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스캔들’ 김건모 미스터리

결혼 앞두고 청천벽력 ‘이게 뭔 일?’

[일요시사 연예팀] 함상범 기자 = 국내 최고의 히트 메이커로 불리는 가수 김건모가 데뷔 27년 만에 최악의 스캔들에 휘말렸다. 술을 좋아하기는 하나 천진난만한 50대의 이미지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던 김건모는 유흥업소 여성 A씨에 의해 ‘성폭력 피소’를 당한 것. 데뷔 후 뚜렷한 스캔들 없이 발매하는 음반마다 성공한 김건모. 최근 SBS <미운우리새끼>(이하 <미우새>)를 통해 전성기 못지않은 인기를 얻을 뿐 아니라 염원하던 결혼을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일요시사>는 김건모 사건을 쟁점별로 분석했다.
 

▲ 사진제공=미디어라인

결혼식을 5개월여 후 앞두고 있는 새신랑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은 지난 6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 연구소’(이하 가세연)의 폭로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는 강용석 변호사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유흥업소서 강제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를 직접 만난 강 변호사는 A씨가 사건 당시 시간과 장소를 비롯해 김건모의 패션과 행동까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가세연의 주장에 따르면 김건모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유흥주점에 새벽 1시경 홀로 와 8명의 여성들을 앉혀두고 소주를 마셨다. 김건모는 술을 마시고 있던 자리에 피해자가 들어오자, 그를 제외한 모든 인물을 밖으로 내보냈다. 김건모는 피해 여성을 룸 내 화장실로 데려간 후 음란행위를 요구했다.

피해 여성이 이를 거부하자 머리를 잡고 욕설하며 재차 음란행위를 강요했다. 피해 여성은 계속되는 김건모의 요구에 마지못해 1~2분가량 음란행위를 했다. 흥분한 김건모는 피해 여성 속옷을 강제로 벗긴 뒤 성폭행을 저질렀다.

안면 폭행
추가 폭로

이후 강 변호사가 직접 검찰에 공소장을 제출한 지난 9일, 피해 여성이라고 밝힌 A씨는 가세연과 직접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참담한 심정을 알렸다. 그는 “최대한 잊어보려고 했지만, 김건모는 계속 <미우새>에 출연하고 결혼 소식까지 전했다. 가족은 <미우새>를 보면서 자꾸 즐거워하고 좋아한다. 김건모는 날 강간할 때 입은 배트맨 티셔츠를 입고 자꾸 TV에 나오더라. 그런 장면을 계속 보면 괴로웠다. TV를 돌려도 재방송이 반복됐고. 그 시간이 내게 너무 고문이었다. 가족에게도 말도 못 하고 너무나 큰 정신적인 고통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대중은 들끓었다. 불과 결혼식을 얼마 남기지 않은 것은 물론 최근 13세 연하 장지연씨와 혼인신고까지 마친 김건모에 대한 실망감으로 가득 찼다. 구체적으로 진술한 A씨의 주장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양새다. 김건모 측은 지난 13일 “사실 무근”이라며 맞고소했다.

가세연과 피해자 A씨의 김건모를 향한 폭로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가장 큰 쟁점은 ‘강제성 여부’의 증명이다. 상호 간의 합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증명하는 증거가 있느냐가 가장 큰 핵심이다.

피해자는 김건모가 욕설과 함께 힘으로 제압했다고 밝혔으나 폭력에 해당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강 변호사는 “A씨가 룸살롱의 접대부였다고 하더라도 룸살롱서 처음 만난 A씨가 계속 거부하는데도 A씨 의사에 반해 강제로 성행위한 것은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 김건모는 강간 후 A씨에게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강간죄를 인정할 수 있는 증거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룸살롱 여종업원 “성폭행 당했다” 주장
욕설 및 음란행위 요구 의혹도 불거져

하지만 일반적으로 유흥주점의 경우 해당 여성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닌 업소에 금액을 지급한다는 측면서 강 변호사의 주장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3년 전 사건이라는 점에서 진술 외에는 강간이라는 혐의를 증명할 방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계 팀장은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당시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는지, 강압에 의한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성관계였는지, 아니면 술을 먹이고 심신미약의 상태서 성관계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YTN 뉴스서 “변호인 측이 말하는 강요를 입증할만한 무슨 증거가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언급했으며, 김태현 변호사는 팟캐스트 <이재익의 정치쇼>서 “이번 사건은 밀실서 일어난 데다 CCTV도 없이 피해자의 주장만 있어서 합의 여부 및 강제성을 증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6년 발생한 방송인 박유천 사건과 유사한 형태다. 당시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 여성은 네 명이었다. 대부분이 유흥주점 화장실서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박유천은 B씨와 C씨를 상대로 무고와 공갈로 맞고소했다.

