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스캔들’ 김건모 미스터리

결혼 앞두고 청천벽력 ‘이게 뭔 일?’

[일요시사 연예팀] 함상범 기자 = 국내 최고의 히트 메이커로 불리는 가수 김건모가 데뷔 27년 만에 최악의 스캔들에 휘말렸다. 술을 좋아하기는 하나 천진난만한 50대의 이미지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던 김건모는 유흥업소 여성 A씨에 의해 ‘성폭력 피소’를 당한 것. 데뷔 후 뚜렷한 스캔들 없이 발매하는 음반마다 성공한 김건모. 최근 SBS <미운우리새끼>(이하 <미우새>)를 통해 전성기 못지않은 인기를 얻을 뿐 아니라 염원하던 결혼을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일요시사>는 김건모 사건을 쟁점별로 분석했다.
 

▲ 사진제공=미디어라인

결혼식을 5개월여 후 앞두고 있는 새신랑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은 지난 6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 연구소’(이하 가세연)의 폭로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는 강용석 변호사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유흥업소서 강제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를 직접 만난 강 변호사는 A씨가 사건 당시 시간과 장소를 비롯해 김건모의 패션과 행동까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가세연의 주장에 따르면 김건모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유흥주점에 새벽 1시경 홀로 와 8명의 여성들을 앉혀두고 소주를 마셨다. 김건모는 술을 마시고 있던 자리에 피해자가 들어오자, 그를 제외한 모든 인물을 밖으로 내보냈다. 김건모는 피해 여성을 룸 내 화장실로 데려간 후 음란행위를 요구했다.

피해 여성이 이를 거부하자 머리를 잡고 욕설하며 재차 음란행위를 강요했다. 피해 여성은 계속되는 김건모의 요구에 마지못해 1~2분가량 음란행위를 했다. 흥분한 김건모는 피해 여성 속옷을 강제로 벗긴 뒤 성폭행을 저질렀다.

안면 폭행
추가 폭로

이후 강 변호사가 직접 검찰에 공소장을 제출한 지난 9일, 피해 여성이라고 밝힌 A씨는 가세연과 직접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참담한 심정을 알렸다. 그는 “최대한 잊어보려고 했지만, 김건모는 계속 <미우새>에 출연하고 결혼 소식까지 전했다. 가족은 <미우새>를 보면서 자꾸 즐거워하고 좋아한다. 김건모는 날 강간할 때 입은 배트맨 티셔츠를 입고 자꾸 TV에 나오더라. 그런 장면을 계속 보면 괴로웠다. TV를 돌려도 재방송이 반복됐고. 그 시간이 내게 너무 고문이었다. 가족에게도 말도 못 하고 너무나 큰 정신적인 고통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대중은 들끓었다. 불과 결혼식을 얼마 남기지 않은 것은 물론 최근 13세 연하 장지연씨와 혼인신고까지 마친 김건모에 대한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 구체적으로 진술한 A씨의 주장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양새다. 김건모 측은 지난 13일 “사실 무근”이라며 맞고소했다.

가세연과 피해자 A씨의 김건모를 향한 폭로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가장 큰 쟁점은 ‘강제성 여부’의 증명이다. 상호 간의 합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증명하는 증거가 있느냐가 가장 큰 핵심이다.

피해자는 김건모가 욕설과 함께 힘으로 제압했다고 밝혔으나 폭력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강 변호사는 “A씨가 룸살롱의 접대부였다고 하더라도 룸살롱서 처음 만난 A씨가 계속 거부하는데도 A씨 의사에 반해 강제로 성행위한 것은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 김건모는 강간 후 A씨에게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강간죄를 인정할 수 있는 증거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룸살롱 여종업원 “성폭행 당했다” 주장
욕설 및 음란행위 요구 의혹도 불거져

하지만 일반적으로 유흥주점의 경우 해당 여성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닌 업소에 금액을 지급한다는 측면서 강 변호사의 주장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3년 전 사건이라는 점에서 진술 외에는 강간이라는 혐의를 증명할 방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계 팀장은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당시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는지, 강압에 의한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성관계였는지, 아니면 술을 먹이고 심신미약의 상태서 성관계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YTN 뉴스서 “변호인 측이 말하는 강요를 입증할만한 무슨 증거가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언급했으며, 김태현 변호사는 팟캐스트 <이재익의 정치쇼>서 “이번 사건은 밀실서 일어난 데다 CCTV도 없이 피해자의 주장만 있어서 합의 여부 및 강제성을 증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6년 발생한 방송인 박유천 사건과 유사한 형태다. 당시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 여성은 네 명이었다. 대부분이 유흥주점 화장실서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박유천은 B씨와 C씨를 상대로 무고와 공갈로 맞고소했다.

