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내 운영 중인 화원 철거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1.06 14:15:49
  • 호수 12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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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나가려면 3600만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경기도(도지사 이재명)가 그린벨트서 운영 중인 화훼단지를 대상으로 칼을 빼들었다. 비닐하우스서 운영하고 있는 화원들에 대해 철거 지침을 내린 것이다. 해당 상인들은 정면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철거 지침을 따르지 않는 상인들에게 강제이행금까지 부과되자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우리나라는 5000만명의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첨단 화훼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확고한 기반이 갖춰져 있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접목선인장을 비롯해 장미, 백합, 국화, 난 등 고품질의 다양한 꽃을 생산해내고 있다. 게다가 네덜란드 및 일본, 미국, 중국 등지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단속 예고

그러나 장기간 지속 중인 국내외 경기 침체의 여파로 화훼 소비 역시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난방비, 자재비 등 생산 비용까지 높아져 화훼농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꽃 수출이 다시 봄을 맞고 있지만, 아직 화훼농가의 불안을 해소할 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 좁은 내수 시장은 이를 소화해내지 못하고, 그 여파는 바로 국내시장의 꽃값 폭락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분위기서 지난해 7월 경기도는 도내 31개 시·군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불법행위 단속’을 지시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의 골자는 축사를 불법개조해 물류창고로 쓰거나 비닐하우스 내 주택을 지어 거주하는 등의 불법사항에 대해 단속하겠다는 것이었다. 화훼산업은 농가→단지→소매로 총 세 단계로 유통된다.

경기도는 이들 중 화훼 단지를 문제삼았다. 화훼 단지는 화훼농가로부터 꽃이나 식물 등을 받아 화분에 심고 관리해 소매상에 전달한다. 농가서 곧바로 도시 내 소매상으로 이어질 수 없는 만큼 화훼 단지가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하는 구조로 약 30∼40년 넘게 유지돼왔다.


하지만 경기도 측은 그린벨트 내 모든 화훼 단지들도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꽃을 농가로부터 받아 판다는 이유에서다. 각 시·군은 이 같은 화훼 단지서 땅이 아닌 화분에 꽃을 심어서 파는 행위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그린벨트에 있는 모든 화원 강제 철거 명령’이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글이 게재됐다.

경기도 의정부서 15년째 화원을 운영 중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올해 4월에 그린벨트서 식물을 판매하는 건 불법이니 철거해야 한다는 계고장이 왔다”고 운을 뗐다.

경기도 불법 비닐하우스 화훼 단지 적발
“불법은 불법” “상가서 키우기 힘들어”

그는 “15년 동안 화원을 운영하면서 화원이 불법이란 걸 전혀 몰랐다. 주위 화원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통해 물어보니 벌금을 낸 곳이 있다고 하더라”며 “보통 화원은 100만원 정도 낸다고 하길래 안심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철거하지 않으니 3600만원의 이행강제금 예정 고시가 나왔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1년 안에 철거하지 않으면 3600만원이 또 나온다더라. 총 7200만원의 이행 강제금을 내야 한다고 하니 두렵다”고 덧붙였다.

화훼 단지 상인들은 그린벨트서 화원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가서 생화를 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이유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상가 내 상인 A씨는 “상가에선 식물들이 잘 자라지 않는다. 통풍, 햇볕 등 기온이나 환경이 잘 받쳐줘야 한다. 상가서 키우면 식물들의 상품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상가서 운영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영세로 운영 중이던 화훼 단지에 아무 대안 없이 50년 넘은 법을 근거로 철퇴를 가하는 단속이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이행강제금 3600만원을 부과 받은 분들은 세 개의 동을 운영하기 때문에 다른 분에 비해 많이 나온 것”이라며 “6일까지 철거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내라는 것이 아니라 예고를 한 것이다. 그 사이에 이행강제금 증빙서류를 다시 내달라고 보내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행강제금 부과와 관련해 여섯 가지 항목으로 계산이 된다. 기본적으로 땅의 공시지가를 비롯해 행위 연도, 구조, 용도, 위반면적, 요일에 따라서 금액이 조금씩 달라진다. 운영한 지 오래일수록 이행강제금은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또 “비닐하우스 안에서 (직접)식물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건 문제 없다. 다만 도매상서 물건을 가져와서 판매하는 행위가 불법이다. 판매의 경우 화분을 판매 면적으로 볼 건지, 위반 면적으로 볼 건지 따져봐야 한다. 위반 면적에 대해 다시 산정해야 하는 작업이 다시 진행돼야 하는데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황스러워”

익명을 요구한 한 화훼 상인은 “한겨울에 갑자기 나가라고 하니 너무 당황스럽다. 정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 강제이행금도 너무나 부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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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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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