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X 101> 조작 사태의 전말

룸살롱서 결정된 ‘조작돌’

[일요시사 연예팀] 함상범 기자 = 케이블채널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제작진이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였다. ‘국민 프로듀서’라는 타이틀로 팬들이 직접 아이돌을 키운다는 테마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시즌1을 제외하고 세 번의 시리즈의 최종 순위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슈퍼스타K> 시리즈를 발판으로 오디션 열풍을 일으키며 오디션 명가로 추앙받은 Mnet의 이른바 ‘<프로듀스 101> 사태’는 가수가 되고 싶었던 어린 연습생들의 꿈을 이용해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에 급급했던 Mnet의 추악함만 드러냈다.

 

▲ 사진제공=스윙엔터테인먼트

Mnet <프로듀스> 시리즈는 2016년 처음 시작해 올해까지 네 번의 시즌을 치렀다. <프로듀스 101>의 I.O.I(이하 아이오아이), 2017년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통해 워너원, 2018년 <프로듀스 48>을 통해 아이즈원, 그리고 올해 <프로듀스 X 101>을 통해 엑스원이 결성됐다.

아이오아이를 비롯해 워너원, 아이즈원까지 승승장구를 이룬 <프로듀스> 시리즈는 대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화제의 프로그램으로 우뚝 섰고, 이를 통해 데뷔한 가수들은 엄청난 인기 아이돌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지난 7월 <프로듀스 X 101>의 마지막 방송 당시 20명의 연습생의 득표수가 일관된 패턴을 보인 점 등이 드러나며, 팬들은 이에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로또에 여러 번 당첨되는 것보다도 훨씬 적은 확률의 득표율과 특정한 배수가 드러나는 득표수 등 팬들은 비교적 뚜렷한 근거를 갖고 조작을 의심했다.

그런데도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당당한 태도를 보인 Mnet과 제작진은 원본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팬들의 요구에 ‘순위에는 변동 없다’는 근거 없는 해명만 내놓으며, 기만적인 태도를 이어갔다. 그러자 일부 시청자를 중심으로 진상규명위원회가 결성되고 제작진을 고발하는 등 강경한 대응이 이어졌다.

술로 결성?


Mnet의 조작 의혹이 ‘뜨거운 감자’로 가요계를 강타하고 있는 중에도 CJ ENM은 엑스원 데뷔를 강행했다. 조작 의혹이 걷히지 않는 상황에서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던진 강수였다. 이 수는 역풍으로 돌아왔다. 투명성과 공정성 면에서 신뢰가 깨진 것은 물론 팬들로부터 ‘조작돌’이라고 불리는 등 지지를 얻지 못한 엑스원은 워너원보다 파급력 면에서 현저히 부족했다.

논란이 더욱 거세지자 엑스원은 ‘개점휴업’에 돌입했다. 방송과 광고, 행사 어디서도 이들을 불러주지 않았다.

약 3개월 동안 반성 없는 태도로 묵묵부답만 이어가던 안 PD와 김 CP는 CJ ENM과 팬들로부터 고소 및 고발을 당한 것과 관련해 지난달 6일,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됐다.

심사를 진행한 명재권 부장판사는 사안의 중대성과 함께 두 사람의 범죄사실이 소명된다는 이유로 구속 판단을 내렸다. 지난 3일엔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영림)는 프로듀스 시리즈를 담당했던 안준영 PD와 김용범 CP를 업무방해와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와 더불어 보조 PD 이씨는 안 PD 등과 같은 혐의로, 기획사 임직원 5명은 배임수증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연예기획사 4곳 중 3곳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울림엔터테인먼트, 에잇디크리에이티브다. 이들 중 에잇디크리에이티브 측만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안 PD와 김 CP, 두 사람의 범죄 행위는 워너원과 아이즈원, 엑스원으로 넘어오는 과정서 더욱 대담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워너원서 데뷔조 11명에 포함되지 않은 한 연습생 A와 데뷔조에 포함된 연습생 B를 교체했다. 워너원서 ‘조작의 맛’을 본 두 사람은 시즌3와 시즌4에선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멤버 전원과 함께 순위까지 결정했다.

