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스캔들’ 김건모 미스터리

결혼 앞두고 청천벽력 ‘이게 뭔 일?’

[일요시사 연예팀] 함상범 기자 = 국내 최고의 히트 메이커로 불리는 가수 김건모가 데뷔 27년 만에 최악의 스캔들에 휘말렸다. 술을 좋아하기는 하나 천진난만한 50대의 이미지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던 김건모는 유흥업소 여성 A씨에 의해 ‘성폭력 피소’를 당한 것. 데뷔 후 뚜렷한 스캔들 없이 발매하는 음반마다 성공한 김건모. 최근 SBS <미운우리새끼>(이하 <미우새>)를 통해 전성기 못지않은 인기를 얻을 뿐 아니라 염원하던 결혼을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일요시사>는 김건모 사건을 쟁점별로 분석했다.
 

▲ 사진제공=미디어라인

결혼식을 5개월여 후 앞두고 있는 새신랑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은 지난 6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 연구소’(이하 가세연)의 폭로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는 강용석 변호사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유흥업소서 강제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를 직접 만난 강 변호사는 A씨가 사건 당시 시간과 장소를 비롯해 김건모의 패션과 행동까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가세연의 주장에 따르면 김건모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유흥주점에 새벽 1시경 홀로 와 8명의 여성들을 앉혀두고 소주를 마셨다. 김건모는 술을 마시고 있던 자리에 피해자가 들어오자, 그를 제외한 모든 인물을 밖으로 내보냈다. 김건모는 피해 여성을 룸 내 화장실로 데려간 후 음란행위를 요구했다.

피해 여성이 이를 거부하자 머리를 잡고 욕설하며 재차 음란행위를 강요했다. 피해 여성은 계속되는 김건모의 요구에 마지못해 1~2분가량 음란행위를 했다. 흥분한 김건모는 피해 여성 속옷을 강제로 벗긴 뒤 성폭행을 저질렀다.

안면 폭행
추가 폭로

이후 강 변호사가 직접 검찰에 공소장을 제출한 지난 9일, 피해 여성이라고 밝힌 A씨는 가세연과 직접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참담한 심정을 알렸다. 그는 “최대한 잊어보려고 했지만, 김건모는 계속 <미우새>에 출연하고 결혼 소식까지 전했다. 가족은 <미우새>를 보면서 자꾸 즐거워하고 좋아한다. 김건모는 날 강간할 때 입은 배트맨 티셔츠를 입고 자꾸 TV에 나오더라. 그런 장면을 계속 보면 괴로웠다. TV를 돌려도 재방송이 반복됐고. 그 시간이 내게 너무 고문이었다. 가족에게도 말도 못 하고 너무나 큰 정신적인 고통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대중은 들끓었다. 불과 결혼식을 얼마 남기지 않은 것은 물론 최근 13세 연하 장지연씨와 혼인신고까지 마친 김건모에 대한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 구체적으로 진술한 A씨의 주장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양새다. 김건모 측은 지난 13일 “사실 무근”이라며 맞고소했다.

가세연과 피해자 A씨의 김건모를 향한 폭로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가장 큰 쟁점은 ‘강제성 여부’의 증명이다. 상호 간의 합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증명하는 증거가 있느냐가 가장 큰 핵심이다.

피해자는 김건모가 욕설과 함께 힘으로 제압했다고 밝혔으나 폭력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강 변호사는 “A씨가 룸살롱의 접대부였다고 하더라도 룸살롱서 처음 만난 A씨가 계속 거부하는데도 A씨 의사에 반해 강제로 성행위한 것은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 김건모는 강간 후 A씨에게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강간죄를 인정할 수 있는 증거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룸살롱 여종업원 “성폭행 당했다” 주장
욕설 및 음란행위 요구 의혹도 불거져

하지만 일반적으로 유흥주점의 경우 해당 여성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닌 업소에 금액을 지급한다는 측면서 강 변호사의 주장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3년 전 사건이라는 점에서 진술 외에는 강간이라는 혐의를 증명할 방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계 팀장은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당시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는지, 강압에 의한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성관계였는지, 아니면 술을 먹이고 심신미약의 상태서 성관계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YTN 뉴스서 “변호인 측이 말하는 강요를 입증할만한 무슨 증거가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언급했으며, 김태현 변호사는 팟캐스트 <이재익의 정치쇼>서 “이번 사건은 밀실서 일어난 데다 CCTV도 없이 피해자의 주장만 있어서 합의 여부 및 강제성을 증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6년 발생한 방송인 박유천 사건과 유사한 형태다. 당시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 여성은 네 명이었다. 대부분이 유흥주점 화장실서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박유천은 B씨와 C씨를 상대로 무고와 공갈로 맞고소했다.

