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호재, 3번 기회가 있다

경자년에도 개통호재 갖춘 역세권 부동산의 인기는 굳건할 전망이다. 부동산시장에서 철도 신규노선이 조성된다는 소식만큼 수혜지역 가격이나 시세에 민감한 변수도 없다. 철도사업은 비용 부담이 크고 조성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개통이 임박한 지역은 더 주목받게 된다. 
 

올해도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4개의 신규노선이 개통을 앞두고 있어 인근 부동산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지난해 9월 김포골드라인이 개통하면서 김포 부동산시장은 크게 들썩였다. 운양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한강신도시 운양푸르지오’는 지난해 8월 전용 84㎡ 아파트가 5억1000만원(4층)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풍무역 인근 ‘풍무 센트럴 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해 1월 5억원(32층) 수준에서 10월엔 5억5000만원(19층)에 거래됐다.

수도권서 
4개 신규

검단신도시가 있는 인천 서구도 지난해 6월 2607가구까지 쌓였던 미분양 물량이 10월 기준 18가구까지 줄었다. 국토교통부가 서울 5호선 연장선 건설사업과 인천도시철도 1호선과 2호선 연장사업을 언급하면서 검단신도시 활성화에 호재로 작용했다. 

올해 가장 빠르게 개통하는 신규 노선은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선이다. 현재 종착역 상일동에서 하남까지 연장하는 사업으로 1단계(상일동~하남풍산)와 2단계(하남시청~하남검단산)로 각각 4월과 12월 개통이 목표다. 

이 노선의 최대 수혜지역은 하남 미사강변 신도시가 꼽힌다. 개통이 임박하면서 역 주변 아파트 값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신설 예정 미사역 인근에 위치한 ‘미사강변 골든 센트로’ 전용 59㎡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6억8500만원(6층)에 거래됐다. 5월만 해도 5억7000만원(10층)에 거래됐던 아파트다.


8월에는 인천과 수원역을 잇는 수인선이 전면 개통될 예정이다. 이로써 수원에서 안산을 거쳐 시흥, 인천 미추홀구, 송도까지 복선화된 전철을 통해 단시간에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수원역의 경우 수인선이 개통되면 1호선, 분당선과 함께 3개 노선의 환승역이 된다. 향후 GTX-C노선도 예정되어 있다. 최대수혜 지역으로 인천 원도심과 수원역 일대가 있다. 수인선이 완전 개통을 앞두고 있는 인천 원도심은 도시재생사업 및 항만개발에 교통호재까지 더해 수도권 풍부한 임대수요는 물론 관광수요도 더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자년에도 역세권 인기 여전
속속 신규노선 조성 소식 들려

인근 팔달구 재개발 지구도 꼽힌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팔달 6구역을 재개발하는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은 조합원 입주권 프리미엄이 지난해 9월 2억원 안팎에서 최근엔 2억5000만원 이상으로 뛰었다. 오는 10월에는 인천 부평구 부평구청역까지 운행 중인 서울지하철 7호선이 부평구 서쪽을 넘어 인천 서구 초입인 석남동까지 연장되는 노선이 개통된다. 

석남역은 인천지하철 2호선과 환승이 가능해 인천서구 시민들의 서울 접근성이 개선된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 분양에 나선 ‘루원시티’ 일대가 수혜단지로 부각되며 분양열기를 보이고 있다. 최근 전매제한이 풀린 ‘루원시티 SK리더스뷰’에는 프리미엄이 최소 5000만원에서 최고 1억원까지 붙었다. 청라국제도시역까지 잇는 청라연장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인천지하철 1호선 송도연장 노선은 오는 12월 개통 예정이다. 종착역인 국제업무지구역에서 연장해 송도랜드마크시티역을 신설하는 구간이다. 송도국제도시가 북쪽 랜드마크시티 개발로 올해 하반기부터 입주를 시작해 2023년까지 이어지는 만큼 내년 랜드마크시티역이 개통되면 송도 랜드마크시티 주민들의 교통 불편 해소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GTX 및 KTX, 신안산선 등과 같은 광역노선도 장거리 이동이 수월해 일대 부동산이 관심을 끌 전망이다. 

이러한 쾌속 교통망은 장거리 지역과 지역 간을 빠르게 연결시켜 파급효과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로 인해 쾌속 교통망 호재를 갖춘 수익형 부동산들이 우수한 청약 성적을 거둔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분양한 ‘브라이튼 여의도’는 26.46대 1의 높은 평균경쟁률로 1순위를 마감하고, 추가 계약을 진행한 첫날 전 실이 완판 됐다. 이 오피스텔은 여의도역(지하철 5·9호선)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지하철 1호선인 신길역도 한 정거장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우수한 교통망으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추가적인 교통호재도 있다. GTX 노선도 들어선다. 여의도를 관통하는 GTX-B 노선은 인천 송도~부평~부천시~여의도~서울역~남양주 마석을 잇는 광역급행철도다. 올해 8월 착공 예정인 신안산선도 호재다. 안산·시흥 지역과 서울 여의도를 최단 거리로 연결한다. 여기에 경전철 서부선도 오는 2022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파급효과 큰
쾌속 교통망

2018년 11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판교역’ 오피스텔도 멀티역세권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오피스텔은 경강선과 신분당선을 지나는 판교역까지 도보로 5분이면 이동이 가능한 초역세권 단지로 우수한 입지가 부각되며 평균 424.35대 1의 1순위 경쟁률로 마감했다.