경찰은 한 달여 수사 끝에 ‘혐의없음’으로 판단하고 성매매와 사기 혐의만 적용했다. 박유천을 협박한 B씨는 징역 2년, C씨는 무고서 무혐의를 받았지만 이후 손해배상청구서 일정 금액을 박유천으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당시 박유천을 고소한 여성들은 강제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3년 전
왜 이제야?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왜 3년 만에 폭로하느냐다. 당시 고소를 했어도 되는데 왜 이제 와서 김건모가 대중의 관심을 가장 뜨겁게 받는 시점에 폭로하느냐도 쟁점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A씨는 “당시 경황이 없고 잊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아직 창창한 나이고 미래에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해 신고하거나 고소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며 “방송에 나오는 김건모의 모습을 계속 보는 것이 고통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강용석 변호사는 “성폭력을 연구하는 연구소서 나오는 통계를 보면, 성폭력 피해자의 20%가 채 안 되는 사람들만이 형사 고소를 한다. 5명 중에 4명의 피해자는 피해를 입어도 고소하거나 신고하지 않고 넘어간다. 형사 고소를 하면 2차 피해 또한 너무 크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업소에 다니는 여성이었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볼 가능성이 있다”고 힘을 보탰다.
 

▲ 사진제공=건음기획

3년 만에 폭로를 한 것에 대해 일각에선 거액의 합의금이 목적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피해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당시의 정황 등을 살펴봤을 때 충분히 두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심리상담 전문가 이호선씨는 한 방송서 “사람들은 왜 굳이 지금 제보를 했을까에 관심을 갖는데, 대부분 피해보상을 받으려는 의도를 의심하는 듯 보인다. 우리가 가진 생각의 한계이자 동시에 오랫동안 여성의 성피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아주 전형적인 형태다. 유흥업소 종사자에 대한 편견이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이들에게 이 같은 주장을 할 만한 권리가 있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 이 여성들은 권리 영역서 배제됐다. 당연히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하더라도 절대 입을 열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A씨는 돈을 바라지는 않으며, 진정성 있는 공개 사과와 다시는 방송에 출연하지 않을 것을 약속받는 조건을 달았다.

데뷔 후
최대 위기 

대중은 왜 경찰에 고소하지 않고 가세연에 제보를 했는가에도 의문부호를 단다. 가세연의 경우 진영논리를 앞세운 보수적인 성향의 콘텐츠라는 점에서 호불호가 강하다. 또 강 변호사 역시 2015년 불륜 스캔들로 피소를 당하고 사문서위조를 하다 발각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신뢰성에 흠집이 있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가세연을 선택한 것 자체가 고소가 목적이 아닌 이슈몰이를 통해 김건모에게 치명상을 입힐 계획이 아니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김건모에게 소속사를 통하는 방식으로 사과를 요구한 적이 있었느냐도 궁금증도 제기된다.

이 사건을 처음에 제보받은 김용호 기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서 “이 사건 이후에도 A씨는 김건모를 만난 적 있다. 그 자리서도 김건모는 모르는 척을 했고, 사과도 받지 못했다. 김건모는 자신의 전화번호를 A씨에게 알려줬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꽃뱀 아니냐, 돈을 노린 거 아니냐. 지금 시점에 폭로한 게 이상하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있다. 이 분은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싶어한다. A씨는 ‘김건모가 좀 자중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남의 인생을 이렇게 망가뜨려 놓고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가세연은 2007년 김건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피해 여성 B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B씨는 공소시효가 만료됐음에도 불구, A씨의 주장에 힘을 보태기 위해 묻어뒀던 과거의 사연을 꺼냈다고 밝혔다.

