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류’ 친문의 분화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8.19 10:40:28
  • 호수 12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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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문!” 슬슬 쪼개지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친문이 분화하고 있다. 비문을 흡수하는 데 성공, 단일대오를 이룬 친문이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는 것. 정치가 생물이라면, 세포분열에 해당한다. <일요시사>는 친문 분화의 모든 것을 취재했다.
 

▲ (사진 왼쪽부터)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유은혜 교육부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

“지금 민주당에 있는 사람들은 다 친문(친 문재인)이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 관계자의 말이다. 친문-비문(비 문재인)으로 접근하면 민주당 계파를 파악할 수 없다는 조언도 건넸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의 친소관계를 좀 더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각자도생
선택한 3철

‘친문=3철’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3철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민주당 전해철 의원을 일컫는다. 세 사람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문 대통령이 당선되자 자연스레 3철이 내각에 중용될 것이라 예상됐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권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 의원을 제외한 2명은 문 대통령 당선 직후 아예 해외로 떠났다.

3철은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했다. 지난해 있었던 6·13지방선거 때다. 3철이 지방선거에 출마할 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전 수석은 부산시장 출마설에 휩싸였다. 그러나 곧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행동으로 옮긴 사람은 전 의원이었는데 그는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상대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였다. 두 사람은 민주당 경선서 맞붙었다. 전 의원은 친문 프리미엄에 힘입어 나름 선전했지만, 이 지사의 인지도를 넘지 못하고 패했다.

각자도생은 계속됐다. 지방선거 후 두 달이 지나 열린 전당대회 당시 3철은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서 회동을 가졌다. 전 의원의 북콘서트 이후 첫 회동이었다. 그들은 전당대회와 관련해 서로의 의견을 나눴다. 이날 회동서 이 전 수석과 양 원장은 ‘중립’을 선언했던 반면 전 의원은 중립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현역 의원으로서 당내 문제에 중립을 지키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 전당대회 키워드는 ‘진짜 친문’, 바로 ‘진문’이었다. 출마한 송영길·김진표·이해찬 후보 모두 ‘내가 진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3철이 큰 영향을 미칠 환경이 조성돼있던 것이다.

전 의원의 선택은 김 후보였다. 물밑서 김 후보를 지원하던 전 의원은 3철 회동이 있고 10여일 후에 ‘경제 당 대표’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는 김 후보의 당시 슬로건이었다. 전 의원이 간접적으로 김 후보 지지에 나선 것이다.

‘친문-비문’ 이분법은 옛말
친문=3철? “지금 1철 시대”

당시 전 의원과 함께 움직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부엉이 모임’이다. 부엉이처럼 밤새도록 ‘달’(문 대통령)을 지킨다는 뜻이다. 주로 민주당 내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들로 구성됐으며 규모는 20∼30여명 정도다. 전 의원을 구심점으로 권칠승·김종민·황희·홍영표 의원 등이 주요 구성원이다.

18대 대선 때 결성된 부엉이 모임은 19대 대선 때 정기모임의 형태로 발전했다. 이후 모임은 전당대회 개입설에 휘말려 해산을 선언했다.

부엉이 모임은 친문 분화의 대표적 예로 꼽힌다. 전 의원과 부엉이 모임이 김 후보를 지지하자 세간의 관심은 과연 이들의 지지가 ‘이해찬 대세론’을 흔들 수 있느냐로 모아졌다. 그러나 이변은 없었다. 이해찬 대표는 김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21대 총선을 이끌 민주당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올라섰다.

이때부터 친이해찬계와 부엉이 모임이 갈라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전 의원의 사이가 이전만 못하다는 말도 나왔다. 이 대표가 지난 2012년 경기 안산 상록갑에 선거사무실을 낸 전 의원에게 축하 영상을 보냈을 정도로 두 사람은 돈독한 사이였다고 한다. 전당대회는 두 사람 사이에 틈을 만들었다.