경찰은 한 달여 수사 끝에 ‘혐의없음’으로 판단하고 성매매와 사기 혐의만 적용했다. 박유천을 협박한 B씨는 징역 2년, C씨는 무고서 무혐의를 받았지만 이후 손해배상청구서 일정 금액을 박유천으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당시 박유천을 고소한 여성들은 강제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3년 전
왜 이제야?

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왜 3년 만에 폭로하느냐다. 당시 고소를 했어도 되는데 왜 이제 와서 김건모가 대중의 관심을 가장 뜨겁게 받는 시점에 폭로하느냐도 쟁점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A씨는 “당시 경황이 없고 잊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아직 창창한 나이고 미래에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해 신고하거나 고소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며 “방송에 나오는 김건모의 모습을 계속 보는 것이 고통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강용석 변호사는 “성폭력을 연구하는 연구소서 나오는 통계를 보면, 성폭력 피해자의 20%가 채 안 되는 사람들만이 형사 고소를 한다. 5명 중에 4명의 피해자는 피해를 입어도 고소하거나 신고하지 않고 넘어간다. 형사 고소를 하면 2차 피해 또한 너무 크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업소에 다니는 여성이었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볼 가능성이 있다”고 힘을 보탰다.
 

▲ 사진제공=건음기획

3년 만에 폭로를 한 것에 대해 일각에선 거액의 합의금이 목적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피해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당시의 정황 등을 살펴봤을 때 충분히 두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심리상담 전문가 이호선씨는 한 방송서 “사람들은 왜 굳이 지금 제보를 했을까에 관심을 갖는데, 대부분 피해보상을 받으려는 의도를 의심하는 듯 보인다. 우리가 가진 생각의 한계이자 동시에 오랫동안 여성의 성피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아주 전형적인 형태다. 유흥업소 종사자에 대한 편견이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이들에게 이 같은 주장을 할 만한 권리가 있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 이 여성들은 권리 영역서 배제됐다. 당연히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하더라도 절대 입을 열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A씨는 돈을 바라지는 않으며, 진정성 있는 공개 사과와 다시는 방송에 출연하지 않을 것을 약속받는 조건을 달았다.

데뷔 후
최대 위기 

대중은 왜 경찰에 고소하지 않고 가세연에 제보를 했는가에도 의문부호를 단다. 가세연의 경우 진영논리를 앞세운 보수적인 성향의 콘텐츠라는 점에서 호불호가 강하다. 또 강 변호사 역시 2015년 불륜 스캔들로 피소를 당하고 사문서위조를 하다 발각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신뢰성에 흠집이 있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가세연을 선택한 것 자체가 고소가 목적이 아닌 이슈몰이를 통해 김건모에게 치명상을 입힐 계획이 아니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김건모에게 소속사를 통하는 방식으로 사과를 요구한 적이 있었느냐도 궁금증도 제기된다.

이 사건을 처음에 제보받은 김용호 기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서 “이 사건 이후에도 A씨는 김건모를 만난 적 있다. 그 자리서도 김건모는 모르는 척을 했고, 사과도 받지 못했다. 김건모는 자신의 전화번호를 A씨에게 알려줬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꽃뱀 아니냐, 돈을 노린 거 아니냐. 지금 시점에 폭로한 게 이상하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있다. 이 분은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싶어한다. A씨는 ‘김건모가 좀 자중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남의 인생을 이렇게 망가뜨려 놓고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가세연은 2007년 김건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피해 여성 B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B씨는 공소시효가 만료됐음에도 불구, A씨의 주장에 힘을 보태기 위해 묻어뒀던 과거의 사연을 꺼냈다고 밝혔다.

