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식’ 전략공천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1.13 10:32:18
  • 호수 12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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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는 큰물서…화약고에 불붙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전략공천에 대해 입을 열었다. 민주당의 21대 총선 승리를 이끌 ‘키맨’들의 데뷔를 예고한 것. <일요시사>는 전략공천 예상지는 물론이고 해당 지역구에 나올 키맨들의 경쟁력을 진단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서 전략공천은 승리를 위한 ‘열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 정당의 유력 당선 후보와 대결을 할 후보를 결정하는 공천이다. 통상 다른 지역구의 유력 정치인 내지는 새롭게 영입한 유력인사로 결정된다. 이 때문에 대다수가 인지도와 능력 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문희상 국회의장,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박주민 의원 등을 전략공천했다.

카드 놓고
지도부 고심

‘선거는 바람’이라는 말이 있다. 전략공천은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카드다. 지역에 연고가 없거나 기존 출마자를 배제하는 등 민주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옴에도 전략공천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는 전략공천을 준비하고 발표하는 데 신중을 기한다. 최대 효과를 노리기 위함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 역시 ‘전략공천’에 신중을 기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국회서 열린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그동안 역대 선거를 보면 전략공천을 정략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는 이번에 당 대표를 맡으면서 전략(공천) 지구를 최소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당규에 보면 20%까지(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고 나온다. 20%면 거의 50석 가까이가 되는데, 그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두 가지 전략공천의 조건을 언급했다. ▲패배가 확실시 되는 지역 ▲좋은 대안이 그것이다. 이 대표는 두 조건이 모두 충족됐을 때만 전략공천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전략(공천) 지구로 선정해서 총선을 치르려고 하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전략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출신의 도종환 의원이 맡았다. 민주당 당헌 제89조 6항은 ‘당 대표는 전체 선거구의 20% 범위 내에서 선거 전략상 특별히 고려가 필요한 선거구를 선정해 최고위원회의 의결과 당무위원회의 인준으로 추천을 확정할 수 있다’고 정한다. 전략공천에 당 대표의 의중이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또 민주당 당규 제13조 2항은 ▲공직자 평가 및 검증 결과 공천배제 대상자가 포함된 선거구 ▲분구가 확정된 선거구 중 지역위원장이 공석인 선거구 ▲분석 결과 후보자의 본선 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선거구 ▲절대 우세지역임에도 직전 선거서 패배한 지역 등이 전략공천 대상 지역으로 규정한다.

이 대표는 서울의 종로와 광진을을 전략공천 지구로 선정했다. 각각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와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지역구다.

‘선거는 바람’ 필승카드 보니…
21대 ‘키맨’ 대거 데뷔 예고

불출마를 선언한 장관 4명의 지역구도 전략공천 지구로 분류된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역시 기자회견에는 불참했지만, 이들과 함께 불출마 대열에 합류했다. 이로써 서울 용산과 구로을, 경기 고양병과 고양정 등 4곳이 무주공산이다.

이들 지역은 민주당 입장서 하나의 지역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정치 1번지인 종로 ▲추 장관이 20년간 지켜온 광진을 ▲진 장관의 입당으로 겨우 차지한 용산 ▲박 장관이 18대 때부터 지켜온 구로을 ▲인구 100만명의 수도권 요충지인 일산벨트(고양시 갑·을·병·정) 등 어느 곳 하나 중요치 않은 지역이 없다. 


전략공천이 필요할 만큼, 이들 지역에 출마가 예상되는 야당 후보들의 중량감이 무겁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종로를 제외한 수도권 험지 출마가 예상된다. 용산, 구로을 등이 거론된다. 
 

▲ (사진 왼쪽부터)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유은혜(사회부총리 겸 교육부)·김현미(국토부)장관

비록 한국당 지도부가 당 사무처에 종로를 제외하고 황 대표가 출마할 수 있는 수도권 험지 후보군을 찾아봐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종로 출마 역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광진을에는 대선주자급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1월 광진을 당협위원장으로 선임된 이후 가두 당원 모집과 지역행사 참석 등에 전투적으로 나섰다. 가시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광진을 지역의 한국당 책임당원 수는 오 전 시장의 선임 이후 꾸준히 늘어 현재 전국 당협 중 높은 순위를 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양병·정에는 다수의 후보들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들 전략공천 지구에 누가 나서게 될지 하마평이 무성하다. 종로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그는 최근 복수의 인터뷰를 통해 “당이 요구하면 뭐든지 하겠다”고 밝히며 종로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대표 역시 종로를 전략공천 지구로 지목했다.

당 대표 의중
어디로 향해?

총선 때마다 ‘정치 1번지’ 종로는 가장 주목받는 지역 중 하나다. 거물급 인사들의 격전지이자 승부처가 바로 종로기 때문이다. 역대 주인들의 면면만 봐도 화려하다. 윤보선 전 대통령(제4대), 노무현 전 대통령(제16대), 이명박 전 대통령(제17대) 등 3명의 역대 대통령들을 배출한 곳이다.