두 사람의 갈등설은 이어졌다. 이번에는 원내대표 경선을 했을 때다. 이인영·김태년·노웅래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치권은 김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봤다. 김 후보는 이 대표의 측근으로 대표적인 친이해찬계다. 21대 총선의 지휘봉을 잡고 있으며, 여권 내 위상이 상당한 이 대표가 버티고 있어 김 후보의 낙승이 예상됐다.
 

▲ (사진 왼쪽부터)전해철·황희·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러나 결과는 누구도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 후보가 김 후보와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점 끝에 승리한 것이다. 범친문인 이 후보는 당초 당선 가능성이 낮게 점쳐졌다. 그가 당선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이인영 당시 후보를 지지한 건 민주평화국민연대(이하 민평련), 더좋은미래, 그리고 부엉이 모임이었다. 다시 말해 부엉이 모임이 전당대회서 복수에 성공한 셈이다. “선거서 졌던 조직인데, 표를 모아올 수 있겠느냐”는 당내 일각의 우려를 단번에 불식시켰다.

이해찬과
척졌나?

부엉이 모임보다 최근 더욱 주목받는 모임이 있다. 바로 이 후보를 원내대표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인 민평련과 더좋은미래다. 민평련과 더좋은미래, 부엉이 모임은 문재인 대선캠프서 실무급으로 함께 선거를 치른 경험과 함께 ‘친문’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민평련은 소속 의원들 모두 ‘김근태계’다. ‘민주화 운동의 전설’ 고 김근태 전 의원의 정신을 받들어 만들어진 모임인 만큼 재야 운동권 출신들이 모임의 주축을 이룬다. 인재근 의원을 비롯해 우원식·이인영·정춘숙 의원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더좋은미래는 지난 19대 국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내 진보개혁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 만든 정책모임이다. 김현권·남인순·신경민·우상호·제윤경·홍의락 의원 등을 비롯해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 등이 이에 속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주목해야 할 모임은 더좋은미래다. 주목받는 신친문이 다수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관를 여럿 배출하기도 해 당내 주목도가 높다. 대표적으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장관, 김현미 장관,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진선미 장관,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더좋은미래 출신이다.

20대 국회 들어서 지도부도 다수 배출했다. 민주당 1기 원내지도부인 우상호 전 원내대표, 박완주 전 원내수석부대표가 더좋은미래 소속이다. 2기 원내지도부인 우원식 전 원내대표, 박홍근 전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3기 원내지도부에서는 진선미 의원이 여성가족부로 입각하기 전,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다. 지난해 전당대회서 선출된 남인순 최고위원도 더좋은미래에 속해 있다.

더좋은미래는 현안에 대한 목소리도 내왔다. 대표적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관한 발언이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쉽사리 접점을 찾지 못할 당시 더좋은미래는 기자회견을 열어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당내 일각서 제기된 ‘기소권 양보’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근 친문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최재성 의원이다. 그는 문 대통령이 지난 2015년 2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승리했을 때 친문에 합류했다. 그는 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을 도와 사무총장직을 수행했다. 그때 최 의원이 추진한 것이 바로 ‘디지털 정당화’다. 이후 ‘온라인 권리당원’으로 들어온 많은 이들이 문 대통령 지지자로 활동 중이다. 

뜨는 신친문
면면 보니…

그는 지난해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재입성했다. ‘실세 친문’답게 굵직한 명함을 갖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당 전략기획자문위원장직이다. 내년 총선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다. 최 의원은 당내 ‘전략기획통’으로 분류된다.

또 다른 굵직한 명함은 바로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장이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문재인정부가 맞닥뜨린 최대 암초다. 민주당은 이러한 중책을 최 의원에게 맡긴 것이다.

최 의원은 계속해서 일본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일본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서 일본 기자들이 국내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관제 반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최 의원은 “(문재인)정부가 국민에게 일본 제품을 사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본 정치에 올림픽을 끌어들이지 말라” “원인 제공은 아베 정부의 조치 때문이다” 등 참석한 일본 기자들에게 날선 비판을 가했다.
 

