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0억 피눈물’ 캄코시티 풀 스토리

‘꼬일 듯 풀릴 듯’ 어정쩡한 실타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캄코시티 사태’ 주범이 체포됐다. 예금보험공사는 6700억원 채권 회수에 사활을 걸었다. 사건은 해결 궤도에 안착한 듯하다. 하지만 검찰의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됐다. 급물살을 타기엔 다소 어려워진 상황. 피해자들의 눈물은 언제쯤 그칠 수 있을까.
 

▲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사건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캄보디아 현지 개발사 ‘월드시티’는 ‘캄보디아 프놈펜 신도시 건설 사업’을 추진했다. 골자는 캄보디아에 한국형 신도시를 짓겠다는 것. 캄보디아 프놈펜 39만9300평 부지에 상업·주거시설을 짓는 민간사업이었는데 국책사업에 준하는 규모였다. 사업은 캄보디아의 ‘캄’과 대한민국 영문명 코리아의 ‘코’를 합성한 ‘캄코시티’로 불렸다.

사업은?

이상호 월드시티 대표는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2369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대표가 거액의 사업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맥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캄코시티 대출에 직접 관여한 부산저축은행 부행장은 이 대표와 고교 동문이다.

부행장은 지난 2013년 대법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에 있다.

월드시티의 지분구조는 랜드마크월드와이드(LMW) 측 40%, 부산저축은행그룹 60% 등이었다. 랜드마크월드와이드는 국내 법인으로 이 대표는 해당 법인과 월드시티를 통해 사업을 진행했다.


월드시티는 부산저축은행과 약정을 맺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했다. 신도시 개발은 2005년부터 2018년까지 6단계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분양 실패 등으로 사업은 좌초 위기에 처했고, 설상가상으로 2010년 미국발 경제위기까지 덮쳤다. 부산저축은행은 캄코시티를 포함, 과다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로 파산했다.

부산저축은행이 문을 닫으면서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는 파산관재인이 됐다. 예보는 피해 예금자와 투자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대응에 나섰다.

우선 예보는 예금보험제도에 따라 5000만원 이하 피해자들에게 금액을 보전해줬다. 예금보험제도는 금융시장 안정과 예금자 보호를 위한 장치다. 지급한도는 5000만원을 상한으로 한다.

사업 좌초, 부산저축 파산 ‘공중분해’
대규모 피해자 발생…채권 회수 난망

문제는 5000만원 초과 피해자들이었는데 이들은 당장 피해 금액을 보전받기가 어려웠다. 후순위채권 투자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피해자는 3만8000여명에 달했다.

예보는 부산저축은행 관련 자산을 매각, 이들에게 조금씩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일례로 예보는 지난 2014년 부산저축은행 보유의 서울 논현동 워터게이트 빌딩과 서울 문래동 상업용지를 매각한 바 있다.


예보는 월드시티의 부산저축은행 지분 60%를 확보, 보전 금액을 회수하려고 했다. 이 대표는 자산 회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 대표는 지난 2014년 2월 예보가 관리하고 있는 부산저축은행 지분 60%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캄보디아 법원은 캄코시티 지분 반환 소송 1심과 2심서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예보는 캄보디아 대법원에 이를 상고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예보가 확보해야 할 액수는 급격히 불어났다. 예보가 월드시티서 받아야 할 채권은 원금 2369억원에 지연이자를 더한 6700억원이다.

이 대표는 채권 회수를 회피하기 위해 부산저축은행 대출 당시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부동산을 몰래 팔거나 자산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빼낸 금액만 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가 착수되자 이 대표는 캄보디아서 도피생활을 했다.
 

곧 이 대표에게 인터폴 적색 수배령이 내려졌다. 검찰은 해외 불법재산 환수 합동조사단과 공조, 캄보디아 정부 협조를 받아 그를 국내로 송환했다. 결국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인천국제공항서 체포됐다.

검찰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지난해 11월 이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배임·횡령, 강제집행면탈, 예금자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붙잡힌 주범 피해 보전 언제쯤? 
예보 “올해 반드시 회수할 것”

영장은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같은 달 “이 대표가 해외에 장기체류하면서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행태를 보인 점은 구속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신 부장판사는 ▲체포영장 범죄사실과 구속영장 청구서 범죄사실이 사실관계 구성이나 법률적용서 상당한 정도로 다른 측면이 있다는 점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된 주요 범죄 혐의에 관해 소명이 충분하지 않거나 형사책임 정도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 ▲수사 진행 경과와 수집 증거의 내용 ▲이 대표 측과 수사 의뢰기관 측과의 국내외 법적분쟁 진행 경과 등을 언급했다. 곧바로 구속해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은 즉각 반박했다. 검찰은 “체포영장과 구속영장 범죄사실이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며 “체포영장 발부 후 확인된 거액의 추가 범죄사실도 포함돼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회복에 사용될 부동산 등 자산을 빼돌린 것으로 그 사안이 중하다”며 “수사 직후 해외로 도주해 실질적으로 강제송환되기 전까지 1년 이상 도피생활을 했다는 점에서 법원의 영장기각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향후 보강수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관망세

예보는 캄코시티 채권 회수를 분명히 했다. 위성백 예보 사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작년 한 해가 캄보디아 캄코시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한 해였다면, 금년 한 해는 반드시 피해 예금자들에게 보상이 돌아가도록 성과를 내는 한 해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사장은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노력을 통해 예금자의 눈물을 하루라도 빨리 닦아줄 수 있는 결실을 맺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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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