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이해찬’ 파워게임 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1.11 10:43:33
  • 호수 12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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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막 오른 주도권 전쟁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과연 21대 총선서 집권여당을 이끌 사람은 누구일까. 이낙연 국무총리의 복귀가 임박한 상황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의 역학관계가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요시사>는 연말로 예고된 두 사람의 전면전을 다각도로 살펴봤다.
 

▲ 이낙연 국무총리

이낙연 국무총리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경신한 시점부터 이 같은 요구는 더욱 거세다. 하루 빨리 ‘정치인 이낙연’으로 복귀해 당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낙연 역할론’이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지난 5일 “선거는 당의 모든 자산을 다 걸고 국민의 평가를 받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오신 분이나 새로운 미래 비전으로 당을 이끌어 가실 분 다 들어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의 민주당 조기 복귀를 희망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대선주자
1위 순항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지난 6일 “이 총리는 정치도 잘하시는 분이고 당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실 수 있는 분이기 때문에 저를 포함해서 다들 당이 어려울 때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상의하고 결심하시면 말씀을 하실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지난 6일 <조선일보>를 통해 “(이 총리의 당 복귀는) 12월도 늦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당으로서는 대선 유력주자인 이 총리가 하루빨리 당에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유권자들을 ‘회고적 투표’가 아닌 ‘전망적 투표’로 이끌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총리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진영을 떠나 복수의 여론조사서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5일 동안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지난 5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서 이 총리는 23.7%를 기록, 조사 대상 14명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동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로는 5개월 연속 1위다. 특히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직전 조사보다 3.5%포인트가 올랐다는 점이다.

반면 직전 조사서 처음 조사대상에 포함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3.6%포인트 하락한 9.4%를 기록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지지가 이 총리 쪽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

두 명의 ‘이’, 평가는 엇갈려…
몸값↑‘이낙연’여의도행 임박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점, 당에서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은 이 총리의 향후 행보에 청신호다. 당내 세력에 의존하는 기존 정치인들의 공식뿐 아니라 국민 지지라는 새로운 힘을 얻은 셈이다. 민주당 지지층은 문 대통령을 ‘이니’라고 부르듯, 이 총리를 ‘여니’라고 부르며 친근함을 보인다.

이 총리가 이처럼 후한 점수를 받은 배경은 그의 안정감이다.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로서 위기 때마다 탁월한 균형감각을 보여줬다. 강원도 산불과 포항 지진 등 각종 재난 앞에서 이 총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또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에는 ‘총리 외교’를 펼치는 역량도 보여줬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치권에선 이 총리가 총리직을 내려놓는 순간 거품이 빠지기 시작할 것이라 예상한다. 역대 총리 출신 정치인들이 이와 같은 결과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박정희정부 시절의 김종필, 김영삼정부 시절의 이회창, 노무현정부 시절의 고건 전 총리가 그랬던 것처럼 한때 반짝 주목받을 뿐 총리 임기를 끝마치고 난 후에는 대중들의 관심서 멀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이 총리가 앞서 언급된 이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이미 4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다져진 탄탄한 정치력으로 정치적 파도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에 더해 당 복귀 이후 비문계와 당내 소장파들이 이 총리를 지지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만약 실체화된다면 이 총리에게 쏟아졌던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세간의 지적까지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처한 상황은 이 총리와 상반된다. 이 총리가 역할론이라는 기대의 중심에 서 있다면 이 대표는 책임론이라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당 물밑에서는 이 대표 사퇴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안정감
신뢰감

이는 ‘조국 사태’의 여파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하자 민주당 지지층은 이 대표 책임론을 제기했다. 조 전 장관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여기에 기름을 붓는 사태가 이후 벌어졌다. 이 대표가 지난달 30일 “민주당 권리당원은 70만명이고 당원게시판서 사퇴 요구하는 사람은 2000명으로 극소수”라고 한 발언이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당 내부서 ‘사퇴론’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철희 의원은 지난 5일 한 라디오를 통해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이 분(이 대표)이 사퇴하는 게 현재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라면서도 “당원들은 물러나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것을 못하게 할 수는 없다. 단 1명이라도 물러나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그 요구에 대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내부서 쇄신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4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이하 의총)에서는 쇄신에 대한 여러 의견이 쏟아졌다. 의총 자유발언에 나선 14명 의원 가운데 3~4명이 쇄신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이 회복돼 가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게 다 회복됐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고 ‘질서있는 쇄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경고음이 있을 때 제대로 알아듣고 쇄신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질서 있는 쇄신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는 치열하게 토론하되 외부적으로는 협상하는 지도부에게 힘을 실어주고 필요한 구체적인 대안들을 세워나가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뜨는’ 낙연
‘휘청’ 해찬