업소녀 사건 쟁점별 분석
강제성 입증 여부가 핵심

B씨는 가세연과 인터뷰서 “빈 룸에서 김건모 파트너랑 언쟁을 벌였다. 김건모가 문을 열고 나와서 ‘시끄럽다. 시끄럽다고 했지’라며 머리채를 잡고 주먹으로 눈과 코를 수 차례 때리고 배도 때렸다. 안 맞으려고 피했지만 남자 힘이 세기 때문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 맞는 순간에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시끄럽다는 이유로 그렇게 사람을 때릴 수는 없지 않나. 눈이 부어오르고 코피가 흘렀다. 눈뼈가 아프다는 생각을 했고, 누군가 문을 여는 사이 급하게 빠져나와서 소지품을 챙겨 택시를 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일단 아프니까 병원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 사진제공=MBC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여성 C씨는 B씨가 당시 얼굴이 피떡이 돼 나타났다며 목격담을 증언했다. C씨는 “카운터에 있었는데, B씨가 복부를 맞고 얼굴은 피로 뒤덮힌 채 내게 다가와 ‘김건모에게 맞았다’고 했다. 당시에 너무 놀라서 ‘119, 119’ 그랬던 것 같다. 정신이 없었다. 당시 김건모는 방에 그대로 있었다. 술을 많이 마셨다. 그 이후로 기자들이 취재하러 왔는데 아무 일도 아니라고 했다”고 했다. 당시는 김건모의 11집 앨범이 나올 때였고, 업소 사장이 기자들에게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고 C씨는 고백했다.

12년 전 김건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B씨의 의무기록에는 여자 환자가 남자에게 우안 부위를 구타당했다는 설명과 안와상 골절과 두통 등이 적혀 있었다. B씨는 왜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피가 나니까 무섭더라. 일단 병원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진단서를 끊었다. 김건모씨와 가게 업주가 신고를 못하게 했다.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었고 변호사를 구해준다는 사람도 없었다. 제가 일하는 업소와 김건모 측이 무서웠다. 발설하면 안 된다는 협박도 있었다. 소문이 나 다른 데서 일을 할 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양쪽 향한
싸늘한 시선


연이어 신빙성 있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여론은 현재 김건모에게 싸늘하다. 반백 살의 나이에도 해맑고 유쾌한 실력파 가수의 이미지는 완전히 무너졌을 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배신감을 안기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성폭행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유흥업소에 단골처럼 드나드는 것이 알려진 것이 거짓이 아닌 이상 부정적인 여론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세연의 강용석 변호사나 김세의 전 MBC 기자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들도 김건모에게 매서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추가 피해자의 증언이 이어지는 것과 더불어 김건모의 개인적인 상황에도 악재가 겹겹이 쌓이는 모양새다. 사건이 터진 뒤 김건모는 집중력을 잃은 듯 콘서트 무대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며 도마에 올랐다.

지난 7일 인천서 진행된 콘서트서 김건모는 150분 공연임에도 120분 만에 콘서트를 마쳤다. 보통 가수들이 두 곡 정도 부르는 앵콜곡도 선사하지 않았다. 수십만원대의 콘서트 관람 비용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한편 성폭행 피소로 부담감을 가진 그는 지난 13일 예정됐던 콘서트를 취소하기도 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업소녀’ 성폭력 인정되나?

가수 김건모가 유흥업소서 일하는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이와 별도로 피해 여성을 둘러싼 편견이 논란이 되고 있다. 대다수가 유흥업소서 일하는 여성의 경우 성매매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이유로 피해 여성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유흥업소라는 점에서 성폭력이 발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수많은 커뮤니티서 이 주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피해 여성이 아무리 성매매를 한다고 하더라도 강제성이 발휘되면 보호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심리상담 전문가 이호선씨는 “이 사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유명인과 연결된 사건이기도 하지만 유흥업소 종사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 가능한지에 대한 갑론을박 때문이다. 성폭행이 발생했다는 전제하에 대상자가 누구이고 공간이 어디냐에 따라서 성폭력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를 관심 있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유흥업소는 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 중 하나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2017범죄분석’에 따르면 2016년 수사기관에 신고된 성폭력 사건 중 8%는 유흥접객업소서 발생했다.

이씨는 “보통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 같은 경우에는 성폭력 여부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판단한다. 성폭력의 정의를 보면 상대방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행해지는 신체·언어·정신적 폭력이다. 제일 중요한 건 ‘동의 없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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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