업소녀 사건 쟁점별 분석
강제성 입증 여부가 핵심

B씨는 가세연과 인터뷰서 “빈 룸에서 김건모 파트너랑 언쟁을 벌였다. 김건모가 문을 열고 나와서 ‘시끄럽다. 시끄럽다고 했지’라며 머리채를 잡고 주먹으로 눈과 코를 수 차례 때리고 배도 때렸다. 안 맞으려고 피했지만 남자 힘이 세기 때문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 맞는 순간에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시끄럽다는 이유로 그렇게 사람을 때릴 수는 없지 않나. 눈이 부어오르고 코피가 흘렀다. 눈뼈가 아프다는 생각을 했고, 누군가 문을 여는 사이 급하게 빠져나와서 소지품을 챙겨 택시를 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일단 아프니까 병원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 사진제공=MBC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여성 C씨는 B씨가 당시 얼굴이 피떡이 돼 나타났다며 목격담을 증언했다. C씨는 “카운터에 있었는데, B씨가 복부를 맞고 얼굴은 피로 뒤덮힌 채 내게 다가와 ‘김건모에게 맞았다’고 했다. 당시에 너무 놀라서 ‘119, 119’ 그랬던 것 같다. 정신이 없었다. 당시 김건모는 방에 그대로 있었다. 술을 많이 마셨다. 그 이후로 기자들이 취재하러 왔는데 아무 일도 아니라고 했다”고 했다. 당시는 김건모의 11집 앨범이 나올 때였고, 업소 사장이 기자들에게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고 C씨는 고백했다.

12년 전 김건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B씨의 의무기록에는 여자 환자가 남자에게 우안 부위를 구타당했다는 설명과 안와상 골절과 두통 등이 적혀 있었다. B씨는 왜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피가 나니까 무섭더라. 일단 병원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진단서를 끊었다. 김건모씨와 가게 업주가 신고를 못하게 했다.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었고 변호사를 구해준다는 사람도 없었다. 제가 일하는 업소와 김건모 측이 무서웠다. 발설하면 안 된다는 협박도 있었다. 소문이 나 다른 데서 일을 할 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양쪽 향한
싸늘한 시선

연이어 신빙성 있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여론은 현재 김건모에게 싸늘하다. 반백 살의 나이에도 해맑고 유쾌한 실력파 가수의 이미지는 완전히 무너졌을 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배신감을 안기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성폭행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유흥업소에 단골처럼 드나드는 것이 알려진 것이 거짓이 아닌 이상 부정적인 여론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세연의 강용석 변호사나 김세의 전 MBC 기자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들도 김건모에게 매서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추가 피해자의 증언이 이어지는 것과 더불어 김건모의 개인적인 상황에도 악재가 겹겹이 쌓이는 모양새다. 사건이 터진 뒤 김건모는 집중력을 잃은 듯 콘서트 무대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며 도마에 올랐다.

지난 7일 인천서 진행된 콘서트서 김건모는 150분 공연임에도 120분 만에 콘서트를 마쳤다. 보통 가수들이 두 곡 정도 부르는 앵콜곡도 선사하지 않았다. 수십만원대의 콘서트 관람 비용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한편 성폭행 피소로 부담감을 가진 그는 지난 13일 예정됐던 콘서트를 취소하기도 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업소녀’ 성폭력 인정되나?

가수 김건모가 유흥업소서 일하는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이와 별도로 피해 여성을 둘러싼 편견이 논란이 되고 있다. 대다수가 유흥업소서 일하는 여성의 경우 성매매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이유로 피해 여성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유흥업소라는 점에서 성폭력이 발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수많은 커뮤니티서 이 주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피해 여성이 아무리 성매매를 한다고 하더라도 강제성이 발휘되면 보호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심리상담 전문가 이호선씨는 “이 사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유명인과 연결된 사건이기도 하지만 유흥업소 종사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 가능한지에 대한 갑론을박 때문이다. 성폭행이 발생했다는 전제하에 대상자가 누구이고 공간이 어디냐에 따라서 성폭력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를 관심 있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유흥업소는 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 중 하나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2017범죄분석’에 따르면 2016년 수사기관에 신고된 성폭력 사건 중 8%는 유흥접객업소서 발생했다.

