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X 101> 조작 사태의 전말

룸살롱서 결정된 ‘조작돌’

[일요시사 연예팀] 함상범 기자 = 케이블채널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제작진이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였다. ‘국민 프로듀서’라는 타이틀로 팬들이 직접 아이돌을 키운다는 테마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시즌1을 제외하고 세 번의 시리즈의 최종 순위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슈퍼스타K> 시리즈를 발판으로 오디션 열풍을 일으키며 오디션 명가로 추앙받은 Mnet의 이른바 ‘<프로듀스 101> 사태’는 가수가 되고 싶었던 어린 연습생들의 꿈을 이용해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에 급급했던 Mnet의 추악함만 드러냈다.

 

▲ 사진제공=스윙엔터테인먼트

Mnet <프로듀스> 시리즈는 2016년 처음 시작해 올해까지 네 번의 시즌을 치렀다. <프로듀스 101>의 I.O.I(이하 아이오아이), 2017년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통해 워너원, 2018년 <프로듀스 48>을 통해 아이즈원, 그리고 올해 <프로듀스 X 101>을 통해 엑스원이 결성됐다.

아이오아이를 비롯해 워너원, 아이즈원까지 승승장구를 이룬 <프로듀스> 시리즈는 대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화제의 프로그램으로 우뚝 섰고, 이를 통해 데뷔한 가수들은 엄청난 인기 아이돌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지난 7월 <프로듀스 X 101>의 마지막 방송 당시 20명의 연습생의 득표수가 일관된 패턴을 보인 점 등이 드러나며, 팬들은 이에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로또에 여러 번 당첨되는 것보다도 훨씬 적은 확률의 득표율과 특정한 배수가 드러나는 득표수 등 팬들은 비교적 뚜렷한 근거를 갖고 조작을 의심했다.

그런데도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당당한 태도를 보인 Mnet과 제작진은 원본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팬들의 요구에 ‘순위에는 변동 없다’는 근거 없는 해명만 내놓으며, 기만적인 태도를 이어갔다. 그러자 일부 시청자를 중심으로 진상규명위원회가 결성되고 제작진을 고발하는 등 강경한 대응이 이어졌다.

술로 결성?


Mnet의 조작 의혹이 ‘뜨거운 감자’로 가요계를 강타하고 있는 중에도 CJ ENM은 엑스원 데뷔를 강행했다. 조작 의혹이 걷히지 않는 상황에서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많았음에도 던진 강수였다. 이 수는 역풍으로 돌아왔다. 투명성과 공정성 면에서 신뢰가 깨진 것은 물론 팬들로부터 ‘조작돌’이라고 불리는 등 지지를 얻지 못한 엑스원은 워너원보다 파급력 면에서 현저히 부족했다.

논란이 더욱 거세지자 엑스원은 ‘개점휴업’에 돌입했다. 방송과 광고, 행사 어디서도 이들을 불러주지 않았다.

약 3개월 동안 반성 없는 태도로 묵묵부답만 이어가던 안 PD와 김 CP는 CJ ENM과 팬들로부터 고소 및 고발을 당한 것과 관련해 지난달 6일,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됐다.

심사를 진행한 명재권 부장판사는 사안의 중대성과 함께 두 사람의 범죄사실이 소명된다는 이유로 구속 판단을 내렸다. 지난 3일엔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영림)는 프로듀스 시리즈를 담당했던 안준영 PD와 김용범 CP를 업무방해와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와 더불어 보조 PD 이씨는 안 PD 등과 같은 혐의로, 기획사 임직원 5명은 배임수증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연예기획사 4곳 중 3곳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울림엔터테인먼트, 에잇디크리에이티브다. 이들 중 에잇디크리에이티브 측만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안 PD와 김 CP, 두 사람의 범죄 행위는 워너원과 아이즈원, 엑스원으로 넘어오는 과정서 더욱 대담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워너원서 데뷔조 11명에 포함되지 않은 한 연습생 A와 데뷔조에 포함된 연습생 B를 교체했다. 워너원서 ‘조작의 맛’을 본 두 사람은 시즌3와 시즌4에선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멤버 전원과 함께 순위까지 결정했다.

‘국민픽’ 아닌 ‘밀실픽’
수사확대 윗선 정조준


<프로듀스> 시리즈는 영세한 기획사나 해당 연습생들에게 ‘개천서 용날 수 있다’는 절호의 기회로 보였다. 대중도 자신이 아이돌을 만든다는 것과 함께 실력만으로 평가되는 시스템에 열광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힘 있는 연예기획사 관계자들과 술을 마시며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사람들의 꿈을 이용해 자신들의 배를 채운 추악한 민낯이 철저히 벗겨진 셈이다.

