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다단 ’퍼시스그룹 승계 작전 막전막후

깎고 다듬어 대물림 마침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퍼시스그룹의 승계 작업이 한창인 모양새다. 그 발판은 차츰 선명해지는 듯하다. 창업주의 퇴진으로 2세 경영은 시간 문제인 상황. 2세 승계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게 될까.
 

사무용 가구업체 퍼시스의 창업주 손동창 명예회장은 지난해 정기 임원 인사서 회장직을 내려놨다. 그는 임원인사서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손 명예회장은 지난 1983년 퍼시스의 모태인 한샘공업주식회사를 설립, 사무용 가구 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빈자리는 이종태 퍼시스 부회장의 회장 승진으로 채워졌다.

회장 퇴진
2세 전면

손 명예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며 ‘2세 경영’의 본격화가 점쳐졌다. 주인공은 손 명예회장의 장남 손태희 퍼시스 부사장이다. 퍼시스는 여느 그룹처럼 지주회사를 정점에 뒀다. 퍼시스그룹은 5개의 주요 계열사로 구성돼있다. 세부적으로 ▲퍼시스 ▲시디즈 ▲퍼시스홀딩스 ▲일룸 ▲바로스 등이다. 차례로 2개 상장사와 3개 비상장사다.

갈래는 두 개로 나뉜다. 손 명예회장은 지주사 ‘퍼시스홀딩스’를, 손 부사장은 그룹 핵심사 ‘일룸’을 기준으로 이하 계열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선 손 명예회장은 퍼시스홀딩스 최대주주다. 그는 80.51%의 지분을 쥐고 있다. 나머지는 자기주식과 손 부사장으로 채워져 있다.

퍼시스홀딩스는 퍼시스의 지분 32.17%를 소유하고 있다. 주주들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이다. 퍼시스홀딩스와 손 명예회장(16.70%) 등 특수관계인들의 지분 합은 절반이 넘는다. 종합해보면 ‘손 명예회장→퍼시스홀딩스→퍼시스’의 구조다.


손 부사장은 일룸 지분 29.11%를 갖고 있다. 손 명예회장의 장녀 손희령씨에게도 9.60%의 지분이 있다. 지분의 나머지는 의결권이 없는 일룸의 자기주식이다. 
일룸은 ‘시디즈’의 최대주주(40.58%)다. 또 ‘바로스’의 최대주주(55.00%)이기도 하다. ‘손 부사장→일룸→시디즈·바로스’의 형태다.

퍼시스그룹의 구조가 애초부터 두 갈래로 나뉜 것은 아니다. 그룹은 다소 복잡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을 밟았다.

사무 가구업체 2세 경영 본격화
회장 부자 두 축으로 그룹 지배

과거 퍼시스그룹의 정점에는 ‘시디즈’가 있었다. 당시 손 명예회장은 시디즈를 꼭대기에 두고 그룹을 이끌었다. 하지만 2016년 시디즈는 일룸 지분 45.84%를 이익 소각(기업이 이익잉여금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해 일정 기간 내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것)했다. 절반에 가까운 지분이 소각되면서 손 부사장은 29.11%로 일룸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듬해인 2017년 시디즈는 ‘팀스’의 지분(40.58%)을 일룸에 모두 매각했다. 시디즈는 지난해 주 종목인 의자사업을 팀스에 팔았고, 사명을 퍼시스홀딩스로 교체해 지주사 역할을 맡았다. 팀스는 간판을 시디즈로 변경했다.
 

지난해 일룸은 퍼시스그룹 물류·시공 회사 바로스 지분 55%를 매수했다. 지분 취득 배경은 이렇다. 바로스는 손 명예회장이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였다. 손 명예회장은 이를 손 부사장에게 증여했고, 손 부사장은 해당 지분 가운데 55%를 일룸에 매각한 것이다.

손 명예회장과 손 부사장의 두 갈래 가운데 주축은 손 부사장 쪽이다. 손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룸은 퍼시스그룹의 ‘캐시카우’로 꼽힌다. 일룸은 국내서 브랜드 인지도가 꽤 높은 가정용 가구업체다. 회사는 지난 5년간 그야말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일룸의 지난 2014∼2018년 매출은 994억원서 1315억원, 1555억원, 1923억원을 지나 2224억원에 등극하는 등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다. 영업이익도 만만치 않다. 같은 기간 일룸은 453억원을 시작으로 607억원, 719억원, 864억원, 1028억원 등의 이익을 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5년 전에 비해 100% 이상씩 오른 셈이다.

