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박물관 ③국립김해박물관

잃어버린 왕국 '가야'로 통하는 시간의 문

▲ 국립김해박물관에 전시된 옛 시대의 크고 작은 항아리들

국립김해박물관은 역사 속의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만나는 공간이다. 가야는 고구려와 백제, 신라 삼국에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고대 왕국 가운데 하나다. 새해를 맞이하며 찬란하게 빛나는 가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 1998년에 개관한 국립김해박물관 전경

1998년에 개관한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 건국신화를 품은 구지봉 기슭에 자리한다. 김해 구지봉(사적 429호)에는 가야 왕국 시조인 수로왕을 비롯해 다섯 왕이 하늘에서 내려온 황금 알에서 태어났다는 신화가 전해진다. 이때 백성들이 불렀다는 고대가요 ‘구지가’는 교과서에도 실렸다.

▲ 가야, 부산·경남 지역의 선사시대, 변한의 문화와 유물까지 아우른 국립김해박물관 전시실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뿐만 아니라 부산·경남 지역 선사시대, 변한의 문화와 유물까지 아우른다. 변한은 가야가 성장하는 데 디딤돌이 된 부족국가다. 가야는 문헌 기록이 많지 않아 유물이나 유적 발굴을 통해 옛 역사를 복원하고 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고고학을 중심으로 풀어간 것이 특징이다.

철의 왕국

창원 다호리에서 발굴된 통나무관과 국내 최대 신석기시대 공동묘지로 추정되는 부산 가덕도 유적의 유물도 전시한다.

▲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관람객

1층 전시실은 낙동강 하류에 형성된 선사 문화부터 가야가 태동하고 발전한 시기를 보여준다. 낙동강 유역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과 창녕 비봉리 유적에서 발견된 국내 가장 오래된 통나무배가 복원·  전시된다. 무료로 진행되는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가야 왕국 건국부터 소멸에 이르는 변천사를 자세히 알 수 있다.

▲ 삼한 시대 장신구 문화를 유추할 수 있는 수정 목걸이

가야는 금은이 귀한 대신 ‘철의 왕국’이라고 불릴 만큼 철기 문화가 발달했다. 전시실에는 금궤처럼 귀하게 취급된 덩이쇠, 금관을 대신한 부산 복천동 출토 금동관(보물 1922호)이 있다. 삼한시대 장신구 문화를 유추할 수 있는 수정 목걸이도 귀한 전시품이다.

▲ 옛사람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터치스크린을 통해 배우는 인터랙티브 전시

2층 전시실은 가야 문화를 좀 더 깊게 살펴보는 공간이다. 당시 가야인의 생활 풍습을 집 모양 토기와 여러 가지 유물을 통해 상상할 수 있다. 우아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토기, 녹슬었어도 형상이 고스란히 남은 갑옷과 투구가 번성했던 가야를 짐작케 한다.

옛사람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터치스크린을 통해 배우는 인터랙티브 전시도 눈길을 끈다. 전시실 한쪽에서는 유물 발굴과 복원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꾸민 웹툰을 상영한다.

▲ 국립김해박물관에 있는 어린이박물관 ‘가야누리’ 외관

아이와 여행한다면 어린이박물관 ‘가야누리’도 잊지 말고 들러보자. 가야누리에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체험 코너가 많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상체험실은 놀이와 배움이 결합된 에듀테인먼트 공간이다. 체험지에 가야 무사 캐릭터를 골라 색칠한 뒤 스캔하면 전면 스크린에 자신이 그린 주인공이 나타난다.

가야 건국신화 품은 구지봉 기슭에 자리
문헌 기록 많지 않아 고고학으로 풀어내

일정 시간 동안 다른 무사들과 함께 적군을 무찌르는 내용을 담았는데, 실제 공을 던져서 맞혀야 하므로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

▲ 가야누리에서 체험 활동을 하는 어린이

마음에 드는 문화재를 선택해 그대로 따라 그려보는 ‘가야 톡톡’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본관 전시실에서 그림 속 문화재를 찾을 수 있다. 아이가 직접 문화재를 찾아 나설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다. 이외에 가야 문화재 책갈피 만들기나 가야 토기 조립하기 등 어린아이도 하기 쉬운 체험 활동이 많다.


국립김해박물관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주말·공휴일 오후 7시), 휴관일은 월요일과 1월1일, 설날·추석 당일이다. 관람료는 무료다.

▲ 가야 왕국의 시조 수로왕을 모신 김해 수로왕릉

국립김해박물관에서 차로 3~4분 거리에 김해 ‘수로왕릉’(사적 73호)이 있다. 가야 왕국 시조인 수로왕 무덤으로, 봉황대 동북쪽 평지에 조성된 봉분 높이가 약 5m에 달한다. 경내에 위패를 모신 숭선전과 신어 문양이 새겨진 납릉정문 등 여러 전각이 있으며, 해마다 춘추 제례를 지낸다.