가요계에 따르면 안 PD는 각 소속사로부터 수천만원대의 향응을 받았다. 안 PD에게 향응을 제공한 인물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김모 대표와 김모 부사장, 울림엔터테인먼트 직원 이모씨, 에잇디크리에이트브 소속이었던 류모씨로 알려졌으며, 남은 한 명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들은 안 PD에게 유흥주점 등에서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5000만원의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관계자들끼리 밀실서 모두 결정됐다고 해서 ‘밀실픽’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이들 소속사는 데뷔조 멤버의 활동비 중 일부를 안 PD에게 보상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CJ ENM이 엑스원 멤버들의 활동비로 지급한 금액 중 일부를 다시 안 PD에게 지급했다는 게 요지다.

한 가요 관계자는 “엑스원이 두 달 동안 활동한 활동비가 각 멤버마다 3억원으로 책정돼 각 소속사로 전달됐다. 이 중 약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안 PD에게 준 것으로 알고 있다. 모든 소속사는 아니고 약 5곳으로 알고 있다. 계약기간 내내 활동비의 20%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들었다”며 “한 멤버당 6000만원이라고 치면 안 PD는 두 달 만에 3억원을 번 셈”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CJ ENM 관계자는 “CJ ENM은 소속사에 3억원씩 지급한 바 없고 활동비라는 것 자체가 없다”고 해명했다.

오디션 이면

조작 여부가 드러나자 경찰은 안 PD와 김 CP에 이어 윗선인 CJ ENM 부사장이자 Mnet의 신형관 대표를 정조준했다. MBC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신 대표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가요계에선 안 PD와 김 CP에게 지시한 인물로 신형관 부사장이 거론됐다. Mnet의 개국공신으로 평가받는 신 부사장은 콘텐츠 부문장 등을 거쳐 지난해 그룹 내 2인자급인 CJ ENM 음악콘텐츠 부문장으로 승진한 만큼 내부서 권력이 막강한 고위층이며, 최근 각종 조작 의혹이 불거진 <프로듀스> 시리즈와 <아이돌 학교> 등 오디션 프로그램의 총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신 부사장의 혐의를 더 들여다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지만 제작진과 수시로 소통해온 신 부사장이 순위 조작에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한 자료들을 분석한 뒤 혐의점이 확인되면 신 부사장을 소환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프로듀스 101> 시즌1과 시즌2를 연출한 YG엔터테인먼트 한동철 PD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2016년 <프로듀스> 시리즈를 처음으로 기획한 한 PD는 당시 Mnet 국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한 PD가 맡았던 워너원 역시 조작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경찰이 한 PD까지 수사할지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프로듀스>와 관련된 거물급 인사는 한동철 PD와 신형관 부사장이다. 한 PD 이후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해 신형관 부사장이 깊숙히 개입됐을 것”이라며 “안 PD와 김 CP가 단독으로 이 정도의 범행을 저지르기는 어렵다고 봤을 때 윗선서 분명한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이즈원 엑스원 활동은?

워너원, 아이즈원, 엑스원 등 <프로듀스> 시리즈로 결성된 그룹들은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멤버들이 각자 다른 기획사에 속해 있어 오랜 기간 활동할 수 없다.

아이오아이, 워너원은 이미 활동이 끝났고, 아이즈원은 1년6개월, 엑스원은 4년6개월 정도 계약 기간이 남았다.

출발부터 삐끗한 엑스원은 물론 11월 첫 번째 정규앨범으로 복귀하려 했던 아이즈원 역시 활동을 완전히 중단했다.


방송 및 행사는 물론 연말 가요 시상식서도 배제됐다.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자 Mnet은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다.

Mnet은 소속사 및 관계자들과 협의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보상안과 쇄신대책 및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향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아이즈원과 엑스원이 해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멤버들이 조작 정황에 가담했는지 얼마나 인지하고 있었는지가 밝혀지지 않았으며, 뒤섞인 거짓말로 탄생한 그룹이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는 수순이 아니냐는 의견이 팽배하다.

한 가요 관계자는 “멤버들의 잘못이 있든 없든 간에 이미 신뢰가 바닥을 친 상황서 이들의 활동은 2차피해만 일으킬 수 있다. 팬들이 아무리 지지한다고 해도 더 큰 상처만 남길 수 있다. 향후 행보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범>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