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다단 ’퍼시스그룹 승계 작전 막전막후

깎고 다듬어 대물림 마침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퍼시스그룹의 승계 작업이 한창인 모양새다. 그 발판은 차츰 선명해지는 듯하다. 창업주의 퇴진으로 2세 경영은 시간 문제인 상황. 2세 승계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게 될까.
 

사무용 가구업체 퍼시스의 창업주 손동창 명예회장은 지난해 정기 임원 인사서 회장직을 내려놨다. 그는 임원인사서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손 명예회장은 지난 1983년 퍼시스의 모태인 한샘공업주식회사를 설립, 사무용 가구 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빈자리는 이종태 퍼시스 부회장의 회장 승진으로 채워졌다.

회장 퇴진
2세 전면

손 명예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며 ‘2세 경영’의 본격화가 점쳐졌다. 주인공은 손 명예회장의 장남 손태희 퍼시스 부사장이다. 퍼시스는 여느 그룹처럼 지주회사를 정점에 뒀다. 퍼시스그룹은 5개의 주요 계열사로 구성돼있다. 세부적으로 ▲퍼시스 ▲시디즈 ▲퍼시스홀딩스 ▲일룸 ▲바로스 등이다. 차례로 2개 상장사와 3개 비상장사다.

갈래는 두 개로 나뉜다. 손 명예회장은 지주사 ‘퍼시스홀딩스’를, 손 부사장은 그룹 핵심사 ‘일룸’을 기준으로 이하 계열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선 손 명예회장은 퍼시스홀딩스 최대주주다. 그는 80.51%의 지분을 쥐고 있다. 나머지는 자기주식과 손 부사장으로 채워져 있다.

퍼시스홀딩스는 퍼시스의 지분 32.17%를 소유하고 있다. 주주들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이다. 퍼시스홀딩스와 손 명예회장(16.70%) 등 특수관계인들의 지분 합은 절반이 넘는다. 종합해보면 ‘손 명예회장→퍼시스홀딩스→퍼시스’의 구조다.


손 부사장은 일룸 지분 29.11%를 갖고 있다. 손 명예회장의 장녀 손희령씨에게도 9.60%의 지분이 있다. 지분의 나머지는 의결권이 없는 일룸의 자기주식이다. 
일룸은 ‘시디즈’의 최대주주(40.58%)다. 또 ‘바로스’의 최대주주(55.00%)이기도 하다. ‘손 부사장→일룸→시디즈·바로스’의 형태다.

퍼시스그룹의 구조가 애초부터 두 갈래로 나뉜 것은 아니다. 그룹은 다소 복잡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을 밟았다.

사무 가구업체 2세 경영 본격화
회장 부자 두 축으로 그룹 지배

과거 퍼시스그룹의 정점에는 ‘시디즈’가 있었다. 당시 손 명예회장은 시디즈를 꼭대기에 두고 그룹을 이끌었다. 하지만 2016년 시디즈는 일룸 지분 45.84%를 이익 소각(기업이 이익잉여금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해 일정 기간 내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것)했다. 절반에 가까운 지분이 소각되면서 손 부사장은 29.11%로 일룸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듬해인 2017년 시디즈는 ‘팀스’의 지분(40.58%)을 일룸에 모두 매각했다. 시디즈는 지난해 주 종목인 의자사업을 팀스에 팔았고, 사명을 퍼시스홀딩스로 교체해 지주사 역할을 맡았다. 팀스는 간판을 시디즈로 변경했다.
 

지난해 일룸은 퍼시스그룹 물류·시공 회사 바로스 지분 55%를 매수했다. 지분 취득 배경은 이렇다. 바로스는 손 명예회장이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였다. 손 명예회장은 이를 손 부사장에게 증여했고, 손 부사장은 해당 지분 가운데 55%를 일룸에 매각한 것이다.

손 명예회장과 손 부사장의 두 갈래 가운데 주축은 손 부사장 쪽이다. 손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룸은 퍼시스그룹의 ‘캐시카우’로 꼽힌다. 일룸은 국내서 브랜드 인지도가 꽤 높은 가정용 가구업체다. 회사는 지난 5년간 그야말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일룸의 지난 2014∼2018년 매출은 994억원서 1315억원, 1555억원, 1923억원을 지나 2224억원에 등극하는 등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다. 영업이익도 만만치 않다. 같은 기간 일룸은 453억원을 시작으로 607억원, 719억원, 864억원, 1028억원 등의 이익을 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5년 전에 비해 100% 이상씩 오른 셈이다.