‘국민픽’ 아닌 ‘밀실픽’
수사확대 윗선 정조준


<프로듀스> 시리즈는 영세한 기획사나 해당 연습생들에게 ‘개천서 용날 수 있다’는 절호의 기회로 보였다. 대중도 자신이 아이돌을 만든다는 것과 함께 실력만으로 평가되는 시스템에 열광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힘 있는 연예기획사 관계자들과 술을 마시며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사람들의 꿈을 이용해 자신들의 배를 채운 추악한 민낯이 철저히 벗겨진 셈이다.

가요계에 따르면 안 PD는 각 소속사로부터 수천만원대의 향응을 받았다. 안 PD에게 향응을 제공한 인물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김모 대표와 김모 부사장, 울림엔터테인먼트 직원 이모씨, 에잇디크리에이트브 소속이었던 류모씨로 알려졌으며, 남은 한 명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들은 안 PD에게 유흥주점 등에서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5000만원의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관계자들끼리 밀실서 모두 결정됐다고 해서 ‘밀실픽’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이들 소속사는 데뷔조 멤버의 활동비 중 일부를 안 PD에게 보상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CJ ENM이 엑스원 멤버들의 활동비로 지급한 금액 중 일부를 다시 안 PD에게 지급했다는 게 요지다.

한 가요 관계자는 “엑스원이 두 달 동안 활동한 활동비가 각 멤버마다 3억원으로 책정돼 각 소속사로 전달됐다. 이 중 약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안 PD에게 준 것으로 알고 있다. 모든 소속사는 아니고 약 5곳으로 알고 있다. 계약기간 내내 활동비의 20%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들었다”며 “한 멤버당 6000만원이라고 치면 안 PD는 두 달 만에 3억원을 번 셈”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CJ ENM 관계자는 “CJ ENM은 소속사에 3억원씩 지급한 바 없고 활동비라는 것 자체가 없다”고 해명했다.

오디션 이면

조작 여부가 드러나자 경찰은 안 PD와 김 CP에 이어 윗선인 CJ ENM 부사장이자 Mnet의 신형관 대표를 정조준했다. MBC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신 대표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가요계에선 안 PD와 김 CP에게 지시한 인물로 신형관 부사장이 거론됐다. Mnet의 개국공신으로 평가받는 신 부사장은 콘텐츠 부문장 등을 거쳐 지난해 그룹 내 2인자급인 CJ ENM 음악콘텐츠 부문장으로 승진한 만큼 내부서 권력이 막강한 고위층이며, 최근 각종 조작 의혹이 불거진 <프로듀스> 시리즈와 <아이돌 학교> 등 오디션 프로그램의 총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신 부사장의 혐의를 더 들여다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지만 제작진과 수시로 소통해온 신 부사장이 순위 조작에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한 자료들을 분석한 뒤 혐의점이 확인되면 신 부사장을 소환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프로듀스 101> 시즌1과 시즌2를 연출한 YG엔터테인먼트 한동철 PD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2016년 <프로듀스> 시리즈를 처음으로 기획한 한 PD는 당시 Mnet 국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한 PD가 맡았던 워너원 역시 조작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경찰이 한 PD까지 수사할지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프로듀스>와 관련된 거물급 인사는 한동철 PD와 신형관 부사장이다. 한 PD 이후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해 신형관 부사장이 깊숙히 개입됐을 것”이라며 “안 PD와 김 CP가 단독으로 이 정도의 범행을 저지르기는 어렵다고 봤을 때 윗선서 분명한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이즈원 엑스원 활동은?

워너원, 아이즈원, 엑스원 등 <프로듀스> 시리즈로 결성된 그룹들은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멤버들이 각자 다른 기획사에 속해 있어 오랜 기간 활동할 수 없다.

아이오아이, 워너원은 이미 활동이 끝났고, 아이즈원은 1년6개월, 엑스원은 4년6개월 정도 계약 기간이 남았다.

출발부터 삐끗한 엑스원은 물론 11월 첫 번째 정규앨범으로 복귀하려 했던 아이즈원 역시 활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방송 및 행사는 물론 연말 가요 시상식서도 배제됐다.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자 Mnet은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다.

Mnet은 소속사 및 관계자들과 협의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보상안과 쇄신대책 및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향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아이즈원과 엑스원이 해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멤버들이 조작 정황에 가담했는지 얼마나 인지하고 있었는지가 밝혀지지 않았으며, 뒤섞인 거짓말로 탄생한 그룹이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수순이 아니냐는 의견이 팽배하다.