이씨는 “보통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 같은 경우에는 성폭력 여부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판단한다. 성폭력의 정의를 보면 상대방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행해지는 신체·언어·정신적 폭력이다. 제일 중요한 건 ‘동의 없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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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 골프장 투자 사기에 연루된 정종수씨가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필리핀 법원은 정씨가 한국인 투자자들을 삭제하고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제이비 크레스타(이하, JBC)의 일반정보보고서(GIS)를 무효로 판단했다. 정씨는 한화 약 150억원을 투자한 최대주주의 지분 탈취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인 사업가 정씨를 둘러싼 필리핀 골프장 투자 분쟁이 현지 법원의 주주 지위 회복 판결로 전환점을 맞았다. 한국인 투자자 6명은 2019년 JBC 등에 총 104억원을 투자하고 회사 지분 63.98%를 확보했다. 투자자 측은 “계약에 따라 2024년 8월29일 지분을 배정받고 투자금을 입금해 JBC의 법적·실질적 최대주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카르텔 JBC는 필리핀 클락에 위치한 스카이블루 골프 앤 리조트(이하, 스카이블루)를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현지인과 친인척 관계를 맺으며 필리핀에서 장기간 활동한 정씨는 ‘현지 국회의원 등 4명을 스카이블루 이사로 등재해 골프장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조건으로 JBC와 자회사인 스카이블루의 경영권을 요구했다. 투자자들은 정씨가 현지 인맥을 활용해 골프장 사업을 정상화하고 매각까지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2024년 11월20일 정씨는 JBC의 주주와 이사진을 대거 교체하고 투자자들의 지분을 주주명부에서 삭제했다. 투자자 측은 이 과정에서 적법한 주주총회와 이사회 절차 없이 문서가 위조되고 경영권과 지분이 넘어갔다며 정씨 측의 행위를 사기·배임·문서위조 등으로 문제 삼고 있다. 이번 판결은 정씨의 사기나 문서위조 등 형사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JBC의 주주 및 이사·임원 지위와 2024년 8월29일 이후 이뤄진 지배구조 변경의 적법성이 쟁점이다. 필리핀 앙헬레스시 지방법원 제60지원은 지난달 28일 함모씨 등 6명의 주주들을 대표하는 안창현씨와 부민호씨가 정씨와 현지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회사 임원 권원 및 회사 행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JBC의 적법한 주주라고 선언했다. 함씨를 비롯해 2024년 8월29일 자 GIS에 기재된 이사·임원들을 새로운 경영진이 적법하게 선출될 때까지 원상 복구하고, 당시 GIS에 기재된 주주들의 지위도 함께 회복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법원은 정씨가 제출한 JBC의 GIS를 모두 무효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씨의 측근 크리스티나 송미 리, 줄리 앤 벨트란, 세스난다 빌라파냐,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 리코 안젤로 정, 디오네 오호일란 안토니야 등 6명은 JBC의 적법한 주주 및 이사·임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세스난다 빌라파냐는 정씨의 아내,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며느리, 리코 안젤로 정은 손자로 알려졌다. 2024년 8월29일 후 JBC 일반정보보고서 모두 무효 자기주식 75% 흡수한 정종수 라인⋯통지도 안 했다 정씨는 이번 소송의 피고지만 판결 주문에서 적법하지 않은 주주·이사·임원으로 특정된 6명의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씨가 불법 주주나 임원으로 판결받은 것은 아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1월 ‘카지노 차무식 현실판 사기극(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4030)’ 기사를 통해 한국인 투자자들의 JBC 지분과 자회사 스카이블루의 경영권 및 핵심 자산이 정씨 측에 넘어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한국인 투자자들은 2019년 JBC 등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어 스카이블루 증자 등을 명목으로 송금한 약 47억원까지 합하면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금은 150억원대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JBC 지분 63.98%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들은 2024년 8월29일부터 11월14일까지 GIS에 ‘JBC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여기에 함씨는 1500주, 백씨와 김씨는 각각 500주, 한강라이프는 499주, 유씨는 100주를 보유한 것으로 신고됐다. 원고 측 대표자 부민호씨도 최종적으로 100주를 보유한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그러나 불과 엿새 뒤인 11월20일 제출된 GIS에서 이들의 이름은 정씨에 의해 모두 사라졌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주주 및 임원 지위에서 배제되는 과정과 관련된 회의에 관해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피고 측이 기존 주주들에게 회의 개최 사실을 적법하게 통지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새 경영진의 선출 시점을 둘러싼 모순도 확인됐다. 정씨 측은 2024년 12월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와 임원들이 적법하게 선출됐다고 주장했으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그해 11월20일 자 GIS에 이미 회사 임원으로 기재돼있었다. 고지도 절차도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12월2일 재무 담당 임원으로 선출됐다고 주장했지만 그보다 앞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과 회사 장부를 조사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데오는 11월12일 카르멜로 라사틴 주니어로부터 주식 1주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한국인 주주들을 배제하기 위한 실사가 이뤄지기도 전이었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직접 확인한 핵심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적법한 주주였으며, 이들의 지분을 연체 주식으로 처리해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다는 피고 측 주장을 뒷받침할 적법한 절차와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는 JBC가 자기 회사의 보통주 3751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면 법이 정한 사유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해당 GIS에는 이 주식이 어떤 경위로 회사 명의가 됐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주식의 성격도 자기주식이 아닌 일반 보통주로 표시됐다. 