 보냈다. 

그는 해당 사실을 지금의 여자친구인 C씨에게 알린 뒤 시신을 가마니에 넣어 인천 경인 아라뱃길의 한 공터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한때 연인관계였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A씨와 C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뚜렷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해오던 A씨는 ‘헤어지자’는 B씨의 말에 화가 나 일을 저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말다툼 도중 A씨가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고, 이후 A씨는 B씨의 시신을 5일 동안 방치한 채로 유기 장소를 물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범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B씨의 휴대전화로 유가족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별통보에 격분해 목 졸라
5일간 방치하다 공터에 유기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피해자 휴대전화를 이용해 유족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파악했다”면서도 “문자메시지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전송 횟수 등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경찰이 B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분석하는 과정서 드러났다. 경찰은 B씨의 부모가 장기간 연락이 닿지 않는 딸을 찾아 나서는 상황에 대비해 거짓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시신을 B씨의 집안에 5일간 방치하다 같은 달 16일 새벽을 틈타 차량에 시신을 싣고 유기 장소를 물색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A씨는 B씨 시신을 인천시 서구 시천동 경인 아라뱃길 목상교 인근 도로 옆에 유기했으며, 당시 C씨가 동행했고 시신 유기 현장에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C씨는 A씨의 범행 사실을 접한 뒤 A씨가 전 여자친구였던 B씨와 연락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C씨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A씨 범행을 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5일 오전 10시경 아라뱃길 목상교 인근 공터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경찰로 접수되면서 드러나게 됐다. 한 시민이 “시신이 담긴 가마니가 발견됐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 발견 당시 B씨의 시신은 옷을 입은 상태였고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고 한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장소 주변의 CCTV 영상 등을 확인한 뒤 A씨의 동선 등을 추적했다.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오전 11시50분경 서울시 강서구의 한 빌라서 A씨와 C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에 C씨가 동행한 것으로 확인했다.


유족 연락 없어 걱정하자 
“아빠 걱정 마” 거짓 문자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최근 교제를 시작한 연인 사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에 출석해 “헤어지는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가 화가 나 목을 졸랐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시신을)집안에 방치했다”고 말했다. 시신 유기에 동참한 C씨는 “A씨를 좋아해 범행을 도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유가족들은 MBN과의 인터뷰서 “‘휴대전화를 물에 빠뜨려 통화가 되지 않는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는 문자메시지로만 연락했다”며 “지방서 시작한 일에 집중하기 위해 전화번호도 바꿀 것이라는 메시지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사이 A씨가 피해 여성의 휴대전화를 사용해 청구한 요금도 40만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가 단독으로 살인했고, C씨는 유기만 협조한 것으로 판단했다. B씨는 부모와 평소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아 실종신고가 경찰에 접수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추가 수사를 벌여 구체적인 범행 방식과 동기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 여친 도와

한 범죄사건 전문가는 “C씨가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볼 때 A씨와의 관계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에 관해 두 가지 가능성이 점쳐진다. A씨와 B씨가 둘이 교제하는 과정서 C씨와 만남을 시작했느냐, 사건 발생 이후에 사귀었느냐 이 두 가지 중에 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C씨가 살해 현장에 있었냐는 것도 중요하다. 범행동기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추가적으로 경찰이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분만 도중 변기물에…

화장실 변기에 영아를 출산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땅에 묻은 30대 여성이 항소심서도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제5 형사항소부는 지난달 19일 영아살해, 시체유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30)에 대한 항소심서 원심과 같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률적으로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하고 있는 피고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특별히 원심의 형량을 변경할 사정이 없다”고 판시했다.

판결 선고 후 A씨는 “항소 기각해줘서 고맙다. 그럼 난 죽을게. 재판장 모독죄로 나를 꼭 신고하라”고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A씨는 지난해 5월27일 새벽 5시경 경북 의성군 자신의 집 화장실 변기에 앉아 영아를 분만하면서 변기 물 위에 빠트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다음날 오후 4시경 집 근처 공터의 땅을 삽으로 판 뒤 숨진 영아를 담은 종이상자를 묻은 혐의로도 기소됐다.

A씨는 2015년 이혼한 후부터 우울감, 자살 충동 때문에 전 남편과의 사이서 태어난 딸을 스스로 양육할 수 없게 되자 극심한 무기력에 빠진 것으로 밝혀졌다.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과 지능지수 52 수준의 지적장애 3급 진단도 받았다. 

2018년 7월경 친구 소개로 만난 남성과 성관계 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평소 지적장애인인 어머니와 신장 질환으로 투석 치료 중인 아버지를 대신해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에게 실망감을 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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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