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이낙연 카드’ 손익계산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2.16 11:18:56
  • 호수 12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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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냐 비례냐’ 그것이 문제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낙연 카드’를 두고 여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구 잠룡을 총선서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고심이다. 당내서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한 활용법이 무수히 쏟아지는 이유다.
 

▲ 이낙연 국무총리

이낙연 국무총리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손에 쥔 최고의 총선 카드다. 그는 복수의 여론조사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1년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는 고공행진이다. 그 사이 다른 민주당 소속 대선주자들은 추문에 휩싸여 낙마하거나 재판 결과에 따라 낙마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총리의 몸값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어디로…

이 총리의 민주당 복귀 수순은 양쪽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 총리는 당으로의 복귀를 희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이 총리는 방글라데시 다카에 방문해 “난 지금 이 위치(행정부)에 있지만, 여전히 내 심장은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1일 대정부질문을 위해 국회를 찾았을 때는 “(총리직을)너무 오랫동안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도 밝힌 바 있다.

민주당 내부서도 이 총리의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려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10일 <일요시사>를 통해 “‘조국 사태’ 이후 당이 흔들리면서 이 총리에 대한 역할론이 본격적으로 표출된 것 같다”며 “현재 여야를 통틀어 가장 대권에 가까운 인물 아닌가. 티끌 같은 힘도 아쉬운 게 총선판인데, 하물며 이 총리 같은 거물을 당에서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서 이 총리의 총선 출마는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가 당에 복귀한 이후 어떤 역할을 맡느냐는 예상은 분분하다. 예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그것이다.

지역구 출마를 예상하는 쪽은 이 총리가 강한 야권의 상대와 맞상대를 하는 일이 민주당에게 이득일 것이라 본다. 이른바 ‘험지출마론’이다. 대표적으로 최근 불거진 서울 광진을 출마설이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지난 5일 법무부장관으로 내정되면서 광진을은 무주공산이 됐다. 추 의원이 제17대 총선을 제외하고 제15대 총선부터 지금까지 약 20년 동안 이 지역을 지켜왔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반드시 추 의원에 걸맞는 후임을 찾아야 수성해야 한다.

앞서 해당 지역구엔 김상진 건국대 교수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김대중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그는 지난 20대 총선 당시 추 의원과 경선서 맞붙어 아쉽게 패했다. 이후 절치부심한 그는 지난 4년간 광진을서 표심을 다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선 김 교수가 맞상대에 비해 정치적 중량감이 떨어진다고 진단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진영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당협위원장을 맡아 이 지역 출마를 준비 중이다.

‘광진을 출마설’ 오세훈과 한 판?
‘선대위원장설’ 기반 닦기는 딱!

이 때문에 ‘이낙연 광진을 출마’ 카드가 힘을 받고 있다. 전직 서울시장이라는 거물을 잡기 위해 이 총리를 전략공천해야 한다는 것. ‘전직 총리 대 전직 서울시장’이라는 빅매치는 흥행돌풍을 일으켜 수도권 전역까지 총선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도 기저에 깔려있다.


물론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민주당 내에서 존재한다. 이들은 이 총리와 광진을 사이에 접점이 없다는 점을 내세운다. 이 총리는 정치 인생의 대부분을 전남서 보냈다. 지난 2000년 치러진 제16대 총선 당시 전남 함평·영광 지역구서 당선된 후 19대까지 해당 지역구서 내리 4선을 지냈다. 2014년에는 전남도지사를 지내기도 했다. 광진을 외에도 종로와 세종 역시 이 총리의 출마 예상지로 거론된다.
 

비례대표로 총선에 나설 것이라 예상하는 쪽은 이 총리의 활동이 지역구라는 한정된 영역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 총리에게 비례대표라는, 지역구보다 안정적인 자리를 주고 전국 선거판을 이끄는 사령관 역할에 매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7월에 한차례 주목받은 바 있다. 6선인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이 총리에게 비례대표 출마와 공동선대위원장을 권유하면서다. 정기국회가 끝나면 각 정당은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를 구성한다. 이에 당 최고위원회는 선대위로 변모한다. 당 대표는 선대위원장이 된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함께 이 총리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이끈다는 시나리오다. 강성 이미지의 이 대표와 상대적으로 온건한 이미지의 이 총리가 만나는 그림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조국 사태에 실망한 중도층을 잡을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두 경우 모두 이 총리의 대권 가능성은 높아진다. 지역구에 출마해 야권 잠룡을 꺾는다면 이 총리의 몸값은 현재보다 더 뛰어오르게 된다. 여권 잠룡인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비례대표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안은 이 총리의 취약점인 당내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길이다. 호남이 기반인 이 총리는 지난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이 국민의당에게 호남을 뺏기면서 계파 창출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바 있다. 결국 원내 기반이 약하면 대권까지는 가기 힘들다는 것이 정치권의 통설이다.

전국 도나?

만약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전국을 돌며 민주당 후보들의 당선에 일조한다면, 이 총리의 당내 기반은 지금보다 단단해질 수 있다. 낙선이라는 위험도 없다. 다선 의원임에도 지역에 집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민주당 내에서 이 총리 개인으로서도 공동선대위원장이 가장 최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낙연 짝퉁과의 전쟁, 왜?

이낙연 국무총리가 짝퉁(가짜) 한국산 화장품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 5일 열린 제96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그는 ‘화장품산업 육성방안’ 안건과 관련해 “어떤 외국에서는 짝퉁 한국산 화장품이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짝퉁은 우리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고 우리 기업의 사기를 꺾는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국내 화장품 산업의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R&D) 확대 ▲수출시장 다변화 ▲짝통 화장품 유통 강력 대처 ▲브랜드 가치 및 제품 고급화 등을 주문했다.

이는 K-뷰티 돌풍을 이어가기 위함으로 읽힌다. 우리나라 화장품은 지난해 수출액이 62억 달러를 넘어서며 세계 4위에 올랐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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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