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에 목매는 정치인들 '왜?'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8.01 09: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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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힐링캠프>흥행대박 "배 아퍼!"

[일요시사=조아라 기자]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7월19일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발간한 지 사흘 만에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연일 언론을 장식했다. 혹시 모를 '대선을 향한 활주로 정비'에 예능 프로가 일등공신이 된 셈이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원장의 출연에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하며 볼멘소리를 이어갔고, 일각에서는 예능식 정치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대선에 출마하려는 정치인들이 중도층을 잡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예능프로그램 출연에 목을 매고 있으니 예능에 좌지우지되는 대선판을 들여다보았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힐링캠프> 덕을 톡톡히 보았다. 지난 23일 안 원장이 출연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시청률 조사기관 TNmS 조사결과 전국 기준 15.7%로 동시간대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안 원장은 이날 방송에서 대통령 선거출마 질문에 대해 "조만간 결론을 내리겠다"며 "양쪽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라고 언급했다. 또한 "방송 출연이 정치적 쇼가 아니냐"는 날카로운 지적에 대해 "진정성이 있고 진심인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예능 흥행하면 대권?

안 원장의 <힐링캠프> 방송 출연에 대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분명한 견해차를 보였다. 박근혜 경선후보의 캠프는 안 원장의 방송 출연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분위기다. 관계자를 따르면 한 친박(친박근혜) 의원이 "위험천만한 정치 아마추어 등장"이라며 혹평을 했다고 전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안 원장의 출연 자체에 대해서는 우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부정적인 견해는 자제하고 있다. 민주당은 안 원장을 잠정적 우군으로 판단, 안 원장의 지지율 상승을 정권교체의 발판 마련으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의 속내는 썩 편치만은 않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안 원장의 출연 자체에 대해서는 우호적이지만, 여야 대선주자 상당수는 프로그램 출연의 형평성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게 엄연한 현실인데도 출연 기준은 방송사 입맛대로 정해지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김문수 경기지사 측도 힐링캠프 출연을 협의했지만 "정치인은 안 된다"는 답변과 함께 무산됐다고 전했다. 또한 손학규 고문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힐링캠프 출연을 계속 요청했는데 SBS 측이 거절했다"며 공정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두관 측도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후보는 인지도와 지지도 상승의 덕을 누리고, 어떤 후보는 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참으로 불공정한 일"이라며 "뒤통수도 이런 뒤통수가 없다"고 흥분했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 측도 이날 "안 원장의 힐링캠프 출연은 국민 지지도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 안 원장에게 차별적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SBS가 무원칙이라는 지적에 SBS 측 관계자는 예능프로에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당초 기획 의도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인물 가운데 여당과 야당. 그리고 무소속 인사를 한 명씩 출연시킨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고 전해진다.

안 원장만 출연시킨 프로그램에 대한 '아우성'이 넘쳐나는 가운데 일부 여야 경선 후보들은 '꿩대신 닭'이라도 잡겠다는 심산으로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 TV 예능프로그램을 공략하고 있다. 손학규 후보는 TvN에서 7월27일에 방송된 <앵그리 버스>에, 김두관 후보 역시 TvN <스타특강쇼> 녹화를 마치고 8월15일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정세균 의원은 이미 지난 7일 같은 방송사 <SNL 코리아>에 출연한 바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경선 후보자들은 예능프로그램에서 번번이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도층 잡으려면 무조건 예능프로그램 나가야
예능에 좌지우지 되는 대선판 부작용도 우려

이러한 대선주자들의 예능프로그램 '줄서기'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적잖은 이미지 개선 효과를 무시할 수 없어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번 안철수 원장의 <힐링캠프> 방송 후 그의 저서 <안철수 생각> 판매가 급등했고 '안철수 어록 10선'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급기야 25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에서도 안 원장이 박 후보에 3.1%P 앞서며 방송 전 2% 차이에서 1.1% 더 격차를 벌리기까지 했다. <힐링캠프>에서 퇴짜를 맞은 대선주자들이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엄청난 효과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예능프로그램은 인간적, 감성적 접근이 가능해 이미지 개선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힐링캠프>에 출연했던 박근혜 전 위원장과 문재인 고문도 힐링캠프 출연 이후 "이미지 개선에 효과가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문 고문의 지난해 12월 말 한국일보가 실시한 여론 조사 5.9%에서 힐링캠프 출연으로 10%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 안 원장 역시 MBC 예능프로그램인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지명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예능프로가 대선의 주요 승부수의 거점이 되는 일련의 현상들이 그릇된 정치 관행을 조장할 수 있다며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또한 예능프로그램이 출연자를 섭외할 때에도 공직선거법상 공정보도 의무를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선거가 임박해지면 언론 보도의 형평성이 더욱 중요해진다며 여기에는 예능프로도 해당한다는 것이다.


안종현 <뉴델일리> 기자는 칼럼을 통해 안철수의 예능 출연을 '안철수식 정치'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검증과 평가가 이어지는 언론 인터뷰는 절대 응하지 않으면서 예능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은 비겁하다고 몰아세웠다.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의 치부는 드러내지 않겠다는 의지와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릎팍 도사>에서 인기를 얻어 서울시장을 만들고, <힐링캠프>를 통해 얻은 인기로 대선을 노리는 안철수가 이러다 <1박2일>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하고 대통령 취임연설을 <무한도전>에서 한다고 해도 뭐가 이상할까 싶다"며 안철수의 예능프로그램 흥행 가도를 강하게 비꼬았다.

케이블 프로 녹화 러시

반면 한 안 원장을 짖하는 한 시민은 "안 후보는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이미 자신의 공략 거점을 확보하고 있었다"며 "청춘콘서트와 다년간의 교수경험에 비추어 보면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활동의 연장에 불과하다. 정치권에서 열등감 때문 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두둔했다. 하지만 "만약 이대로 대선에 출마하게 된다면 이러한 행보가 다시 자신을 향한 정치세력과 불통으로 이어져 국정 운영의 피할 수 없는 난관이 될 수 있다"며 안 원장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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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