한 가요 관계자는 “멤버들의 잘못이 있든 없든 간에 이미 신뢰가 바닥을 친 상황서 이들의 활동은 2차피해만 일으킬 수 있다. 팬들이 아무리 지지한다고 해도 더 큰 상처만 남길 수 있다. 향후 행보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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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끝났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갈렸다. 각 정당은 선거 결과에 따라 여당과 야당의 역할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선거를 치른 정치권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지방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대선 정국이 마무리됐다. 2022년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당했던 진보 진영은 3년 만에 다시 여당의 지위를 되찾았다. 보수 진영은 비상계엄과 탄핵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이 대통령 궐위로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당선인은 인수·인계 기간 없이 바로 임기에 돌입했다. 또 한 번 정권교체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6개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 지 60일 만에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9.4%,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2%,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였다. 지상파 3사(KBS·MBC·SBS)가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와 차이를 보였지만 당락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입소스·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서 본투표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325개 투표소의 투표자 8만14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0.8%포인트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는 이 대통령 51.7%, 김 후보 39.3%, 이 후보 7.7%였다. 출구조사와 비교해 이 대통령은 낮았고 김 후보와 이 후보는 더 득표했다. 이 대통령은 1728만7513표를 얻어 역대 대선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지만 과반 득표율에는 실패했다. 역대 대선에서 과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선관위가 지난 4일 오전 6시21분 이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하면서 이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시작됐다. 임기 개시와 동시에 국군 통수권을 비롯한 대통령의 모든 고유 권한이 이 대통령에게 자동 이양됐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 6월3일까지다.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탄핵, 대선까지 숨 가쁜 6개월을 보낸 정치권은 대선 후폭풍에 직면했다. 문재인정부 이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민주당은 3년 만에 여당으로 복귀했다. 민주당 단독으로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범진보 진영(192석)으로 보면 20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권’의 등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 이어 대선서도 패배하면서 존망의 갈림길에 섰다. 당장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졌고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범진보 진영과 비교해 107석이라는 ‘초라한’ 국회 의석수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차지한 이재명정부를 견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3년 만에 정권 탈환 국민의힘, 총선 이어 또 졌다 대선 후폭풍이 걷히면 정치권은 또다시 ‘선거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3일 지방선거가 예정돼있다. 채 1년이 남지 않은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았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윤석열정부 임기 중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윤정부서만 두 번의 지방선거가 열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정부에 대한 평가이자 대선 전초전 격이었을 선거가 이재명정부의 첫 대형 선거가 된 것이다. 이미 여당이 행정과 입법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서 지방 권력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이른바 ‘절대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가능성은 작지 않다. 대선 이후 몇 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서 여당이 진 적은 거의 없다. 바로 직전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게 대표적이다. 2022년 6월, 윤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열린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서울·인천 등 12곳에서 이겼다. 민주당은 경기·광주·전남·전북·제주 등 5곳에서만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국민의힘이 완승했다. 전국 226곳 중 145곳에서 이겼다.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 중 17곳에서 승리했다. 2018년 지방선거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에서 민주당이 이겼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열린 재보궐선거서도 7곳 중 5곳을 차지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과 제주을을 제외한 대구 수성을·경남 창원의창·경기 성남시 분당구갑·강원 원주갑·충남 보령·서천 등에 국민의힘 깃발이 꽂혔다. 지난 지방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네거티브가 난무했던 20대 대선 직후에 열리면서 당시 투표율은 50%를 간신히 넘는 낮은 수준이었다. 역대 지방선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낮은 수치였다. 새 정부 탄생과 거의 동시에 치러진 만큼 ‘허니문’ 성격이 강했던 점도 국민의힘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 민심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계엄·탄핵 보수 폭망 불과 3년 만에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대선 승리를 등에 업고 지방 권력까지 차지했던 국민의힘은 순식간에 야당으로 전락했고 민주당은 기세를 탄 상황이다. 이재명정부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승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한 호흡으로 같이 나가려면 기울어진 지방 권력 구도를 돌려놔야 한다는 취지다. 내년 6월3일 열릴 지방선거는 대선 이후 1년 뒤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전 허니문 선거와 비교해 기간이 긴 게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임기 초인 만큼 여당에 유리한 이슈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두고 진행 중인 재판이 1년 내내 사회를 달굴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14일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직을 상실하면서 불소추특권도 사라졌기에 혐의가 더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 심리 때부터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철저하게 부인해 왔다. 