지분 처분
구조 구축

의자가구 제조업체 시디즈의 성장세도 매섭다. 시디즈는 최근 3년간 99억원, 12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다가 지난해 140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동기간 4억원, 2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1000억 매출’을 기록한 지난해 43억원의 이익을 냈다.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시디즈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46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55% 상승했다.

손 명예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퍼시스홀딩스는 퍼시스 지분을 꾸준히 매입했다. 지난해 5월 기준 퍼시스홀딩스의 퍼시스 지분은 30.77%였다. 이후 퍼시스홀딩스는 차츰 퍼시스 지분을 늘려가기 시작, 현재 32.17%까지 확대됐다.
 

퍼시스홀딩스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모두 11만1671주를 사들였다. 세부적으로 ▲2018년 5월 8898주 ▲6월 1만471주 ▲7월 1만5132주 ▲8월 1만1637주 ▲ 9월 1만4463주 ▲10월 1만5765주 ▲11월 3만2878주 ▲12월 2427주 등이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퍼시스홀딩스는 지난 1월부터 이번 달까지 모두 5만820주를 확보했다. ▲1월 6565주 ▲2월 3457주 ▲3월 1972주 ▲7월 624주 ▲8월 4005주 ▲9월 4510주 ▲10월 1만3687주 ▲11월 8000주 ▲12월 8000주 등이다.

지분 매입
승계 위해?

일각에선 이를 두고 손 명예회장의 승계 작업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고 해석한다. 손 명예회장은 퍼시스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손 명예회장→퍼시스홀딩스→퍼시스’ 구조의 가장 상부에 위치해 있다. 퍼시스홀딩스의 퍼시스 지분 매입으로 퍼시스에 대한 손 명예회장의 장악력도 높아지게 된다.

반면 해당 영역서 손 부사장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손 부사장의 퍼시스홀딩스 지분은 채 1%가 되지 않는다. 결국 손 명예회장이 지주사 지분을 손 부사장에게 증여할 경우, 경영권 승계가 안정적으로 이양될 공산이 크다.

또 ‘손 부사장→일룸→시디즈·바로스’의 구조가 형성돼있는 만큼 손 부사장이 손 명예회장의 갈래만 이어 받는다면, 안정적으로 승계 작업을 매듭지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계열사 지분 처분 등을 통한 지배구조 변경으로 뒷말이 계속되고 있다.
 

▲ 퍼시스 공장

퍼시스는 그룹 핵심사 일룸 등과 마찬가지로 ‘호실적’을 내고 있다. 최근 3년간 퍼시스의 매출액은 2316억원, 2894억원, 3156억원 등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영업이익도 168억원, 230억원, 277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31억원, 220억원에서 455억원으로 크게 개선됐다.


올해 실적은 관망세다. 퍼시스의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207억원, 15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각각 4.9%, 25.7% 감소한 수치다. 누적 분기 순이익의 경우 275억원으로 1.6% 소폭 줄었다.

꾸준한 지분 매입 승계 위한 포석?
문어발 구조 개편…무게는 장남에게 

손 부사장이 2세 경영의 막을 열면서 향후 경영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손 부사장은 그룹 사업 가운데 미래 먹거리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손 부사장은 사업 관련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의 관심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게 되면서 업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퍼시스는 디지털 기반 운송 스타트업 ‘로지스팟’과 계약했다. 로지스팟은 자체 개발한 운송 플랫폼 기반 B2B 통합운송관리 서비스를 제공, 200개 이상의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기존 물류업체에서 담당하던 사업 부문을 스타트업에 넘긴 셈이다.

퍼시스는 아파트 리모델링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에 투자했다. 퍼시스그룹은 아파트멘터리와 전략적 투자 이후 첫 공동 프로젝트를 실제로 선보였다. 이들은 대규모 신규 입주를 앞둔 아파트의 실제 평형 모델을 쇼룸으로 재현했다. 스타트업과의 사업 구상은 손 부사장이 직접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부사장은 지난 2010년 퍼시스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약 6년 만에 퍼시스 정기인사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손 부사장은 병원 시스템 가구 브랜드 ‘퍼시스케어’의 해외 인증 및 영업 관련 업무 등을 맡은 바 있다. 이 외에도 그룹 계열사 등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퍼시스는 일룸과 시디즈의 성장으로 묵직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 빠진 국내 제조업체와 비교했을 때 재무적 안정성이 돋보인다는 분석이다.

지휘봉
어디로?

정홍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30일 “퍼시스의 내수 부문 실적이 안정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관계사인 일룸과 시디즈로 공급 규모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퍼시스의 순현금은 2014년 1120억원, 2015년 1210억원, 2016년 1391억원, 2017년 1575억원, 2018년 2013억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던 바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