이 대표는 조기 총선모드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먼저 총선기획단을 발족시켰다. 지난 5일 이 대표는 총선기획단 첫 회의서 “총선기획단 위원님들이 아주 막중한 책임을 졌다”며 “선거를 많이 치러보지만 얼마만큼 기획을 잘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많이 달라진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를 다음달 10일 발족시키겠다고도 선언했다. 이 대표는 지난 의총서 이 대표는 “정기국회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총선 때보다 빠른 전환이다. 지난 20대 총선에 비해 3달가량 빠르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이 같은 결단이 자신에 대한 퇴진론을 의식한 결과라고 본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6일 “총천기획단과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키겠다고 하니까 (민주)당이 일거에 조용해졌다”며 “조국 사태로 그렇게 떠들던 것을 일거에 국면 전환을 시켜서 총선 분위기로 확 끌고 가버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입지가 완벽히 안정된 것은 아니다. 이 총리와의 ‘총선 주도권 대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이 총리의 복귀 시점을 기준으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는 상태다.
 

▲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현재로서는 이 총리가 직접 선수로 뛸 가능성이 높다. 이 총리 역시 총선에 출마하고 싶어하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을 당시 이 총리는 “지금 이 위치(국무총리)에 있지만, 여전히 내 심장은 정치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14일에는 지인들과 이 총리가 막걸리 만찬을 즐기던 중 한 참석자가 “조국 사태에 대해 왜 책임지는 사람이 없냐”고 질문하자 이 총리가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선대위 카드 꺼내
비문·소장파 집결하면…


이 총리의 출마 예상 지역으로는 서울 종로와 세종이 꼽힌다. 종로는 ‘정치1번지’, 세종은 ‘행정수도’로 불릴 정도로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맞상대 역시 여야의 굵직한 후보들이 나설 전망이다. ‘대선 전초전’이라고 불릴만하다. 

만약 이 총리가 이들 지역에 출마해 생환에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대선 직행티켓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당내 비문계 측에서는 이 대표가 종로에 출마해 ‘수도권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안정적인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바로 비례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길이다. 이럴 경우 이 총리가 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 유세를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당내서 이해찬·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해찬 간판’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는 모두 충청을 연고로 한 정치인이다. 여기에 호남을 연고로 한 이 총리가 합세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총리가 선대위 출범(12월10일)에 맞춰 당에 합류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격전이 예상되는 수도권과 부산·경남(PK) 지역 의원들에게서 이 총리의 조기 복귀를 기대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부산이 지역구인 전재수 의원은 “이 총리가 정기국회가 끝난 뒤 바로 합류하는 것이 당과 스스로를 모두 위하는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는 등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당 일각에선 이 대표 측에서 이 총리의 조기 복귀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리가 ‘이해찬 체제’서 공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 시점인 내년 2월에 당에 복귀할 것이라 예상하는 시선도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른 공직자 사퇴 시한은 내년 1월16일이다. 이렇게 되면 이 총리의 역할은 선대위원장으로 한정된다.

기싸움
스멀스멀

이는 이 총리 측에서 원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현역 국회의원으로 올라서지 못하면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역대 총리들의 대권 도전은 모두 실패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정국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며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고건 전 총리는 국회의원을 경험하지 못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 총리 복귀를 기점으로 당내 계파전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 총리를 중심으로 비문계 결집이 이뤄질 경우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조기 선대위 카드를 꺼내들 당시 이 총리와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누지 않았다는 주장이 떠돈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문계와 이 총리를 중심으로 한 비문계의 공천을 건 ‘벼랑 끝 전쟁’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 총리의 복귀로 당의 권력지형이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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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