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이해찬’ 파워게임 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1.11 10:43:33
  • 호수 12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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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막 오른 주도권 전쟁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과연 21대 총선서 집권여당을 이끌 사람은 누구일까. 이낙연 국무총리의 복귀가 임박한 상황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의 역학관계가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요시사>는 연말로 예고된 두 사람의 전면전을 다각도로 살펴봤다.
 

▲ 이낙연 국무총리

이낙연 국무총리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경신한 시점부터 이 같은 요구는 더욱 거세다. 하루 빨리 ‘정치인 이낙연’으로 복귀해 당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낙연 역할론’이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지난 5일 “선거는 당의 모든 자산을 다 걸고 국민의 평가를 받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오신 분이나 새로운 미래 비전으로 당을 이끌어 가실 분 다 들어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의 민주당 조기 복귀를 희망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대선주자
1위 순항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지난 6일 “이 총리는 정치도 잘하시는 분이고 당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실 수 있는 분이기 때문에 저를 포함해서 다들 당이 어려울 때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상의하고 결심하시면 말씀을 하실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지난 6일 <조선일보>를 통해 “(이 총리의 당 복귀는) 12월도 늦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당으로서는 대선 유력주자인 이 총리가 하루빨리 당에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유권자들을 ‘회고적 투표’가 아닌 ‘전망적 투표’로 이끌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총리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진영을 떠나 복수의 여론조사서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5일 동안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지난 5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서 이 총리는 23.7%를 기록, 조사 대상 14명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동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로는 5개월 연속 1위다. 특히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직전 조사보다 3.5%포인트가 올랐다는 점이다.

반면 직전 조사서 처음 조사대상에 포함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3.6%포인트 하락한 9.4%를 기록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지지가 이 총리 쪽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

두 명의 ‘이’, 평가는 엇갈려…
몸값↑‘이낙연’여의도행 임박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점, 당에서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은 이 총리의 향후 행보에 청신호다. 당내 세력에 의존하는 기존 정치인들의 공식뿐 아니라 국민 지지라는 새로운 힘을 얻은 셈이다. 민주당 지지층은 문 대통령을 ‘이니’라고 부르듯, 이 총리를 ‘여니’라고 부르며 친근함을 보인다.

이 총리가 이처럼 후한 점수를 받은 배경은 그의 안정감이다.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로서 위기 때마다 탁월한 균형감각을 보여줬다. 강원도 산불과 포항 지진 등 각종 재난 앞에서 이 총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또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에는 ‘총리 외교’를 펼치는 역량도 보여줬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치권에선 이 총리가 총리직을 내려놓는 순간 거품이 빠지기 시작할 것이라 예상한다. 역대 총리 출신 정치인들이 이와 같은 결과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박정희정부 시절의 김종필, 김영삼정부 시절의 이회창, 노무현정부 시절의 고건 전 총리가 그랬던 것처럼 한때 반짝 주목받을 뿐 총리 임기를 끝마치고 난 후에는 대중들의 관심서 멀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이 총리가 앞서 언급된 이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이미 4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다져진 탄탄한 정치력으로 정치적 파도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에 더해 당 복귀 이후 비문계와 당내 소장파들이 이 총리를 지지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만약 실체화된다면 이 총리에게 쏟아졌던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세간의 지적까지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처한 상황은 이 총리와 상반된다. 이 총리가 역할론이라는 기대의 중심에 서 있다면 이 대표는 책임론이라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당 물밑에서는 이 대표 사퇴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안정감
신뢰감

이는 ‘조국 사태’의 여파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하자 민주당 지지층은 이 대표 책임론을 제기했다. 조 전 장관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여기에 기름을 붓는 사태가 이후 벌어졌다. 이 대표가 지난달 30일 “민주당 권리당원은 70만명이고 당원게시판서 사퇴 요구하는 사람은 2000명으로 극소수”라고 한 발언이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당 내부서 ‘사퇴론’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철희 의원은 지난 5일 한 라디오를 통해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이 분(이 대표)이 사퇴하는 게 현재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라면서도 “당원들은 물러나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것을 못하게 할 수는 없다. 단 1명이라도 물러나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그 요구에 대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내부서 쇄신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4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이하 의총)에서는 쇄신에 대한 여러 의견이 쏟아졌다. 의총 자유발언에 나선 14명 의원 가운데 3~4명이 쇄신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이 회복돼 가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게 다 회복됐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고 ‘질서있는 쇄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경고음이 있을 때 제대로 알아듣고 쇄신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질서 있는 쇄신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는 치열하게 토론하되 외부적으로는 협상하는 지도부에게 힘을 실어주고 필요한 구체적인 대안들을 세워나가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뜨는’ 낙연
‘휘청’ 해찬