▲ (사진 왼쪽부터)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최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일본 경제보복과 관련해 일본 여행, 2020도쿄올림픽, 일본으로의 D램 수출 적절성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에 대한 보복 차원이 아닌 국민의 안전, 그리고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임을 강조했다. 이는 정부 차원서 발표하기 어려울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다.

최 의원과 함께 최근 가장 주목받는 친문이 있는데 바로 양 원장이다. 당내 일각에선 “지금은 1철 시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3철 중 가장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해외에 있다가 지난 5월 민주연구원장으로 정계에 복귀했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그간 뉴질랜드 등 해외서 머물렀다. 그랬던 그가 복귀해 민주연구원의 ‘병참기지화’를 선언했다. 선거 전선에 뛰어들어 민주당의 총선 승리에 일조하겠다는 각오였다. 

부엉이모임 친문서 분화
들뜬 ‘재수회’ 이유는?

이후 그는 자신의 말을 실현하고 있다. 잇따른 광폭행보가 그것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의 단독 면담을 시작으로 서훈 국정원장과 심야 회동을 가졌다. 민주당 대권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과도 잇따라 자리를 가졌다.

특히 서 원장과의 심야 회동은 뒷말을 낳았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즉각 국정원의 총선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서 브리핑을 통해 “가까이 할 수도, 가까이 해서도 안 될 두 사람(양 원장, 서 원장)이 4시간에 걸친 밀회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국가 정보기관의 내년 총선 개입이 본격화한 것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연구원의 병참기지화를 보여주는 사건이 또 하나 있다. 한일 갈등이 제21대 총선서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취지로 작성된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가 논란이 됐다. 해당 보고서에 사용된 데이터가 비공개 자료였다는 점까지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낳았다.

양 원장이 맡고 있는 민주연구원은 연구소라는 성격상 크게 주목받는 자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양 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친문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은 양 원장과 부엉이 모임의 관계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총선 후 ‘친문의 분화’가 다시 한 번 일어날 수 있어서다.

만약 총선 후 부엉이 모임이 지금보다 더욱 세를 확장한다면, 이해찬 체제 이후 새로운 지도부를 꾸릴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부엉이 모임의 핵심인 전 의원이 직접 당 대표 선거에 나설 수도 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앞서 전 의원은 이해찬 대표가 당선된 전당대회 때 김진표 의원과 단일화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권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만약 차기 당권에 전 의원이 도전한다면 부엉이 모임의 지지가 뒤따를 전망이다. 이때 양 원장 등 친문 핵심과의 관계 설정이 관전 포인트다.

양 원장은 또 다른 친문 모임인 재수회의 멤버다. 재수회는 지난 18대 대선 후 ‘문재인을 재수시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이란 취지로 문 대통령의 측근들이 결성했다. 18대 대선서 낙선한 문 대통령의 야인생활을 가장 지척거리서 보좌한 모임으로 꼽힌다.