실제 판교역 일대에는 추가 교통호재로 들썩이고 있다. 먼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현재 삼평동 일대에서 공사 중이다. GTX-A 노선은 현재 삼성~동탄 구간 (공사 중), 파주~삼성 구간(지난 6월 착공)인 상태다. 향후 경기도청은 계획대로 노선이 개통되도록 공정관리를 요청하는 등 수도권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매수 문의↑
대기자까지

그외 성남1·2호선(트램) 사업도 예정됐다. 성남1호선은 판교역~성남산업단지, 성남2호선은 판교차량기지~판교지구, 정자역을 잇는 사업이다. 예상 사업비만 5920억원에 달한다. 

8호선 판교연장 사업도 진행 중이다. 모란차량기지부터 판교역까지 잇는 사업으로 향후 판교역 일대의 삼평동, 판교동, 백현동의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판교역 일대에서 진행되는 교통 호재가 모두 완료되면 판교역은 향후 6개 노선이 교차하는 요충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신내 부동산 관계자는 “GTX-A 노선 예비타당성 발표가 이뤄진 후 조금씩 늘던 매수 문의는 착공 이후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난 상황”이라며 “더 높은 가치상승이 기대되는 만큼, 매도자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어 매수 대기자가 생길 정도인데 연신내 시장 주변이 이렇게 뜨거운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주변 상권활성
임대수요 확충

역세권의 가치는 투자처를 고를 때 고려되는 여러 가지 입지조건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들은 역이 개통된 노선 주변보다는 개통을 앞둔 노선 주변을 더 주목해서 봐야한다고 말한다. 기 개통된 역세권에는 이미 주거지역과 상권이 형성된 경우가 많다 보니 진입하기가 쉽지 않고, 개발 당시나 착공 시점 기대감에 따른 가격이 다 반영되어 있지만, 앞으로 개통될 단지는 개통하면서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한 번 더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개발이 시작되는 역세권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교통호재는 3번에 걸쳐 상승하게 되는데 아파트의 경우 발표 때 이미 투자가치가 시세에 반영되는 반면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개통 때 가장 가치가 많이 상승하게 된다”며 “교통망의 개선은 상권 활성화 및 임대수요의 확충으로 역세권 수익형 부동산에 활력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신설노선 호재를 지닌 역세권 수익형 단지.
 

▲인하 한양아이클래스= 인천시 남구 용현동 573-7번지 외 1필지 일반상업지구에 생활형 숙박시설인 ‘인하 한양아이클래스’가 분양 중이다. 수인선 숭의역 1번출구와 도보 2분 거리(100m)며, 숭의역을 중심으로 국철 1호선 도원역과 약 1km 거리다. 신포역, 인하대역, 동인천역, 제물포역 등 지하철 이용이 용이하다. 제1경인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와 제2외곽순환도로를 통해 인천시내 전역은 물론 서울까지 이동이 편리한 광역교통망을 자랑한다.
 


▲미사강변 SK V1 center= 업무시설인 지식산업센터 ‘미사강변 SK V1 center’가 지식산업센터 및 지원상가를 분양 중이다. 미사지구 핵심입지에 위치해 서울 접근성이 편리하다. 인근엔 지하철 5호선 미사역이 예정돼 있다. 9호선도 2025년까지 개통될 예정이다. 향후 진행될 광역급행버스, 제2경부고속도로 사업도 서울 접근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여의도 해링턴타워 196=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2가 175번지 일대 (구)경원극장자리에 ‘여의도 해링턴타워 196’주거용 오피스텔이 분양한다. 1호선 영등포역, 5호선 신길역 및 영등포시장역 3개역을 품은 트리플 역세권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곳으로, 영등포 중에서도 핵심입지에 건축되는 브랜드 오피스텔이다. 

입지조건 중 
가장 큰 영향

영등포구는 수도권 서남부의 최대거점도시로서 정치, 금융, 언론의 복합 기능 지역이며 도심과 외곽지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 주요 업무 권역 40분내 진입이 가능하다. 일명 지하철 10호선이라 불리는 신안산선(2024년 완공 예정) 개통도 예정돼 있어 추후 교통여건은 더욱 향상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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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