경찰은 한 달여 수사 끝에 ‘혐의없음’으로 판단하고 성매매와 사기 혐의만 적용했다. 박유천을 협박한 B씨는 징역 2년, C씨는 무고서 무혐의를 받았지만 이후 손해배상청구서 일정 금액을 박유천으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당시 박유천을 고소한 여성들은 강제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3년 전
왜 이제야?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왜 3년 만에 폭로하느냐다. 당시 고소를 했어도 되는데 왜 이제 와서 김건모가 대중의 관심을 가장 뜨겁게 받는 시점에 폭로하느냐도 쟁점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A씨는 “당시 경황이 없고 잊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아직 창창한 나이고 미래에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해 신고하거나 고소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며 “방송에 나오는 김건모의 모습을 계속 보는 것이 고통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강용석 변호사는 “성폭력을 연구하는 연구소서 나오는 통계를 보면, 성폭력 피해자의 20%가 채 안 되는 사람들만이 형사 고소를 한다. 5명 중에 4명의 피해자는 피해를 입어도 고소하거나 신고하지 않고 넘어간다. 형사 고소를 하면 2차 피해 또한 너무 크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업소에 다니는 여성이었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볼 가능성이 있다”고 힘을 보탰다.
 

▲ 사진제공=건음기획

3년 만에 폭로를 한 것에 대해 일각에선 거액의 합의금이 목적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피해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당시의 정황 등을 살펴봤을 때 충분히 두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심리상담 전문가 이호선씨는 한 방송서 “사람들은 왜 굳이 지금 제보를 했을까에 관심을 갖는데, 대부분 피해보상을 받으려는 의도를 의심하는 듯 보인다. 우리가 가진 생각의 한계이자 동시에 오랫동안 여성의 성피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아주 전형적인 형태다. 유흥업소 종사자에 대한 편견이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이들에게 이 같은 주장을 할 만한 권리가 있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 이 여성들은 권리 영역서 배제됐다. 당연히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하더라도 절대 입을 열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A씨는 돈을 바라지는 않으며, 진정성 있는 공개 사과와 다시는 방송에 출연하지 않을 것을 약속받는 조건을 달았다.

데뷔 후
최대 위기 

대중은 왜 경찰에 고소하지 않고 가세연에 제보를 했는가에도 의문부호를 단다. 가세연의 경우 진영논리를 앞세운 보수적인 성향의 콘텐츠라는 점에서 호불호가 강하다. 또 강 변호사 역시 2015년 불륜 스캔들로 피소를 당하고 사문서위조를 하다 발각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신뢰성에 흠집이 있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가세연을 선택한 것 자체가 고소가 목적이 아닌 이슈몰이를 통해 김건모에게 치명상을 입힐 계획이 아니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김건모에게 소속사를 통하는 방식으로 사과를 요구한 적이 있었느냐도 궁금증도 제기된다.

이 사건을 처음에 제보받은 김용호 기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서 “이 사건 이후에도 A씨는 김건모를 만난 적 있다. 그 자리서도 김건모는 모르는 척을 했고, 사과도 받지 못했다. 김건모는 자신의 전화번호를 A씨에게 알려줬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꽃뱀 아니냐, 돈을 노린 거 아니냐. 지금 시점에 폭로한 게 이상하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있다. 이 분은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싶어한다. A씨는 ‘김건모가 좀 자중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남의 인생을 이렇게 망가뜨려 놓고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가세연은 2007년 김건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피해 여성 B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B씨는 공소시효가 만료됐음에도 불구, A씨의 주장에 힘을 보태기 위해 묻어뒀던 과거의 사연을 꺼냈다고 밝혔다.