부엉이 모임
당권 노릴까

재수회 멤버는 양 원장을 비롯해 서 원장,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조윤제 주미대사, 신현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민주당 박광온 의원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멤버 중 최근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조 후보자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만약 그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재수회의 당내 위상은 지금보다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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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한 달에도 몇 번씩 험지를 찾아 선거 유세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런 그는 진보 진영에서조차 ‘강성 중 강성’으로 꼽힌다. 차가운 보수의 심장을 녹일 정 대표의 험지 공략법은 무엇일까? 6·3 지방선거가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선거가 100일도 더 남은 시점부터 선거 전략을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시·도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 대표가 된 순간부터 6월3일 출구조사 발표 날을 상상했다”며 “실무자들에게 새벽 5시 일정을 좀 잡으라고 했다. 새벽 시장에 가겠다. 그리고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다니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후보들 앞으로 이어 “‘대표부터 우리 후보, 당원들, 선거운동원들까지 지극 정성을 다하면 결국 하늘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재명정부를 가장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험지인 지역에는 각각 ▲전재수 부산시장 ▲김부겸 대구시장 ▲오중기 경북도지사 ▲김상욱 울산시장 등이 후보로 나선다. 정 대표는 이곳에 도전한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승리를 위한 필승카드”라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지난 18일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울산 남부갑에 전태진 변호사를 공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황희 공관위원장은 “울산 남구갑은 이번 재보궐 선거구 중 민주당 험지에 해당하는 곳”이라면서 “인재 영입 1호 인물을 울산 남구갑에 배치하는 전략공관위 결정은, 가장 험지에 가장 참신하고 뛰어난 후보를 배치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낮은 자세’와 ‘주민 스킨십’을 투트랙으로 험지 표심 사냥에 나섰다. 정 대표는 험지에 출마한 후보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 등 바닥 민심을 훑으며 주민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일 정 대표는 대구를 찾았다. 정 대표는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를 치켜세우며 “대구 선거에서 이길 유일한 필승 카드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때마다 대구·경북 그러면 그늘진 생각부터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김 후보께서 대구에 밝은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울산을 찾아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울산 남부갑에 출마하는 전태진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정 대표는 남구 신정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난 뒤 “울산은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이라고 많이 말씀한다”면서도 “오늘 와서 보니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상인이 귓속말로 ‘제가 지금은 빨간 옷을 입고 있는데 마음은 파랗다’고 전했다”며 “울산에도 조심스럽게 파란 바람이 일렁이고 있다. 최선으로 울산 시민을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후보 손잡고 적진으로 정면 돌파 “막상 오니 파란 물결” 자신감도 충남 보령에서는 “이곳 보령을 누가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하느냐”며 “오늘 와서 보니까 단 한 명도 웃지 않은 분이 없었다. 다들 웃어주고 엄지척 해주고 우리 민주당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어깨에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약 한 달 만에 경남을 다시 찾았다. 이날 정 대표는 욕지도 앞바다에서 선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육지 중심적인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섬마을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허성무 경남도당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정 대표는 최근 약 한 달 사이에 경남만 세 차례를 방문했다. 지난달 18일 하동·진주를 찾은 데 이어 23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양산으로 향했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남 선거를 분석해 봤을 때 대체로 민주당이 약간 우세한 정도인 것 같다”며 “그래서 부산과 울산, 경남 중에서 민주당이 가장 집중해야 할 지역으로 경남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은 무당층이 다른 지역보다 좀 많은 것으로 제가 파악하고 있다”며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부터 파란 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오늘 섬에 왔다. 경남을 파란 바람으로 물들일 때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험지에서 ‘이곳은 예전처럼 보수 지지세가 강하지 않다’는 여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민심이 과거와 다르게 흐른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밑 작업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험지를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역시 출마 선언 당시 ‘민주당’ ‘이재명’ ‘내란’ 등 보수 지지자에게 반감을 살 만한 내용은 제외하고, “경제 도시 대구를 만들 사람”이라는 실용주의 가치를 내세웠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가 보수의 심장인 TK를 찾는다면 오히려 대구 표심이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제시됐다. 그러나 정 대표가 광폭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이미 험지에서조차 표 계산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 있는 자신감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이미지에 묻혀서 그렇지 정 대표는 이기고 지는 싸움에 있어서 굉장히 예리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단어를 써야 민심에 먹히는지 전략을 굉장히 잘 세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담이지만 일머리가 좋고 힘쓰는 일도 무척 잘한다고 한다”며 “시장에서 딸기를 상자째 나르고 농촌에서 밭을 갈아엎는 노동 현장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여권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여권 프리미엄이 핸디캡이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코스피 상승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 등이 맞물려 지금의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텃밭을 비운 사이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경쟁하면 험지도 겨뤄볼 만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 역시 <일요시사>를 통해 “예산 배정과 정책 입법 등은 정부에서 하지만 국회의 역할도 크다. 