이 총리가 만약 종로서 승리한다면, 단숨에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거물로 성장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 측 진영서 몇 안 되는 호남 대선주자라는 프리미엄이 겹쳐져 ‘포스트 DJ(김대중)’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가 전략공천 지구로 지목한 광진을서 민주당은 최근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서 초빙교수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김 전 부총리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가보지 않은 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 보려 한다”며 출마를 암시했다. 지난 2018년 12월 부총리직을 내려놓은 김 전 부총리는 민주당으로부터 꾸준히 ‘러브콜’을 받아왔다. 

지난해 말 사면을 받은 이 전 도지사는 “험지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최근 민주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이 전 도지사의 경우 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강릉, 춘천 등에 대한 출마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민주당은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총선 경쟁력을 살펴보고 있다. 그 중 한 지역이 바로 서울 동작을이다. 동작을은 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재선에 성공한 지역이다. 나 전 원내대표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인 만큼 민주당에선 그에 맞는 인물로 고 대변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고 대변인의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해 경기 고양에 대한 여론조사도 진행했다. 또 ‘보수 텃밭’인 경기도 의정부, 서울 서초서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 대변인에 대한 여론을 다각도로 살펴보기 위함으로 읽힌다. 

고 대변인은 문재인정부의 첫 여성 대변인이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그는 지난 19대 대선서 문재인 대통령의 영입으로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당선된 후에는 청와대에 입성해 2년 동안 선임행정관급 부대변인을 역임했다.

여걸 대결
성사되나

당초 자신에 대한 출마설에 선을 그었던 고 대변인은 최근 자신에 대한 출마설에 “때가 되면 말씀드릴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이 고 대변인과 함께 경쟁력을 살펴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이다. 민주당은 고 대변인과 함께 경기 고양에 김 의장을 넣고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 의장은 지난해 10월16일 21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 대변인, 김 의장과 함께 MBC 아나운서 출신인 한준호 전 청와대 행정관도 경기 고양 여론조사에 포함됐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뜨고 있는 전략공천 카드다. 민주당은 인천 연수을서 그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4선 중진인 송 의원의 지역구는 인천 계양을이다. 그는 인천 계양구가 분구되기 전인 지난 16대부터 17·18·20대까지 이 지역 총선서 승리했다.

인천 연수을의 현역은 한국당 민경욱 의원이다. 그는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소속으로 지난 20대 총선 때 이 지역에 입성했다. 이전에는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이곳에서 4선을 하는 등 민주당 입장서 ‘험지’로 꼽힌다. 
 

▲ 김홍걸

송 의원에 대한 여론조사가 실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지역 총선 분위기가 불붙었다. 현역인 민 의원과 연수을 출마를 선언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의 신경전이다. 민 의원은 송 의원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자신의 SNS에 “4선쯤이 와서 붙어야 좀 재미가 있다”며 “너무 싱거운 싸움이 될 뻔 했는데 연수을 선거구도가 흥미롭게 변하고 있다”고 이 의원을 저격했다. 

이 의원도 신경전서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그는 “초선인 사람이 4선 운운하며 마치 자기가 4선급쯤 된다고 우기는 것”이라며 “초조한 사람의 허장성세”라고 맞받아쳤다.

나경원 VS 고민정 성사?
이낙연 ‘종로’ 가능성↑

정치권은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전략공천 가능성 역시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앞서 강 장관은 ‘총선 차출설’을 꾸준히 받아왔다. 지난해 중순부터 서울 동작을 또는 서초갑 출마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민주당은 강 의원을 서울 동작을과 송파갑 여론조사 후보군으로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전략공천 가능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도 있다. 바로 박영선 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한 서울 구로을이다. 이 지역은 박 장관의 입각 후 꾸준히 거물급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구로을에 출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정가는 뜨거워졌다. 윤 전 실장은 ‘문재인의 남자’라 불릴 만큼 이번 정부 실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하는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히며, 주중 현안점검회의 뒤 소수 참모만 참석하는 ‘티타임’에도 참석해왔다. 문 대통령이 의원이었던 지난 19대 국회 때는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이유다.

윤 전 실장은 최근 청와대를 떠났다. 그는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청와대를 떠나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사실상의 출마 선언이었다. 윤 전 실장은 구로을 현역인 박 장관 의원실에서 일하는 보좌진을 넘겨받았다고 한다.

영입인재를 전략공천할 가능성도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민주당이 ‘인재영입 4호’로 발표한 소병철 순천대 석좌교수다. 당은 최근 광주 동남을과 북구갑서 소 교수를 포함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 교수는 광주제일고를 졸업하는 등 광주와 인연이 깊다.
 

▲ 한준호

소 교수가 검찰 개혁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은 광주 출마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을 맡아 ‘법무부 변화전략계획’을 수립하는 등 법무 검찰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수립한 바 있다. 

광주는 타 도시에 비해 검찰 개혁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은 지역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더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7일 조사하고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전라 지역 38.2%가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 미흡’을 국정과 사회 전반서 가장 부족한 점으로 꼽았다. 이는 전 지역서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BH 출신
무혈입성?

민주당 전략공천의 그림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경선 등 상향식으로 후보자를 정하는 대신 전략공천을 한다면 당내 불만이 분출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선 청와대 출신들의 전략공천 가능성에 민감한 반응이다. 전현직 청와대 출신 인사 중 70여명이 이번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당내 비판을 의식한 듯 당 지도부는 청와대 출신 인사를 전략공천하지 않는 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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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