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배고파서…’ 현대판 장발장 후일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2.23 11:05:21
  • 호수 12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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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밥을 굶다니요”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생계 곤란을 겪던 인천의 한 부자(父子)가 마트서 우유를 훔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이 부자는 최근 빵과 우유에 손을 댔는데 마트 대표는 처벌을 원치 않았다.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은 부자에게 국밥을 사주고, 익명의 시민이 후원금을 전달하는 등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일요시사>가 생활고로 인해 범행을 저질렀던 ‘현대판 장발장’ 사건에 대해 알아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인천서 ‘현대판 장발장’ 사건에 국밥을 사준 경찰이 한 말이다. 경기 침체가 악화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줄지 않고 있다. 

배고픔 
못 이겨서…

인천의 한 마트서 부자가 식료품을 훔치다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3일 인천 중부 경찰서에 따르면 10일 오후 4시경 A(34)씨와 아들 B(12)군이 인천시 중구 소재의 한 마트서 우유와 사과 4개 등 1만원가량의 식료품을 훔치다가 마트 직원에게 적발됐다.

마트 대표가 경찰에 신고하자, A씨는 몸을 떨고 땀을 흘리며 용서해달라고 사정했다. 그는 “너무 배고픈 나머지 해선 안 될 일을 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A씨는 당뇨와 갑상선 질환 등 지병이 악화돼 택시기사를 그만두고 임대주택서 6개월간 요양을 하고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을 버티지 못하고 배고픔을 참지 못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마트에 도착한 경찰은 마트 대표가 처벌을 원치 않자, 이들 부자를 훈방 조치하기로 하고 가까운 식당으로 데려가 국밥을 사줬다. 또 경찰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은 지역 행정복지센터는 A씨에게 일자리를 소개해주기로 하고 B군에게 무료급식 카드까지 지원했다. 


사건 당일 한 60대 사업가는 경찰이 부자에게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데려간 식당을 쫓아가 A씨에게 봉투를 건네고 곧장 자리를 떠났다. B군이 돈봉투를 들고 뒤따라갔으나 그는 “그냥 가져가라”며 돌려받지 않고 사라졌다. 이후 경찰은 수소문 끝에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이 사업가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또 한 여성은 사과 한 상자를 산 뒤 A씨에게 전달해달라며 마트에 두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장발장 부자를 “돕고 싶다”며 방법을 묻는 전화도 이어졌다. 계좌로 돈을 보내며 생필품을 대신 전해달라는 부탁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갑상선 등 지병 악화돼 휴직
현금 20만원·사과 한상자 등 후원

SNS(사회망관계서비스)와 온라인 커뮤니티서도 해당 마트가 어딘지 알려달라는 글과 마트를 통해 후원하겠다는 글도 올라왔다. 아버지는 많은 이들의 후원에 대해 “누구보다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홀어머니와 두 아들의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이라며 “지병으로 하던 일을 못 하게 된 상황서 아들이 배고픔을 호소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 주변의 도움을 받게 된 만큼 건강을 되찾고 일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1월19월 강남서도 노인이 배가 고파서 물건을 훔치다 적발된 적이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당일 강남구 한 편의점으로부터, 80대 할머니가 음료수를 훔쳐 갔다는 신고를 받았다.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파출소 경찰관에게 체포된 할머니는 강남경찰서로 넘겨 조사를 받았다.
 

당시 이 사건을 맡게 된 경찰은 전과도 없는 80대 노인이 우유와 주스 등 2500원어치를 훔쳐 절도 혐의로 입건되자, 그 속사정에 대해 알기 위해 노인의 형편에 대해 파악했다. 확인 결과 할머니는 고등학생 손자와 반지하서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 출석한 할머니는 “먹을 것이 없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 경찰은 팀장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논의를 가진 후 3일 뒤 동료 형사 3명 등이 노인이 사는 지역 주민센터에 찾아가 도울 방법을 물색했다. 주민센터 직원은 “할머니 아들이 대리운전 일을 하고 있어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아들과 떨어져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활고로 
슬쩍∼

형사들은 주민센터 직원들에게 할머니의 사정을 설명한 뒤 “손자의 학비와 생활용품이 부족하지 않은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설득했다. 이에 대해 직원은 “학비와 생활용품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할머니가 굶으시는 일이 없게끔 구호물품 등이 전달되도록 조치하고 관심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0월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광주 북부 경찰서는 최근 광주 북구 용봉동 고시텔에 사는 A(35)씨를 절도 혐의로 검거한 뒤 병원에 입원시켰다. C씨는 10월18일 오전 2시20분경 자신이 사는 고시텔을 나와 인근 마트 출입문을 부순 뒤 빵 20여개, 냉동 피자 2판, 짜장 컵라면 5개 등을 훔친 혐의를 받았다.

