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X 101> 조작 사태의 전말

룸살롱서 결정된 ‘조작돌’

[일요시사 연예팀] 함상범 기자 = 케이블채널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제작진이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였다. ‘국민 프로듀서’라는 타이틀로 팬들이 직접 아이돌을 키운다는 테마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시즌1을 제외하고 세 번의 시리즈의 최종 순위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슈퍼스타K> 시리즈를 발판으로 오디션 열풍을 일으키며 오디션 명가로 추앙받은 Mnet의 이른바 ‘<프로듀스 101> 사태’는 가수가 되고 싶었던 어린 연습생들의 꿈을 이용해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에 급급했던 Mnet의 추악함만 드러냈다.

 

▲ 사진제공=스윙엔터테인먼트

Mnet <프로듀스> 시리즈는 2016년 처음 시작해 올해까지 네 번의 시즌을 치렀다. <프로듀스 101>의 I.O.I(이하 아이오아이), 2017년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통해 워너원, 2018년 <프로듀스 48>을 통해 아이즈원, 그리고 올해 <프로듀스 X 101>을 통해 엑스원이 결성됐다.

아이오아이를 비롯해 워너원, 아이즈원까지 승승장구를 이룬 <프로듀스> 시리즈는 대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화제의 프로그램으로 우뚝 섰고, 이를 통해 데뷔한 가수들은 엄청난 인기 아이돌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지난 7월 <프로듀스 X 101>의 마지막 방송 당시 20명의 연습생의 득표수가 일관된 패턴을 보인 점 등이 드러나며, 팬들은 이에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로또에 여러 번 당첨되는 것보다도 훨씬 적은 확률의 득표율과 특정한 배수가 드러나는 득표수 등 팬들은 비교적 뚜렷한 근거를 갖고 조작을 의심했다.

그런데도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당당한 태도를 보인 Mnet과 제작진은 원본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팬들의 요구에 ‘순위에는 변동 없다’는 근거 없는 해명만 내놓으며, 기만적인 태도를 이어갔다. 그러자 일부 시청자를 중심으로 진상규명위원회가 결성되고 제작진을 고발하는 등 강경한 대응이 이어졌다.

술로 결성?


Mnet의 조작 의혹이 ‘뜨거운 감자’로 가요계를 강타하고 있는 중에도 CJ ENM은 엑스원 데뷔를 강행했다. 조작 의혹이 걷히지 않는 상황에서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던진 강수였다. 이 수는 역풍으로 돌아왔다. 투명성과 공정성 면에서 신뢰가 깨진 것은 물론 팬들로부터 ‘조작돌’이라고 불리는 등 지지를 얻지 못한 엑스원은 워너원보다 파급력 면에서 현저히 부족했다.

논란이 더욱 거세지자 엑스원은 ‘개점휴업’에 돌입했다. 방송과 광고, 행사 어디서도 이들을 불러주지 않았다.

약 3개월 동안 반성 없는 태도로 묵묵부답만 이어가던 안 PD와 김 CP는 CJ ENM과 팬들로부터 고소 및 고발을 당한 것과 관련해 지난달 6일,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됐다.

심사를 진행한 명재권 부장판사는 사안의 중대성과 함께 두 사람의 범죄사실이 소명된다는 이유로 구속 판단을 내렸다. 지난 3일엔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영림)는 프로듀스 시리즈를 담당했던 안준영 PD와 김용범 CP를 업무방해와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와 더불어 보조 PD 이씨는 안 PD 등과 같은 혐의로, 기획사 임직원 5명은 배임수증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연예기획사 4곳 중 3곳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울림엔터테인먼트, 에잇디크리에이티브다. 이들 중 에잇디크리에이티브 측만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안 PD와 김 CP, 두 사람의 범죄 행위는 워너원과 아이즈원, 엑스원으로 넘어오는 과정서 더욱 대담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워너원서 데뷔조 11명에 포함되지 않은 한 연습생 A와 데뷔조에 포함된 연습생 B를 교체했다. 워너원서 ‘조작의 맛’을 본 두 사람은 시즌3와 시즌4에선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멤버 전원과 함께 순위까지 결정했다.

‘국민픽’ 아닌 ‘밀실픽’
수사확대 윗선 정조준


<프로듀스> 시리즈는 영세한 기획사나 해당 연습생들에게 ‘개천서 용날 수 있다’는 절호의 기회로 보였다. 대중도 자신이 아이돌을 만든다는 것과 함께 실력만으로 평가되는 시스템에 열광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힘 있는 연예기획사 관계자들과 술을 마시며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사람들의 꿈을 이용해 자신들의 배를 채운 추악한 민낯이 철저히 벗겨진 셈이다.