지금 이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고 보수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 대통의 실용주의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 기조와 맞물려 집권 여당 대표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국민의힘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인 만큼 민주당 지도부의 행동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보수 결집력이 느슨해진 점 역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가져왔다고 봤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5.5%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30.0%, ‘잘 모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5%다. 리얼미터는 “중동 위기 속 원유 대량 확보 및 코스피 6200선 회복 등 경제·에너지 안보 성과가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인권 발언, 현직 대통령 최초 세월호 12주기 참석 등으로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압승 어게인? 민주당도 정당 지지율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31.4%를 각각 기록해 19.1%p 격차를 벌렸다. 두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5.4%다.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2018년에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해당 지방선거는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실시된 첫 전국 단위 선거로, 민주당은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4곳에서 승리해 중앙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쥐게 됐다. 당시 민주당은 처음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곳에 모두 승기를 꽂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와 경북 단 2곳의 광역단체 수성에 그쳐 ‘보수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다. 최대 승부처였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부산 오거돈(55.2%) ▲울산 송철호(52.9%) ▲경남 김경수(52.8%) 후보 등이 과반을 넘겨 당선됐다. 민주 계열 정당이 부·울·경 광역단체에서 승리한 사례는 처음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성공한 동진 전략’으로 평가했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사실상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서울 송파을 ▲부산 해운대을 ▲울산 북구 ▲경남 김해을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총 226곳 가운데 민주당이 151곳, 한국당이 53곳에 승기를 꽂았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도 서울 서초구를 제외하고는 24개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다시 한번 기대하는 ‘2018 지선 압승’ 지지율 업고 싹쓸이…이번에도 통할까? 당시 민주당의 당대표는 추미애 의원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추미애 대표는 특유의 ‘추다르크’ 성격을 앞세워 험지를 찾았고, 투표 전날에는 마지막 유세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경부선 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추 대표는 “영남지역은 저희가 조직을 갖추지 못했는데, 한 분 한 분 눈빛을 지켜보니 과거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8년 전 추 대표가 문정부 국정 기조에 맞춰 ‘한반도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면, 지금 정 대표는 ‘강력한 개혁’과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 유세 역시 추 대표는 연설로 표심을 공략한 반면 정 대표는 선상 최고위 회의 등 입체적인 퍼포먼스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2018년 지방선거 역시 ‘보수 막판 결집’이 최대 분수령이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목소리를 낮춘 ‘샤이 보수’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끝내 그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결국 샤이 보수의 반란은 없었다는 게 당시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문정부 심판론’을 밀어 붙였지만 민심은 집권여당 쪽으로 기울었다. 과거 사례를 이정표 삼기에 앞서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자세를 낮추고 겸손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 대표 역시 “대통령 지지율도 고공행진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보니 일부 후보나 당에서 마치 선거가 쉬운 것처럼, 다 이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쉬운 선거는 없다. 모든 선거는 다 어렵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지방선거가 2018년 지방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방심했다 ‘훅’갈라 이 관계자는 “지금 각종 여론조사 수치는 샤이 보수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라며 “최근 현장 사진을 보면 험지를 찾은 민주당과 그들을 반기는 시민이 한 컷에 담기는데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물론 샤이보수 성향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가 변수”라며 “보수 결집력이 민주당 험지 선거를 판가름할 하나의 척도”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 나갔다 돌아오니 ‘싸늘’ 아직도 시달리는 대표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지도부가 뚜벅뚜벅 험지로 향하는 사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여전히 방미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위해 방미했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당무가 지연된 점을 언급하며 “열흘이나 집을 비운 가장이 언제 와서 정리하려나 실소만 터져나온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조차 날 선 목소리가 나오자 장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맹탕 방미’ 논란을 반박했다. 장 대표는 “미국 정부와 의회, 조야를 아울러 많은 분을 만나 우리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며 “미국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실질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한미 동맹을 지탱할 신뢰 토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접촉 인사를 묻는 질문에는 “외교 관례상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사퇴 압박에는 “저는 당원들이 선택한 대표”라며 “필요한 거취는 제가 결정할 것”이라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