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남양주 동물보호소 철거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2.16 11:43:08
  • 호수 12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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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마리 어디로…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남양주에 위치한 한 유기동물보호소가 존폐 위기에 처해있다. 20년이 넘은 보호소지만 불법 건축물로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해당 보호소에 대한 사정을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반려인들은 현재 1000만명이 넘는다. 그만큼 해마다 버려지는 동물 수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5년간 버려진 반려동물은 41만5500여마리로 집계됐다. 해마다 8만3000여마리, 하루 평균 220여마리가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유기동물 구조·보호를 위해 쓰인 예산은 연평균 100억원에 달한다.

열악한 여건

지난 3월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은 “길가에 유기되는 동물 문제, 사설보호소의 열악한 여건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의원은 “한국 사회서 반려동물 보호에 대한 논의는 매우 적었고, 그마저도 번식 농장 문제에 대부분의 논의가 집중돼왔다”며 “입양 이후 가정 내에서의 동물 보호, 길가에 유기되는 동물 문제, 사설보호소의 열악한 여건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50마리 유기동물의 안식처 마석보호소 철거를 반대한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최근 남양주시 시청서 민원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유기동물을 구조·보호하고 있는 마석보호소를 철거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마석보호소에 대한 철거 명령과 강제이행금까지 부과한다는 것은, 동물들 구조로 하루도 버텨내기 힘든 소장님들께는 너무도 가혹한 일이다. 철거를 5년 더 연장해주시고 강제이행금을 공익 목적 차원서 면제해주시길 바란다. 갈 곳을 잃은 동물들이 더욱 안전한 환경서 지낼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불법건축물 민원은 2017년에도 제기됐으나 이전을 준비하겠다는 보호소 측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면서 시정명령 이후 절차인 이행 강제금 부과가 보류된 바 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보호소 이전을 요구했던 토지 소유주 측이 올해 2개의 불법건축물에 대한 민원을 재차 제기하면서 또다시 시정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보호소 소장 A씨는 “이곳을 20년 넘게 운영해왔는데 갑자기 나가라고 하는 건 너무한 처사다. 올해 말까지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이행금을 부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소 인근에 길이 생기다 보니 토지주가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데, 지장이 있어 철거를 요구하는 것 같다. 우리도 땅을 알아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사할 곳으로, 주변에 사람이 살지 않은 곳을 찾고 있는데 쉽지만은 않다. 새로운 곳을 알아볼 동안 철거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기동물 문제는 어느 한 개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회적인 문제다. 보호의 사각지대서 최약자로 고통 받는 동물들을 위해, 생명존중을 위한 마음과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열린 행정으로 선처를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올해 말까지 철거 안하면 벌금 부과
불법건축 민원 제기…일단 시정명령

남양주시는 이곳 보호소에 대해 12월에 이행강제금 부과를 사전통지하고, 내년 초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계속 해당 건축물이 철거되지 않으면 이행 강제금 중복 부과나 고발 조처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곳에서 보호하고 있는 150마리의 유기동물들이다. 남양주시의 입장은 불법건축물을 용인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보호소는 동물들을 당장 옮길 수 있는 장소가 없는 상황이다. 

남양주 화도읍사무소 관계자는 “토지주가 허락도 없이 컨테이너를 설치하는 등 불법건축물로 민원을 넣어 강제이행금 120만원을 부과했다. 지난해에는 보류해줬지만, 올해는 보류하기가 힘들 것 같다”며 “불법건축물이 있는 것이 확인된 이 강제이행금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설 동물 보호소는 불법건축물로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재정적으로 넉넉치 않은 개인이 운영해 농지나 그린벨트 등 저렴한 땅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또 조그맣게 시작하다가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허가를 받지 않다가 점점 커지는 경우 불법이라고 민원이 들어와 위기를 겪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부서 유기동물을 위한 지원이 많았으면 이런 경우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석 보호소는 약 2000명의 회원이 후원 중인데 한 달 평균 사료 120포를 지원해주고 있다. 이들은 유기동물이 병이 들면 병원비도 후원해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불법 개농장이 문제가 되다 보니 공무원들이 반려동물을 축산법이나 환경법을 근거로 엄격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며 “동물보호법상 지자체장이 민간단체에 동물보호운동이나 그 밖에 이와 관련된 활동을 권장하거나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하는 등 동물 보호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만큼, 지자체서 이를 근거로 유기견 보호소 같은 동물보호 시설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철거 불가피

평소 유기견 봉사를 자주 다니는 A씨는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 봉사도 자주 다니고 후원도 한다. 해당 동물보호소가 철거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너무나 슬프다. 동물들이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물보호센터-사설보호소 비교

지난해 국내서 발생한 유기동물은 12만1077마리였다. 2014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로, 매일 평균 330마리 동물이 버려지는 셈이다. 그런데 실제 유기동물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12만이라는 숫자는 지자체서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에 입소된 개체만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구조되지 못하고 야생서 살아가거나 동물단체가 구조한 경우, 그리고 사설보호소로 입소된 개체는 통계서 제외됐다.

흔히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곳을 ‘유기견 보호소’라고 불린다. 크게 보면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와 사설보호소로 나눌 수 있다.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는 현재 전국에 298개소가 있고, 지난해의 경우 1년 동안 200억4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동물들을 보호 관리했다. 매년 입소되는 유기동물의 숫자와 종류, 그리고 보호형태(입양, 주인반환, 자연사, 안락사, 보호)도 파악된다.

하지만 사설보호소의 사정은 좀 복잡하다. 사설보호소는 개인이 버려진 동물을 한두 마리 데려다 키우다가 그 규모가 점차 커진 곳들이 많지만 현재 전국에 몇 곳이 있는지, 모두 몇 마리의 유기동물이 관리되고 있는지 정확히 숫자를 아는 사람이 없다.

지난해 농식품부가 용역을 통해 전국에 82개 사설보호소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으나 실은 어디까지를 사설보호소라고 불러야 하는지 기준조차 없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를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어떤 이가 유기견 30마리를 데려다 자기 땅에서 키운다고 해서 이를 사설보호소로 부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같이 관리가 안 되다 보니 일부 사설보호소들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후원금을 착복하거나 남의 땅에서 동물을 보호하거나 질병 예방 및 방역을 잘못해 전염병이 퍼지는 등의 문제다. 국내 최대 규모 사설 유기견 보호소인 애린원도 이 같은 문제서 벗어나지 못했다. 2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애린원은 한때 보호동물이 3000마리 가까이 늘어났을 정도로 개체 관리가 되지 않았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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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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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