이후 회사 측 설명은 달라졌다. 2024년 12월2일 회의록에는 당초 자기주식으로 분류됐던 3752주를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납입하지 않은 연체 주식으로 정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피고 측은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완납하지 않아 해당 주식이 연체 상태가 됐고 이후 신규 주주들에게 적법하게 매각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필리핀 개정회사법에 따라 연체 주식을 처분하려면 해당 주주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하고 일반 유통 신문에 2주 연속 매각 사실을 공고한 뒤 공개경매 절차도 거쳐야 한다. 연체 주식 지정을 위한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기존 주주에 대한 통지, 매각 공고와 신문 게재, 공개경매, 실제 매각을 입증할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회사 장부 제출 신규 주주들이 주식 대금을 실제 지급했다는 계약서와 영수증, 세금 납부 자료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 주식은 정씨 측근들에게 분산됐다. 2024년 12월21일 자 GIS에는 타데오가 1378주를 보유한 대주주로 등장했다. 카트리나 블랑카 데 레온과 아이리시 칼라구아스는 각각 550주, 이경희와 박재관은 각각 375주, 최민승은 375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이성진과 손봉준에게도 각각 75주가 배정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취득했다는 주식의 성격과 실제 취득 경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선 피고 측이 핵심 증거로 제출한 주주·주식양도 대장의 진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고 측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JBC의 주주가 아니라는 근거로 주주·주식양도 대장 일부를 제출했다. 해당 장부에 원고들의 이름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JBC 주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법원이 문서를 확인한 결과 증거로 제출한 자료는 JBC의 장부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회사명이 기재돼있었고 원본대조필 표시 역시 모회사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 명의로 돼있었다. 타데오도 반대신문 과정에서 해당 문서가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주주명부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투자자 함씨와 김씨는 2022년 정씨와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스카이블루의 증자에 참여하기로 하고 약 47억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한다. 투자금 일부는 스카이블루 법인 계좌로 송금됐고 일부는 골프장 카트 구매비 명목으로 정씨가 지정한 한국 계좌에 입금됐다는 게 투자자 측 설명이다. 장부라며 낸 증거, 알고 보니 스카이블루 주주명부 코레이트자산운용 별도 재판⋯뒤집힌 지배구조 쟁점 함씨와 김씨는 2년이 넘도록 증자 절차가 등록되지 않았고 자신들의 지분도 필리핀 SEC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작성된 주주명부에도 함씨와 김씨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 측은 투자금을 받고도 약속한 지분을 발행하지 않은 행위가 사기와 배임 등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형사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허위 내용이 포함된 GIS를 고의로 인증하거나 제출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 필리핀 개정회사법 제162조의 허위·부정확 보고서 인증 규정이 문제될 수 있다. 지분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씨는 스카이블루 매각을 최대주주 동의 없이 진행하기도 했다. 투자자 측은 스카이블루 주요 자산을 처분하려면 회사 주주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와 스카이블루 지분 99.9%를 보유한 모회사 JBC의 적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매각 상대방으로는 한국토지신탁 자회사인 코레이트자산운용 측이 거론됐다. 골프장 관련 공사에는 포스코더샵 아파트 건설에도 참여한 다원이 시공사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이 스카이블루의 자산매각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해당 매각의 적법성은 별도로 제기된 탈락(Tarlac) 특별상업재판소 사건에서 심리되고 있다. 다만 이번 판결로 2024년 8월29일 이후 JBC의 GIS와 지배구조 변경이 무효로 판단된 만큼, 적법하지 않은 JBC 지배구조를 토대로 스카이블루의 매각 승인권이 행사됐는지가 별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스카이블루 골프장 부지는 필리핀 국유지와 관련돼있어 기지전환개발청(BCDA)의 승인이나 동의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별도 사건에서 다뤄질 쟁점이다. 2025년 10월 매각 절차가 BCDA의 승인 아래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승인 절차의 미비만으로 거래가 당연히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별도 가처분 사건에는 BCDA도 피고로 포함돼있다. 골프장 매각 따로 재판 이번 판결이 정씨에 대한 형사 유죄판결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이 한국인 투자자들을 JBC의 적법한 주주로 인정하고 2024년 8월29일 이후 제출된 GIS를 모두 무효화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이 적법한 절차 없이 회사 지배구조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은 상당 부분 힘을 얻게 됐다. 150억원대 투자금과 골프장 자산을 둘러싸고 시작된 이른바 ‘현실판 카지노 차무식’ 사건은 이제 JBC 지배구조 복원과 스카이블루 자산매각의 적법성, 관련자들의 형사책임을 가리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