지분 처분
구조 구축

의자가구 제조업체 시디즈의 성장세도 매섭다. 시디즈는 최근 3년간 99억원, 12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다가 지난해 140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동기간 4억원, 2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1000억 매출’을 기록한 지난해 43억원의 이익을 냈다.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시디즈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46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55% 상승했다.

손 명예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퍼시스홀딩스는 퍼시스 지분을 꾸준히 매입했다. 지난해 5월 기준 퍼시스홀딩스의 퍼시스 지분은 30.77%였다. 이후 퍼시스홀딩스는 차츰 퍼시스 지분을 늘려가기 시작, 현재 32.17%까지 확대됐다.
 

퍼시스홀딩스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모두 11만1671주를 사들였다. 세부적으로 ▲2018년 5월 8898주 ▲6월 1만471주 ▲7월 1만5132주 ▲8월 1만1637주 ▲ 9월 1만4463주 ▲10월 1만5765주 ▲11월 3만2878주 ▲12월 2427주 등이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퍼시스홀딩스는 지난 1월부터 이번 달까지 모두 5만820주를 확보했다. ▲1월 6565주 ▲2월 3457주 ▲3월 1972주 ▲7월 624주 ▲8월 4005주 ▲9월 4510주 ▲10월 1만3687주 ▲11월 8000주 ▲12월 8000주 등이다.

지분 매입
승계 위해?

일각에선 이를 두고 손 명예회장의 승계 작업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고 해석한다. 손 명예회장은 퍼시스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손 명예회장→퍼시스홀딩스→퍼시스’ 구조의 가장 상부에 위치해 있다. 퍼시스홀딩스의 퍼시스 지분 매입으로 퍼시스에 대한 손 명예회장의 장악력도 높아지게 된다.

반면 해당 영역서 손 부사장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손 부사장의 퍼시스홀딩스 지분은 채 1%가 되지 않는다. 결국 손 명예회장이 지주사 지분을 손 부사장에게 증여할 경우, 경영권 승계가 안정적으로 이양될 공산이 크다.

또 ‘손 부사장→일룸→시디즈·바로스’의 구조가 형성돼있는 만큼 손 부사장이 손 명예회장의 갈래만 이어 받는다면, 안정적으로 승계 작업을 매듭지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계열사 지분 처분 등을 통한 지배구조 변경으로 뒷말이 계속되고 있다.
 

▲ 퍼시스 공장

퍼시스는 그룹 핵심사 일룸 등과 마찬가지로 ‘호실적’을 내고 있다. 최근 3년간 퍼시스의 매출액은 2316억원, 2894억원, 3156억원 등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영업이익도 168억원, 230억원, 277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31억원, 220억원에서 455억원으로 크게 개선됐다.


올해 실적은 관망세다. 퍼시스의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207억원, 15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각각 4.9%, 25.7% 감소한 수치다. 누적 분기 순이익의 경우 275억원으로 1.6% 소폭 줄었다.

꾸준한 지분 매입 승계 위한 포석?
문어발 구조 개편…무게는 장남에게 

손 부사장이 2세 경영의 막을 열면서 향후 경영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손 부사장은 그룹 사업 가운데 미래 먹거리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손 부사장은 사업 관련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의 관심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게 되면서 업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퍼시스는 디지털 기반 운송 스타트업 ‘로지스팟’과 계약했다. 로지스팟은 자체 개발한 운송 플랫폼 기반 B2B 통합운송관리 서비스를 제공, 200개 이상의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기존 물류업체에서 담당하던 사업 부문을 스타트업에 넘긴 셈이다.

퍼시스는 아파트 리모델링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에 투자했다. 퍼시스그룹은 아파트멘터리와 전략적 투자 이후 첫 공동 프로젝트를 실제로 선보였다. 이들은 대규모 신규 입주를 앞둔 아파트의 실제 평형 모델을 쇼룸으로 재현했다. 스타트업과의 사업 구상은 손 부사장이 직접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부사장은 지난 2010년 퍼시스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약 6년 만에 퍼시스 정기인사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손 부사장은 병원 시스템 가구 브랜드 ‘퍼시스케어’의 해외 인증 및 영업 관련 업무 등을 맡은 바 있다. 이 외에도 그룹 계열사 등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퍼시스는 일룸과 시디즈의 성장으로 묵직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 빠진 국내 제조업체와 비교했을 때 재무적 안정성이 돋보인다는 분석이다.

지휘봉
어디로?

정홍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30일 “퍼시스의 내수 부문 실적이 안정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관계사인 일룸과 시디즈로 공급 규모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퍼시스의 순현금은 2014년 1120억원, 2015년 1210억원, 2016년 1391억원, 2017년 1575억원, 2018년 2013억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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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