▲ 드라마 〈김수로〉 촬영 세트장을 활용한 김해가야테마파크의 태극전

‘김해가야테마파크’는 김해의 랜드마크이자 인기 관광지다. 흥미로운 전시와 공연, 체험 시설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재밌게 가야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꾸몄다. 가야 왕궁을 재현한 전시관은 2010년 방영한 드라마 〈김수로〉 촬영 세트장을 활용했다.

왕궁에는 가야 역사를 담은 태극전, 수로왕 스토리관인 가락정전, 허왕후 스토리관인 왕후전 등이 있다. 입체적인 AR 체험을 제공하는 태극전은 반드시 관람해야 한다. 가야 건국신화부터 바다 건너 이어진 수로왕과 허왕후의 만남까지 역사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익사이팅 사이클

수로왕 탄생 설화와 허왕후의 사랑 이야기를 화려한 색채와 음악, 입체 영상으로 표현한 넌버벌 퍼포먼스 ‘페인터즈 가야왕국’도 시간 맞춰 챙겨 보자. 해가 진 뒤에는 3D 미디어 쇼가 볼만하다. 이 밖에 가야 무사의 기상을 배우는 가야무사어드벤처,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익사이팅 사이클과 익사이팅 타워, 눈썰매장 등 즐길거리가 무궁무진하다. 국립김해박물관에서 멀지 않아 한나절 코스로 짜면 여행이 더 풍성해진다.

▲ 김해분청도자박물관 1층 전시실

‘김해분청도자박물관’은 전국 최초로 조성한 분청사기 박물관이다. 김해는 분청사기 유물이 많이 출토된 유서 깊은 곳이며, 지금도 지역 작가들이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박물관 규모는 작지만 분청사기 변천사와 제작 과정, 여러 가지 기법 등을 알차게 소개한다.

김해분청도자박물관

1층 전시실을 관람한 뒤 2층 도자판매장에 들러보자. 김해도예협회 회원들의 작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도자체험장인 ‘세라믹스튜디오’에서 아이와 함께 물레를 돌리고 도자기 모빌을 만들어도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국립김해박물관→김해 수로왕릉→김해가야테마파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국립김해박물관→김해 수로왕릉→김해가야테마파크
둘째 날: 김해분청도자박물관→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김해 관광 포털 http://tour.gimhae.go.kr
- 국립김해박물관 https://gimhae.museum.go.kr
- 김해가야테마파크 www.gaya-park.com
- 김해분청도자박물관 http://doja.gimhae.go.kr

문의 전화
- 김해시청 관광과 055)330-4445
- 국립김해박물관 055)320-6800
- 감해 수로왕릉 055)332-1094
- 김해가야테마파크 055)340-7900
- 김해분청도자박물관 055)345-6037


대중교통
- 비행기: 서울-김해, 김포국제공항에서 10~60분 간격(07:00~ 21:30) 운항, 약 1시간 소요. 김해국제공항 공항역에서 부산김해경전철 이용, 박물관역 하차, 2번 출구에서 국립김해박물관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김포국제공항 1661-2626, www.airport.co.kr/gimpo/main.do 김해국제공항 1661-2626, www.airport.co.kr/gimhae/main.do 부산김해경전철 055)310-9800, www.bglrt.com
- 버스: 서울-김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0회(06:30~다음 날 00:20) 운행, 약 4시간40분 소요. 김해여객터미널 정류장에서 140번 지선버스 이용, 구산백조아파트 정류장 하차, 국립김해박물관까지 도보 약 8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김해여객터미널 1688- 0117
- 기차: 서울역-구포역, KTX 하루 6~8회 (09:45~21:35)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구포역에서 부산지하철 3호선 이용, 대저역에서 부산김해경전철 환승, 박물관역 하차, 2번 출구에서 국립김해박물관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부산교통공사 1544-5005, www.humetro.busan.kr 부산김해경전철 055)310-9800, www.bglrt.com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삼랑진 IC→삼랑진IC삼거리에서 김해 방면 좌회전→송지사거리에서 김해 방면 우회전, 979m 이동→김해 방면 우측 도로→연지1교사거리에서 대성동·김해교육지원청 방면 좌회전, 118m 이동→우회전, 가야의길 325m 이동→국립김해박물관

숙박 정보
- 호텔파인그로브: 김해시 번화1로67번길, 055)310-1100, www.pinegrove.co.kr
- 아이스퀘어호텔: 김해시 김해대로, 055)344-5000, www.isquare-hotel.com
- 김해한옥체험관: 김해시 가락로93번길, 055)322-4735, www.ghhanok.or.kr 

식당 정보
- 내가조선의짱어다 내동점(바다장어구이): 김해시 경원로73번길, 055)337-1230
- 개나리주택(순살치킨카레탕): 김해시 김해대로2273번안길, 055)339-7727, http://instagram.com/gaenari.house
- 향교밀밭(향교9빵·향교하늘커피): 김해시 구지로177번길, 055)905-0434, www.instagram.com/wheat_garden

주변 볼거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김해천문대, 김해시기후변화홍보체험관, 봉하마을, 김해민속박물관, 대성동고분박물관, 화포천습지생태공원, 가야랜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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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