이 대표는 조기 총선모드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먼저 총선기획단을 발족시켰다. 지난 5일 이 대표는 총선기획단 첫 회의서 “총선기획단 위원님들이 아주 막중한 책임을 졌다”며 “선거를 많이 치러보지만 얼마만큼 기획을 잘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많이 달라진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를 다음달 10일 발족시키겠다고도 선언했다. 이 대표는 지난 의총서 이 대표는 “정기국회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총선 때보다 빠른 전환이다. 지난 20대 총선에 비해 3달가량 빠르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이 같은 결단이 자신에 대한 퇴진론을 의식한 결과라고 본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6일 “총천기획단과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키겠다고 하니까 (민주)당이 일거에 조용해졌다”며 “조국 사태로 그렇게 떠들던 것을 일거에 국면 전환을 시켜서 총선 분위기로 확 끌고 가버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입지가 완벽히 안정된 것은 아니다. 이 총리와의 ‘총선 주도권 대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이 총리의 복귀 시점을 기준으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는 상태다.
 

▲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현재로서는 이 총리가 직접 선수로 뛸 가능성이 높다. 이 총리 역시 총선에 출마하고 싶어하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을 당시 이 총리는 “지금 이 위치(국무총리)에 있지만, 여전히 내 심장은 정치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14일에는 지인들과 이 총리가 막걸리 만찬을 즐기던 중 한 참석자가 “조국 사태에 대해 왜 책임지는 사람이 없냐”고 질문하자 이 총리가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선대위 카드 꺼내
비문·소장파 집결하면…

이 총리의 출마 예상 지역으로는 서울 종로와 세종이 꼽힌다. 종로는 ‘정치1번지’, 세종은 ‘행정수도’로 불릴 정도로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맞상대 역시 여야의 굵직한 후보들이 나설 전망이다. ‘대선 전초전’이라고 불릴만하다. 

만약 이 총리가 이들 지역에 출마해 생환에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대선 직행티켓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당내 비문계 측에서는 이 대표가 종로에 출마해 ‘수도권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안정적인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바로 비례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길이다. 이럴 경우 이 총리가 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 유세를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당내서 이해찬·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해찬 간판’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는 모두 충청을 연고로 한 정치인이다. 여기에 호남을 연고로 한 이 총리가 합세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총리가 선대위 출범(12월10일)에 맞춰 당에 합류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격전이 예상되는 수도권과 부산·경남(PK) 지역 의원들에게서 이 총리의 조기 복귀를 기대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부산이 지역구인 전재수 의원은 “이 총리가 정기국회가 끝난 뒤 바로 합류하는 것이 당과 스스로를 모두 위하는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는 등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당 일각에선 이 대표 측에서 이 총리의 조기 복귀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리가 ‘이해찬 체제’서 공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 시점인 내년 2월에 당에 복귀할 것이라 예상하는 시선도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른 공직자 사퇴 시한은 내년 1월16일이다. 이렇게 되면 이 총리의 역할은 선대위원장으로 한정된다.

기싸움
스멀스멀

이는 이 총리 측에서 원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현역 국회의원으로 올라서지 못하면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역대 총리들의 대권 도전은 모두 실패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정국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며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고건 전 총리는 국회의원을 경험하지 못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 총리 복귀를 기점으로 당내 계파전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 총리를 중심으로 비문계 결집이 이뤄질 경우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조기 선대위 카드를 꺼내들 당시 이 총리와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누지 않았다는 주장이 떠돈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문계와 이 총리를 중심으로 한 비문계의 공천을 건 ‘벼랑 끝 전쟁’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 총리의 복귀로 당의 권력지형이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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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