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식’ 전략공천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1.13 10:32:18
  • 호수 12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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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는 큰물서…화약고에 불붙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전략공천에 대해 입을 열었다. 민주당의 21대 총선 승리를 이끌 ‘키맨’들의 데뷔를 예고한 것. <일요시사>는 전략공천 예상지는 물론이고 해당 지역구에 나올 키맨들의 경쟁력을 진단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서 전략공천은 승리를 위한 ‘열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 정당의 유력 당선 후보와 대결을 할 후보를 결정하는 공천이다. 통상 다른 지역구의 유력 정치인 내지는 새롭게 영입한 유력인사로 결정된다. 이 때문에 대다수가 인지도와 능력 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문희상 국회의장,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박주민 의원 등을 전략공천했다.

카드 놓고
지도부 고심

‘선거는 바람’이라는 말이 있다. 전략공천은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카드다. 지역에 연고가 없거나 기존 출마자를 배제하는 등 민주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옴에도 전략공천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는 전략공천을 준비하고 발표하는 데 신중을 기한다. 최대 효과를 노리기 위함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 역시 ‘전략공천’에 신중을 기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국회서 열린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그동안 역대 선거를 보면 전략공천을 정략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는 이번에 당 대표를 맡으면서 전략(공천) 지구를 최소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당규에 보면 20%까지(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고 나온다. 20%면 거의 50석 가까이가 되는데, 그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두 가지 전략공천의 조건을 언급했다. ▲패배가 확실시 되는 지역 ▲좋은 대안이 그것이다. 이 대표는 두 조건이 모두 충족됐을 때만 전략공천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전략(공천) 지구로 선정해서 총선을 치르려고 하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전략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출신의 도종환 의원이 맡았다. 민주당 당헌 제89조 6항은 ‘당 대표는 전체 선거구의 20% 범위 내에서 선거 전략상 특별히 고려가 필요한 선거구를 선정해 최고위원회의 의결과 당무위원회의 인준으로 추천을 확정할 수 있다’고 정한다. 전략공천에 당 대표의 의중이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또 민주당 당규 제13조 2항은 ▲공직자 평가 및 검증 결과 공천배제 대상자가 포함된 선거구 ▲분구가 확정된 선거구 중 지역위원장이 공석인 선거구 ▲분석 결과 후보자의 본선 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선거구 ▲절대 우세지역임에도 직전 선거서 패배한 지역 등이 전략공천 대상 지역으로 규정한다.

이 대표는 서울의 종로와 광진을을 전략공천 지구로 선정했다. 각각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와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지역구다.

‘선거는 바람’ 필승카드 보니…
21대 ‘키맨’ 대거 데뷔 예고

불출마를 선언한 장관 4명의 지역구도 전략공천 지구로 분류된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역시 기자회견에는 불참했지만, 이들과 함께 불출마 대열에 합류했다. 이로써 서울 용산과 구로을, 경기 고양병과 고양정 등 4곳이 무주공산이다.

이들 지역은 민주당 입장서 하나의 지역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정치 1번지인 종로 ▲추 장관이 20년간 지켜온 광진을 ▲진 장관의 입당으로 겨우 차지한 용산 ▲박 장관이 18대 때부터 지켜온 구로을 ▲인구 100만명의 수도권 요충지인 일산벨트(고양시 갑·을·병·정) 등 어느 곳 하나 중요치 않은 지역이 없다. 


전략공천이 필요할 만큼, 이들 지역에 출마가 예상되는 야당 후보들의 중량감이 무겁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종로를 제외한 수도권 험지 출마가 예상된다. 용산, 구로을 등이 거론된다. 
 

▲ (사진 왼쪽부터)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유은혜(사회부총리 겸 교육부)·김현미(국토부)장관

비록 한국당 지도부가 당 사무처에 종로를 제외하고 황 대표가 출마할 수 있는 수도권 험지 후보군을 찾아봐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종로 출마 역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광진을에는 대선주자급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1월 광진을 당협위원장으로 선임된 이후 가두 당원 모집과 지역행사 참석 등에 전투적으로 나섰다. 가시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광진을 지역의 한국당 책임당원 수는 오 전 시장의 선임 이후 꾸준히 늘어 현재 전국 당협 중 높은 순위를 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양병·정에는 다수의 후보들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들 전략공천 지구에 누가 나서게 될지 하마평이 무성하다. 종로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그는 최근 복수의 인터뷰를 통해 “당이 요구하면 뭐든지 하겠다”고 밝히며 종로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대표 역시 종로를 전략공천 지구로 지목했다.

당 대표 의중
어디로 향해?

총선 때마다 ‘정치 1번지’ 종로는 가장 주목받는 지역 중 하나다. 거물급 인사들의 격전지이자 승부처가 바로 종로기 때문이다. 역대 주인들의 면면만 봐도 화려하다. 윤보선 전 대통령(제4대), 노무현 전 대통령(제16대), 이명박 전 대통령(제17대) 등 3명의 역대 대통령들을 배출한 곳이다.