업소녀 사건 쟁점별 분석
강제성 입증 여부가 핵심

B씨는 가세연과 인터뷰서 “빈 룸에서 김건모 파트너랑 언쟁을 벌였다. 김건모가 문을 열고 나와서 ‘시끄럽다. 시끄럽다고 했지’라며 머리채를 잡고 주먹으로 눈과 코를 수 차례 때리고 배도 때렸다. 안 맞으려고 피했지만 남자 힘이 세기 때문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 맞는 순간에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시끄럽다는 이유로 그렇게 사람을 때릴 수는 없지 않나. 눈이 부어오르고 코피가 흘렀다. 눈뼈가 아프다는 생각을 했고, 누군가 문을 여는 사이 급하게 빠져나와서 소지품을 챙겨 택시를 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일단 아프니까 병원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 사진제공=MBC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여성 C씨는 B씨가 당시 얼굴이 피떡이 돼 나타났다며 목격담을 증언했다. C씨는 “카운터에 있었는데, B씨가 복부를 맞고 얼굴은 피로 뒤덮힌 채 내게 다가와 ‘김건모에게 맞았다’고 했다. 당시에 너무 놀라서 ‘119, 119’ 그랬던 것 같다. 정신이 없었다. 당시 김건모는 방에 그대로 있었다. 술을 많이 마셨다. 그 이후로 기자들이 취재하러 왔는데 아무 일도 아니라고 했다”고 했다. 당시는 김건모의 11집 앨범이 나올 때였고, 업소 사장이 기자들에게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고 C씨는 고백했다.

12년 전 김건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B씨의 의무기록에는 여자 환자가 남자에게 우안 부위를 구타당했다는 설명과 안와상 골절과 두통 등이 적혀 있었다. B씨는 왜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피가 나니까 무섭더라. 일단 병원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진단서를 끊었다. 김건모씨와 가게 업주가 신고를 못하게 했다.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었고 변호사를 구해준다는 사람도 없었다. 제가 일하는 업소와 김건모 측이 무서웠다. 발설하면 안 된다는 협박도 있었다. 소문이 나 다른 데서 일을 할 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양쪽 향한
싸늘한 시선


연이어 신빙성 있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여론은 현재 김건모에게 싸늘하다. 반백 살의 나이에도 해맑고 유쾌한 실력파 가수의 이미지는 완전히 무너졌을 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배신감을 안기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성폭행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유흥업소에 단골처럼 드나드는 것이 알려진 것이 거짓이 아닌 이상 부정적인 여론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세연의 강용석 변호사나 김세의 전 MBC 기자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들도 김건모에게 매서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추가 피해자의 증언이 이어지는 것과 더불어 김건모의 개인적인 상황에도 악재가 겹겹이 쌓이는 모양새다. 사건이 터진 뒤 김건모는 집중력을 잃은 듯 콘서트 무대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며 도마에 올랐다.

지난 7일 인천서 진행된 콘서트서 김건모는 150분 공연임에도 120분 만에 콘서트를 마쳤다. 보통 가수들이 두 곡 정도 부르는 앵콜곡도 선사하지 않았다. 수십만원대의 콘서트 관람 비용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한편 성폭행 피소로 부담감을 가진 그는 지난 13일 예정됐던 콘서트를 취소하기도 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업소녀’ 성폭력 인정되나?

가수 김건모가 유흥업소서 일하는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이와 별도로 피해 여성을 둘러싼 편견이 논란이 되고 있다. 대다수가 유흥업소서 일하는 여성의 경우 성매매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이유로 피해 여성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유흥업소라는 점에서 성폭력이 발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수많은 커뮤니티서 이 주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피해 여성이 아무리 성매매를 한다고 하더라도 강제성이 발휘되면 보호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심리상담 전문가 이호선씨는 “이 사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유명인과 연결된 사건이기도 하지만 유흥업소 종사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 가능한지에 대한 갑론을박 때문이다. 성폭행이 발생했다는 전제하에 대상자가 누구이고 공간이 어디냐에 따라서 성폭력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를 관심 있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유흥업소는 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 중 하나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2017범죄분석’에 따르면 2016년 수사기관에 신고된 성폭력 사건 중 8%는 유흥접객업소서 발생했다.

이씨는 “보통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 같은 경우에는 성폭력 여부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판단한다. 성폭력의 정의를 보면 상대방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행해지는 신체·언어·정신적 폭력이다. 제일 중요한 건 ‘동의 없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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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