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이해찬’ 파워게임 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1.11 10:43:33
  • 호수 12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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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막 오른 주도권 전쟁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과연 21대 총선서 집권여당을 이끌 사람은 누구일까. 이낙연 국무총리의 복귀가 임박한 상황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의 역학관계가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요시사>는 연말로 예고된 두 사람의 전면전을 다각도로 살펴봤다.
 

▲ 이낙연 국무총리

이낙연 국무총리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경신한 시점부터 이 같은 요구는 더욱 거세다. 하루 빨리 ‘정치인 이낙연’으로 복귀해 당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낙연 역할론’이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지난 5일 “선거는 당의 모든 자산을 다 걸고 국민의 평가를 받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오신 분이나 새로운 미래 비전으로 당을 이끌어 가실 분 다 들어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의 민주당 조기 복귀를 희망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대선주자
1위 순항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지난 6일 “이 총리는 정치도 잘하시는 분이고 당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실 수 있는 분이기 때문에 저를 포함해서 다들 당이 어려울 때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상의하고 결심하시면 말씀을 하실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지난 6일 <조선일보>를 통해 “(이 총리의 당 복귀는) 12월도 늦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당으로서는 대선 유력주자인 이 총리가 하루빨리 당에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유권자들을 ‘회고적 투표’가 아닌 ‘전망적 투표’로 이끌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총리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진영을 떠나 복수의 여론조사서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5일 동안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지난 5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서 이 총리는 23.7%를 기록, 조사 대상 14명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동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로는 5개월 연속 1위다. 특히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직전 조사보다 3.5%포인트가 올랐다는 점이다.

반면 직전 조사서 처음 조사대상에 포함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3.6%포인트 하락한 9.4%를 기록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지지가 이 총리 쪽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

두 명의 ‘이’, 평가는 엇갈려…
몸값↑‘이낙연’여의도행 임박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점, 당에서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은 이 총리의 향후 행보에 청신호다. 당내 세력에 의존하는 기존 정치인들의 공식뿐 아니라 국민 지지라는 새로운 힘을 얻은 셈이다. 민주당 지지층은 문 대통령을 ‘이니’라고 부르듯, 이 총리를 ‘여니’라고 부르며 친근함을 보인다.

이 총리가 이처럼 후한 점수를 받은 배경은 그의 안정감이다.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로서 위기 때마다 탁월한 균형감각을 보여줬다. 강원도 산불과 포항 지진 등 각종 재난 앞에서 이 총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또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에는 ‘총리 외교’를 펼치는 역량도 보여줬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치권에선 이 총리가 총리직을 내려놓는 순간 거품이 빠지기 시작할 것이라 예상한다. 역대 총리 출신 정치인들이 이와 같은 결과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박정희정부 시절의 김종필, 김영삼정부 시절의 이회창, 노무현정부 시절의 고건 전 총리가 그랬던 것처럼 한때 반짝 주목받을 뿐 총리 임기를 끝마치고 난 후에는 대중들의 관심서 멀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이 총리가 앞서 언급된 이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이미 4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다져진 탄탄한 정치력으로 정치적 파도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에 더해 당 복귀 이후 비문계와 당내 소장파들이 이 총리를 지지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만약 실체화된다면 이 총리에게 쏟아졌던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세간의 지적까지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처한 상황은 이 총리와 상반된다. 이 총리가 역할론이라는 기대의 중심에 서 있다면 이 대표는 책임론이라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당 물밑에서는 이 대표 사퇴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안정감
신뢰감

이는 ‘조국 사태’의 여파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하자 민주당 지지층은 이 대표 책임론을 제기했다. 조 전 장관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여기에 기름을 붓는 사태가 이후 벌어졌다. 이 대표가 지난달 30일 “민주당 권리당원은 70만명이고 당원게시판서 사퇴 요구하는 사람은 2000명으로 극소수”라고 한 발언이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당 내부서 ‘사퇴론’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철희 의원은 지난 5일 한 라디오를 통해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이 분(이 대표)이 사퇴하는 게 현재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라면서도 “당원들은 물러나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것을 못하게 할 수는 없다. 단 1명이라도 물러나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그 요구에 대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내부서 쇄신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4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이하 의총)에서는 쇄신에 대한 여러 의견이 쏟아졌다. 의총 자유발언에 나선 14명 의원 가운데 3~4명이 쇄신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이 회복돼 가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게 다 회복됐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고 ‘질서있는 쇄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경고음이 있을 때 제대로 알아듣고 쇄신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질서 있는 쇄신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는 치열하게 토론하되 외부적으로는 협상하는 지도부에게 힘을 실어주고 필요한 구체적인 대안들을 세워나가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뜨는’ 낙연
‘휘청’ 해찬

