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X 101> 조작 사태의 전말

룸살롱서 결정된 ‘조작돌’

[일요시사 연예팀] 함상범 기자 = 케이블채널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제작진이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였다. ‘국민 프로듀서’라는 타이틀로 팬들이 직접 아이돌을 키운다는 테마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시즌1을 제외하고 세 번의 시리즈의 최종 순위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슈퍼스타K> 시리즈를 발판으로 오디션 열풍을 일으키며 오디션 명가로 추앙받은 Mnet의 이른바 ‘<프로듀스 101> 사태’는 가수가 되고 싶었던 어린 연습생들의 꿈을 이용해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에 급급했던 Mnet의 추악함만 드러냈다.

 

▲ 사진제공=스윙엔터테인먼트

Mnet <프로듀스> 시리즈는 2016년 처음 시작해 올해까지 네 번의 시즌을 치렀다. <프로듀스 101>의 I.O.I(이하 아이오아이), 2017년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통해 워너원, 2018년 <프로듀스 48>을 통해 아이즈원, 그리고 올해 <프로듀스 X 101>을 통해 엑스원이 결성됐다.

아이오아이를 비롯해 워너원, 아이즈원까지 승승장구를 이룬 <프로듀스> 시리즈는 대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화제의 프로그램으로 우뚝 섰고, 이를 통해 데뷔한 가수들은 엄청난 인기 아이돌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지난 7월 <프로듀스 X 101>의 마지막 방송 당시 20명의 연습생의 득표수가 일관된 패턴을 보인 점 등이 드러나며, 팬들은 이에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로또에 여러 번 당첨되는 것보다도 훨씬 적은 확률의 득표율과 특정한 배수가 드러나는 득표수 등 팬들은 비교적 뚜렷한 근거를 갖고 조작을 의심했다.

그런데도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당당한 태도를 보인 Mnet과 제작진은 원본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팬들의 요구에 ‘순위에는 변동 없다’는 근거 없는 해명만 내놓으며, 기만적인 태도를 이어갔다. 그러자 일부 시청자를 중심으로 진상규명위원회가 결성되고 제작진을 고발하는 등 강경한 대응이 이어졌다.

술로 결성?


Mnet의 조작 의혹이 ‘뜨거운 감자’로 가요계를 강타하고 있는 중에도 CJ ENM은 엑스원 데뷔를 강행했다. 조작 의혹이 걷히지 않는 상황에서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던진 강수였다. 이 수는 역풍으로 돌아왔다. 투명성과 공정성 면에서 신뢰가 깨진 것은 물론 팬들로부터 ‘조작돌’이라고 불리는 등 지지를 얻지 못한 엑스원은 워너원보다 파급력 면에서 현저히 부족했다.

논란이 더욱 거세지자 엑스원은 ‘개점휴업’에 돌입했다. 방송과 광고, 행사 어디서도 이들을 불러주지 않았다.

약 3개월 동안 반성 없는 태도로 묵묵부답만 이어가던 안 PD와 김 CP는 CJ ENM과 팬들로부터 고소 및 고발을 당한 것과 관련해 지난달 6일,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됐다.

심사를 진행한 명재권 부장판사는 사안의 중대성과 함께 두 사람의 범죄사실이 소명된다는 이유로 구속 판단을 내렸다. 지난 3일엔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영림)는 프로듀스 시리즈를 담당했던 안준영 PD와 김용범 CP를 업무방해와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와 더불어 보조 PD 이씨는 안 PD 등과 같은 혐의로, 기획사 임직원 5명은 배임수증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연예기획사 4곳 중 3곳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울림엔터테인먼트, 에잇디크리에이티브다. 이들 중 에잇디크리에이티브 측만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안 PD와 김 CP, 두 사람의 범죄 행위는 워너원과 아이즈원, 엑스원으로 넘어오는 과정서 더욱 대담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워너원서 데뷔조 11명에 포함되지 않은 한 연습생 A와 데뷔조에 포함된 연습생 B를 교체했다. 워너원서 ‘조작의 맛’을 본 두 사람은 시즌3와 시즌4에선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멤버 전원과 함께 순위까지 결정했다.

‘국민픽’ 아닌 ‘밀실픽’
수사확대 윗선 정조준


<프로듀스> 시리즈는 영세한 기획사나 해당 연습생들에게 ‘개천서 용날 수 있다’는 절호의 기회로 보였다. 대중도 자신이 아이돌을 만든다는 것과 함께 실력만으로 평가되는 시스템에 열광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힘 있는 연예기획사 관계자들과 술을 마시며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사람들의 꿈을 이용해 자신들의 배를 채운 추악한 민낯이 철저히 벗겨진 셈이다.