가요계에 따르면 안 PD는 각 소속사로부터 수천만원대의 향응을 받았다. 안 PD에게 향응을 제공한 인물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김모 대표와 김모 부사장, 울림엔터테인먼트 직원 이모씨, 에잇디크리에이트브 소속이었던 류모씨로 알려졌으며, 남은 한 명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들은 안 PD에게 유흥주점 등에서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5000만원의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관계자들끼리 밀실서 모두 결정됐다고 해서 ‘밀실픽’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이들 소속사는 데뷔조 멤버의 활동비 중 일부를 안 PD에게 보상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CJ ENM이 엑스원 멤버들의 활동비로 지급한 금액 중 일부를 다시 안 PD에게 지급했다는 게 요지다.

한 가요 관계자는 “엑스원이 두 달 동안 활동한 활동비가 각 멤버마다 3억원으로 책정돼 각 소속사로 전달됐다. 이 중 약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안 PD에게 준 것으로 알고 있다. 모든 소속사는 아니고 약 5곳으로 알고 있다. 계약기간 내내 활동비의 20%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들었다”며 “한 멤버당 6000만원이라고 치면 안 PD는 두 달 만에 3억원을 번 셈”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CJ ENM 관계자는 “CJ ENM은 소속사에 3억원씩 지급한 바 없고 활동비라는 것 자체가 없다”고 해명했다.

오디션 이면

조작 여부가 드러나자 경찰은 안 PD와 김 CP에 이어 윗선인 CJ ENM 부사장이자 Mnet의 신형관 대표를 정조준했다. MBC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신 대표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가요계에선 안 PD와 김 CP에게 지시한 인물로 신형관 부사장이 거론됐다. Mnet의 개국공신으로 평가받는 신 부사장은 콘텐츠 부문장 등을 거쳐 지난해 그룹 내 2인자급인 CJ ENM 음악콘텐츠 부문장으로 승진한 만큼 내부서 권력이 막강한 고위층이며, 최근 각종 조작 의혹이 불거진 <프로듀스> 시리즈와 <아이돌 학교> 등 오디션 프로그램의 총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신 부사장의 혐의를 더 들여다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지만 제작진과 수시로 소통해온 신 부사장이 순위 조작에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한 자료들을 분석한 뒤 혐의점이 확인되면 신 부사장을 소환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프로듀스 101> 시즌1과 시즌2를 연출한 YG엔터테인먼트 한동철 PD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2016년 <프로듀스> 시리즈를 처음으로 기획한 한 PD는 당시 Mnet 국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한 PD가 맡았던 워너원 역시 조작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경찰이 한 PD까지 수사할지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프로듀스>와 관련된 거물급 인사는 한동철 PD와 신형관 부사장이다. 한 PD 이후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해 신형관 부사장이 깊숙히 개입됐을 것”이라며 “안 PD와 김 CP가 단독으로 이 정도의 범행을 저지르기는 어렵다고 봤을 때 윗선서 분명한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이즈원 엑스원 활동은?

워너원, 아이즈원, 엑스원 등 <프로듀스> 시리즈로 결성된 그룹들은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멤버들이 각자 다른 기획사에 속해 있어 오랜 기간 활동할 수 없다.

아이오아이, 워너원은 이미 활동이 끝났고, 아이즈원은 1년6개월, 엑스원은 4년6개월 정도 계약 기간이 남았다.

출발부터 삐끗한 엑스원은 물론 11월 첫 번째 정규앨범으로 복귀하려 했던 아이즈원 역시 활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방송 및 행사는 물론 연말 가요 시상식서도 배제됐다.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자 Mnet은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다.

Mnet은 소속사 및 관계자들과 협의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보상안과 쇄신대책 및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향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아이즈원과 엑스원이 해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멤버들이 조작 정황에 가담했는지 얼마나 인지하고 있었는지가 밝혀지지 않았으며, 뒤섞인 거짓말로 탄생한 그룹이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수순이 아니냐는 의견이 팽배하다.

한 가요 관계자는 “멤버들의 잘못이 있든 없든 간에 이미 신뢰가 바닥을 친 상황서 이들의 활동은 2차피해만 일으킬 수 있다. 팬들이 아무리 지지한다고 해도 더 큰 상처만 남길 수 있다. 향후 행보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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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