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X 101> 조작 사태의 전말

룸살롱서 결정된 ‘조작돌’

[일요시사 연예팀] 함상범 기자 = 케이블채널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제작진이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였다. ‘국민 프로듀서’라는 타이틀로 팬들이 직접 아이돌을 키운다는 테마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시즌1을 제외하고 세 번의 시리즈의 최종 순위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슈퍼스타K> 시리즈를 발판으로 오디션 열풍을 일으키며 오디션 명가로 추앙받은 Mnet의 이른바 ‘<프로듀스 101> 사태’는 가수가 되고 싶었던 어린 연습생들의 꿈을 이용해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에 급급했던 Mnet의 추악함만 드러냈다.

 

▲ 사진제공=스윙엔터테인먼트

Mnet <프로듀스> 시리즈는 2016년 처음 시작해 올해까지 네 번의 시즌을 치렀다. <프로듀스 101>의 I.O.I(이하 아이오아이), 2017년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통해 워너원, 2018년 <프로듀스 48>을 통해 아이즈원, 그리고 올해 <프로듀스 X 101>을 통해 엑스원이 결성됐다.

아이오아이를 비롯해 워너원, 아이즈원까지 승승장구를 이룬 <프로듀스> 시리즈는 대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화제의 프로그램으로 우뚝 섰고, 이를 통해 데뷔한 가수들은 엄청난 인기 아이돌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지난 7월 <프로듀스 X 101>의 마지막 방송 당시 20명의 연습생의 득표수가 일관된 패턴을 보인 점 등이 드러나며, 팬들은 이에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로또에 여러 번 당첨되는 것보다도 훨씬 적은 확률의 득표율과 특정한 배수가 드러나는 득표수 등 팬들은 비교적 뚜렷한 근거를 갖고 조작을 의심했다.

그런데도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당당한 태도를 보인 Mnet과 제작진은 원본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팬들의 요구에 ‘순위에는 변동 없다’는 근거 없는 해명만 내놓으며, 기만적인 태도를 이어갔다. 그러자 일부 시청자를 중심으로 진상규명위원회가 결성되고 제작진을 고발하는 등 강경한 대응이 이어졌다.

술로 결성?


Mnet의 조작 의혹이 ‘뜨거운 감자’로 가요계를 강타하고 있는 중에도 CJ ENM은 엑스원 데뷔를 강행했다. 조작 의혹이 걷히지 않는 상황에서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던진 강수였다. 이 수는 역풍으로 돌아왔다. 투명성과 공정성 면에서 신뢰가 깨진 것은 물론 팬들로부터 ‘조작돌’이라고 불리는 등 지지를 얻지 못한 엑스원은 워너원보다 파급력 면에서 현저히 부족했다.

논란이 더욱 거세지자 엑스원은 ‘개점휴업’에 돌입했다. 방송과 광고, 행사 어디서도 이들을 불러주지 않았다.

약 3개월 동안 반성 없는 태도로 묵묵부답만 이어가던 안 PD와 김 CP는 CJ ENM과 팬들로부터 고소 및 고발을 당한 것과 관련해 지난달 6일,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됐다.

심사를 진행한 명재권 부장판사는 사안의 중대성과 함께 두 사람의 범죄사실이 소명된다는 이유로 구속 판단을 내렸다. 지난 3일엔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영림)는 프로듀스 시리즈를 담당했던 안준영 PD와 김용범 CP를 업무방해와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와 더불어 보조 PD 이씨는 안 PD 등과 같은 혐의로, 기획사 임직원 5명은 배임수증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연예기획사 4곳 중 3곳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울림엔터테인먼트, 에잇디크리에이티브다. 이들 중 에잇디크리에이티브 측만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안 PD와 김 CP, 두 사람의 범죄 행위는 워너원과 아이즈원, 엑스원으로 넘어오는 과정서 더욱 대담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워너원서 데뷔조 11명에 포함되지 않은 한 연습생 A와 데뷔조에 포함된 연습생 B를 교체했다. 워너원서 ‘조작의 맛’을 본 두 사람은 시즌3와 시즌4에선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멤버 전원과 함께 순위까지 결정했다.

‘국민픽’ 아닌 ‘밀실픽’
수사확대 윗선 정조준


<프로듀스> 시리즈는 영세한 기획사나 해당 연습생들에게 ‘개천서 용날 수 있다’는 절호의 기회로 보였다. 대중도 자신이 아이돌을 만든다는 것과 함께 실력만으로 평가되는 시스템에 열광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힘 있는 연예기획사 관계자들과 술을 마시며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사람들의 꿈을 이용해 자신들의 배를 채운 추악한 민낯이 철저히 벗겨진 셈이다.