이 대표는 조기 총선모드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먼저 총선기획단을 발족시켰다. 지난 5일 이 대표는 총선기획단 첫 회의서 “총선기획단 위원님들이 아주 막중한 책임을 졌다”며 “선거를 많이 치러보지만 얼마만큼 기획을 잘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많이 달라진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를 다음달 10일 발족시키겠다고도 선언했다. 이 대표는 지난 의총서 이 대표는 “정기국회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총선 때보다 빠른 전환이다. 지난 20대 총선에 비해 3달가량 빠르다.

정치권은 이 대표의 이 같은 결단이 자신에 대한 퇴진론을 의식한 결과라고 본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6일 “총천기획단과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키겠다고 하니까 (민주)당이 일거에 조용해졌다”며 “조국 사태로 그렇게 떠들던 것을 일거에 국면 전환을 시켜서 총선 분위기로 확 끌고 가버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입지가 완벽히 안정된 것은 아니다. 이 총리와의 ‘총선 주도권 대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이 총리의 복귀 시점을 기준으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는 상태다.
 

▲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현재로서는 이 총리가 직접 선수로 뛸 가능성이 높다. 이 총리 역시 총선에 출마하고 싶어하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을 당시 이 총리는 “지금 이 위치(국무총리)에 있지만, 여전히 내 심장은 정치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14일에는 지인들과 이 총리가 막걸리 만찬을 즐기던 중 한 참석자가 “조국 사태에 대해 왜 책임지는 사람이 없냐”고 질문하자 이 총리가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선대위 카드 꺼내
비문·소장파 집결하면…


이 총리의 출마 예상 지역으로는 서울 종로와 세종이 꼽힌다. 종로는 ‘정치1번지’, 세종은 ‘행정수도’로 불릴 정도로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맞상대 역시 여야의 굵직한 후보들이 나설 전망이다. ‘대선 전초전’이라고 불릴만하다. 

만약 이 총리가 이들 지역에 출마해 생환에 성공한다면 그야말로 대선 직행티켓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당내 비문계 측에서는 이 대표가 종로에 출마해 ‘수도권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안정적인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바로 비례대표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길이다. 이럴 경우 이 총리가 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 유세를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 

당내서 이해찬·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해찬 간판’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는 모두 충청을 연고로 한 정치인이다. 여기에 호남을 연고로 한 이 총리가 합세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총리가 선대위 출범(12월10일)에 맞춰 당에 합류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격전이 예상되는 수도권과 부산·경남(PK) 지역 의원들에게서 이 총리의 조기 복귀를 기대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부산이 지역구인 전재수 의원은 “이 총리가 정기국회가 끝난 뒤 바로 합류하는 것이 당과 스스로를 모두 위하는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는 등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당 일각에선 이 대표 측에서 이 총리의 조기 복귀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리가 ‘이해찬 체제’서 공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 시점인 내년 2월에 당에 복귀할 것이라 예상하는 시선도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른 공직자 사퇴 시한은 내년 1월16일이다. 이렇게 되면 이 총리의 역할은 선대위원장으로 한정된다.

기싸움
스멀스멀

이는 이 총리 측에서 원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현역 국회의원으로 올라서지 못하면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역대 총리들의 대권 도전은 모두 실패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정국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며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고건 전 총리는 국회의원을 경험하지 못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 총리 복귀를 기점으로 당내 계파전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 총리를 중심으로 비문계 결집이 이뤄질 경우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조기 선대위 카드를 꺼내들 당시 이 총리와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누지 않았다는 주장이 떠돈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문계와 이 총리를 중심으로 한 비문계의 공천을 건 ‘벼랑 끝 전쟁’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 총리의 복귀로 당의 권력지형이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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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