이 총리가 만약 종로서 승리한다면, 단숨에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거물로 성장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 측 진영서 몇 안 되는 호남 대선주자라는 프리미엄이 겹쳐져 ‘포스트 DJ(김대중)’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가 전략공천 지구로 지목한 광진을서 민주당은 최근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서 초빙교수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김 전 부총리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가보지 않은 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 보려 한다”며 출마를 암시했다. 지난 2018년 12월 부총리직을 내려놓은 김 전 부총리는 민주당으로부터 꾸준히 ‘러브콜’을 받아왔다. 

지난해 말 사면을 받은 이 전 도지사는 “험지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최근 민주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이 전 도지사의 경우 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강릉, 춘천 등에 대한 출마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민주당은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총선 경쟁력을 살펴보고 있다. 그 중 한 지역이 바로 서울 동작을이다. 동작을은 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재선에 성공한 지역이다. 나 전 원내대표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인 만큼 민주당에선 그에 맞는 인물로 고 대변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고 대변인의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해 경기 고양에 대한 여론조사도 진행했다. 또 ‘보수 텃밭’인 경기도 의정부, 서울 서초서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 대변인에 대한 여론을 다각도로 살펴보기 위함으로 읽힌다. 

고 대변인은 문재인정부의 첫 여성 대변인이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그는 지난 19대 대선서 문재인 대통령의 영입으로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당선된 후에는 청와대에 입성해 2년 동안 선임행정관급 부대변인을 역임했다.

여걸 대결
성사되나

당초 자신에 대한 출마설에 선을 그었던 고 대변인은 최근 자신에 대한 출마설에 “때가 되면 말씀드릴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이 고 대변인과 함께 경쟁력을 살펴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이다. 민주당은 고 대변인과 함께 경기 고양에 김 의장을 넣고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 의장은 지난해 10월16일 21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 대변인, 김 의장과 함께 MBC 아나운서 출신인 한준호 전 청와대 행정관도 경기 고양 여론조사에 포함됐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뜨고 있는 전략공천 카드다. 민주당은 인천 연수을서 그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4선 중진인 송 의원의 지역구는 인천 계양을이다. 그는 인천 계양구가 분구되기 전인 지난 16대부터 17·18·20대까지 이 지역 총선서 승리했다.

인천 연수을의 현역은 한국당 민경욱 의원이다. 그는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소속으로 지난 20대 총선 때 이 지역에 입성했다. 이전에는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이곳에서 4선을 하는 등 민주당 입장서 ‘험지’로 꼽힌다. 
 

▲ 김홍걸

송 의원에 대한 여론조사가 실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지역 총선 분위기가 불붙었다. 현역인 민 의원과 연수을 출마를 선언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의 신경전이다. 민 의원은 송 의원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자신의 SNS에 “4선쯤이 와서 붙어야 좀 재미가 있다”며 “너무 싱거운 싸움이 될 뻔 했는데 연수을 선거구도가 흥미롭게 변하고 있다”고 이 의원을 저격했다. 

이 의원도 신경전서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그는 “초선인 사람이 4선 운운하며 마치 자기가 4선급쯤 된다고 우기는 것”이라며 “초조한 사람의 허장성세”라고 맞받아쳤다.

나경원 VS 고민정 성사?
이낙연 ‘종로’ 가능성↑

정치권은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전략공천 가능성 역시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앞서 강 장관은 ‘총선 차출설’을 꾸준히 받아왔다. 지난해 중순부터 서울 동작을 또는 서초갑 출마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민주당은 강 의원을 서울 동작을과 송파갑 여론조사 후보군으로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전략공천 가능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도 있다. 바로 박영선 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한 서울 구로을이다. 이 지역은 박 장관의 입각 후 꾸준히 거물급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구로을에 출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정가는 뜨거워졌다. 윤 전 실장은 ‘문재인의 남자’라 불릴 만큼 이번 정부 실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하는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히며, 주중 현안점검회의 뒤 소수 참모만 참석하는 ‘티타임’에도 참석해왔다. 문 대통령이 의원이었던 지난 19대 국회 때는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이유다.

윤 전 실장은 최근 청와대를 떠났다. 그는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청와대를 떠나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사실상의 출마 선언이었다. 윤 전 실장은 구로을 현역인 박 장관 의원실에서 일하는 보좌진을 넘겨받았다고 한다.

영입인재를 전략공천할 가능성도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민주당이 ‘인재영입 4호’로 발표한 소병철 순천대 석좌교수다. 당은 최근 광주 동남을과 북구갑서 소 교수를 포함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 교수는 광주제일고를 졸업하는 등 광주와 인연이 깊다.
 

▲ 한준호

소 교수가 검찰 개혁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은 광주 출마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을 맡아 ‘법무부 변화전략계획’을 수립하는 등 법무 검찰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수립한 바 있다. 

광주는 타 도시에 비해 검찰 개혁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은 지역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더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7일 조사하고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전라 지역 38.2%가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 미흡’을 국정과 사회 전반서 가장 부족한 점으로 꼽았다. 이는 전 지역서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BH 출신
무혈입성?

민주당 전략공천의 그림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경선 등 상향식으로 후보자를 정하는 대신 전략공천을 한다면 당내 불만이 분출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선 청와대 출신들의 전략공천 가능성에 민감한 반응이다. 전현직 청와대 출신 인사 중 70여명이 이번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당내 비판을 의식한 듯 당 지도부는 청와대 출신 인사를 전략공천하지 않는 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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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