가요계에 따르면 안 PD는 각 소속사로부터 수천만원대의 향응을 받았다. 안 PD에게 향응을 제공한 인물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김모 대표와 김모 부사장, 울림엔터테인먼트 직원 이모씨, 에잇디크리에이트브 소속이었던 류모씨로 알려졌으며, 남은 한 명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들은 안 PD에게 유흥주점 등에서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5000만원의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관계자들끼리 밀실서 모두 결정됐다고 해서 ‘밀실픽’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이들 소속사는 데뷔조 멤버의 활동비 중 일부를 안 PD에게 보상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CJ ENM이 엑스원 멤버들의 활동비로 지급한 금액 중 일부를 다시 안 PD에게 지급했다는 게 요지다.

한 가요 관계자는 “엑스원이 두 달 동안 활동한 활동비가 각 멤버마다 3억원으로 책정돼 각 소속사로 전달됐다. 이 중 약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안 PD에게 준 것으로 알고 있다. 모든 소속사는 아니고 약 5곳으로 알고 있다. 계약기간 내내 활동비의 20%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들었다”며 “한 멤버당 6000만원이라고 치면 안 PD는 두 달 만에 3억원을 번 셈”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CJ ENM 관계자는 “CJ ENM은 소속사에 3억원씩 지급한 바 없고 활동비라는 것 자체가 없다”고 해명했다.

오디션 이면

조작 여부가 드러나자 경찰은 안 PD와 김 CP에 이어 윗선인 CJ ENM 부사장이자 Mnet의 신형관 대표를 정조준했다. MBC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신 대표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가요계에선 안 PD와 김 CP에게 지시한 인물로 신형관 부사장이 거론됐다. Mnet의 개국공신으로 평가받는 신 부사장은 콘텐츠 부문장 등을 거쳐 지난해 그룹 내 2인자급인 CJ ENM 음악콘텐츠 부문장으로 승진한 만큼 내부서 권력이 막강한 고위층이며, 최근 각종 조작 의혹이 불거진 <프로듀스> 시리즈와 <아이돌 학교> 등 오디션 프로그램의 총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신 부사장의 혐의를 더 들여다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지만 제작진과 수시로 소통해온 신 부사장이 순위 조작에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한 자료들을 분석한 뒤 혐의점이 확인되면 신 부사장을 소환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프로듀스 101> 시즌1과 시즌2를 연출한 YG엔터테인먼트 한동철 PD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2016년 <프로듀스> 시리즈를 처음으로 기획한 한 PD는 당시 Mnet 국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한 PD가 맡았던 워너원 역시 조작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경찰이 한 PD까지 수사할지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프로듀스>와 관련된 거물급 인사는 한동철 PD와 신형관 부사장이다. 한 PD 이후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해 신형관 부사장이 깊숙히 개입됐을 것”이라며 “안 PD와 김 CP가 단독으로 이 정도의 범행을 저지르기는 어렵다고 봤을 때 윗선서 분명한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이즈원 엑스원 활동은?

워너원, 아이즈원, 엑스원 등 <프로듀스> 시리즈로 결성된 그룹들은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멤버들이 각자 다른 기획사에 속해 있어 오랜 기간 활동할 수 없다.

아이오아이, 워너원은 이미 활동이 끝났고, 아이즈원은 1년6개월, 엑스원은 4년6개월 정도 계약 기간이 남았다.

출발부터 삐끗한 엑스원은 물론 11월 첫 번째 정규앨범으로 복귀하려 했던 아이즈원 역시 활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방송 및 행사는 물론 연말 가요 시상식서도 배제됐다.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자 Mnet은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다.

Mnet은 소속사 및 관계자들과 협의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보상안과 쇄신대책 및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향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아이즈원과 엑스원이 해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멤버들이 조작 정황에 가담했는지 얼마나 인지하고 있었는지가 밝혀지지 않았으며, 뒤섞인 거짓말로 탄생한 그룹이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수순이 아니냐는 의견이 팽배하다.

한 가요 관계자는 “멤버들의 잘못이 있든 없든 간에 이미 신뢰가 바닥을 친 상황서 이들의 활동은 2차피해만 일으킬 수 있다. 팬들이 아무리 지지한다고 해도 더 큰 상처만 남길 수 있다. 향후 행보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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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