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남북경협 현주소와 앞날

엄동설한 속 군불 지피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한반도 평화 무드부터 경색 국면까지 남북경제협력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앞다퉈 대비했지만 잠잠한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씨를 키워나가고자 한다. 환경은 녹록치 않다. 남북경협은 힘을 받을 수 있을까.
 

▲ 신년 기자회견 갖는 문재인 대통령

“제한된 범위 내에서 남북 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을 국정 목표로 제시했다. ‘제한된 범위’는 대북 제재다. 남북경제협력이 줄곧 한계에 부딪히는 벽이다. 문 대통령은 5대 협력 사업을 제안했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비무장지대(DMZ) 일대 국제평화지대화 ▲남북 접경지역 협력 ▲스포츠 교류 등이다.

범위 내
얼마든지∼

문재인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잇달아 성사시켰다.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졌다. 남북경협에도 불이 붙었다. 국내 유수 기업들의 참여가 점쳐졌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삼성은 사업 경험이 있다. 계열사 삼성전자는 20여년 전 평양서 TV를 생산했다. 삼성물산은 개성공단 입주사에서 상품 일부를 납품 받은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남북 간 철도 연결과 도로 확장의 적임자로 언급됐다. 현대건설,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은 현대화 사업, 인프라 구축을 모색할 만한 계열사로 꼽혔다.

SK그룹은 SK텔레콤과 SK건설, LG그룹은 LG전자가 거론됐다. LG전자는 지난 2009년까지 평양서 TV를 생산하는 등 남북경협은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에 접어들었다.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못박았다. 북한은 미사일 도발로 응수했다. 남북 관계도 예전 같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남북경협을 강조했다. 배경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 교착 속에서 남북 관계 후퇴까지 염려된다”며 “북미대화 성공을 위해 노력해나가는 것과 남북 협력을 증진시켜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진단했다.

살아있는 불씨, 키우려는 ‘문’
관계 개선 여부, 재개 ‘시금석’

남북경협의 상징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인데 개성공단은 지난 2016년 폐쇄됐고 금강산 관광은 2008년 중단됐다. 문 대통령 당선 뒤 4·27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남북경협 기대도 커졌다. ‘판문점 선언’은 모멘텀이 됐다.

KT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남북협력사업개발TF(테스크포스)’를 신설했다. 정상회담 이후 약 한 달 뒤였다. KT는 대북사업 재개 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KT는 과거 비슷한 대북사업을 진행했다. 지난 2005년 12월 개성지사를 열었다. 남북 간 민간 통신망(700회선)을 연결했다. 약 10년간 개성공단에 직원이 상주하며 통신지원 업무를 수행했다.
 

▲ 문재인 대통령(사진 오른쪽)와 현정은 현대 회장

기대는 컸지만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남북 관계가 반전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개성공단 재입주를 희망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는 문 대통령 신년사에 대해 “공단 재개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이 없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금강산 관광도 같은 맥락이다. 관광 재개 가능성은 위기로 뒤집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남측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를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시설 완전 철거 및 문서 협의’를 요구했다. 이어 “부질없는 주장을 계속한다면 일방적으로 철거를 단행한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정부는 ‘대면 협의와 일부 노후시설 정비’라는 입장이다. 현재 당국 간 협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로 전해진다.

개성공단
금강산

금강산 관광을 상징하는 기업은 현대그룹으로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방북사건’이 가장 대표적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신년사서 남북경협을 언급했다. 현 회장은 지난 2일 “남북경협을 위한 든든한 자산은 바로 신뢰”라며 “우리 발걸음은 2008년 이후 멈췄지만 희망을 잃지 말자”고 독려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비 중이다. 다만 북측 반응이 걸림돌이다. 현대아산은 초기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내 차분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경협 사업 중 가장 먼저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서 “금강산 개별 관광은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기관도 즉각 움직였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이튿날 개별 관광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곧장 미국으로 떠났다. 이 본부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측과) 한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며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이해를 구하는 게 지금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 간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에도 눈길이 간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서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남북이 함께 찾아낸다면 국제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대를 모았다. 관광은 북한서 집중하는 사업 모델인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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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이미 관련 TF를 구성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6월 ‘북방사업지원팀’을 조직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분위기를 이끌었다. 대우건설은 철도, 도로 등 SOC 인프라와 전력생산발전소 등 플랜트 분야까지 준비했다. 대우건설은 북한서 철도, 도로 사업을 진행한 경력이 있다.

비슷한 시기 포스코도 움직였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포스코그룹이 남북경협의 실수혜자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실제로 포스코건설은 TF를 구성했다.

이해한다지만…
여전히 간극?

최 회장은 포스코켐텍이라는 계열사 사장이었다. 당시 북한서 마그네사이트를 수입하려다가 남북관계 악화로 중단된 바 있다. 포스코는 북한서 철광석을, 북한은 포스코서 건설과 철강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GS건설도 선제적으로 나섰다. 사업부는 인프라와 전력으로 나뉘었다. 이 외에도 삼성물산, 대림산업, 한화건설 등이 동행했다.

비무장지대와 접경지역 협력에는 실제 예산이 투입된다. 지난해 2월 행정안전부는 접경지역에 13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크게 ‘남북교류·협력 기반 구축’ ‘균형발전 기반 구축’ ‘생태·평화 관광 활성화’ ‘생활 SOC 확충’ 등 4대 전략이다.

2030년까지 225개 사업에 국비 5조4000억원, 지방비 2조2000억원, 민자 5조6000억원을 투입된다.

2022년까지 비무장지대 인근에 도보여행길이 조성된다. 456㎞(인천 강화∼강원 고성)에 달하는 길이다. 해당 지역 사업을 위해선 지뢰 제거가 동반돼야 한다. 그 연유로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들이 테마주로 이름을 올렸다.

남북경협 구상은 단숨에 고속도로를 타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북제재를 확고히 한 미국의 반응은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지난 14일(현지시각) 한미 외교장관 회담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한반도 정세 등에 이야기를 나눴다. 강 장관은 문 대통령이 직접 밝힌 ‘남북협력 구상’을 폼페이오 장관에게 설명했다.

재계 TF, 정부만 바라보고…
미, 개별 관광 부정 기류도

강 장관은 “남북 간 중요한 합의들이 있었다”며 “제재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예외 인정을 받아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도 우리의 의지와 희망 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온도차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이 서울발로 전한 보도에 따르면 해리스 대사는 외신 간담회서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다루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의 지속적 낙관론은 긍정적인 일”이라면서도 “그 낙관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있어서 미국과 협의를 통해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 ⓒ외교부

정부는 강행하는 분위기다. 통일부는 지난 15일 브리핑서 미국 정부가 대북 개별관광에 보인 반응에 대해 “남북 협력사업에 한미 간 협의할 사항이 있고, 남북 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며 “남북 관계는 우리 문제인 만큼 현실적인 방안들을 강구하며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간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남북경협 TF를 구성한 기업들은 정부만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해당 TF들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동향, 사업 정보 수집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개점휴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상황 주시
대기 상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구성한 TF 뿌리는 남북미 관계에 있다”며 “뿌리가 흔들리니 줄기가 뻗어나갈 수 없는 노릇”이라고 평가했다. 평화 무드의 순풍을 타고 꾸려진 TF들이 현재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주시하고 있을 뿐”이라며 “다른 쪽 상황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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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