가요계에 따르면 안 PD는 각 소속사로부터 수천만원대의 향응을 받았다. 안 PD에게 향응을 제공한 인물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김모 대표와 김모 부사장, 울림엔터테인먼트 직원 이모씨, 에잇디크리에이트브 소속이었던 류모씨로 알려졌으며, 남은 한 명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들은 안 PD에게 유흥주점 등에서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5000만원의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관계자들끼리 밀실서 모두 결정됐다고 해서 ‘밀실픽’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이들 소속사는 데뷔조 멤버의 활동비 중 일부를 안 PD에게 보상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CJ ENM이 엑스원 멤버들의 활동비로 지급한 금액 중 일부를 다시 안 PD에게 지급했다는 게 요지다.

한 가요 관계자는 “엑스원이 두 달 동안 활동한 활동비가 각 멤버마다 3억원으로 책정돼 각 소속사로 전달됐다. 이 중 약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안 PD에게 준 것으로 알고 있다. 모든 소속사는 아니고 약 5곳으로 알고 있다. 계약기간 내내 활동비의 20%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들었다”며 “한 멤버당 6000만원이라고 치면 안 PD는 두 달 만에 3억원을 번 셈”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CJ ENM 관계자는 “CJ ENM은 소속사에 3억원씩 지급한 바 없고 활동비라는 것 자체가 없다”고 해명했다.

오디션 이면

조작 여부가 드러나자 경찰은 안 PD와 김 CP에 이어 윗선인 CJ ENM 부사장이자 Mnet의 신형관 대표를 정조준했다. MBC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신 대표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가요계에선 안 PD와 김 CP에게 지시한 인물로 신형관 부사장이 거론됐다. Mnet의 개국공신으로 평가받는 신 부사장은 콘텐츠 부문장 등을 거쳐 지난해 그룹 내 2인자급인 CJ ENM 음악콘텐츠 부문장으로 승진한 만큼 내부서 권력이 막강한 고위층이며, 최근 각종 조작 의혹이 불거진 <프로듀스> 시리즈와 <아이돌 학교> 등 오디션 프로그램의 총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신 부사장의 혐의를 더 들여다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지만 제작진과 수시로 소통해온 신 부사장이 순위 조작에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한 자료들을 분석한 뒤 혐의점이 확인되면 신 부사장을 소환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프로듀스 101> 시즌1과 시즌2를 연출한 YG엔터테인먼트 한동철 PD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2016년 <프로듀스> 시리즈를 처음으로 기획한 한 PD는 당시 Mnet 국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한 PD가 맡았던 워너원 역시 조작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경찰이 한 PD까지 수사할지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프로듀스>와 관련된 거물급 인사는 한동철 PD와 신형관 부사장이다. 한 PD 이후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해 신형관 부사장이 깊숙히 개입됐을 것”이라며 “안 PD와 김 CP가 단독으로 이 정도의 범행을 저지르기는 어렵다고 봤을 때 윗선서 분명한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이즈원 엑스원 활동은?

워너원, 아이즈원, 엑스원 등 <프로듀스> 시리즈로 결성된 그룹들은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멤버들이 각자 다른 기획사에 속해 있어 오랜 기간 활동할 수 없다.

아이오아이, 워너원은 이미 활동이 끝났고, 아이즈원은 1년6개월, 엑스원은 4년6개월 정도 계약 기간이 남았다.

출발부터 삐끗한 엑스원은 물론 11월 첫 번째 정규앨범으로 복귀하려 했던 아이즈원 역시 활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방송 및 행사는 물론 연말 가요 시상식서도 배제됐다.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자 Mnet은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다.

Mnet은 소속사 및 관계자들과 협의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보상안과 쇄신대책 및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향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아이즈원과 엑스원이 해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멤버들이 조작 정황에 가담했는지 얼마나 인지하고 있었는지가 밝혀지지 않았으며, 뒤섞인 거짓말로 탄생한 그룹이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수순이 아니냐는 의견이 팽배하다.

한 가요 관계자는 “멤버들의 잘못이 있든 없든 간에 이미 신뢰가 바닥을 친 상황서 이들의 활동은 2차피해만 일으킬 수 있다. 팬들이 아무리 지지한다고 해도 더 큰 상처만 남길 수 있다. 향후 행보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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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