고시텔에 돌아와 훔친 빵과 컵라면을 먹던 C씨는 곧바로 경찰에 검거됐던 그는 경찰에 출석해 “배고파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A씨는 좁은 고시텔서 누워 주린 배를 움켜잡고 열흘을 버텼다. 배고픔 때문에 양심과 죄책감을 내려놓은 그는 마트 출입문에 소화기를 던져 깬 뒤 음식들을 훔쳐 허기진 배를 채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산업용 기계의 유효기간을 체크하는 일을 해오던 C씨는 넘어지는 사고를 당해 지난해 말 퇴사했다. 허리 부상으로 장애 6급 판정을 받아 더는 일을 할 수가 없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C씨에겐 가족이 없어 도움을 청할 곳도 없었다. 돈이 다 떨어지자 카드 대출로 생활을 이어갔고,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되자 고시텔 안에 누워서 굶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시텔 월세도 4개월이나 밀렸다. 고시텔에 살아 주소지를 증명할 수 없던 그는 기초생활 수급자 자격대상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조사를 하던 중 형사가 “왜 뭐든 해보려 하지 않았냐”고 묻자 그는 “아무 희망이 없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끼니 굶고
취업 준비

경찰은 상담을 거쳐 C씨가 자살 고위험군이라고 판단해 병원에 입원시켜 우선 정신적 회복을 하도록 돕기로 했다. 또 병원서 퇴원하면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주거지 마련과 구직활동 등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 경기 고양시 일산에 한 편의점서 취업준비생이 삼각김밥, 조각 케이크 등 4500원어치를 훔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취업준비생은 같은 편의점서 두 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준비생은 경찰 조사 과정서 “취업 면접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돈이 없어 며칠 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다”며 “배가 고파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물건에 손을 대게 됐다”고 진술했다. 

딱한 사정을 접한 일산서부경찰서 강력2팀의 한 경사는 “아무리 힘들어도 범죄는 안 된다. 정직하게 살라는 의미로 빌려주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취업준비생에게 2만원을 건넸다. 해당 편의점 업주도 “처벌을 원하지 않으며 선처해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이 벌어진 한 달 후 취업준비생은 일산서부경찰서를 다시 찾았다. 일자리를 구해 첫 월급을 받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지만 취업준비생 외근 중이던 담당 경사를 만나지 못했다. 담당 경사는 전화 통화로 “마음만 받겠다”는 뜻을 전했다. 집에 돌아간 취업준비생은 일산서부경찰서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취준생 편의점서 삼각김밥 훔쳐
이후 2만원 빌려준 경찰 찾아와

취업준비생은 “일주일 넘게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했던 저는 그만 부끄러운 범죄를 저질렀다. 담당 형사님께서 ‘아무리 힘들어도 범죄는 안 된다’는 깊은 뉘우침을 느끼게 해줬다”며 “취조가 끝나고 딱히 벌이가 없던 저에게 정직하게 살라는 의미로 빌려주는 거라며 2만원을 주셨고, 그 돈을 꼭 갚기 위해 한 달간 열심히 일했다”고 게시했다. 경미 범죄심사제도는 경찰이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 피해자 사정을 고려해서 처벌을 감경하거나 선처하는 제도를 말한다. 

경미 범죄심사제도의 심사 건수가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지난 5월2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418건에 불과했던 서울 지역 경미범죄 심사 건수는 지난해 1699건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심사 대상 중 94.5%인 1608건에 대해 처분 감경이 이뤄졌고 91건만 원처분을 유지했다. 경미범죄심사위는 심사 대상으로 정해진 피의자들이 자신의 범죄를 소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원들이 감경 여부를 결정한다. 불가피한 상황이나 안타까운 상황서 발생한 가벼운 범죄에 대해 심사를 거쳐 최초 형사처분을 감경해준다.

심사를 통해 정상 참작을 받은 피의자는 형사 입건되지 않고 즉결심판으로 넘어가거나 훈방 조치된다.  


경미범죄 심사 건수가 늘어난 것은 우선 제도 자체가 활성화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양극화 심화로 경제 형편이 어려워진 고령자와 사회 취약계층이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가 늘어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계형 범죄
점점 늘어나

통계청이 2월 발표한 ‘2018년 4·4분기 가계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위(하위 20%)서 가구주가 70세 이상인 가구 비중은 2017년 4·4분기 37%서 지난해 같은 기간 42%로 늘었다. 빈곤에 시달리는 고령자들이 ‘먹고살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동사무소 사회복지사를 활용하거나 이웃을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지자체에 알려주는 체계를 마련하는 등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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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