재판서도 같은 태도를 보여 1심 선고까지는 1년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취임사에서도 내란 종식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서 진행한 취임 선서에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안팎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내수 시장은 ‘폭망’ 상태에 접어들었고 외부에선 관세 등으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제 이슈는 선거판을 늘 좌지우지했다. 텃밭 빼고 다 뒤집혀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먹사니즘’이라는 표현으로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 회복을 첫손에 꼽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 투입을 예고했다. 취임 선서에서도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재명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 기업인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비상계엄 사태 극복과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워 민심을 다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야당이 된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은 ‘견제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의회 권력과 행정부를 장악한 이재명정부를 지방 권력으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은 2028년, 이 대통령의 임기 중반 이후에나 치러진다. ‘거대 야권’ 국면이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지속된다는 뜻이다. 그사이 판을 흔들만한 대형 선거가 없기에 보수 진영으로선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총선이 지방의회 상황에 영향을 받는 만큼 국회 의석 상황을 바꾸려면 지방선거 결과가 중요하다. 문제는 내부 상황이 지나치게 어지럽다는 점이다. 보수 진영서 배출한 대통령이 벌써 두 번째 파면됐고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국민에게 외면받았다. 보수 세력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총선 때부터 나왔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선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여준 윤 전 대통령 측 세력과 결별하는 과정서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혈전이 예상된다. 새 정부 1년 만에 맞대결 3년 전에는 여당이 압승 대선을 완주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의원은 비록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대선 기간 내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모두 처리하고 난 뒤에야 보수 진영은 지방선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선 과정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선거에 임하거나 지지층만 믿고 막무가내식 행보를 보이면 총선, 대선서 이어 지방선거까지 3연패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대선과 8대 지방선거, 이번 대선서 각 정당 후보가 얻은 표를 보면 보수 진영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지가 드러난다. 국민의힘 후보로 윤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이 대통령이 나선 20대 대선 당시 승부를 가른 건 ‘서울’이었다. 민주당은 선거를 치르면서 서울서 진 적이 많지 않았는데 2022년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로 민심을 까먹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50.6%, 이 대통령은 45.7%를 받았다. 표수로는 31만표 차이였다.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전체 표 차인 24만7000표(0.73%p 차이)보다 컸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을 필두로 강원·대전·충청·TK(대구·경북)·PK(부산·경남)·울산서 승리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방선거 때에는 대선서 패했던 인천과 세종에서도 국민의힘이 이겼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이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무려 20%p 차이로 이겼다. 대선서 45.6%(윤 전 대통령) 대 50.9%(이 대통령)로 5.3%p 차이가 났던 경기도조차 48.9%(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대 49.1%(민주당 김동연 후보)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그로부터 3년 뒤 이번 대선서 국민의힘은 강원·TK·PK·울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서 졌다. 지역별로 보면 6곳에서만 김 후보가 이 대통령에 앞섰다. 국민의힘 텃밭이라고 불릴만한 지역과 보수세가 강한 지역서 선전했을 뿐 수도권과 표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충청권서 모조리 패배했다. 여러 차례 대통령을 배출한 전국 정당이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순간이다. 안정론? 견제론? 발 빠른 인사들은 벌써부터 지방선거를 정조준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대선 패배 연설서 “저희가 잘했던 것과 못했던 것을 잘 분석해 정확히 1년 뒤 다가올 지방선거서 개혁신당이 한 단계 약진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어느 정도 승부가 예측됐던 이번 대선과 달리 내년 지방선거가 진짜 대결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 ‘동시에 진행될까?’ 이재명정부는 개헌을 할 수 있을까? 대선일로부터 꼭 1년 뒤인 내년 6월3일 열리는 9대 지방선거서 개헌 이슈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첫 대형 선거인 만큼 이날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의견은 대선 기간 내내 나왔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지난 4월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로 제7공화국의 문을 열자”며 “대선후보들은 개헌을 약속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정 회장은 “느닷없는 계엄령이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며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는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결정적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87체제’ 종말 초읽기? 그러면서 “개헌 시점은 늦더라도 2026년 6월이어야 한다”며 “이번 대선 이후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협력 아래 정부가 지원하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칠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대선후보 당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무총리 국회 추천 등을 골자로 한 개헌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